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소중한 걸 잃고 가장 바라는 걸 얻었어.

엔드 게임.
'시절과 기분'이라는 서정이 느껴지는 표제와 다르게 내가 받아본 책의 제목은 서늘한 느낌을 풍겼다.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편식쟁이에다 게으름뱅이라 김봉곤이라는 그의 이름을 알고만 있었더랬다. 유화 같은 표지를 보며 예쁘다고, 뒤적거려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귀찮음이 생각을 이겨버렸더랬다. 글을 읽으며 왜 진작 몰랐지. 일기장에 베끼고 싶을 정도로 섬세한 문장이 많았다.

서문이 길었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헝거 게임 같은 판타지 소설을 기대했던 이 소설에 대한 내 첫인상이 부끄러워서 변명이 길어졌다.

엔드 게임이라는 서늘한 제목과 다르게 이 글에 나오는 두 사람은 귀엽다. 햄버거를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우리들이다. 그들의 사랑은 평범하고 아름답다. 이 둘의 대화를 보고 있자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변하는 관계 속에, 이제는 글 속에서만 만날 수 있을, 흐릿한 사이가 그려지는 미래에 무너지는 그의 마음이 나에게도 느껴진다. 먹먹하고 아리다.

그렇다면 아예 안 만나는 게 나았을까.
그가 말하듯, 그렇다면 둘의 삶은 지금과 너무나도 달랐겠지. 무엇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둘의 관계가 의미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탄산을 접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 시원함을, 상쾌함을, 달달함을 서로를 통해 느꼈던게 아닐까

두 사람 각자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디 엔드'를 보기 위해 새로운 경로로 접어든 둘의 관계를
지금이라도, 응원하고 싶다.

다 읽고 나니 나도 달달하고 싶다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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