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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향해 출동!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7
장신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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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향해 출동!>은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시리즈" 7번째 책이다. 20년 차 경찰 장신모 님의 꿈과 현장 이야기다. 진짜 어른 경찰이 청소년에게 보내는 응원 편지에 그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릴 적부터 경찰을 꿈꾸고 노력해 온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이토록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니 오랜만에 간접 체험 제대로 한 기분이다.


일찌감치 꿈을 찾아 목표를 향해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이 정말 근사해 보인다. 나도 그랬지만 많은 아이들이 꿈도, 방향도 잡지 못해 헤맨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좋았다. 자신의 재능과 진로를 빨리 찾은 사람들이 부럽기만 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미래를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고난이 와도 뚜벅뚜벅, 수많은 우여곡절을 헤쳐온 꿈꾸는 인생을 말이다


시골에서 가난하게 자랐지만 가족을 위해 경찰이라는 꿈을 소중히 품고 달려가는 한 인생을 살아본 시간이었다.

육군 사관 학교 2차까지 합격한 고3 여름에 허리를 다쳤을 때는 '어머나, 어떡하지...' 나도 가슴이 철렁했다. 아픈 허리로 온갖 알바를 하며 장학금을 위해 학점까지 챙기며 억척같이 살던 때는 밥 한 끼라도 같이 먹고 싶었다. 대학에 가서 사이비 포교활동에 사기를 당했을 때는 당황스러웠고, 큰언니와 서로 의지하며 1년도 되지 않아 경찰 시험에 합격했을 때는 나도 정말 뭉클했다. 사회생활로 힘들 때 "과장님, 상처 줘도 안 받습니다. 아시잖아요." 하고 웃으며 받아치는 모습에 속이 다 시원했다.



재미있는 에세이 같기도, 자기계발서 같기도 하다. 편지 특유의 강력한 힘을 잘 발휘했다. 직접 내게 말을 건네는 편지를 읽다 보면 저자와의 거리가 어느새 짧아져있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와 사건들이 풍성해서 독자와 주파수가 맞는 감정과 메시지들을 다채롭게 발견할 수 있어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자기계발서는 독자가 얻어야 할 핵심을 먼저 제시하고 사례와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든다. 나는 공부하듯 배운다. 그런데 이 책은 편하다. 현직 경찰과 마주하고 도란도란 인생을 듣다 보면 어느새 뭔가가 닿는다. 이야기를 타고 그 인생의 정수가 흘러 들어온다. 내 안에 찰랑찰랑 차이니 꿈을 찾기보다 꿈이 없다고 멋쩍게 웃기만 하던 내 모습이 비친다. 작더라도 내가 설렐 수 있는 꿈을 찾고 싶어졌다.



"꿈을 찾아 방황하는 십대에게 보내는 비밀 무전"
그 무전에 아아! 응답하겠습니다. 저도 같이 출동입니다~! ^^



***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꿈을향해출동 #장신모 #자음과모음 #십대를위한자존감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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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장미미용실
이영현 지음 / 오드리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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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장미미용실
늘 그랬듯 표지를 먼저 살펴봤다.
자그마한 동네 미용실. 백발의 미용사가 펌을 말고 곁에 한 청년이 어머니인 듯한 여성분의 사진을 찍고 있는 듯한 표지이다. 어둑한 배경과 달리 행복해 보이는 세 사람.

나는 당연히 미용실을 배경으로 한 장편 소설인 줄 알았다. 편의점, 서점, 사진관, 세탁소 등등 특정 장소에서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힐링 소설처럼 말이다. '이번엔 미용실이구나!' 했다.

응?! 표지를 더 읽어보니
"2015년, 고려대학교 미래교육원에 국내 최초로 대학 내 온라인 마케팅 교육 최고위과정이 개설되고, 전문가 과정과 함께 정원 초과, 조기 마감을 하며, 10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마케팅 전략!"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영현 교수의 반 백 년 고군분투한 삶에서 발견한 결정체, "3TAI 전략"을 알리는 자기계발서였다.

마케팅을 가르치는 분이라 발상 자체가 남다름을 감지했다. 동두천 장미미용실이 어떤 의미인지 호기심을 일으키는 동시에 장르에 대한 예상을 피해 허를 찌르는 재기발랄한 제목이었다.

저자인 이영현 교수에 대해서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 이론적인 근거가 아닌 개인의 경험과 사유를 바탕에 둔 자전적 성격의 성공학에 가까운 책이기 때문이다.

1971년 동두천 출생.
IQ 84에 키순은 늘 1번, 공부 못하고 내성적이었던 가난한 산골 소년.
25세에 광고기획사 창업. 30여 년 동안 1000개 이상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과 광고기획.
사업가, 작가, 강연가로 활동 중.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인기 만점의 고려대학교 미래교육원 온라인마케팅 최고경영가과정을 2015년부터 운영 중.

이런 약력을 볼 때마다 내 인생을 이렇게 요약하면 나는 뭐라 쓸 수 있을까 부끄러워진다. 이렇게 빛나는 자수성가형 저자 앞에서는 더더욱. ㅎㅎㅎ

이제는 궁금증을 풀어볼 차례다.
가진 것 없던 사람이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런데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나는 목차를 보면서 또 한 번 감탄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많은 원칙과 실행 강령을 알려준다. 저자의 귀한 시간, 어쩌면 온 일생을 다 바쳐 다듬은 보석 같은 인사이트를 한 권의 책에 알알이 박은 것이다.

책 한 권에서 한 문장만 얻어도 그 독서는 성공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저자들의 집필 과정이 떠올라 그게 잘 안된다. 다 소화하지도 못할 수많은 지식과 지혜를 정성 들여 세심히 읽고 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아 허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번 반성을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아 점점 자기계발서를 멀리하게 됐다.

동두천 장미미용실은 달랐다. 이영현 교수가 말하는 것은 단 하나. "3TAI"!!! 세 개의 T 와 A, I만 새기면 되는 그 간명함이 참으로 좋았다.

본문을 읽으며 마케팅 기법들을 실제 모든 삶과 저술에 깊이 적용하셨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독자 입장에서 독자를 위해 글을 쓴 배려가 곳곳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재미있게 서술하다가도 요약정리로 중요한 메시지를 강조한 덕분에 핵심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큰 각도에서 넓게(저자의 삶. 교수, 골프, 사업, 부자, 작가, 결혼을 통해 본 파트 1의 3TAI), 작은 각도에서 자세히(책 전체에서 구체적으로 밝히는 파트 2~7의 3TAI) 3TAI 전략을 반복해 설명하고 있어 완독하고 나면 3TAI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각인된다. 내겐 어렵기만 했던 그 일이 절로 이뤄진 것이다!!! 본인은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고 하셨지만 이런 글이야말로 진짜 잘 쓴 글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본문 맛보기>
14
이 책의 큰 줄거리는
첫째, 인간은 타고 난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
둘째,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다는 것.
잘하는 것(재능)을 찾고 이뤄내는 과정을 '3TAI [계기 Trigger => 목표 Taget => 생각 Thinking => 실행 Action => 자기성찰 Introspection] 전략'이라는 이론으로 명명했다. 나의 성장 배경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17
보잘것없어 보였던 저자가 반백 년의 삶에서 직접 겪은 경험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구성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성공하는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을 토대로 깊은 생각과 집요한 실행을 무한 반복하며 성장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1. 잠재된 재능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계기 Trigger를 만든다.
2. 발견한 재능을 더 크게 계발시키기 위해 원대하고 구체적인 목표 Taget을 기록한다.
3.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가장 지혜로운 생각 Thinking을 동원한다.
4.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한 단계 더 놓은 수준의 실행 Action을 한다.
5. 목표를 향해 걸어온 그 길이 바른길이었는지 자기 성찰 Introspection을 통해 수정 또는 발전시키며 진정한 성공을 거둔다.
내 삶 또한 3TAI 전략을 한 반복하면서 성장시킬 수 있었다.

113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책장을 덮고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라.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뛰어라. 이 책은 땀 흘리고 난 뒤,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난 다음에 읽어도 딘다. 아니 읽지 않아도 된다. 내가 당신에게 해줄 이야기는 이걸로도 충분하다. 근테크는 단연코 인생 최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다.

176
다행히도 나는 세상이 정해 준 대로 학교에 가긴 했지만, 부모님은 내 삶을 정해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 덕분에 공부는 못했지만, 내 삶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내 생각과 행동에 대한 결말은 나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공부를 못해 대학에 가지는 못했지만, 디자인 학원에서 배운 기술을 토대로 나름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229
목표에 도달하려면 한 단계 더 높은 강도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실행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매일매일의 습관을 바꿔야 한다.

242
생각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깊이 생각하기'를 귀찮아한다. 소셜미디어에 게시글을 올리는 사람보다 눈팅족이 많은 이유와 같다. 게시글 하나를 만들려면 수많은 생각과 깊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삶에 영향을 미치려면 그것들이 글이나 말, 행동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273
생각의 크기는 그릇의 넓이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생각은 그릇의 깊이라 할 수 있다.
생각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276
내 모든 성공의 근원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로부터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찾아내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359
여전히 나는 블로그를 가장 사랑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리 베이조스는 "글쓰기가 사고력을 개발하는데 전부다."라고 말했다.
매출을 부르는 양질의 블로그 글쓰기 십계명
1. 검색엔진최적화에 기반한 글을 써라. 아무리 잘 쓴 글도 읽히지 않으면 죽은 글이다.
2. 핵이사제(핵심, 이유, 사례, 제안) 기법으로 스토리텔링 하라. 흥미 있는 이야기는 내 글을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해준다.
3. 제목이 반이다. 첫 문장의 존재 목적은 두 번째 문장을 읽게 하기 위함이다.
4. 단문으로 글을 써라. 한 문장에 하나의 개념만 넣어라.
5. 본문은 주제와 연관되는 내용을 써라. 홍보 욕심이 화를 부른다.
6. 알아듣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라. 다양한 독자를 위해 초등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써라.
7. 디자인, 디테일에 신경 써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폰트, 사진 편집, 오탈자, 줄바꿈, 정렬 등 편집 도구를 활용하라.
8. 대충 쓰고 완벽하게 수정하라.
9.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
10. 성과가 나올 때까지 일일일 포스팅을 하라. 글쓰기는 근육과 같아서 쓰면 쓸수록 는다. 어제보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67
책을 읽고, 쓰지(실행하지) 않으면 게으른 취미 생활일 뿐이다.

394
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진정한 행복의 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3TAI 전략 중에 가장 중요한 단계를 뽑으라면 단연코 '자기 성찰 전략'이다.
타고난 것이 부족했기에 새로운 모든 것을 진심으로 대했다. 그 모든 것을 완벽하고 신중하게 처리하려 했다.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그리고 그들이 만족해할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었다.
인간관계에서도 누군가가 상처를 받거나 피해를 보았다면 그 원인을 찾을 때까지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434
이 책을 읽고도 무언가 시도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는 편이 훨씬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시작했으면 작든 크든 성과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 당신의 재능과 만나는 계기의 순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에 목표 의식이라는 것이 생기게 된다. 목표 의식은 머리에 저장하지 말고 기록을 해 시각화하라. 다음엔 오로지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모습과 기쁨을 생각하며, 실행하는 것이다. 넘어지면 쉬어도 좋지만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멈추지는 마라. 언젠가는 도달한다. 또한, 모표에 도달했다고 성공이라고 단정 짓지 마라. 진정한 성공은 나와 세상이 함께 좋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기성찰하라.
자신을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지 마라. 반백 년을 살면서 보아온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행복한 삶의 'The End'는 삶을 다하는 순간까지 3TAI 전략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감상평>
동두천 장미미용실이 왜 제목인지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그 해답은 31쪽부터 전개되니 저자의 재미난 스토리텔링을 직접 경험하시면 좋겠다.

산전수전을 헤쳐온 이영현 교수의 반 백 년이 책에 그대로 녹아있어 풍부한 사례와 상황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목차가 찾기 쉽게 구성되어 독자가 필요한 정보를 발췌독하기 좋다. 나는 게으른 블로거지만 글쓰기나 블로그 관련한 챕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목차가 세세하면서도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인생의 해답이 궁금할 때 이 책에 손이 갈 것 같다.

자기계발서라기보다 편안하게 재미난 이야기를 읽은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할 일을 미루면서까지 계속 읽었다. 이렇게 쉽게 읽히는 글을 쓰기까지 멈추지 않고 노력했을 이영현 교수의 지난날이 눈에 그려졌다. (근테크를 강조하시는 분이라 어떤 외양이실지 궁금해 검색했는데 정말 탄탄하고 멋진 모습이셨다.)

가르치는 내용을 삶으로 직접 증명해온 태도가 진심으로 다가와서 정말 인상 깊었다. 서평단에 제공하는 책마저도 일일이 사인해 선물처럼 주신 정성에 깜짝 놀랐다. 그것도 받는 사람의 이름과 받는 사람이 원하는 문구를 미리 질문해서 그대로 써주신 센스까지! 사소해 보여도 수십 명에게 이런 배려를 베푸는 행동 하나만 봐도 이영현 교수님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긍정적이고 힘찬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저자의 열정에 스며들어 실천할 힘이 나는 것 같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어느 청춘보다 뜨겁게 활동 중이신 이영현 교수님. 충전이 필요할 때마다 책을 펼쳐야겠다.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두천장미미용실 #이영현교수 #마케팅책 #마케팅책추천 #자기계발서 #자기계발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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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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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의 이희영 작가님의 신간, <셰이커>! 처음으로 타임슬립 판타지를 내놓으셨다.
청소년 소설을 주로 쓰시지만 굳이 그 틀에서 글을 보지 않는다. 연령대 상관없이 누가 읽어도 좋은, 여운과 생각거리를 주는 글을 써오셨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고픈 맘이 절로 드는 소설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작들이 아이의 눈으로 세상과 어른을 새롭게 그린 작품들이었기에 <셰이커>도 그런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초록한 표지다. 울창한 숲속 수상한 문을 앞에 두고 한 남자가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인공 서른둘의 직장인 '나우'다. 문 너머로 13년, 19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했을 학창 시절의 나우가 서있다.

형제와 다름없는 친구 이내를 사고로 잃은 그때로, 이내의 여자친구이자 자신의 첫사랑인 하제를 처음 본 그때로 돌아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그 안에 갈등과 감정들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크게 공감하며 하루 만에 읽어버렸다. 나우는 이내를 구할 수 있을까, 하제를 자신의 여자친구로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주인공들의 이름이 남다르다. 나우, 이내, 하제. 이희영 작가님은 이름을 중요하게 여기신다. 이름이 나오면 글의 반은 썼다고 할 만큼 이름 짓기에 공을 들이시고 많은 영감도 받으시는 것 같다.
나우는 now 지금.
이내는 순우리말 과거.
하제는 순우리말 미래.
처음에는 이름들이 특이해서 어색했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캐릭터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참 예쁜 이름이라는 생각을 했다.

<본문 맛보기>
9
"어른이 뭐냐?" 성진이 물었다.
"그 질문에 답을 아는 사람이 어른이지."
"우문에 현답이네."

53
"내가 모르면 이 세상에서 누가 널 알겠냐?"

97
평생을 오직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수많은 '나'들이 찰나에 존재했다, 덧없이 사라지고 다시 존재함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탈피하고 그 껍질을 버리는 갑각류처럼,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20
"나 의외로 대견했네."
고작 열다섯이었다. 어린 나이에 참 의연하게 행동했다. 나우는 문득 그 시절의 어린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가족에게도 가까운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감정으로 힘들고 괴로웠겠지.


141
"열다섯의 몸으로 서른둘의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에는 정반대였죠. 서른둘의 육체로 열다섯의 그날을 늘 아쉬워했으니까요."
둔탁한 것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이미 지나간 날들을 아쉬워하며 묶여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걱정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아니면 양쪽 모두지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지 않습니까. 결국 손님의 시간도 언제나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을 뿐입니다.
현재는 없죠."

158
사람의 마음에도 수많은 상흔이 생긴다. 이런 깨달음이 하나둘 늘어 가면 세상은 비로소 그를 어른이라고 부를까.

216
"지금까지 고장 나지 않고 잘 버텨 왔네."
좋아하면 안 되는 상대를 좋아했고,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친구를 잃었다. 힘들어하는 사람 곁을 묵묵히 지키면서도,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욕심내지 못했다.
열다섯이 이해하기엔, 열아홉이 감당하기엔, 스무 살이 견디기엔 너무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그 힘든 시간을 잘 견디며 지나왔다. 신은 인간에게 미래를 준비할 혜안을 빼앗는 대신, 그 미래가 현실로 닥쳤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버텨낼 힘을 주었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나우는 깨달았다. 그러니 머지않은 미래에 상상하지 못한 시련이 온다 해도, 그때의 자신은 어떻게든 그 어려움을 이겨 낼 것이다. 나름의 방식대로 헤쳐 나갈 것이다.

218
대학에서 밤새워 공부한 것은 사회에 나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소용없는 것들을 왜 그토록 열심히 했나 싶지만 그건 또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온종일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했기에 대학에서도 그럭저럭 공부할 수 있었다. 학점을 따기 위해 분투했기에 사회에 나가서도 차근차근 일을 배울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대체 학교 다닐 대 난 뭐 했냐?' 자조 섞인 농담을 던졌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더 크고 넓은 곳에서 더 다양하고 복잡한 일을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왜 중요했는지는, 결국 그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다.

220
시간을 천천히 지나온 것이 아니었다. 시간 여행자가 되어 이리저리 뛰어넘어 왔을 뿐이었다. 마음은 여전히 과거의 상처를 지닌 채, 시선은 늘 미래로 향해 있는, 매일같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었다.

252, 253
"성진아, 너 그동안 어떻게 견뎠냐?"
문득 묻고 싶었다. 출구도 빛도 없는 그 어지러운 미로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그 암흑을 어떻게 헤쳐 왔는지. 벽이 나오면 돌아가고, 빛이 없으면 손으로 더듬거렸을 아프고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텨 냈는지 정말 궁금했다.
"인마, 견디기는 뭘 견뎌. 그냥 산 거고, 그냥 쓴 거야.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지 뭐.
다 지난 후에 뒤돌아보니, 아!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견뎠을까? 하지. 막상 그때는 그저 하루하루 사느냐고 그런 생각도 안 들어. 어른들이 그러잖아. 살면 다 살아진다고. 뒤돌아 볼 것도 없고 너무 멀리 내다볼 것도 없고, 그냥 지금 발끝만 보고 가면 어디라도 도착해 있는 거야.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야.
너는 뭐 안 그러냐?"

<감상평>
읽고 나니 3개의 키워드가 남았다.
어른. 시간. 우정.

1. 어른이란?
<셰이커>의 첫 문장이 "어른이 뭐냐?"이다. 중간중간 질문에 대한 답일 수 있는 문장들이 등장한다. 자기가 쓴 카드는 자기가 해결하는 사람, 부드럽고 달콤한 것에서 쓰고 독한 것(커피나 소주)으로 서서히 길든 사람, 마음의 상흔을 만들며 하나둘 깨달아가는 사람, 좋지 않은 자유와 쾌락을 절제할 수 있는 사람.
유은실의 <순례 주택>에서는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을, 줄리 리스콧-헤임스의 <어른의 시간>에서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말한다.
어른이라는 단어를 난생 처음 오래 굴려보았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그럼에도 성큼성큼 걸어가는 사람"이다. 나우처럼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현재를 붙잡아도, 나처럼 미래를 향한 두려움과 불안이 현재를 가려도, 그래도 견디며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나는 그런 어른이고 싶다. "미래의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싶어서."(46쪽)

2. 시간
칵테일은 독한 양주에 감미료나 방향료, 과즙 따위를 얼음과 함께 혼합한 술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어떤 비율로 배합하느냐, 어떤 잔에 어떻게 장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온갖 맛이 공존한다. 그런 칵테일을 작가님은 시간에 빗대셨다.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로 차례차례 흘러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칵테일처럼 섞여 있다는 걸 말한다. 열다섯의 몸으로 서른둘을 두려워하고, 서른둘의 몸으로 열다섯을 후회한다. 과거와 미래를 사느라 현재를 살지 못하는 우리들을 비춰준다.
당신은 어떤 재료로 시간을 채웠나? 더는 어쩔 수 없는 과거의 재료? 아직 오지 않아, 완벽히 대비할 수도 없는 미래?(266쪽)
나는 <셰이커>를 통해 배웠다. 우리가 넘치게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할 현재라는 시간이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을 향유할 수 있는 현재라는 이 귀중한 지금을 스마트폰이나 영상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결의가 솟구쳤다.

3. 우정
<셰이커>에는 "내가 모르면 이 세상에서 누가 널 알겠냐?" 호언장담하는 깊고 시원한 우정이 있다. 길고 험난했던 친구의 과거를 "너 그동안 어떻게 견뎠냐?"라고 헤아려주는 코끝 찡한 우정이 있다.
삶의 본질은 관계이다. 이들의 우정이 마음을 열고 타인의 진심을 보는 순수한 관계의 결정체로 보였다.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도 그대로 받아주고, 나보다 친구를 위해 배려하는 속 깊은 마음들을 엿볼 수 있어 기뻤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성숙한 우정을 평생 나누는 친구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나우의 친구 성진의 말처럼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다."
"나 의외로 대견했네." "지금까지 고장 나지 않고 잘 버텨왔네."라고 나의 과거를 안아주고 싶다. 아주 조금씩 지나온 시간을 지우고, 지금에 머무르고 싶다.(260쪽) 현재라는 "이곳은 누구나 올 수 있는 평범한 곳"이다. (207쪽) 현재를 놓치지 않고 싶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는 시간을 앞서 걱정하고 싶지 않다. (60쪽)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후회하는 대신 그때의 선택을 내 인생의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우리를 닮아 아름답고 맛 좋은 칵테일을 기대하며... <셰이커>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시간을 누릴 수 있길!



*** 이 글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

#셰이커 #이희영 #래빗홀 #타임슬립 #청소년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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