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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전 1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스페인 현대작가 중 해외에서 가장 많이 소개된 작가 아르투로 페레서 레베르테는 뒤마 클럽으로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2003년에는 최연소 스페인 한림원 멤버로 선정되기도 한 작가의 작품은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작품 역시 전쟁으로 인한 인간이 받은 상처와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어쩌면 공성전과 비슷한 맥락으로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처음에 공성전이라는 제목을 보았을때 공성전이라는 말의 뜻을 잘 몰라서 찾아 보았더니 성이라는 전략적 요충지에 기대는 적을 공격하는 것을 공성전이라고 하고 기본적으로는 적의 보급선을 차단하고 방어선에 파상공세를 해서 적을 공격하는 작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책의 내용과 제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19세기 초반 스페인은 식민지였던 라틴 아메리카에서 일어난 독립전쟁과 프랑스 나폴레옹군의 침략으로 초토화 되었지만 작은 항구 도시 카디스만이 프랑스에 점령당하지 않은채 버텨 오고 있었습니다. 나폴레옹군은 카디스를 정복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는데 카디스 안에서는 소녀들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사건들이 일어났고 형사반장 타손은 이 사건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고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범인에 대한 윤곽조차 없는 가운데 소녀들이 죽은 곳에는 프랑스포 공격이라는 공통된 사실이 있다는 것만 밝혀진 상태에서 범인을 잡기 위한 반장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긴장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항구도시 카디스의 무역상인 아름답고 지혜로운 롤리타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살인 사건이라는 공포가 깃든 작은 항구도시 카디스에서 펼쳐지는 로맨스가 어떤 결말로 이어가게 될까 기대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카디스는 작은 도시이지만 그곳은 마치 거대한 체스판에 빗대어진것 같은 모습으로 너무나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안과 밖으로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공성전에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카디스 함락을 위한 대포개발 책임을 진 프랑스 포병대 대위 데포스,연쇄살인마를 쫓는 타손 반장 그리고 명문집안의 딸 롤리타,스페인 무장함선의 선장 페페 로보,체스의 귀재로 타손 반장과 친분이 있는 바룰 교수등 이들이 보여주는 개성 넘치는 이야기 속에는 그들이 처한 시대 상황 때문에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만 되는 아픈 현실과 사랑이 숨어 있습니다.
카디스는 작은 도시이지만 그곳에서는 무역업과 해운업이 활발하게 발달되었고 선원들과 해적, 장사꾼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그곳에서는 정치와 항해, 권모술수가 있고 살아있는 바다를 배경으로 프랑스군이 마지막으로 차지하고자 했지만 난공불락의 요새였습니다. 좁다란 연륙길 하나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그곳에서 하나밖에 없는 연륙 길은 요새화 되어 있고 이런 상태에서 공격은 자살행위였기 때문에 프랑스군은 포병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던 데포스대위에게 요새를 공격한 포개발을 책임지게 했지만 데포스는 전쟁이 기술적 도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고의 명문 집안의 딸인 롤리타는 시대적 상황에 의해 자신이 가문을 이끌어가야 되는 상황에서 사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 그녀가 추구하는 것들은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그녀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은 체스판의 작은 말처럼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이동하는 힘없는 존재일 뿐이고 그 결과 남겨진 상처와 아픔을 통해 전쟁의 잔인함과 슬픔만이 남아 있는것 같습니다.
전쟁의 포성과 잔인한 살인마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느끼면서 읽게 되는 공성전은 역사와 함께 스릴러가 공존하면서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잔인함을 느낄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