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운 싸움 열린책들 세계문학 60
존 스타인벡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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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어찌 보면 애매하다. 자본주의의 반대로써, 실제로는 노동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이익을 챙겨가는 자본가의 행태를 보다 못한 사람들이 믿게 되는 그런 주의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하는 것은 노동자지만, 그들은 자본가의 추악한 이윤 추구를 위해 점점 더 적은 급료를 받고 일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는 것이다. 

그것은 점진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힘이 없어 계속 참아야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누군가가 불을 지필 때에, 이들은 그간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리고, 다수라는 이점을 이용해 대동단결해 이 불완전한 체제에 대항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산당은, 신문과 각종 미디어라는 이점을 움켜쥔 채 공산당들을 빨갱이라는 불온건한 족속으로 몰아가고, 그들이 노동자를 위해 투쟁할 때마다 그들을 다시 통제하에 놓고 박멸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불분명하고 의심스러워지는 싸움. 공산단원 짐과 맥은 사과 과수원에서 임금 삭감으로 분노에 휩싸인 노동자를 선동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그 곳에서 노동자로 위장한 후, 이들은 그곳에서 지도자급 인사를 통해서 노동자 수천명을 선동하고, 이들의 단결심을 통해서 이들이 힘을 합치면 큰 일을 해낼 수 있으리란 목적을 심어주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노동자조차도 의심스러울 것이다. 그들이 투쟁하는 것이, 단지 지금의 임금 삭감을 막기 위해서 하는 것일까? 총도 탄환도 없는 이들이 맨주먹을 들고서, 돈과 정보와 무력을 가진 저 거대한 거인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힘겨운 투쟁 끝에 그들에게 남은 것은 불타버린 그들의 집들과, 죽은 동료의 시신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투쟁이 아무 쓸모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노동자들의 항거의 역사가 지속되다보면, 결국에는 점점 더 강력한 영웅과 세력이 이들을 구제할 수 있으리라.

노동자들은 어차피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타오르면 태양과 같이 뜨겁지만, 연료가 너무 부족하여 금방 꺼져버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연료가 조금씩 모으지면 계속 불을 지펴서 노동자가 자본가의 봉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계속 투쟁하면서 이들의 최소한의 인권을 지켜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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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소설전집 10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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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의 최후를 본다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대게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작가들로, 사후에나 그의 작품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고가에 팔리기 마련이다. 반 고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주인공은 은근히 사모하고 있었던 옥 선생의 쓸쓸하디 보이는 죽음을 보면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까? 

옥 선생이 그렸던 나목은, 직접 보지 않아서 그 느낌이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소에 내가 잎이 다 져 버린, 곧 말라 비틀어질 것만 같은 나목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상상해 보았다. 공허감? 쓸쓸함? 패배감? 아니다. 대충 생각해보면 부정적인 의미가 떠오르지만, 그 나목은 결국은 다음 봄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초라하게 한 외유내강의 모습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인공은 그 그림을 보면서 쓸쓸함을 느꼈지만, 나중에 그의 전시회에서 다른 이의 소유로 넘어간 그 그림이 사실은 굳센 외유내강의 기질을 표현했음을 깨닫지 않았을까? 

당시의 사회상을 동시에 그렸던 나목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당시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었던 그 환경이며, 그 상황에서 점차 개화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며 세월의 풍파는 누구도 빗겨나갈 수 없음을 알았다. 과거 폐쇄정칙을 고집했던 흥선대원군과의 뜻과는 반대로, 점차 서양인들을 반아들이는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내가 당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까지 지켜오던 그 문화가 한순간에 밀려나고, 외국 문화가 그 자리를 차지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보수적인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차음 준비를 시작하는 혁신적인 사람일까. 당시를 생각하며, 나목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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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광염소나타
김동인 지음 / 일신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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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광적인 기질을 가지고서 피아노를 쳤던 한 예술가의 아들은, 정숙한 어머니로부터 자라 예의바른 그 모습 속에는 광적인 기질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머니의 죽음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불을 지르고 난 이후, 그는 그 순간의 광기를 순간적으로 피아노에 쏟아낸다. 우연히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듣게 된 음악 비평가 K 씨는, 그런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서 작곡에 여념을 쏟을 수 있는 방과 피아노를 제공한다. 

이후로도 계속 범죄를 저지르는 청년. 그는 한 번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냈다. 이후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음악계에서 손을 써 겨우 처형을 면하고 정신병원에 수감된 그는, 더 이상을 범죄를 통한 작곡이 불가능해진다. 여기서 K 씨는 이 점을 매우 안타까워했으며, 나는 그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예술만을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로 인해 오히려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잊고 말았다. 

음악, 미술 등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쏟아내어 만든 그 작품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해, 또는 그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부각시켜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음악이 살인, 방화, 시체 윤간 등 온갖 간악한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음악 신봉자들은 아마도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라도 전 인류에 공헌할 그런 위대한 명작이 나온다면 몇 사람의 목숨 쯤 우습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 대상이 자신이라면 어떠할까? 그것이 아무리 명작일지라도, 범죄를 통해 완성된 대작은 결국 그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도 이 모습을 보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금 내가 힘쓰고 있는 일들이, 과연 그 본질에 맞는 일일까? 때로는 그릇된 일에 쓰이기도 하고, 악용되거나 도리에 어긋나기도 한다. 내가 하는 일이 도리에 맞는 일인지, 항상 오랫동안 고민하고서 행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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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개성상인 2 - 한복을 입은 남자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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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 서양으로 건너가, 이탈리아의 상사원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 안토니오. 그는 수많은 위기들을 기회로 만들어서 더 높이 도약했던 인물이다. 개성 상인으로서의 자질을 갖고서 이탈리아의 상사일에 뛰어들었던 그는, 모든 일을 훌륭히 수행해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또한 그 수단은 음모와 모략이라곤 볼 수 없는 꽤 정정당당한 것이기에, 그의 업적은 더욱 빛나보인다. 그리고 이 안토니오 코레아가 지켜온 캄파넬라 상사는, 그 역사를 이어오다가 현대에서 개성 상인 유씨 가문의 자손 한 명에 의해 또다시 도약하려고 한다. 

과거 안토니오 코레아로 활약했던 개성상인 유승업과, 그 후손이자 세례명은 안토니오인 유명훈. 이 두 인물은 비슷하게 캄파넬라 상사에 연관되어서, 위기 직전인 상사를 무사히 이끌어낸다. 현대판 안토니오 코레이안 셈이다. '동방에서 온 은인'들로 인해, 캄파넬라 상사의 역사는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상인들은 참 대단하다. 상인들은 때로는 목숨을 위협받는 모험가가 될 수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예술가도 될 수 있다. 그들은 이익 창출을 위해 더 위험한 일에 뛰어듬으로써 성공하는 것이다. 물론, 위험한 일에 뛰어들어 실패한 사람도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도전하지 못한다면 어차피 도태되고 만다. 차라리 도전함으로써, 늦게 기우나 더 빨리 기우나 재지 말고 차라리 상승의 기회를 노림으로써 거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토니오 코레아는 새로운 라인을 개척하고, 중도에 그만두어 위험을 줄일 수 있을지라도 일을 끝까지 추진하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 유명훈은, 그 개성상인의 혼을 담아서 불가능에 가까운 파리-다카르랠리에 출전시킨 두 차를 모두 완주에 성공시키면서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캄파넬라 상사를 알리기에 성공한다. 위험 없이는 성공도 없다. 나에게 도전정신이 뭔지를 알려준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도전 의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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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개성상인 1 - 물의 도시로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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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거장 루벤스의 <한복을 입은 남자>. 임진왜란이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이 그림이, 왜 서구에서 그려진 것인지 알 길은 거의 없었다. 루벤스는 주로 서양의 귀족 인사들의 초상화를 그렸으니, 우연히 그곳으로 가게 된 조선인일지라도 여간해서는 그 모델이 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서양에서 탄탄히 기반을 잡고 고위 인사가 된 조선인이 있다는 소리인가? 오세영 작가는 이탈리아로 노예 신분으로 갔던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사람의 기록과, 알비 마을에 코레아라는 성을 쓰는 사람이 있으며, 그들이 자신이 한국인의 후예라 믿고 있다는 사실을 종합하여 역사적 인물인 안토니오 코레아의 '베일에 휩싸인' 부분을 임의로 추측해나가기 시작했다. 

개성상인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내가 좋아한 사람들이었다. 사농공상에 의해서 상인들이 가장 천한 대우를 받았으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상업이 성행하지 못했다지만 그 기술마저 천박한 것은 아니었다. 송상이라고 하여, 개성에서 주로 인삼 재배등으로 활약했던 상인들은 이미 회계술, 의리 등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던 상인이다. 그리고 우연히 이탈리아로 건너 가게된 송상의 이야기를 들어서, 물과 상업의 도시 베니스에서 상인으로 뛰어나게 활약하게 된 안토니오라는 인물을 그린 것이다. 

우연히도 이탈리아까지 가게 되었으며, 또한 본시 능력이 뛰어나기에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아버지에게서 전수받은 상업 기술과 위기대처 능력을 잘 활용하여 델 로치 상사의 대리인으로까지 승진해, 베니스에 닥친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그 중심 인물이 되기까지 이른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현실적인 인물을 구상할 수 있었을까? 조선인, 아니 동양인으로서 거의 유일하게 서양에서 자리를 잡은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상상해보면, 역사적으로도 그의 행적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코레아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것도 그의 능력이 뛰어났기에 자손이 무사히 퍼뜨려질 수 있었으리라. 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나라가 교황청으로부터 파문을 당해 물건 자체를 팔 수가 없는 상황에서, 나폴리라는 나라를 통하여 물건을 팔아치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또 그 과정에서 생긴 위험을 나폴리 총제를 설득하여 위기도 무마시킨다. 과연 이러한 인물이 앞으로도 어떤 활약을 할지, 2권이 매우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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