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장수 문순득, 조선을 깨우다 - 조선 최초의 세계인 문순득 표류기
서미경 지음 / 북스토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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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25세의 홍어장수가 바다에 나간지 3년하고도 석달이 지난 다음에야 돌아왔다. 그는 류큐 (일본 오키나와), 여송 (필리핀), 중국 등에서 머물다 돌아왔으며, 그의 표류기간동안 현지의 언어를 익히고, 현지 문화 문물을 습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비록 상인이어서 문자를 알거나 기록할 형편이 되지 않았으나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가 풀어낸 이야기들은 마침 우이도에 귀양왔던 정약전에 의해 책으로 편찬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당시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전부 오랑캐로 보고, 그들의 문화와 언어 등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한다. 그런데, 그때에도 여러 나라에서 표류되어온 사람들이 있었고, 조선인 또한 다른 나라로 표류한 이력들이 많았다 한다. 기록되어 있는 증거도 여럿 있었고, 기록되지 않은 사실은 아마 더 많으리라. 그 중에서 실제로 문헌으로까지 남은 이가 있었으니 장장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러 나라의 풍습을 제대로 경험하고 온 홍어장수 문순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약전은 문순득의 경험담을 실학자답게 날짜별, 나라별, 주제별로 구분해서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뒤쪽에는 문순득이 류큐와 여송에서 배워 왔다는 신기한 외국어들을 한글 해석까지 달아서 적었다.

그렇게 마무리한 다음 표지에 "표해시말"이라고 적었다.

표류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고 나서 정약전은 문순득에게 천초 라는 자를 지어 준다.

이는 우리나라 개벽 이래로 해외 오랑캐 나라를 이 사람이 최초로 보았다는 뜻이었다. 249p

 



 

소중화사상에 젖어 꽉 막힌 양반들이 표류를 했다면 (그러기도 힘들겠지만) 그 나라의 풍습과 문물을 배우려 들지 않았겠지만, 홍어장수 문순득은 달랐다. 기꺼이 그들의 생활상에 스며들었고, 배울 수 있는 언어는 충분히 배워왔다. 그리고 여송에서는 실제로 노끈을 꼬아 내다 팔며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류큐에서는 조선인에 대한 대접이 후해서 생활에 곤란을 겪지 않았으나 여송에서는 표류인에 대한 후한 대접이 없어서 스스로 살아남아야했던 것이다. 게다가 조선과 여송의 교류가 전혀 없기에 기존에 정착민들이 있는 중국과 달리 그가 겪었을 소외감은 훨씬 컸을 것이다. 그렇게 배워온 여송어가 아주 유용하게 쓰일일이 생겼다.

 

조선 땅 제주에 표류해온 정체불명의 세 사람의 통역을해주게 된것이었다.그 표류민들은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으나 막가외 막가외만 외쳐댔고, 말이전혀 통하지 않는 조선땅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설움의 세월을 견뎌왔다. 그러던 차에 말이 통하는 문순득을 대하자 울며 웃다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바닷길을 건너는 일은 크게 항해와 표류로 나눌 수 있다.

..표류는 돌발상황에 의한 것으로, 늘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우연히 발생하는것이다.

.표류의 역할은 먼저 새로운 항로의 발견이다.

.. 또한 국제 교류의 매개역할을 했다. ... 68.69p

 

놀라운 모험을 하고 돌아온 문순득의 이야기. 그 표류의 여정으로 새로운 항로가 개척될 수도 있고, 새로운 문호가 트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정약전 등의 실학자들은 이 점을 아주 높이 사고, 표해시말을 한글로 적어내며, 문순득의 이야기에 깊이 매료되어갔다.

 



 

글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3년간이나 표류하면서 그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수도 있지만, 대개 글을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기억력이 좋습니다. .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민들과 격리된 표류민 신분으로 류큐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그렇게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가 이야기한 류큐 사람들의 생활이나 의복, 음식에 대한 기록들은 민속학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류큐의 장례식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들끼리만 지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무덤도 보고, 그 속까지도 봤다는 것은 실로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게다가 오키나와의 전통 장례식 기록으로는 문순득의 표해시말이 가장 오래된 자료일 것입니다. 153.154p

 



 

표해시말을 일본어로 옮긴 히로시마대 다와타 교수의 평가이다.

본의아니게 세계 여러 곳을 누비게 되었던 문순득이라는 한 상인의 이야기가 한글로 쓰인 책으로 나왔고, 일본에까지 번역이 되어 귀중한 자료로 선정이 되고 있다.

문자를 배우지 못했으나 그는 총명한 머리와 비상한 기억력으로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세한 풍습까지 꼼꼼이 정약전에게 전달을 해주었다.

그가 필리핀 등지에서 보고 배워온 화폐에 대한 조언은 당시 상평통보 하나만을 사용하고 있던 우리나라 화폐 개혁을 위한 좋은 조언이 되었으나 아쉽게도 그 의견은 묵살되고 말았다. 일찌감치 세상을 보고 배워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선시대 양반들에게도 깊은 감화 (물론 실학자들은 그 유용함을 일찍 깨달았으나 )를 주고 영향을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들은 중화사상 이외의 문물에는 눈과 마음을 닫아버렸기에 문순득이 보고 배워온 많은 것들이 사장되고 말았다.

 

나 또한 뒤늦게 알게 된 표해시말.

문순득과 함께 한 그 놀라운 여정에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비행기를 타고 몇시간만에 만날 수 있는 현대의 여행과는 다른 감명이 있었다.

나라의 비호 없이 한 개인이 타국에서 겪었을 설움과 한이 서려 있기도 했으나, 그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이었는지는 타국에서 외국어를 익히고,  생활하여 건강히 조선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는 조선 최초의 민간 외교관이자 통역관으로 바뀔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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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할 49가지 :13~24개월 - 세 살 엄마, 수다쟁이가 되어라
중앙M&B 편집부 엮음 / 중앙M&B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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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전만 해도 매일매일 육아일기를 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하루 이틀 빼먹기 시작하니 사이트에 접속해 육아일기를 쓰는 일이 힘들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기 두돌이 지나도록 육아일기에 손을 못 대고 있는 불량엄마가 되었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아가, 새로운 행동, 새로운 말로 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아이의 "첫" 시리즈를 더이상 기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엄마의 직무 유기가 아닌가 싶다.

만 두돌, 세살인 우리 아기, 우리 아기에게 꼭 엄마가 해주어야 할 이 시기의 중요한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기의 연령에 맞는 적절한 조언들을 담은 책들을 보면, 웬지 놓치면 안될것같은 마음이 들어 우선적으로 집어들게 된다. 세살난 우리 아기, 한창 두뇌가 발달할 엄청 중요한 이 시기에 내가 미처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게으른 엄마도 불안하기는 한가보다.

엄마, 아빠가 체육을 유난히 못하기는 하였지만, 걸음마를 늦게 떼었다거나 말이 늦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하루 이틀 기다려봐도 우리 아기의 걸음마와 말은.. (사실 언어는 걸음마에 밀려 그닥 걱정거리도 아니었다. ) 아뭏든 아이의 걸음마가 다른 아가들에 비해 한참 늦어서 (손잡고 걷는것은 그래도 시작했는데 혼자 서서 걷는 것을 제법 늦게 시작했다.) 느긋한 성격의 엄마마저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책이나 인터넷 육아 사이트 등에 들어가보면, 발달 장애니 소아과를 방문하라느니 하는 말들이 나와 있어서.. 멀쩡하고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를 치료 받아야 할 아이로 만들어버릴까봐 두렵고 혼란스러웠다.


조금 늦을 뿐 아이는 천천히 다 진행을 하였다. 사실 혼자 걷던 날이 뛰던 날이었고, 말도 좀 느렸다고는 하나 (엄마, 아빠는 일찍 시작해서 한참을 엄마, 아빠, 좋아 등의 말만 하였다. ) 요즘 들어 그동안 안했던 새로운 단어들을 따라 하고, 말해주지 않아도 책을 가리키며, 뱀, 배 등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아기가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 아기는 만 26개월이다.

이 책에서도 말이 느린 아기에 대한 조언이 잘 나와 있었다. 특히나 세살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수다쟁이가 되어야한다는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언어발달에 대한 세살시기는 무척 중요한 것 같았다. 나 또한 무척이나 수다스러운 엄마임에도 이상하게 아기 앞에만 서면 별 말이 없어지고, 친구, 가족들 앞에서야만 비로소 말문이 봇물 터지듯 터지는 듯 했다. 우리 아이가 말이 느린게 엄마 탓도 있었으리라. 열심히 반응해주고 대꾸해줘야 하는데, 그냥 축 늘어진듯 별 반응 없는 엄마. 그러니 아이는 재미나게 말하고 싶어도 말문이 자주 막혔으리라. 생각해보면 정말 미안하다.

엄마들이 직접 올린 각종 육아 고민 리스트를 각 자문위원들에게 보내고, 다시 엄마들 육아사이트에 의뢰하여 핵심 고민과 해답을 찾아낸 책.
0~1세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의 각 연령별 엄마의 고민에 맞는 책들이 세부적으로 나와 우리 아이 연령에 맞는 세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더욱 유익하게 도움을 얻게 되었다.

대소변을 가릴 때가 된것같고, 아이도 구분을 해서 신호를 보냄에도 불구하고 소변 가리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자꾸 싫다고 고개짓을 하는 우리 아들, 그리고 두돌까지 먹여야지 했던 모유 수유가 아직도 끊지 않아 이어지고 있는 것. 사실 이 두가지만 해도 나는 세살에 해결해야할 숙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책 속의 차근차근한 설명대로 배변 훈련은 시작해볼 생각이고, 모유 수유는 갑자기 끊지 말고 아이와의 대화로 차분히 해결해나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얻었다.

또한 아이 책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는데, 참고하면 좋을단행본 리스트들을 추천해주어서 미처 갖고 있지 않은 책은 새로 구입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법, 또 아이의 발달에 맞추어 놀아주는 방법 등이 소개되어 나처럼 서툰 초보엄마들이 참고하기에 좋은 서적으로 느껴졌다.

이제 곧 세돌, 네살을 향해 하루하루 커 나가는 우리 아들, 아들의 발달에 궁금증이 생길때마다 우리 아이 꼭 시리즈가 생각날 것 같다. 내년에는 네살 편을 사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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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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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해줄 거냐고 (뭘 해주겠다는이 아니라, 뭘 해주겠냐는 질문으로 신랑을 곤란하게 하였다.)했다가, 뭐가 받고 싶냐고 떨면서 묻는 신랑에게.. 아주아주 대단한게 받고 싶다면서.. 애를 태운 후에 "평생 나를 사랑해주는거."라고 대답하자, "에이, 그건 당연한 거잖아. 난 또 시간도 없는데 여행이라도 가자고 할까봐 그게 제일 겁났네." 라는 신랑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 요즘 우리 신랑은 유난히 더 시간이 없다. 앞으로 아마 몇년동안은 휴가도 제대로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시간이 없이 바쁜 남편, 우리 부부의 행복을 위해 나는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여행을 떠나는 법을 터득해야한다.
 
여행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끼곤 하던 것은 내게 있어 가장 쉽고 편한 여행 중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아예 책 제목을 책 여행책으로 내걸고, 세계일주를 편하게, 휴가 없이 집에서 하고 싶지 않냐는 유혹적인 문구를 나는 차마 뿌리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웅진의 책, 그래, 어떤 내용일까? 세계 일주라니 모든 내용을 다 담아내기가 무척 힘겨울텐데.. 책 속에서 여행하겠다는 진리로 또 어떻게 책을 써냈을까? 궁금증이 여러가지 겹쳐서 책을 펼치게 되었다.
 
작가는 유랑을 즐기던 사람이다. 여행을 즐기던 이가 마흔이 넘어 여행 전문 작가로 나서자 오히려 유랑을 하던 과거의 삶이 그리워졌다.
그런 그 또한 직접적인 여행 뿐 아니라 책을통한 여행, 책 여행도 즐기고, 또 여행을 다녀와 쓰는 책인 여행책도 즐긴단다. 이 책은 그 책 여행과 여행책의 만남인 책 여행책이 되어버렸다. 실제 단원도 책을 통한 여행이 시작된 책여행과 (어떤땐 책을 통해서만 여행을 끝낸것인지 실제로 거기를 다녀왔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문장도 여러 군데 있었다. 헷갈리게 썼다면 그가 너무 생생하게 썼다는 걸까? 아니면 정말 책을 통해 여행하고 실제로 또 전부 다녀왔다는 것일까? ) 여행을 다녀와 쓴 책 , 여행책 두 챕터로 나뉘어 있다.
 
이 책에 매료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나보다. 강원도 봉평에서 오로지 친구 하나 만나겠다고 버스를 갈아타고 몇시간 이동해서 내려온 친구가..
이 책을 보더니 금새 빠져들어 재미나게 읽고 있는 걸 보면, 누가 언제 어느 때 읽어도 재미난 장소와 추억을 되짚을 수 있는 그런 책이 되나보다.
나는 대부분 다 못 가본 곳들이고, 친구는 캐나다, 미국 등 다녀온 곳이 많아 더 떠올리기 쉬운 곳이 많았을런지도 모른다. 참 재미있다며 잘때까지 손에서 못 놓던 바로 그 책.
 
 숨 막히게 빽빽하지 않은 글씨들, 그리고 여행책에 대한 소개글과 더불어 쉬엄쉬엄 들어가는 그 시작들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가 분석하는 책을 통해 나는 또 여러권의 여행책을 새로이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은 우리나라 작가 중심의 우리나라 여행가 중심의 여행 에세이 들을 읽어왔는데, 외국 여행가의 다양한 여행 서적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여러모습을 만나 볼 수 있었던 것. 일생에 한번 가볼까 말까..어쩌면 평생 못 가볼 그런 곳들도 박준의 책 여행책을 통해 세밀하게 만나 볼 수 있었다. 빽빽하지 않은 글에 매료되었다는 것은, 빽빽하면서 쉼표 하나 없을 듯한 그 꼿꼿한 책들에 이미 질려버렸다는 뜻도 되리라. 분명 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으나 어쩐지 쉼표를 찍어주고 있는 듯한 이 책의 여운은 여행을 즐기는 자의 입맛에 딱 맞는 그런 세심한 배려가 가득 하였다. 재미난 삽화와 더불어 말이다.
 
알쏭달쏭하던 시각이 뒤죽박죽되어버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의 새로운 충격,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정신적 방랑자의 꿈에 합일되는 샌프란시스코와 파리의 풍경, 그 중에서도 작가가 더 좋아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느낌, 게이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통념의 끝, 상식의 끝에 있는 정말 밝기만 한 세계 프로빈스타운. 몇시간이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몇십년이고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파리의 셀렉트 카페.
 
중간에 어느 페이지를 열어 그 부분만 읽어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단편적인 그 느낌이 좋았던 책.
 
페스의 집은 그가 소개한 수많은 여행서적 중에 관심을 갖고 읽을뻔했던 책이었다. 그래서 그의 소개가 더 남다르게 와닿았던 책.
 
이 도시엔 이곳만의 정서가 살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밀접하지만 모호하고, 골목길을 걷는 젤라바 입은 노인을 따라가고, 저 노인은 어디로 갈까 궁금하게 여겨지는 겁니다.
그 후 당신은 어떤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안뜰이 나오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메디나에서는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합니다. 166p
 
그의 소중한 소개글과 여행기를 읽으며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수많은 여행서적들을 잠시 접어두고 여행책으로 넘어갔다.
어디서나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이탈리아의 즐거운 여행, 핀란드에서 고독의 긍정적인 힘을 깨달았다는 작가의 성찰, 맨해튼에서 못 느낀 사람냄새를 할렘에서 느끼고 온 추억담, 낯선 손님을 받지 않는 특이한 문화의 교토 기온의 음식점, 여행의 느낌을 그저 어떻게 어디를 다녀오라 하는 식의 정보지 처럼 접했던 수많은 여행에세이와 달리 그의 여행책은 좀더 특별했다. 여행지에서 그가 느낀 감정에 더 솔직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더 민감했던 여행.
진정한 여행은 풍경과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국에 가고 싶어 돈을 모은다는 캄보디아의 일당 5불 청년부터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빠이에서 만난 켄. 그리고 그가 만난 무수한 길위의 사람들.
 
이제는 안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이순간은 이순간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없어도 그만이다.
그러니 조급하게 굴지말고 이 순간을 즐길것!
 요즘 내가 자주 되뇌는 말이다. 335p
 
세계 곳곳을 누비는 책여행책을 마무리해냈으면서도 그는 새로운 유랑을 꿈꾸는 진정한 여행가이다. 그의 책여행책으로 나는 책여행을 즐기는 마니아에서 어쩐지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느낌을 받았다. 작지만 소중한 그 느낌.. 그 느낌이 참 좋다. 언제고 다시 펼쳐들며..
짧지만 강렬한 세계 여행을 다녀올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책여행책을 펼쳐들고 나만의 여행지를 꿈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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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아이쿠 1 : 길을 잃었을 때, 교차로 안전, 횡단보도 건너기 - 어린이 안전 교육 애니메이션북 우당탕탕 아이쿠 1
마로 스튜디오 지음, 김정한 구성 / 애플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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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살인 우리 아기와 횡단보도를 건널때는 꼭 손을 들고 건너라고 말을 해준답니다. 그러면 작고 앙증맞은 손을 번쩍 들고 다른 손은 엄마 손을 꼭 붙잡고 건너네요.
엄마랑 같이 다닐때는 괜찮은데, 이제 우리 아이 좀더 자라서 혼자서도 건널 때가 되면 더욱 생활 속 교통 수칙들에 대해 꼼꼼이 알려주고 싶었어요.

언젠가 봤던 일본 아이들이 나오는 티브이 프로에서 그런게 있었어요. 교통 법규에 대한 프로였는데, 유치원 아이들이 줄 지어 등하원을 하고 있어서.. 교통 규칙을 지키지 않고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너면 어떻게 되느냐? 물었더니.. "죽어요" 하고 입을 모아 대답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어요. 그 무서운 단어, 금기시되는 단어를 쉬쉬하지 않고 가장 충격적인 상황까지 말해줌으로써, 교통 규칙을 지키지 않은 손실이 얼마나 큰지 아이들이 그 무서움을 실감하도록 하는 교육 방식이었어요.

사실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교통 법규에 너무 소홀했던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엄마가 되면서부터 저 또한 더욱 민감해진 문제기도 했지만, 가까운 가족이 주차장에서 주차하던 차에 치어 심하게 골절을 입어 몇달을 입원했던 경험도 있는지라 정말 일분 일초 실수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답니다.


어른들부터가 눈 크게 뜨고 실천해야 하는 교통 법규, 그 시작을 아이때부터 탄탄하게 다져주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이 책은 e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우당탕탕 아이쿠 시리즈인데, 아기를 낳고 티브이를 잘 보지 않아서 티브이에서는 못 봤던 내용이었어요.
그래도 그림책으로 만나니 만화같은 내용이 신선하게 느껴지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난 캐릭터와 귀여운 곰돌이가 인상적이라 아이도 어른도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이었네요.

위험으로부터 아이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는 행운이 늘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진 않습니다..라는 표어가 정말 무섭게 와닿습니다.
내 목숨보다도 소중한 우리 아기,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길을 잃었을때 교차로와 횡단보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부터 꼼꼼하게 알아야하겠지요.

완두행성의 어린왕자 아이쿠는 난폭하고 제멋대로이고 (ㅎㅎ 어떤 아이들은 뜨끔하지 않을까요? ) 사고뭉치 아이랍니다. 사실 어떤 아이는 대부분의 아이에 다 해당되지 않을까 싶어요. 난폭하기까지는 아니겠지만,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게 많은 호기심덩어리 우리 아이들을 귀엽게 묘사해낸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네요.

그리고 왕자가 타고온 희한한 우주선은 바로 비비랍니다. 귀여운 곰돌이로 활동하지만, 유사시 이쑤시개부터 우주선까지 아주 다양하게 변신을 하죠. 뚱뚱이 광선을 쏘아 상대방을 뚱뚱하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악의 세력인 카르망 콩드 백작도 등장하구요. 어디선가 본듯한 쫄쫄이 타이즈가 몹시 부담스럽네요.

아이쿠와 비비가 처음에 공룡이라 부른 지구별의 예쁜 아가씨 레미도 등장합니다. 안전수칙을 책임져줄 든든한 지원군이지요.



http://cafe.naver.com/ikoo사이트에 들어가면 길건너기 송을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가 있어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방법을 외우기 쉽게 노래와 그림으로 표현을 해서 재미나게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답니다. 챕터가 끝날때마다 아이쿠 테스트가 나와서 3지선다 객관식으로 정답을 고르게 되어 있어요. 책을 재미나게 읽은 어린이라면 누구나 쉽게 정답을 체크할 수 있지요.


또 엄마와 같이 나섰다가 길을 잃어버렸을때도 어떻게 하면 좋은지 대처 방안이 나와 있어요.
내 이름, 부모님 이름, 연락처 등을 잘 외워 말할 수 있어야 하구요. 길을 잃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엄마를 기다리는게 중요하지만, 그래도 금방 엄마가 오시지 않으면 경찰이나 안내요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한답니다.

말썽쟁이 아이쿠 왕자와 귀여운 비비와 함께 한 재미난 생활 수칙 배우기.
이번편에는 쫄쫄이 바지 아저씨는 등장하지 않았네요. 아마 다음 편에서 만나게 될건가봐요.

색감이 알록달록한 만화라 우리 아기도 재미나게 보더라구요.
자기가 갖고 있는 붕붕이 자동차들을 들고 와서 신나게 맞춰보구요.
엄마는 다시 한번 교통 안전 수칙에 대해 짚어주었지만, 만 두돌박이 아기에게는 아직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어렸을적부터 차근차근 습관을 들이는게 가장 중요한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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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나를 사랑해
다비드 사피어 지음, 이미옥 옮김 / 김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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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느낌이 물씬한 이 제목의 소설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소설, 특히나 연애소설이 될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너무나 재미나게 읽었던 소설.

이름만 예수지, 사실은 연애소설이예요 라는 추천의 글을 듣고는 "그랬다. 가끔 나도 추천받아 책을 읽곤 한다." 아..남자친구 이름만 예수님이지, 실제 예수님과는 무관한 글이구나 했는데.. 아.. 내 상상은 착각~

 

그 남자친구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예수님 맞다.

행운의 여주인공은 마리.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날씬하며 매력적인~~.. 과는 거리가 먼..

스벤이라는 남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2kg을 감량하고 나니 69kg이 된 여성이자..

나이는 30대 중반. 그리고 다수의 남친들에게 차여본 경력이 있는 밀땅의 선구자와는 거리가 있는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기밖에 안보인다는 콩깎지 씌인 남자친구 스벤과의 결혼식에서.. "아니오"라는 황당한 답변을 해버리고는 집에 와 이상한 기분으로 웨딩드레스만 벗고 잠이 들게 되었다가.. 천장이 새는 방안을 감당하기 힘들어하자.. 고쳐주러 온 사람이 바로 너무나 멋진 남자.. 여수아(예수) 였던 것.

 

그는 정말 매력적인 남자였다. 브리짓 존스와 김삼순이 오버랩되어 떠오르는 발랄한 우리 마리양과 얼마나 어울릴까 싶을 정도로..

음..그렇게 역으로 생각해보면 아마도 예수의 모습은 현빈과 콜린 퍼스를 혼합해 생각해내면 되는 것일까?

게다가 조지 클루니로 등장하는 사탄과 에마 톰슨으로 분한 하나님은 또 어떠한가?

 



 

"오랫동안 누구도 그러지 않았는데 그녀는 나를 감동시키는 구나"

 

가브리엘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완전히 뒤집어놓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천사가 되어 마리가 태어나지 못하게 만들어놓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 천사가 아니라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요?"

 

"어린 소년이었을때부터 모두들 내안에서 신의아들만을 보았어."

 

예수가 설명했다.

 

"하지만 마리는.. 그녀는....그녀는.. 내안에서 뭔가 다른 걸 봐."

 

"살사 춤을 추는 댄서를?"

 

"완전히 평범한 사람을.."

236p



 

 

소설도 발랄하지만, '그 사이'라는 작은 활자의 중간중간의 새로운 사건과 (처음에는 전혀 연관성 없는 상상 속 이야긴 줄 알았는데.. 절대적으로 연관성 있는 아주 중요한 사건들이다. ) 마리의 친언니인 카탸가 그리는 마리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또한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었다.

 

 



 

마리에게 이별 선물로 남겨주고간 카탸 언니의 선물.

 

마리를 눈물짓게 한 그 이야기는 정말 자매의 뜨거운 우애를 가늠하게 하는 만화였다. 아, 나도 내 동생과 이렇게 행복하게 아끼고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올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읽혀질 소설 예수는 나를 사랑해는..어쩌면 종교적 관점에서는 발칙하게 느껴질..그런 소재일 수도 있다.

 

감히 예수를 인간, 그것도 가브리엘 목사의 기준으로 한참 모자라게 느껴지는 (마리는 신앙심도 부족하고, 부모에 대한 공경심은 더더욱 부족하다. ) 마음에 안드는 구석 투성이인 마리의 애인으로 등장시키다니.. 게다가 엄청나게 중대한 과업인 최후의 결투를 포기할 정도로 그들의 사랑이 진척되자, 하나님조차 당황하는 그런 촌극이 벌어지고 만다.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기발하다고 느껴진다.

 

종교를 싫어하는 사람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모르겠지만.. 굳건한 믿음을 가진 사람 눈에도 발칙하기 짝이 없게 느껴질 터라..

 

이 소설을 재미나게 읽은 나는.. 나이롱 신자여서 그런것인지 몰라도.. 아..그래도 종교 심판에 의한 불의지옥 이야기는 다시금 내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그동안 난 참 회개하지 않고 그냥 살아왔는데 말이지...어떻게 하나..영원한 불의지옥..

 

구세주와 신앙 앞에 지극히 현실적인 평범한 여성 마리의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써..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너무나 소탈하게 풀어내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아니면 자유 의지없이 살고 싶은 거야? 마리?"

 

이런 질문을 받자, 내 머릿속에서 북한 사람들, 톰 크루즈와 같은 과학 회원들과 의지가 없는 좀비들의 그림이 차례로 지나갔다. 346p 

 



 

 (참으로 시니컬하고 재미난 그녀, 이렇게 사회적 풍자까지 되돌려 하는구나 싶었다. 아니 이건 되돌려 하는게 아니라 얼마나 직설적인가? )

 

예수와 마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또 인류 최후 종말의 대결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직접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물론 이렇게 희화화되는 결말은 있을 수 없겠지만..그렇지만.. 간만에 정말 너무나 재미나게 읽은 (종교???) 소설이었기에 새로운 자극으로 매력적인 예수를 대하고픈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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