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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ㅣ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평점 :
얼마 전 아이 유치원 참관수업을 마치고, 앞 집 사는 친구 할머니와 차를 마시게 되었다.
20년쯤 된 집이었지만 나무냄새가 살아있고, 정성스럽게 가꾼 흔적이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작은 창문의 하얀 커튼이었는데 낡은 본인의 잠옷으로 직접 손바늘로 만들었다고 했다.
33년이 되었다는 찻잔도 참 멋스러웠다.
언제부터인가 손떼 묻고,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새로운 것과 새 것들이 더 이상 깊은 의미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이세 히데코 글, 그림 김정화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은 오래된 것의 긴 여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절절이 느낄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소피,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도감이 망가지고 말았다.
책방에는 새로 나온 식물 도감이 잔뜩 있었지만 소피는 자신의 도감을 고치고 싶었다.
그리고 릴리외르를 찾는다.
를리외르. 말하자면 책 제본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책제본이 아니라 책의사, 책에게 새생명을 주는 일이었다.
소피가 소중히 여기는 책을 릴리외르 아저씨는 책을 낱낱이 뜯어내고, 다시 꿰매 묶고,
표지를 만들고 , 두드리고... 많은 공정을 거친다.
나무옹 같은 할아버지의 손,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릴르외르였다. 대를 이은 직업이다.
결코 화려하거나 쉽지 않은 직업.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제본할 때마다 책은 새생명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의 직업정신이며, 장인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피는 아카시아 그림의 표지의 새생명을 얻은 도감을 만난다.
그리고, 식물학 연구자가 되었다.
수채화 기업의 일러스트와 꼬마 소피와 릴리외르 아저씨의 작은 것에서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찾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