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 자신을기만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연극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어쩌다 그만 마음이 수작을 부린 것이었다……….. 어쨌거나 자연의 법칙은 꾸준히, 무엇보다도 평생을 두고 나를 모욕해 왔지만 그럴 땐 자연의 법칙을 탓할 수도 없었다. 이 모든것은 회상하는 것도 더러운 일이지만 사실 그때도 더럽긴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일 분만 지나도 성질을 내면서, 이 모든 것이 거짓에 또 거짓이다. 즉 이 모든 참회, 이 모든 감동, 이 모든 갱생의 맹세가 죄다 혐오스럽게 꾸며진 거짓이다. 하는 생각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그럼,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자기 자신을 병신으로 만들고 괴롭혔느냐, 하고 물을 텐가? 대답인즉 이렇다. 즉, 가만히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것이 너무나 지겨웠기 때문에, 바로 그래서 재주를 부려 본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 자신을 좀 더 잘 살펴보면, 여러분, 여러분도 정말로 그렇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하다보니 스스로 이런저런 모험담을 고안해 내고 삶 자체를 지어냈던 것이다. 이런 일이 나한테 얼마나 자주 있었던지, 뭐, 예컨대 아무 이유도 없이 일부러 골을 내기도 했다. 그것도 실상아무 이유도 없이 골을 내고 괜히 그런 체했다는 걸 나 자신이 더 알면서도 결국엔 정말로, 진짜로 골을 내는 지경으로까지 몰아갔다. 왠지 나는 평생 이런 장난을 치고 싶은 충동을느껴 왔고, 그래서 결국에는 나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렸다. 그 다음번엔 억지로 사랑에 빠지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두 번이나 그랬다. 아닌 게 아니라 참으로 괴로워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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