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을 이야기
고정욱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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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를 읽으며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메모를 하며 읽는 저를 보고 책이 무척 궁금했던가봅니다. 잠시 내려놓고 나갔다 온 사이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엄마, 이 책 고 정욱 선생님께서 쓰신 책이네요.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랑 안내견 탄실이도 쓰신 분이요.”

“응 그래. 두 권 다 참 감명을 많이 받았던 책이었지?  그런데 고 정욱 선생님에 대한 작가 소개 글만 읽어서 여태 몰랐던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되었구나.”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또 다시 빠져들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 책을 거의 읽고 난 후 마침내 아이는 고 정욱 선생님과 언젠가는 꼭 한번 만나 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염원이 통했던지 우리는 얼마 전에 고 정욱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뵐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덕분에 더욱 많은 생각을 안고 올 수 있었습니다.



책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조선시대의 문필가 김만중 어머니 윤씨의 부인의 노력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직접 책을 베껴 공부할 수 있도록 했던 부분이나 틈틈이 길쌈을 해서 가계에 보태면서도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소중한 무명 한 필을 거침없이 잘라 책을 샀다는 말에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또한 최근에 이 책 저 책 끝까지 읽지 않고 여러 책을 보는 아이에게 무척 싫은 소리를 많이 했던지라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 자신도 재미없는 책은 끝까지 읽지 못하면서 아이에게는 끝까지 다 읽어야 도움이 된다고 말했으니까요...  책은 이래서 늘 가까이 해야 하지 않을까 또 한 번 생각해봅니다. 늘 자신의 틀 안에 갇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것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책에 대해서는 남다를 만큼 아이에게 많이 만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한 가지에 대해서는 크게 잘못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중요한 부분은 밑줄을 쳐 두거나 메모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싸고 좋은 책일 경우 안에 정보가 중요하더라도 표가 안 나도록 조심조심 하면서 보라고 은연중에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이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아이가 보는 영어책도 메모나 글씨가 필요하고 그림책이나 좋은 책일 경우도 필요한 부분에 제 생각을 메모해 두는 것이 다음에 볼 때도 또 한 번 생각을 더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에 무척 공감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지 꽤 여러 날이 지나 그 때의 메모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제는 책에 적고 싶은 내용이나 생각하는 점이 있었다면 마구마구 쓰라고 해야지.’ 이 책 옆의 여백은 메모하기에 너무 좋아 그런 다짐을 적어두었지만 생각의 변화가 행동으로 옮겨지기에는 쉬운 일이 결코 아니란 것만 또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많은 이야기와 경험담을 만나며 전부 안아야 될 말씀이었지만, 원시림의 성자, 슈바이처의 말씀은 계속 읽으며 새겨야 되겠습니다.

“독서는 단지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이다.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꿈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때 이루어진다.

노벨은 물질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위험하니 그만두라는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민과 연구 끝에 마침내 해저나 호수 밑에 가라앉은 규조토에 니트로글리세린을 스며들게 해서 안전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할 수 있었습니다. 늘 한꺼번에 이 일 저 일을 하다가 결국 끝을 내지 못해서 많이 야단을 맞는 저희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언젠가는 선생님 말씀처럼 자신의 단점을 잘 생각해서 활용하며 많은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기를 꿈꿔 봅니다.  욕심 같아서는 얼마 안 있어가 곧 되기를 기원하지만요.

인생을 한 해 두 해 살아가면서, 몸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정신도 자랍니다.  옷을 입는 데 있어 첫 단추를 잘 채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실수로 잘못 채워진 단추 이하로는 전부 잘못 채우게 되어버리는 비극이 생깁니다.  잘못 채워진 것을 빨리 알수록 그만큼 받는 수모와 자기 분노 또한 적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틀에 박힌 생활, 틀에 박힌 사고방식. 지금에라도 깨버리도록 이 한권의 책은 말해주었습니다. 내 아이에게는 어른이 되어서 변하지 않도록 열린 생각을 하게 이끌어주며, 어른이 되어 잘못 채웠던 단추에는 다시 한 번 손길이 가도록 이끌어주는 소중한 인생의 지침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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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것 - 역사가 샘솟는 이야기 옹달샘, 옛날이야기 5 역사가 샘솟는 이야기 옹달샘, 옛날이야기 5
옛이야기 연구회 엮음, 최용선 그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추천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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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mom]

옛날 이야기하면 할머니가 화롯가에서 구수한 군밤을 구워주시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난다.  “옛날 옛적에 말이야~”라는 목소리까지 들리면서... 그렇게 따스하고 행복한 곳으로 우리 집에 있었던 일처럼 뇌리에 선명히 각인 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도 그러셨지만, 아이의 할머니도 아이를 끼고 “옛날 옛날에~”하는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해주시기보다는 살아가는 다른 이야기들로 화제가 늘 넘쳐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구전되어 내려오던 재미있고 슬기로운 우리 조상들 이야기는 어디서 들으면 좋을까?

구전되어 내려오는 대표적인 심청전, 콩쥐 팥쥐, 장화홍련 등은 어려서 전래동화로 아이들이 꽤 많이 만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이야기 옹달샘‘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에서는 꽤 많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어리석음을 간파하고 재치를 배우며, 주제 또한 명확해서 저학년에게 이성과 독서력을 길러주기 알맞기에 이런 이야기책들이 많이 선택된다.  만화책만 유달리 좋아한다거나, 책의 분량이 조금만 많아도 읽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책이 참으로 안성맞춤이다. 

여러 이야기가 재미와 지혜를 선사했지만, ‘꾀 많은 토끼’는 어른의 시선으로 보자면 참 황당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재미있는 사건이 없을까 두리번거리다가 겁도 없이 곰에게 약을 올려 독수리에게 잡아먹힐 뻔 하고. 겨우 정신을 차려 황당하게 내뱉은 말 한마디에 살아남게 된 건가 생각했더니, 사막 같은 섬에 떨어져 죽을 운명이 되었다.  자라를 만난 토끼는 자라에게 온갖 몹쓸 소리를 퍼부어 무사히 섬을 빠져 나오게 되었다. 이제 살았을까?  아니, 덜컥 덫에 걸려 이제는 토끼가 영락없이 죽게 되었구나 싶었는데...  그야말로 꾀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쇠파리를 약을 올려 순식간에 쇠파리떼가 자신의 몸에 온통 구더기를 낳게 해서 죽은 지 오래 된 것으로 오인한 사냥꾼이 풀어주게끔 만들다니...

단지 재미를 찾던 토끼가 곰에게 덤빈 것은  ‘저런 엄청난 짓을?’하고 눈이 커졌지만,  그 무모한 배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때로는 한번 내지르는 수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극적으로 살다가 보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저 넓은 세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도 토끼는 절대 포기 하지 않았다.  늘 ‘어떻게 이 난황을 헤쳐 나갈까?’만 생각했던 토끼의 가치관은 삶을 살아가는데 진정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많은 상황을 만나고 생각해보게 하는 글에서 어른의 내 생활도 돌아보게 될 때가 많다.  웃음 또한 끊이지 않게 하는 책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질문할 수 있는 책. 내 아이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옛 이야기를 듣는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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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우리마음 잘 몰라 즐거운 동화 여행 7
윤수천 지음, 허민영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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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mom] 

가정이 화목한 것이 아이들은 행복이라는 것을 때로 모를 때가 있다.  상냥하신 엄마, 휴일날을 기꺼이 함께 해 주는 아빠.  그럼에도 투정부리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무척 부러운 아이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부모님중의 한 분의 부재로 생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든 아이들은 그렇다.  부모님이 계셔서 화목한 아이들은  힘들게 살고 있는 아이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단지 “왜 우리 엄마는 공부 때문에 잔소리를 많이 하지?  날 왜 이렇게 공부 때문에 많이 힘들게 하는 거야? 게임이 뭐가 나쁘다고 말리는 거냐구. 아빠는 왜 좀 더 일찍 들어와서 저녁에 같이 놀아주지 않지? 우리 집은 왜 휴일 날 놀이공원도...” 등등 불만이 많을 뿐이다. 

어려움에 빠져있는 다른 이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가 더불어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에 당면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자신이 왜 행복한지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이런 책과의 만남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었다. 


예전 같으면 어느 때이건 자신의 편이고, 무엇이라도 다 들어주실 듯 했던 어머니들이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좁은 땅덩이 속에서 내 자식만은 힘들지 않게 살기 바라는 강한 염원에서이다.  하지만 그것은 변질되고 또 변질되어서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다. 성공하기 위해서 1차 좋은 대학, 2차 좋은 직업군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공부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란 것이 처량하기 그지없는 답이다.


들과 산으로 뛰어다니며 놀던 내 어린 시절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상냥한 엄마의 얼굴을 쓸 때는 아주 간혹 되어 버렸다. 이 책속의 수혁이 엄마가 집을 나가기 전처럼 나 역시 늘 이것도 해야 되고, 저 것도 공부해야 된다며 몰아대는 전형적인 엄마이다. 내 남편은 수혁이 아빠처럼 아이 때는 맘껏 놀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면이 다분하고. 해서 아주 간혹 아이의 교육문제로 수혁이네 부모처럼 트러블을 일으킬 때가 있다.


부모의 견해 차이로 생긴 가정의 불화. 아이들은 그 때부터 불행해지기 시작한다.  그보다 더한 불행은 그런 아이들의 양육문제나 경제적인 문제 등 견해차이로 결국 남이 되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님이 어떠한 분들이시건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시는 분들임을 무의식중에 알기 때문에 부모님의 이혼은 그 자체가 심각한 상처가 되어 버리고 만다.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잔소리꾼 엄마라도 집을 나가면 가정의 균형은 걷잡을 수 없듯이 깨져 버리게 만다. 덕분에 너무나 힘들게 된 수혁이네 가정처럼...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가족의 사랑.  ‘그 어떤 것도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란 사실만 최우선으로 한다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  이 책의 행복한 결말처럼 가정이 행복한 비결은 파랑새처럼 결코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란 걸 늘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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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와 친구들 플랩 사운드북 토마스와 친구들 15
월버트 오드리 지음, 아동문학 편집부 옮김 / 아동문학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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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유독 좋아하는 “토마스와 친구들 이야기”이다.  이게 무엇인가 하고 들여다본 우리 아이는 플랩 뒤에 숨은 그림을 보다가 갑자기 소리가 들려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그래서 ‘그림을 열게 되면 소리가 나는 것인가?’생각했다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이 책을 같이 보며 토마스 뒤에 숨어 있는 버티 그림을 찾아 버튼을 누르면서 등장인물마다 다르게 나는 소리들이 우리를 즐거움의 세계로 이끌었다.  때로는 이렇게 다 커버린 어른도 벌써 초등 5학년이나 된 내 아이도 색다른 즐거움에 기쁜 함성을 내지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놀이공원에 가면 애 어른 할 것 없이 그 묘한 환상 같은 세계에 빠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토마스, 버티, 헤롤드, 디젤, 신호등의 5가지 재미있는 소리버튼은 책을 읽을 때 아이들에게 그 놀라움과 호기심을 선사할 것이다.  위층의 18개월이 된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5학년이나 된 녀석이 조금 더 가지고 놀고 싶어 할 만큼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였다.  누르고, 보고, 듣고 오감을 자극하는 정말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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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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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들리는 인터넷 서점의 새책 소개중에서 검은 표지의 "쥐를 잡자"는 참 인상적인 책이었다.  쥐는 유달리 싫어하는데...불과 몇 달전에 겨울 나기가 힘들 듯 해서 먹이를 줬던 도둑 고양이. 그 고양이는 임신중이었고 올 겨울 새끼까지 낳아 먹이 때문인지 우리 집 주변에서 새끼들을 기르고 있었다.  그 새끼 고양이들을 훈련시킬 요량이었던지... 베란다에 쌓아둔 물건사이에서 악취 때문에 발견했던 작은 생쥐 시체 두 마리. 내게 가장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최근의 쥐와 고양이에 대한 원망이 어우러진 경험이었다.  덕분에 "쥐"란 단어를 들으면 순간적으로 그 장면이 떠올라 소름이 돋곤 한다.  그러나 호기심은 영락없이 나를 잡아 이끌었다. 책 소개를 찬찬히 읽어 보니 최근에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의 성문제와 함께 자살등의 문제점.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할 수 있다란 문구에 나는 구매 버튼을 눌렀다. 최근 들어 심심찮게 반항중인 5학년인 아들아이. 모든 것을 "귀찮다"란 말로 일관하며 중2 오빠를 좋아한다는 5학년 여자아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하며... 

흉측하기짝이 없는 쥐란 존재가 놀랍게도 주홍이의 사물함안에 있어 첫 부임한 선생님의 신경을 갉아 놓는다.  결벽증이 있는 주홍이 엄마가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들만큼 공포스러운 쥐가 믿을 수 없게도 그 집 냉장고 안에도 있단다.  옛날 할머니댁인 시골집을 내려가서 밤만 되면 벌벌 떨게 했던 천장위의 쥐떼들. 나 역시  천장이 무너지지 않기만을 바랬던 어린시절의 그 때처럼, 아니 여전히 그러한 문제에 직면한다면 나 또한 문제에 마주서지 못해서 해결을 못한 채 덮어버리고 미루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지독한 악취만 아니었다면  결단코 처리할 수 없는 문제였다. 남편의 부재로 내가 치워야했던 생쥐 두 마리 시체 처리는 정말 눈물이 날만큼 몸서리쳐지는 경험이었기에 가능하다면 삭제하고픈 기억.  주홍이를 비롯한 엄마, 담임 선생님의 해결할 수가 없어 덮어두고 모른 척 하고 있는 문제들이 머리 속에서 뒤엉키고 있었다.


주홍이네에서 일어난 일련의 비극적인 상황이 닥친다면 무엇하나 별 다르게 처리할 수 없는 나자신.  딸과의 대화 통로를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단절되게 만들었던 주홍이 엄마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며 가슴을 쎄게 맞았다.  난 중반 이상부터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갇혀 있는 우리 아이들. 일방적인 요구, 때로는 지나친 간섭, 혹은 무관심하게 내 아이를 대했던 일련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부모들이 부모 교육부터 제대로 받아야 돼요.  슬프게도 부모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입니다."라고 아동문학 강연에서 열변을 토하던 강사님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히 메아리 치고 있었다.  이 책의 주홍이를 무엇이 자살로까지 내몰았는지, 왜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인지 뉴스에 장식하는 아이들이 바로 주홍이였고, 내 아이였다.  아이가 내 요구대로 따지 오지 못한다고  아주 심한 말을 서슴없이 풀어내고, 그로 인해 상처 받고 있는줄 뻔히 알면서도  나몰라라 했다.  아이의 작은 소망들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아이를 위한다며 외면하고 있었다.  주홍이의 비극을 보며 최근에 아이에게 지독히 화만 내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을 가졌다.

주홍이 엄마는 20살에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고, 자신의 친엄마에게까지 외면당하며 자신의 성을 준 주홍이를 의지하며 살았다.  내게 읽혀진 그녀의 모습은 줄곧 자신을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주홍이 엄마는 온전히 주홍이를 사랑하지 못한 것이다.  낳아주고, 힘들게 키워준 엄마의 괴로움의 무게에 짓눌려 주홍이는 엄마에게 매달리지도 못하는 착한 아이이기만 했던 것이다.  주홍이의 존재가 엄마가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존재란 것을 알렸다면, 주홍이의 죽을만큼 아픈 선택에 대한 고통을 함께 나눴더라면...  아이가 떠난 뒤 때 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소중한 내 아이를 지켜야지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사랑하면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 어느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던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며 목이 메였다. 

이제는 제대로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때이다.  잠깐의 호기심, 유혹에 빠져 아이들이 말하는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본인들이 책임질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숨김없이 이야기 해줘야 하지 않을까한다.  또한 성 교육도 이제는 정확히 해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간혹 그럼에도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아이가 있다면 사회에서 그들을 내치지 말고, 따스하게 감싸 안아줘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자신의 아이를 유기물처럼 처리하지 않도록 혹은 귀한 생명을 부질없이 버리지 않도록. 부모로서의 자각, 어른으로의 자각을 다시 한번 깊게 새겨보며 오늘 그늘에서 울고 있을 내 주변의 아이의 마음부터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속에 절절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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