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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자의 일기
엘리 그리피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나무옆의자 / 2021년 8월
평점 :
낯선 자의 일기 저자 엘리 그리피스 장편소설.
2020년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상 수상작
이라는 소설.
저자의 본명은 도메니카 데 로사.
이탈리아 혈통이 섞인 자신의 삶을 반영한
<이탈리안 쿼터>로 데뷔해서 이탈리아 배경으로 한
소설 시리즈 4권을 출간했다고 한다.
엘리 그리피스라는 이름으로
<크로싱 플레이스>를 시작으로 범죄 시리즈 13권과
다양한 책을 펴냈고, 루스 갤로웨이 시리즈는
영국에서만 1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처음 접하는 작가이지만, 이력으로 느껴졌다.
글에 대한 자부심(?)이,
필자는 무엇보다 스릴러를 좋아하기에 무척 기대됐다.
고딕 스릴러라는 소개말이 인상적이던 소설이었다.
고딕 스릴러? 하면
음산하다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실제로 책 속의 내용도 음산한 느낌이 가득하다.
이 책은 세 명의 시점으로 풀어지는 소설이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클레어와
과거 클레어가 일하는 학교에 다녔던 형사 하빈더,
클레어의 딸 조지아의 시점으로 교차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과거 누군가의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좀 혼란스러운 전개이다.
적응될 만하면 바뀌고, 익숙해질만하면 다른 시점으로 바뀐다.
먼저, 클레어는 영국의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다.
중간 방학 때 가르치는 문예창작반 수업을 진행하던 클레어는
어느 날 동료 직원 엘라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엘라가 죽었다."
p18
엘라는 클레어와 친하게 지내던 동료였다.
엘라의 행실이 바르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어찌 됐든 누군가의 침입으로 인한 사망은
클레어에게 충격을 가져다준다.
나중에 찾아온 형사에게 엘라의 시체 옆에서
발견된 쪽지 내용을 전해 듣게 된다.
"지옥은 비었다." 나는 읊는다.
"그리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
p89
셰익스피어 희곡 <템페스트>의 인용구인 쪽지 내용을 전해 듣고,
그날 밤 자신의 일기장에서
클레어는 낯선 필체를 발견한다.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
p97
또 다른 인물 형사 하빈더는
클레어의 시점에서 바라본 상황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어낸다.
하빈더는 클레어를 어딘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심하기도 한다.
재밌는 건, 도도하고 차가운 클레어의 모습을
독자에게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이런 점이 좀 흥미로웠다.
성소수자인 하빈더의 이야기와 가족의 이야기,
엘라의 사건을 파헤치면서 클레어를 의심하는 여성.
또 다른 인물, 클레어의 딸 조지아.
클레어의 시점에서는 그저 노는 것만 좋아하는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친구가 있는 딸로 보였지만,
조지아의 시점에서는 엄마 클레어가 보던
딸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점도 신선했다.
클레어가 쓰고 있는 책,
R.M 홀랜드가 거주했던 집이
클레어의 학교 별관이라는 점과
홀랜드가 살았던 다락방,
유령, 다양한 인용문들,
과거에서 맞물리는 소설의 사건들이
탄탄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결말 또 한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생각보다 긴박한 긴장감이 없다.
이야기의 힘은 있지만,
빠져드는 힘은 약했다.
플롯이 신기할 정도로 짜여 있어서
저자가 많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대단하기도 함)
그래서인지 인용문, 내용도 알차고
신선한 고딕 스릴러물을 읽은 것 같다.
평소 스릴러나 고딕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