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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 - 초조함 없이 평온한 뇌를 만드는 ‘자극 금식’의 기술
크리스 베일리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평점 :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
제목에 혹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현대인 중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불안불안해하며 조급하게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저자 크리스 베일리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터져버렸다.
'생산성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연구하고 강의하며 지냈지만, 자기계발 전문가인 만큼 자신을 돌보는 것 또한 매우 잘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날마다 30분씩 명상하기, 일 년에 한두 번 침묵 명상 워크숍 참가하기, 꼬박꼬박 운동하기, 마사지 받기, 아내와 온천 가기, 책 읽기, 팟캐스트 듣기, 출장 중에 목욕하기 등 높은 생산성에 균형을 잡아줄 일상을 훌륭하게 챙기고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100명의 청중을 마주한 무대에서 공황 발작이 시작됐다.
"나를 통째로 휘감은 묵직한 기분이 내 몸과 마음을 집어삼켰고 나는 초조함의 구덩이 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마치 누가 공포라는 물약 한 병을 내 머릿속에 들이부은 듯했다. 단어 하나하나를 내뱉을 때마다 말을 더듬게 되자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입속에 구슬이 십수 개는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급격히 빨리 뛰었고, 나는 또다시 곧 기절할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 20면
생산성에 한계를 긋지 못한 이유로 번아웃과 불안감을 겪으며 저자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제대로' 자신을 돌볼 방법을 찾기로 마음먹자 하나의 질문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진정으로 평온한 상태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불안을 대적할 무기는 평온함이었다. 평온함에 이르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결론이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에 담겼다.
평온함은 불안의 반대편에 있다. '더 많이'의 성취 지향적 사고방식과 도파민 자극에 끝없이 노출된 뇌는 쉴 틈이 없다. 저자는 도파민과 번아웃을 뒤집어 평안으로 이르는 길을 찾는다.
도파민은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지원하며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이라 탄수화물을 금식할 수 없듯 도파민을 완전히 금식할 수는 없다.
재미있는 점은 도파민이 "쾌락, 즐거움"보다 "예상, 기대"의 화학물질에 가까워 우리를 산만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신나게 이것저것 쇼핑하고, 물건이 도착할 날만 기대하고 있었으면서 막상 택배가 도착하면 뜯기조차 귀찮아지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 그런 거 아니죠? ^^;;)
도파민 분비가 지나치면 평온함을 해치고 불안을 높여, 멀리 보면 역설적이게도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더 많이' 성취하려 노력할수록 우리 행동은 도파민에 좌우된다. 하지만 그러한 사고방식은 절대로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도파민의 쾌락은 일시적이다. 오히려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지치게 하며, 냉소적이고 비효율적인 번아웃으로 끌고 간다.
도파민은 끝없이 불만족을 배양하며 불만족의 순환을 일으킨다. 현재에 충분히 머무를 수 없게 하고, 눈앞의 일과 자극에 자동반응하게 해 통제력을 점점 잃게 만든다. 우리가 정말로 가치있게 여기는 본질과 멀어지게 한다. 자투리 시간마저 물처럼 우리를 가득 채워 진지한 반성이나 쉼, 평온함을 누릴 기회를 모조리 앗아간다.
자책하지 말자.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불필요한 습관을 제거하면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에서는 그 방법을 "자극 금식"으로 제안한다. sns, 디지털 뉴스 같은 초자극제들은 피곤하고, 냉소적이고, 비생산적인 상태에 머무르게 한다. 사탕같이 달콤하지만 먹고 나면 몹시도 쓰기에 자극의 높이를 떨어뜨려 유지하기를 권한다.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디지털 대상에는 덜 집중하고, 생산적이고 중요한 것들에 더 주의를 쏟는 분리의 개념,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를 구분해 활동량을 따지고 균형을 맞추는 시도들이 참신했다.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디지털 세계에서, 경험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으면 아날로그 세계에서 하라는 기준도 흥미롭다.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음미하기"였다.
더 많은 것을 축적하는 것이 더는 효과적이지 않은 시점이 있다는, 더 많이 추구하는 방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나니 음미하기로 멈추는 것, 순간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에 닿았다.
평균적으로 우리는 나쁜 일 하나에 좋은 일 세 가지를 경험한다고 한다. (여러 연구에서 재현된 비율이다) 그러나 위협에 민감한 본능으로 진화한 탓에 부정적인 정보를 철저히 처리하다 보니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전체 시간의 4분의 3 정도는 스트레스 없이 불안해하지 않고 평온하게 보내는 것이 정상인 것이다.
음미하기는 인생의 좋은 것들을 즐길 줄 아는 기술이다. 무언가를 얻었다고 반드시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얻느라 고생해놓고 정작 성취를 즐길 줄 모른다면 무슨 소용인가.
음미하기의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심취, 경탄, 감사를 실천하면 된다.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고, 빛날 미래를 예측하며 음미할 수도 있다. 삶을 채우는 긍정적인 경험을 의도적으로 즐길 때, 음미하는 수준이 높을수록 불안은 낮아지고 몰입은 더 높아진다. 즐거움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사소한 순간에 집중하는 노력으로 삶을 음미하면 편안함을 훨씬 자주 풍족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 삶에는 이미 좋은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이를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 원하는 부정적인 태도가 허물어진다. 이것이 음미하기의 진정한 마법이다.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를 읽으면서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 소통》이 내내 겹춰 보였다. 평온함은 곧 "편안전활" (편도체 안정화와 전전두피질 활성화)의 상태였다.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에서 말하는 비본질의 한 예인 인정중독에서 벗어나 《내면 소통》이 말하는 자기존중, 타인존중으로 나아가는 길이 평온함의 결실이었다. 《내면 소통》에서도 강조하는 명상은 곧 음미하기였다.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자각하는 것, 그래서 한층 더 의도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나를 인정하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자기결정성"을 회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오랜만에 평생 들춰보고 싶은 책을 만났다. 유별나게 줄을 많이 그은 걸 보니 내용도 훌륭했지만, 저자의 똑똑한 글쓰기가 특히 놀라웠다. 번역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필력이 느껴졌다. 쉽게 서술했지만, 단어 하나하나로 뜻을 명확하게 강조하는 힘이 잽잽 펀치로 계속 날아왔다. 외우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을 섞은 것도 좋았다.
마음의 균형을 잡아 평온함이 무럭무럭 자라날 공간을 만들고 싶은 모든 분께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 강추합니다.
"평온함은 삶을 즐겁게 만드는 핵심 원천이다.
평온함은 갖가지 분주한 생활 저 밑에 숨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존재 상태다.
목적의식을 토대로 한 분주함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 목적 없는 삶은 의미도 없다. 하지만 평온함을 곁에 둘 때 삶이 훨씬 더 즐거워진다."
- 329,330면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지원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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