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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안녕 ㅣ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동화
도종환 지음, 황종욱 그림 / 나무생각 / 2007년 2월
평점 :
[2007. 2. 20 Charliemom]
물의 결정체도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들었을 때 그 결정의 모양이 다르다고 하였다. 마음에 생긴 생채기와 몸에 생긴 생채기. 둘 다 같은 무게일까? 읽으며 가슴으로 머리로 참 많은 이야기가 맺혔다. 어린 자두 나무가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던 슬픔. 그것은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실제 자연의 모습이기도 했으며, 몸이, 마음이 상처받은 어린 영혼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빨갛고 예쁜 자두 열매를 이제 곧 맺으리란 소망을 지녔던 어린 자두 나무. 그 나무를 자신도 모르게 부러뜨린 산에 놀러온 그 꼬마아이와 엄마. 나무의 눈물이 가슴 아프다. 나무에게 실수해서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부러뜨린 가지를 보며 무심코 지나쳐 버리며, 마치 그럴 권리라도 부여받았듯이 자연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 나무 뿐이었겠는가? 읽는동안 나는 어떠했지 돌아봤고, 자연에게 참으로 큰 빚을 지고 있었다.
부러져서 널부러진 채 점차 죽어가고 있었던 어린 자두 나무. 하얀 얼굴빛의 낮달이 와서 말을 걸어주고, 밤나무, 산벚나무, 골짜기의 물, 모두 자두 나무를 걱정하며 위로해 주지만 고통은 여전하다. 주인아저씨가 겨울 준비를 위해 왔다가, 어린 자두나무를 보고 막대기를 대고 끈으로 묶어주어 그대로 자두나무가 죽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말을 잃고, 마음을 잃었던 어린 자두 나무는 별의 요정이 정성을 도와 가까스로 치유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속에 흐르는 고운 말이 좋았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자연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름없이 볼품없는 파리한 풀 한포기일지라도, 골짜기의 졸졸 흐르는 가느다란 실같은 물줄기라도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처받은 여린 영혼 또한 치유받을 수 있는 책이였다.
책을 덮으며 나는 소리치고 있었다.
'나무야, 안녕? 나무야, 미안해. 나무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