왕오천축국전 - 혜초, 천축 다섯 나라를 순례하다
혜초 지음, 지안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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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여행기이자 견문록으로 알려진 신라시대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
그 존재에 대해서 국사 교과서에서 짧은 몇 줄의 언급으로만 배우고, 실제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질 않았으니 안타까울 노릇이었다. 사실 저자와 책 명만 달달 암기하고, 그 책이 주는 의미등만 짧게 기억할뿐, 교과서에 실린 이런 작품 들에 대해 실제로 읽어본 경우는 많지 않아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기회가 닿아 이름만 알았던 많은 책들을 직접 읽을 여유가 생겨서, 의미만 기억하기 보다 내용까지 내 것으로 만드는 그런 시간이 마련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할 시간이 모자란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이 그와 같은 책들을 모두 읽어보기란 힘든 일이겠지만, 왕오천축국전만 해도 무척 얇은 두께의 책이기에 (요약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국사에 관심이 많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행기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것을 추천해주고 싶다.
 
요즘 나는 여행서에 무척 많은 관심을 갖고 읽는다. 대부분은 재미나게 쓰였거나 아니면 실제 여행 정보를 알수 있게 상세한 정보들이 나온 책들이 현대의 여행 에세이들이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직접 발로 걸어서 천축 5국을 걸어 다니면서 4년간 여행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신라 시대 승려인 혜초가 16 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유학을 가서, 그 곳에서 수학을 하다가 인도로 구법여행을 떠난 것이다. 요즘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하거나, 하다못해 말로 다닐 형편이 아니었는지 발로 걸어 여행을 하였다 나와 있다. 무려 1200년 전인 8세기에 쓰여진 여행기. 이 책이 발견된것은 최근 20세기 초 둔황 석굴에 있던 문서 중에서 프랑스 학자 페리오가 발견한 것으로 현재 프랑스에 보관되어 있으며, 처음에는 중국 스님의 문서인줄 알았다가 1915년 일본 다카쿠스 준지로에 의해 혜초가 신라사람으로 밝혀져 혜초의 생애가 새롭게 조명받게 되었다.
 
4년간 혜초는 광주에서 해로로 먼저 동천축에 들어가 중천축, 남천축, 서천축, 북천축을 지나 카슈미르 지방으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북부로 해서 러시아 영인 중앙아시아를 경유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의 신강성으로 들어와 727년 11월에 장안에 돌아왔다. 17p 이 책에는 토번(티베트), 대불림국(동로마, 비잔틴제국),대식국(아랍),파사국(페르시아)등의 인도 외에도 수많은 나라들을 경유해 여행하였음이 잘 나타나 있다. 걸어서 그 먼거리들을 돌고 돌아왔음이 얼마나 고된 여행이었을지, 그가 오언시로 마음을 표현한 글에 보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진다.
 
여행을 계속하면서 그때그때 보고 들은 것을 간명하게 요약, 기술한 것으로 기후와 지형, 특산물과 음식, 복장과 풍습, 언어와 종교를 기술하면서 마지막으로는 불교의 행해지는 정도와 소승과 대승의 유무 등을 같이 다루고 있다.천축국에서는 왕의 재력과 무력을 갖고 있는 코끼리 수로 나타내기도 하였다.
 
천축국전을 연구한 여러 학자들은 혜초의 기록에 대해 불교의 입장에서 너무 의도적으로 천축을 불국토로 기술한 경향이 있다고 보는 관점이 있고 또 여행길에서 보는 피상적인 관찰이 그 당시 사회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88p
 
그 머나먼 옛날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얻은 지식을 기록한 내용은 지금 읽기에 재미나게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그가 발로 걸은 그 행적이 얼마나 대단한 여정이었는지는 최근 얼마전 방영된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중간에 본 프로그램이라 정확히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 그 다큐 프로에서 혜초의 여정을 따라 직접 피디가 여행을 다니며 그의 흔적을 찾는 과정이 나타나 있었다. 그때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는데, 읽어보지 못한 혜초의 신간이 지안스님에 의해 보다 더 읽기 쉽게 부연설명이 곁들여져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을 우선 있는 그대로 번역하고, 그에 대해 요즘과 달라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에 대해서 다시 설명을 해주고,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는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배경에 대한 언급이 잘나와 있어서 그대로의 책을 읽을때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건타라국 왕은 해마다 두 차례씩 무차대재를 열어 몸에 지니고 애용하던 물건과 처, 코끼리, 말 등을 모두 희사하여 시주를 한다. 오직 처와 코끼리만은 스님들에게 가격을 매기게 하고 그 값을 치르고 도로 찾아온다. 그 밖의 나머지 낙타와 말, 금과 은, 옷가지, 가구는 스님들이 팔아서 스스로 이익을 나누게 한다. 99p
 
내가 잘못 읽었나 싶어 다시 읽어보기도 했던, 어느 나라의 시주 이야기, 전재산은 물론이고 아내까지 시주를 하는 왕의 이야기는 아주 이색적이었다. 지안스님이 들려주는 사자국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운 이야기였다. 8세기때의 각 나라의 모습은 어땠을까? 우리나라를 벗어나 다른 나라, 특히 아시아의 생활 상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알수있는 여행기기도 했다는생각이 든다.
 
여행기를 좋아하다가, 최고 오래된 여행기까지 읽고 나니 웬지 뿌듯함이 든다. 이제야 비로소 초석이 완성되었다는 느낌도 받고..
재미를 추구하기는 힘든 책이었지만,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이다 보니, 현존하는 세계 4대여행기에 드는 작품이라고 하니 한국인으로써 꼭 한번 그 내용을 살펴봐야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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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 (12조각, 퍼즐 2개) - 만 2.3세 삼성퍼즐 7
박민주 그림 / 삼성출판사 / 2010년 8월
절판


삼성 퍼즐은 이렇게 딱 맞는 비닐 가방에 넣어져서 판매되고 있어요. 옷입히기 퍼즐의 경우에는 동생이 가방인줄 모르고 비닐을 찢어서 버리는 바람에 지퍼락으로 가방을 대신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것만은 제가 사수해내었네요. 자세히 보니, 위에 빨간 손잡이에 고리가 걸려 있어서 가위로 잘라내었답니다.



혹시나 가방인줄 모르고 뜯으실 분들 계실까봐 미리 알려드려요.




고리를 잘라내었더니, 이렇게 벌어집니다. 그리고 닫을때는 똑딱 하고 닫히네요. 작게 보이는 동그라미로 된 음각, 양각이 있어서 서로 맞춰지게 되어 있네요.





열기도 전부터 아들의 마음을 쏙 빼놓을거라 믿어졌던 도형놀이였어요.



사실 옷입히기가 더 쉬운 것 같아서 먼저 보여줬는데, 이 제품은 아기가 좋아하는 탈것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아마 두세트를 같이 꺼내주면, 분명 이 작품을 갖고 놀것이기에 꺼내줄때는 하나하나 따로따로 꺼내주어야겠어요. 퍼즐을 한번에 모두 꺼내거나 보이는데 두었더니 조각들이 사라져버리는 아픔을 겪기도 했거든요.



조각찾아다니는 것도 일이더라구요. 그런면에서 딱맞는 가방이 있다는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자, 두개씩 들어있는 구성중에 먼저 보이는 우주선입니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이렇게 멋진 우주선이 완성되었네요.



동그라미 찾아볼까? 네모는? 하면서 아이와 놀이를 하다보면 어느새 우주선이 우주를 날아가고 있어요.


동그라미 어디 있어? 하면 찾는거 좋아하는 우리 아기, 활짝 웃으며 응~ 하고 내밀것 같아요.



엄마 생각에는 옷입히기는 종이인형 좋아하는 공주님들에게 대박 인기 아이템일 것 같구요.



도형퍼즐은 탈것을 좋아하는 왕자님들이 더좋아하는 선호 취향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둘다 잘 갖고 놀고, 엄마 생각에는 옷입히기가 더 쉽고 재미나기는 합니다.




책에 아무리 작은 자동차 그림이 있어도 그 귀여운 눈으로 옴팡지게 잘 찾아내곤 하는 우리 아들.



이 귀여운 기차를 보고, 좋아서 달려들던 그 얼굴이 떠오릅니다.



바퀴달린 것만 보면 너무나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또 기차에 많이 홀릭된 상태라, 기차만 보면 어디선가 장난감기차를 갖고 와 매칭하고 노네요.







갑자기 퍼즐을 맞추다말고..



퍼즐들을 보고 신나서 포크레인 삼매경에 빠져든 아들 모습입니다.


퍼즐을 맞추는데 더 열중했으면 좋겠는데, 조각을 보면 문득 포크레인이 생각나나봅니다.



아직은 더 친근해지지 않아서겠지요.



아니면 포크레인을 너무 사랑해서일수도 있구요.



또다른 생각은 예전에 갖고 놀던 삼성의 부릉부릉 탈것 퍼즐 북이 생각나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거기서 포크레인 퍼즐을 제일 재미나게 맞추었거든요.



퍼즐이 너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아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삼성퍼즐과 함께 더 자주 노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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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입히기 (12조각, 퍼즐 2개) - 만 2.3세 삼성퍼즐 8
이른봄 그림 / 삼성출판사 / 2010년 8월
절판


삼성출판사에서 아기들을 위한 단계별 퍼즐이 나와서, 우리 아들에게 선물해주었어요.

만 2돌을 갓 넘긴 터라 1단계 만 2~3세의 퍼즐을 선택했는데, 4조각, 8조각, 12조각으로 또 나뉘어 있어서 12조각을 선택했네요.

퍼즐을 몇번 구입해주었는데, 삼성에서 나온 퍼즐북(부릉부릉 탈것이었나? 자동차가 주인공이라 아기가 무척 좋아했지요.)은 좀 흥미있어했지만, 다른 동물 퍼즐들은 피스가 넘 많거나 특별한 의미 없이 조각맞추기에만 급급하게 되어 있어서 아기가 큰 관심을 갖지 않더라구요.



퍼즐에 관심 많은 다른 아가들은 단계를 뛰어넘어서도 하곤 한다는데 아직은 큰 흥미까지는 없는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는데, 이번 퍼즐은 좀 색달라보여 엄마 마음부터 설렙니다.

짜잔..바로 이렇게 생겼답니다. 한 퍼즐당 두개씩의 퍼즐이 들어있는데, 옷입히기 퍼즐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퍼즐 하나하나가 바로 옷이나 손, 발 등의 구별하기 쉬운 조각으로 되어 있어서.. 의미없는 조각 맞추기보다 훨씬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엄마도 설명하기 더 좋더라구요.



처음부터 아기가 해내면 좋지만.. 얼굴을 먼저 붙여 준후에 모자는 어디있지? 모자를 어디에 쓰지? 하는 식으로 유도하면 아기가 곧잘 따라옵니다


이렇게 옷을 입혀주고 있네요. 아기의 고사리 손으로 퍼즐 맞추고 있는 걸 보면 엄마 마음까지 설레여요. 역시 전 도치맘인가 봅니다.


이번엔 집중을 해서 예쁜 여자 친구 모자를 씌워주고 있네요.



옷입히기 퍼즐은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 이렇게 두 종류가 들어 있어서 아들 딸 구별말고 재미나게 놀 수 있는 것 같아요.

남자 아이는 우리 아이라고 불러주고, 여자 아이는 친구가 여자라 여자 아이 이름 불러주니 더 열심히 하네요.



무언가를 할때 이렇게 입을 내밀고 완전 집중 모드로 열중하는 우리 아들이랍니다.


갑자기 퍼즐을 하다 말고 열심히 닦아주는 아들.

엄마가 닦지 않고 바로 꺼내줘서 그런가? 아니면 닦아야 빛이난다고 생각해서 그랬나?


열심히 아들이 닦아준 퍼즐입니다. 여아도 예쁘지요?



머리, 손, 모자, 얼굴, 상의, 치마, 신발, 등으로 구분되어 있는 조각들을 찾아서 맞추는게 아이들에게도 더 유익한 공부가 될 것 같았어요.

기존의 퍼즐의 한계를 극복한 퍼즐이라는 생각이네요.



우리 아이 첫 퍼즐로 이만한 게 없지 않을까..생각해봅니다.



퍼즐을 맞추고 나면 보관할 방법이 막연한데, 이 퍼즐은 보관할 가방까지 같이 배송이 되어서, 비닐인줄 알고 그냥 뜯어버리면 절대 안된답니다.



바로 우리집에서 그런 비운이 발생했거든요.



동생이 제가 없는 사이에 아기를 위해 뜯어준다고 비닐을 쫙 찢어서 버려버렸네요. 가방인데말입니다. 덕분에 지퍼락에 넣어뒀는데..여간 폼이 안나는게 아니예요.



퍼즐 하나를 더 장만했는데, 그 퍼즐은 소중히 가방째 보관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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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은 약이다 - 양념이 바로서야 건강이 보인다
박찬영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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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음식의 주재료가 되는 고기, 채소 등이 유기농, 무농약, 무항생제인지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부수적으로 사용되는 각종 양념들에 대해서는 크게 염두에 둔 적이 없었다. 한의사인 저자는 바로 이렇게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나와 같은 주부들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 이 책을 펴낸 것 같다. 

양념이란 말 자체가 藥念에서 나왔다. 약처럼 생각하고 음식에 첨가해서 먹으라는 뜻이다. 29p

간장, 된장, 고추장, 소금, 설탕, 식초, 식용유, 향신료, 젓갈, 드레싱 등의 각종 양념들. 마트에서 선택 기준은 대부분 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골라내곤 했다. 최근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외식과 인스턴트 식품들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가고 있는데, 양념 또한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양가에서 직접 엄선한 재료로 만들어주시는 고추장과 된장을 우선 빼논다고 해도 (앞으로는 사먹어야 하기에 이것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가격만 보고 구입하던 식초, 소금 등이 사실은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려있다고 생각하니 겁이 덜컥 났다.

싸다고, 편하다고, 빠르다고 먹어대는 가공식품과 패스트 푸드 등이 결국 우리 몸을 노쇠하게 하고 음양의 균형과 조화를 파괴하며 질병을 불러온 것이다. 싼맛에 선택하는 짝퉁 양념이 결국 약과 병원에서 지갑을 열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면, 그 양념들을 과연 서민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74p

비수같이 내 몸을 찌르는 말들이었다. 그래,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본 재료인 양념부터 천연재료를 구입하거나, 고가더라도 제대로 된 천연양념을 샀어야하였다.
화학조미료 투성이인 양념, 석유찌꺼기로 만든 빙초산 등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주부들이 나서서 양념부터 천연제품으로 바꾸어야 한다. 
제대로 만들어진 명품 양념은 그 자체로 비타민이며, 미네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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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광대 이야기 -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청춘스럽게
우근철 글.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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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는게 이런 것일까?
아직 나도 한창의 나이이건만, 한번도 이 책의 저자인 우근철님처럼 살아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안전한 곳, 편안한 곳만을 찾아 살아왔고, 모험심이라는 게 있더라도 행여나 고생길이 될 것같으면 나서지 못하는 게 바로 내 모습이었고, 아직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 책속에는 우근철님의 산티아고와 인도를 다녀온 이야기가 정확히 절반씩 들어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다들 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하였건만, 그 숨통 막히는 세상에서 벗어나 무가지에서 발견한 '세상의 끝'을 찾아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에 오르게 된다. 적금을 깨고, 이렇게 저렇게 마련한 경비로 비행기표를 끊고 나니 남은 돈이 50만원, 그리고 프랑스에 도착해 열차표를 끊고 나니 남은 돈은 달랑 15만원. 그 돈만을 갖고 그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경비가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여행이란, 그것도 우리나라처럼 의지하고 손벌릴데가 있는 아는 사람들 하나 없는 외국에서 그는 정말 젊음 하나만을 갖고 여행을 시작한다. 그의 영어 실력? How are you? 라는 질문에 고민하다가 I'm walking이라 호기롭게 대답할 정도. 그래도 그는 마음이 맞는 좋은 친구도 사귀고, 세가 할아버지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나 옷도 얻고, 신세도 질 수 있게 되었다.
 
값싼 참치로 하루 세끼를 떼우고, 물로 빈 배를 채우고, 그런 날이 지속되어도 아무리 저렴한 숙소 비라도 매일 내다보니, 결국 그는 돈이 바닥나고 ..
네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본 후에 네번째인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대학동아리때 잠깐 배운 판토마임으로 분장 크림 하나와 면장갑 하나로 그는 거리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런 그의 모습은 신문 1면에 실리기도 하는 등, 자신도 모르게 노력하는 순례자의 모습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서 여행 에세이를 상상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분장크림과 공연이 그의 주된 일과가 아니라 사실은 그의 여행을 지탱하기 위한 생존 수단이었음을 깨닫고, 주어진 돈 안에서만 최대한 불편없이 여행을 다녀오고자 노력했던 나와 너무나 다른 모습에 어떤 여행기가 나올지 하는 궁금함으로 페이지를 넘겼는데..
그의 고생스러움이 절절하게 느껴지면서도 사진 속 그의 젊음, 열정이 그대로 고스란히 느껴져 그가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3일전 두고 간 볼펜 하나를 챙겨서 찾아주고 간 어느 아저씨. 자신의 영역을 빼앗은 거나 다름없는 불청객인 그에게 자신이 하루종일 피땀흘려 번 돈을 모두 건네주며, "Buen Camino"라고 축복과 응원을 전해주고 간 악사 청년.
 
적당히 누군가를 도와 주고, 항상 그것에 대한 보답을 바랐던 내게 평생 가슴 속에 담아둘 감동을 안겨 준 그가 맴돈다. 87p
 
부모님이 생각나고, 너무 배고파 힘들었던 여행길이었지만, 세상의 끝에 도달 한 후 0.00km를 본 그 희열은 그의 고생이 없었으면 빛이 나지 않을 영광이었을 것이다.
돌아와 한국에서 원하던 직장에 취직을 해 유명 연예인들의 cf 조감독으로 열심히 살다가, 치열한 일상의 돌파구가 필요한 무렵, 그는 두번째 일탈을 꿈꿨다. 여행자라면 마지막에라도 꼭 가길 원하는 인도로 말이다.
 
여행하면, 편안한 휴양지를 가기를 희망하고, 인도의 타지마할은 보고 싶지만, 사기꾼이 너무 많아서 관광하기에 부적합할거라는 편견이 팽패했던 나는 그의 두번째 여행기가 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 청년 또 얼마나 고생을 하려구? 하지만, 그는 무사히 잘 다녀왔고, 우리 앞에 그의 멋진 여정을 소개해준다.
어떤 고난에서건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겠군. 하는 믿음을 주는 청년의 여행기. 편안하게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한국에서 자격증 몇개를 더 따고 하는 사람들보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이력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해도 사서 고생이 너무 심한데? 하지만, 젊지 않은가? 같은 젊음이라도 이 정도는 불살라봐야 하지 않겠는가?
 
 인도에 가면 거지나 행인 모두가 성인이 된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의 말을 듣자면, 모두가 깊은 성찰에 빠진 듯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하지만, 그러다가 도둑을 당하기도 쉽상이라니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그래 그랬군 하고 생각해볼일이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울 법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그는 그런 인도에서 많은 것을 겪고, 보고 경험하고 온다. 호숫가를 거닐다가 어느 상점 주인에게서 한달 일해볼 생각없냐는 제안에.. 하루 한 잔 짜이나 달라며 일을 하겠다 나서고..
 
"푸시카르는 성지라서 맥주 반입이 안돼. 그런데 오늘 밤 마을 밖에서 댄스파티를 하거든? 거기서 맥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댄스파티라....! 내 머릿속에는 이미 사리를 입은 매혹적인 인도여인이
야릇한 미소를 띠며 춤을 추는 모습이 자동으로 연상되었고,  꼭 그 여인과 로맨틱한 불장난이 이어질것만같은 환상에 빠져들었다.
215p
 
....
....
....
귀신이라도 모여들 것 같은 오묘한 음악을 배경으로 까만 수염이 북슬북슬한 인도 아저씨들이 뒤엉켜 들썩대고 있는 모래판.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여인의 향기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고 오로지 텁텁한 남자들만 신이 나서 내 눈을 버리게 하는 저질댄스를 추고 있었다.
거기에 보리차처럼 밍밍한 맛의 김빠진 맥주까지. 여기가 인도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 파티라는거야?"
"술이 있고 음악이 있으면 파티지 뭐야?"
216p
 


 

밤 9시 반에 도착한다던 기차가
열한시간이나 늦어져 다음날에 오더라도
 
내가 시킨 음식 말고
얼렁 뚱땅 다른게 나오더라도
 
앞에 서 있는 아저씨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내무릎 위에 짐 보따리를 올려놓더라도
 
태연히 지금 운전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하는
택시기사에게 나를 맡기더라도
 
그들이 언제나 말하듯
No Problem!
 
222.223p

 
인도에서 아버지를 닮은 사람을 만나, 아버지의 백내장에 얽힌 옛 이야기를 생각하고, 불가촉천민으로 살고 있는 도비 (세탁)일을 하는 아버지를 둔 아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어머니의 힘겨운 사연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다. 인도, 그 곳에서 청년은 혼자 살아온 그 이상의 것들을 보고 배웠다.
인도에서도 그의 분장 공연은 이어지고, 여전히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도 쌓아간다. 그의 여행기 속에는 그보다 나이많은 나도 겪거나 배우지 못한 인생경험들이 너무나 많이 녹아들어있었다. 고생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 그가 느낀 것을 나는 글로 사진으로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며 씨익 웃어줄 수 있는 바로 그, 젊다는 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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