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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ㅣ 단비청소년 문학
임서경 지음 / 단비청소년 / 2024년 3월
평점 :
검은 피부 여자아이의 모습이 눈에 띄는 표지다. 루시라는 소녀의 강단있어 보이는 첫인상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루시는 학교친구들이 놀려도 기죽지 않는다. 예상대로 흑인아빠와 한국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였고 예상대로 학교에서 놀림을 받는다.
용만이라는 아이는 루시를 보고 검은 피부라서 냄새난다..더럽다..눈물도 검정색이냐..폭탄머리라고 놀리지만
“더한 폭탄 터뜨리기 전에 어지간히 해”며 멱살을 잡는다.
정말 통쾌한 순간이다. 이 순간에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루시를 응원하게 된다.
마을에서도, 보이지 않게 미움을 받고 놀림을 받지만 미국부대 안의 클럽에서 일하는 엄마를 위해 그리고 연락이 끊겼지만 미국에 가있는 아빠를 기다리며 꿋꿋하게 지낸다.
루시가 사는 꽃드리 마을사람들은 루시 엄마를 ‘양공주’라고 부른다.
“위안부도, 양공주도 모두 한국 역사의 희생양이여..그러니 너희 엄마를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루시의 주인집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이다.
이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역사의 희생양이 되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든시절을 겪었을 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주인집 딸이자 동갑인 난숙이의 구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매일 술을 드시고 오시는 엄마를 챙겨야하는 루시는 더 힘든 날들이 이어진다. 이럴수록 아빠에 대한 그림움도 더 커져만 간다.
책을 읽는 내내 루시를 응원하게되고 루시아빠가 돌아오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읽게 되었다. 그래도 루시 옆에 도이라는 좋은 친구도 있고 난숙의 엄마가 큰엄마역할을 해주며 든든히 있어주어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부대 근처의 기치촌. 6.25전쟁 이후 미군의 장기 주둔으로 혼혈아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루시도 미군과 결혼한 엄마가 낳은 아이였던 것이다.
작가는, 같은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손가락질 당하고 차별받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루시인들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지...
그리고 나라면 우리 반의 혼혈아이를 친구로 대해주고 잘 지냈을지...학교생활에서 어려운 순간에 당당히 나서서 그 아이를 대변해서 막아줄 수 있었을지..그런 용기가 나에게 있을지...
책에서만 있을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라고 하니 더 와 닿게되고 나를 빗대어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다인종 다문화 시대에 이제는 혼혈이라고 해서 다문화 가정이라고해서 차별받거나 억압받는 일에서 벗어나 당당히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