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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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집에서 프란츠는 한시간 동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그가 이야기하고, 그가 이상하게 여기고 그들도 한시간 내내 이상하게 여겼다. 그가 소파에 앉아있고 그들이 이야기하고 또 그가 이야기하는 동안 그는 무엇이 그리 이상했나? 제가 여기 앉아 이야기한다는 것. 그들이 이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이상했다. 그는 어째서 자신이 이상하게 여겨졌나? 그는 그것을 알았고 느꼈으며, 회계사가 계산 착오를 확인하듯이 그것을 확인했다. 그는 무언가 확인했다.  215p

 

주인공인 프란츠 비버코프가 테겔 감옥에서 4년형을 마치고 퇴소하는 것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그는 전 애인인 이다를 살해하여 형을 살고 나왔는데, 감옥에서 나오고서도 처음 한동안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리고 혼자서 멍하니 노래를 부르고 있다가 어느 유대인의 손에 이끌려 랍비의 집에 들어가 유대인으로부터 찬노비치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가진게 없어도 배운 것만으로도 성공하게 되었던 그의 사기꾼 같았던 삶, 그의 삶에 몰입되어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의 처남인 다른 유대인이 나타나 그 찬노비치라는 사람의 끔찍한 최후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프란츠는 그 집을 나와 다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삶을 시작한다.

 

가진 돈을 다 쓰고, 다시 돈을 벌고, 그 와중에 몇 여자들을 만나고 그 중에서는 자기가 사랑했고 죽이기까지 한 여인의 언니도 있었다. 베를린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는 그 일들과 무관하게 살아가면서 또 상관있게 살아가기도 한다. 처음에 아주 이상하게 보였던 프란츠란 사람도 유대인 못지 않게 말이 많고, 독특해보이는 사람이었다.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 물론 헤어질때는 사랑하지 않아 떠난 것이겠지만..를 갑자기 아무 연락없이 떠나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그러다 라인홀트라는 사람을 만나 그의 여자친구들을 처리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수시로 여자를 갈아치울때마다 예전 여자를 떠맡던 프란츠는 지금의 여자가 마음에 들어 라인홀트를 설득해, 한 여자에게 정착한 삶을 살도록 권유한다. 그리고 자신이 (한 사람을 바르게 이끌도록)성공했다 여기며 뿌듯해하였다.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비수를 꽂게된 사건인지 미처 모르면서 말이다.

 

소설의 시작은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짤막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프란츠라는 사람이 출소후 나름대로 착실하게 살다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서 끔찍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우리는 그와 같은 바닥에서부터 일어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거라는 말로 말이다. 광장 바닥에 쓰러졌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어떤 내용의 소설이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졌다.

 

대도시를 현대의 바빌론으로 묘사한 표현주의 시대의 대 서사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비견되는 현대를 묘사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소설은 그 평가부터가 무척이나 거창하고 진지하였고, 2002년 노벨 연구소가 선정한 54개국 작가가 뽑은 최고의 세계문학 100선에 들어 작가들에게도 문학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었지만, 평범한 독자인 내가 읽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는 작품이었다.

 

구절 하나하나를 읽으면, 그래 어떤 내용인지는 알것 같았지만, 그 커다란 토대의 줄거리도 꿰찰수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 내가 이해하기에는 많이 난해한 작품이었다는 평가가 옳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찾아본 어느 독자의 리뷰 중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는 듯한 이의 글에서 "난해하다. 난해해.."라는 대목을 접하고 읽기 시작해서인지..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맴도는 그의 표현들이.. 언어 유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내 머릿속에서 각자 노는 느낌이 강했다고 보겠다.

 

처음의 느낌과 두번째 읽은 느낌이 다를 수는 있을테니.. 아마 한번 읽고 쓰는 이 리뷰가 온전한 것이라 보기는 힘들 것이다.

깊은 밤, 정신없이 몰두해 읽고 나니 오히려 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내용이 뱅글거리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되새기며 읽게 되면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찾게 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가벼이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았노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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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필요 없이, 인생은 유머러스 - 최양락의 인생 디자인
최양락 지음 / 대림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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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최양락님의 인생 에세이가 나왔다고 해서, 가볍게 읽고 웃어 넘길 수 있는 소위 너덜너덜 젖꼭지 같은 웃음 가득한 그런 에세이집일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다 덮고 나서 든 생각은 한권의 진지한 인생 에세이 집을 읽은 느낌이었다. 그는 우리를 웃기고, 가족을 웃기고 개그맨마저 웃기는 유일한 개그맨이자, 오랜 동안 사람들 곁에 서고 싶은 진정한 개그맨이다. 예능인을 꿈꾸는 다른 어떤 사람들과도 차별화되는 진정한 개그맨 말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절정까지 치달았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며, 정신 못차리게 어지러운 몇년을 보내고 난 후 그는 다시금 인생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인생과 개그관에 대한 글을 덤덤하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그의 개그가 재미있는 만큼 그가 얼마나 노력하는 사람인지, 그의 웃음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면 좋을 지에 대한 것들이 명확한 그런 책이었다.
 
내가 한 말을 듣고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웃는 그 순간의 짜릿함,
내 입에서 나간 말이 사람들의 귀를 돌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뀔 때의 환희 같은 것 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한때 신랑감 1위 조건에 뽑히기도 했던 유머 감각, 그 유머감각의 중요성을 나는 초등학교 5학년때 깨달았다. 공부도 잘하고 체육, 미술, 모든 것을 잘하는 어느 남학생의 인기는 남녀를 불문하고 탑이었는데 그 비결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뛰어난 유머감각이었다. 그 아이를 보며 이상하게 나도 웃기는 재주를 갖고 싶다고 생각해서 개그본능까지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말을 하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남들에게 호감을 얻고 싶어 노력을 하게 되었다. 최양락은 바로 그것을 초등학교 3학년때 깨닫고 평생을 개그맨 한 꿈만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이다. 많은 연예인, 개그맨들이 예능에 몰두하는 요즘에도 어쩌다 예능에 출연은 하게 되어도 그는 항상 개그맨임을 잊지 않는다.
 
개그의 달인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딱 하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52p
 
수십년을 노력해와도 개그의 달인이 되기 힘들다는 그의 말. 인생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개그맨도 사람을 웃기기 힘들고, 달인이 되기 힘든데 우리네 현실이란 오죽할까 싶었다. 나또한 모든 사람을 다 웃기기도 힘들고 모든 이들의 마음에 다 흡족한 사람이 되기는 더더욱 힘이 든다. 그렇다고 내 자신을 온통 희생해가며 만점짜리 개그맨으로 살아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의 책 속에는 그가 개그맨으로써 겪은 풍파와 그리고 고비를 넘기게 된 사연들, 황금기를 겪었던 과거와 지금의 달라진 모습. 또한 많은 사람들이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꾼으로써의 자세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끝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에게서 배울 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짚어주고 있다.  
 
자신의 위치는 생각하지 않은 채 시대의 변화만 뒤쫓아가서도 안 될 것이며,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편한대로만 해도 곤란하다.
시대 변화와 자신의 자리 찾기, 이것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숙제 같은 것이리라. 124p
 
개그에서 예능으로 달라진 현재의 웃음 코드들. 잠시 쉬었다 돌아온 그가 적응하기에는 난코스의 과제였다고 한다. 그저 온통 웃고 즐겼던 예능이라는 과제가 예전의 개그맨들에게는 얼마나 힘든 고역이었을지 느끼지 못하였던 부분들을 재미나게 풀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직장에서나 힘든 일들이 있고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 있듯이. 화려한 연예계의 뒷면에는 그만큼 좌절과 실패도 많고, 성공했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그런 슬픔도 많았다.
 
KBS개그맨이라고 알고 있던 그가 사실은 MBC개그 대상 출신이라는 점을 새로이 알게 되었고, 그런 그가 왜 KBS에서 활동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실려 있었다. 서울예전에서 축제 무대에 개그 응모를 했다가 떨어져 울고 있을때 그를 달래며, 떨어진 이유를 알아보고 들려준 예쁜 여학생이 바로 유명한 탤런트 이휘향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개그맨이 집에서는 절대 웃기지 않는 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당연하다 생각해왔는데 그만은 예외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고, 그 사연의 뒷면에 김수환 추기경님이 계신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정말 그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이 다 나오는 것 같았다.  
 


 

한남자가 고래등 같은 기와집 지붕에 서서 구슬프게 피리를 불고 있다.
스산한 겨울밤, 피리 소리까지 더해져 온통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데 갑자기 남자 옆에 화살이 꽂힌다.
깜짝 놀란 남자. 화살 끝에는 종이 하나가 매달려 있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펼쳐본다.
종이에 쓰여 있는 내용을 다 읽은 남자의 표정이 자못 비장하다.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다음 신청곡은 오동동 타령. 사랑하는 영희와 듣고 싶어요."
176p

 
웃음의 다양한 코드에 대해 설명도 해주면서,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이야기꾼의 면모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개그 콘티를 짜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개그맨들이 토로하는 다큐를 본적이 있었는데, 최양락과 그 주변의 다른 개그맨들 모두 그런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었던것. 매사를 웃음을 생각하고 연결지어 노력해보려는 삶이 그들을 최고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가 소개해주는 최고인 다른 개그맨들, 강호동, 유재석, 임하룡, 심형래 등의 많은 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짧게 유재석님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볼까 한다.
 


 

진행자 유희열은 국민 MC에세 이런 것까지 시켜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게다. 그러자 유재석은 웃으며 말했다.
"망설이지 말고 다 시키세요. 출연자가 나오면 쏙 빼먹어야 합니다. 빨대로 쏙 빼먹고 집에 갈때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못 갈 정도로요."
그는 그 자리에서 개그, 노래, 춤을 시키는 대로 다 했다. 머뭇거리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기꺼이 최선을 다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210P

 
방송에서 한없이 예의바르고 착해보이는 유재석, 실제로도 그는 그렇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래서 안티가 그토록 적은 일인자이고 말이다. 최양락은 이제는 강호동, 유재석과 어깨를 겨룰 돌아온 황제는 아니라고 당당히 말한다. 하지만, 그와는 또다른 코드로 그는 송해 선생님의 80이 넘는 세월동안 누리는 방송생활처럼 자신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옆에서 유머라는 코드로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이 여전히 아름답게 보였다.
 
예전에 남과 여, 네로 황제 등을 할때 조금은 얄미워보였던 개그를 한다 생각했는데, 이제 그의 모습은 좀더 편안해지고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그의 개그 철학과 노력을 알고 나니 그의 개그가 좀더 정감이 가게 느껴지게 되었다. 어느 분야에서나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가 힘이 든다. 그리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개그 분야에서는 더욱 빛이 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최양락의 "인생은 유머러스", 그의 환하게 웃는 표정만큼이나 마라톤같이 긴 인생을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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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 론리플래닛 여행 에세이
돈 조지 지음, 이병렬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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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배낭 여행자라면 많은 사람들이 참고한다는 론리 플래닛.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본 적 없는 나는 론리 플래닛도 이름만 들어본 것에 지나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유명한 책의 여행 작가들이 내놓은 다양한 여행 에세이모음집이라고 하니,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에세이는 더욱 매료되는 나로써는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책이 되고 말았다.

 

여행은 참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 대부분은 설렘과 기대를 안고 출발하고 또 그에 걸맞는 여행을 하고 오곤 하였다. 이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여행만 추구해서 였겠지만, 이 책 속의 많은 여행가들은 나처럼 편안한 여행만 추구하기 보다 대부분은 배낭여행, 오지 여행 등에 도전해서 남들이 겪지 않는 독특한 상황에 많이 처하게 되었다. 혹은 평범하게 시작한 여행 속에서도 남들이 겪지 못할 에피소드를 겪은 사람들도 있고 말이다.

 

길을 나설 때 첫번째 규칙은 이것이다.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유머감각을 챙겨라.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얼굴 붉어질 일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길 위의 모험과 우연한 사건에 관한 이 31개의 여행담 속에는 쓴 웃음이 나는것에서 그야말로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이야기까지 모든 영역의 유머를 담고 있다. 장소와 주제, 어조는 모두 천차만별이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여행에서 얻는 큰 보물은 우리를 웃게 만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것이 이 책을 엮게 된 첫번째 이유다. 6p

 

정말 다양한 이야기와 재미난 삽화가 들어 있었다. 사진이 없는 여행기라 어쩐지 밋밋했지만, 이 책의 느낌은 여행기에 그치지 않고 단편 소설 같은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라 읽는 재미가 또 새로웠다. 납치될뻔했던 이상한 상황, 항상 일등석만 고집하다가 저렴하게 여행하기로 하고서 지갑째 통째로 도둑맞은 일, 네덜란드 화장실에 갇힌 일, 엄청나게 소비하는 부유하고 가진게 많은 여자친구 집안 사람들과의 갈등, 또 양과 바꾼 펜 이야기 등등도 특이했지만 평범하면서도 어쩐지 그 상황이 예상이 되는 방글라데시에서의 미국인의 경험담이 인상적이었다.

 

외국인 자체가 드문 나라였는지..아마 요즘에도 방글라데시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 방글라데시 여행다녀왔다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나 흔하게 가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그래서인지 외국인의 존재가 거의 영화배우 이상의 인기를 누린다고 하였다.

 

쳐다보는게 전부가 아니다. 외국인 한명은 도시 구역 전체를 마비시키는 위력을 갖는다. 당신이 나타나면, 상점 주인은 상점문을 닫고 뒤따라온다. .. 또 하루는 십여명의 아이들이 내게 달려들기도 했는데, 이들은 내 손을 잡고 두 블록 정도 떨어져 있는 다른 외국인에게로 끌고 갔다. 닷새만에 처음 만난 외국인이었다. 82p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하달 여행 동반자의 선택에 있어 항상 액운이 끼이는 피코 아이어씨 이야기도 재미가 났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런 상황에 처해 꿋꿋이 씁쓸한 여행을 해내고, 나중에 회상하며 달콤했다 여기는 그 상황이 유머가 없이는 힘들었을 거라는 것.  

피코 아이어는 친구 루이스와는 여행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든 엮여서 캄보디아, 아이티, 모로코, 미얀마, 터키를 비롯해 수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129p

특히 에티오피아에 도착했을때에는 100달러면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항공사, 에티오피아 항공으로 나라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편안한 코스가 있음에도 하루 렌트 비용이 240달러나 드는 자동차로 최소 열흘 이상 걸리는 전국 일주에 도전하자고 한 친구 루이스는 정말 최악의 트래블 메이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600여 편의 많은 이야기 중에 31편을 추려 엮어 내게된 론리 플래닛의 여행가들 이야기.

이 속에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보지 않고도 참 다양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평소에도 유머감각이 많은 서양인들이라 생각했지만, 여행자로써의 그들 모습이 웬지 선하게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아서 친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상황에 처해보기는 싫었지만, 만약에 처한다고 해도 그들처럼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유머도 준비하라는 작가의 말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세계일주 여행을 간략하게 다녀온듯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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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몰래 할머니 몰래 - 문광부우수교양도서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 2
김인자 지음, 심수근 그림 / 글로연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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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그림책이 까만 표지예요. 왜 그런 걸까요? 이 책의 주요 시간적 배경이 바로 밤에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주인공 아이가 들고 있는 랜턴이 제목을 비추고 있는게 재미나게 느껴지네요.

 

꽤나 영리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귀여운 소녀가 주인공이랍니다. 책장을 넘기면, 우왓. 하고 놀라게 돼요. 익숙하면서 낯선 그런 장면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배경은 실사로 된 흑백 사진이고, 주인공의 이야기만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맛으로 읽게 되더라구요. 아이도 그림이 아닌 사진 자동차를 보면서..부릉부릉 하고서 신이 나서 바라보더라구요. 차를 무척 좋아하는 아기라 그런가봅니다.

 

아빠가 자꾸만 차에 남들이 버린 폐지를 실어서 앉을 공간까지 부족해지고 퀴퀴한 냄새까지 나니, 아이의 얼굴은 좋은 표정이 될 수가 없네요. 뾰로통한 얼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에 비해 안경을 쓰고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박스를 챙겨드는 아버지 얼굴이 대조적으로 보이네요. 아하. 표지에 나왔던 랜턴 든 장면이 드디어 나왔어요.

신데렐라처럼 밤마다 밖에 나가 12시 이전에만 돌아오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보기로 결심한 아이의 표정이었답니다.

 

아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폐지를 모아 무엇을 하려고 하셨던 걸까요? 소중한 아이와 함께 하는 차 안이 퀴퀴해지도록 아버지는 신경을 못 쓰셨나봅니다.

아버지가 그토록 정신이 팔려있던 것. 소녀는 그것을 알고 아버지와 함께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폐지를 줍고 다니시는 나이드신 분들이 무척 많으시지요. 남들이 버린 다 헤진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며 여기저기 폐지를 줍고 다니시는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분들. 이상하게도 할아버지들 보다 할머니들께서 그렇게 폐지를 주우시대요. 그런 분들을 도와드려야겠단 마음을 먹기가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렸을적에는 하다못해 리어카라도 밀어드려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은데..어른이 되고 나니, 세상에 대한 의심만 많아져서 거리에서 노인분들 도와드리다가 인신매매를 당하는 이야기라던지, 무서운 일에 얽매이는 일들이 많아 자꾸만 우리 주위의 소외 계층에 대한 온정을 보내기가 어려워진것같아요. 그래서 옛날 우리네 같으면 당연했을 그런 일들이 요즘에는 훈훈한 이야기로 티브이에 방영되는 (티브이에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드문 일이라는 증거겠지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구요.

 

얼마전 아이 유모차를 끌고 가다가 폐지를 줍고 계신 아주머니가 길을 가로막고 계셔서.. 길을 비켜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유모차에서 손을 뗀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보도블럭이 좀 높은 곳이라서 손을 뗐다가 도로나 난간 아래로 유모차가 떨어질까봐 그랬을 수도 있지만..) 죄송하지만, 지나갈께요 하고 말씀드린 기억이 나네요. 연세가 드신 할머니셨으면 아마 제가 길을 뱅 돌아가서라도 뒤돌아 갔을텐데.. 좀 젊으신 분이시긴 했어요. 웃으시며 박스를 펴놓으신 자리를 조금 비켜 주셔서 지나갔는데, 자꾸 그 일이 마음에 걸리네요. 조금만 돌아가면 될 것을.. 왜 도와드리지는 못할지언정 비켜달라고 했을까 하고 말이지요.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아이가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만큼 자라면.. 그런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도록 저도 더 성장해있는 엄마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구요. 그런 상황에서 좀더 성숙하게 행동하는 그런 엄마가 될 수 있게 말이지요. 도움을 드릴수 있으면 도움을 드리고..(물론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인 엄마겠지만요.) 그러면서 같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렇게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구나. 어떻게 해서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을까 ? 하고서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답니다.

 

책의 말미에는 작가가 직접 읽어주는 멋진 시디가 들어있어요.

마음에 드는 책이면 녹음기처럼 반복해서 서너번이고 계속 읽어달라고 하는 아이와 몇권의 책을 읽고 나면 목이 다 아파옵니다. 어쩔땐 갈라진 쉰 소리가 나기도 하구요. 그럴때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시디로 들어봐도 색다를 것 같아요. 물론 그러면서 아이 혼자 놔두지 않고 같이 읽도록 노력해야겠지만요.

 

끝으로 재치있는 작가분들이 센스있는 선물도 하나 더 주셨어요.

누룽지 사탕. 숨은 그림찾기가 있더라구요. 저도 미처 모르고 있었는데.. 그림을 다시 쳐다보며 누룽지 사탕 찾는 재미가 생겼어요.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좀더 자란 아이들이 보면 더욱 좋아할 선물이겠어요.

 

재미나고 감동적인 그런 그림책이었네요. 아이의 발랄함과 아빠의 성숙한 마음이 어우러진 그런 동화였지요.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나올 법한 그런 이야기랄까요? ^ㅡ^

잔잔한 동화들이 감동적으로 흐르는 그 TV동화가 생각나는 이야기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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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 부모와 아이의 인연을 60억 분의 1의 기적
아오키 가즈오.요시토미 다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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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정말이지 아스카는 낳지 말았어야 했어.

엄마는 가벼운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아스카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런 말을..

 아스카는 숨을 꼭 참았다.가슴이 활활 타들어가는 것처럼 아팠다. 끊어져라 목을 움켜잡았다.

"어쩜 저럴 수가.. 엄마, 너무해."

 

아스카의 외침은 마침 내리기 시작한 빗소리에 묻혔다. 들리지 않는 자신의 목소리에 아스카는 불안해졌다.

'어, 목소리가..소리가..안..나와...'

아스카는 창문을 열고외쳤다.

"도와줘요. 나 좀 도와줘요."

있는 힘껏 소릴 질렀다.그래도 들리는 건 빗소리뿐이었다.

아스카의 외침은 풍선에서 바람빠지는 소리마냥 힘없이 6월 장맛비에 녹아들었다.

 아스카는 어둠 속에서 덜덜 떨며 서 있었다.

12p



 

책을 읽으며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는 어느 님의 리뷰를 먼저 읽었다. 그리고, 널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친엄마가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그 단어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싶은 아이의 고통이 먼저 전해져왔다. 그런 엄마를 겪어본 적이 없기에 소설에나 존재하는 허구의 일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이지만 책속에서는 분명 그런 엄마가 한 둘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착한 엄마인척, 좋은 엄마인척 가장하는 스스로의 나약한 내면을 감싸안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해 자신을 포장하는 그런 사람들.

 

책을 읽으며..얼마 안되는 페이지를 넘기고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앉아 호비를 보고 있던 두돌바기아기가 (한국나이로는 세살이지만, 지금 만 두돌을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내 손을 따뜻하게 꼭 잡아주는게 아닌가.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을텐데.. 신기하게도 작고 따스한 아기의 손길을 느낀 그 순간 아프면서도 그 아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예쁜 아가를 두고 어떻게 엄마가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스카의 엄마 시즈요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기를 두고 큰 아이와 차별하고, 낳지 말아야했다는 둥, 다리미로 손을 데게 하고도 미안해하지 않고, 목소리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아예 사라져버리라는 끔찍한 말따위 내뱉는다는건 엄마가 할 도리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가끔 뉴스에 보면..정말 뉴스에 나올만한 이상한 부모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아파트에서 던져버리는 끔찍한 이야기, 자신의 아이에 대한 학대가 자신이 받은 학대에서 이어져나온것이라 해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말이다.

 

시즈요가 아스카를 버리거나 학대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가 아스카에게 하는 것은 정신적 학대 그 이상의 것이었다고 본다. 아스카가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너무나 아파하여도 엄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다행인것은 그녀를 이해해준 담임 선생님과 그리고 뒤늦게나마 깨달은 오빠의 보호, 그리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으로 아스카는 사랑을 충분히 받은 여느 아이들의 강인함을 되찾는다.

 

부모의 학대뿐 아니라 학교에서의 왕따, 과도한 기대로 멍들어가는 아이들의 자화상 등 우리 시대가 껴안고 있는 많은 아이들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소설.

하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아스카의 줄거리 속에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어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이 되었다. 사랑으로 성장하고, 버팀목을 얻어내어 이제는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해주는 당당한 소녀가 된 아스카. 그녀의 멋진 모습은 자신을 학대하던 어머니에게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정상인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어머니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어머니의 상사의 등장까지..

 

세상의 복잡 다단한 이야기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갈 수도 있구나. 지금의 이야기가 또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고, 과거의 모습이 흘러나오기도 하는 구나 하는 그런 구성이 너무나 멋지게 표현되었다 느꼈다. 무엇보다도 아스카의 성장이 가장 아름다웠다. 그리고 용서할 수 없는 시즈요의 모습을 아스카가 아름답게 껴안는 그것조차도 너무나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같이 교감하고 반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직 아기가 어려서 그런 모습이 내게는 없었는지 몰라도 경쟁 사회 속에 아이를 그렇게 내몰지 않을 거란 자신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루토처럼 너무나 몰리는 극한 상황속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아이가 있다면 엄마로써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 것인가. 행복을 찾기 위해 성적을 우선시하고, 무조건 등수로만 해결되는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너 혼자 꿋꿋이 서도 괜찮다라고 토닥여줄 수 있을까.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아스카. 그런 아스카를 뒤늦게 이해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사랑이 앞으로도 활짝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진정한 아스카의 생일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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