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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 조선을 그린 화가 ㅣ 어린이미술관 11
진준현 지음 / 나무숲 / 2004년 3월
평점 :
종이 하나에 역사를 담아낸다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이 예술이라는 것을 표현할 줄 아는 단계에 이르러야 했으며, 그 다음에는 글자라는 인간이 더욱 인간답게 될 수 있었던 역사를 만드는 규칙이 필요했다. 그 다음에는, 종이를 만드는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이렇게 인간이 종이에 자신의 종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에는 무척 오랜 세월이 걸렸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었지만, 옛날에만 해도 무척 획기적인 것이었다. 김홍도는 이 종이에 인간의 역사를 그림으로 남긴 한 사람이다. 저오 임금 시대 최고의 화가이자 조선을 그린 단원 김홍도. 그의 삶을 살펴본다.
김홍도는 정조 대왕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갔다. 가난한 삶을 살아 아들 김양기의 학비를 걱정했을 정도라고 한다. 물론 김양기도 나중에 화가가 되어, 아버지 김홍도가 그렸던 그림을 모두 모아 책으로 냈다고 한다.
김홍도가 그렸던 그림들 중에서도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바로 맨 처음에 보았던 송하맹호도이다. 소나무 아래 버티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 서로 다른 두 작가가 그린 소나무와 호랑이의 그림을 보면서, 이 조화로운 하나의 작품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랑이의 위엄있으면서도 마치 무언가 만화를 그린 듯한 느낌이 든다.
김홍도의 생애 마지막 작품중의 하나가 되었던 염불서승. 이 작품은, 막 승천하려는 한 스님이 돌아앉아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넣은 것이다. 김홍도도 아마 그와 같이, 편히 극락으로 승천하고 싶었던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김홍도가 일생을 살면서 그렸던 그림들을 모두 나열해 놓았다. 확실히 김홍도는 정선이 그렸던 그림과 비교해보니 두 그림 모두 훌륭했으나 김홍도의 그림이 더욱 세밀하고 현실적이었다. 그는 아마 서양의 미술가와 비교하자면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화가정도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 당시의 대부분의 화가는 그림속에 의미적인 것을 부여하기 위하여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홍도의 그림이 기록화라는 이유도, 역사적 사실 또는 풍경의 모습을 그대로 기록해내기 때문이다.
조선을 그린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열정을 필요로 할까? 김홍도와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정말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을 것이다. 김홍도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서양의 예술에 푹 빠지는 사람이 엄청날지라도 섬세하고 투박한 정의 느낌을 가진 우리나라의 예술이야말로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을 그린 화가, 김홍도. 김홍도의 일생은 오직 그림으로 이루어졌으며 그림을 위한, 그림에 의한 삶을 살았다. 그가 남겼던 작품이 전쟁도중에 대부분 타버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의 기록화 하나하나가 역사에 큰 길을 남겼을 텐데, 그 부분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전에는 김홍도가 무척 유명한 위인이라 할지라도 별로 위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무시하며 살아왔는데, 그의 그림들을 보니 정말 한국의 예술혼은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세계에서 활동하는 온갖 예술가들이 있다. 김홍도의 그림이 그런 예술가들에게 위안이 되고, 스승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