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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 - 타인을 신경 쓰느라 내 감정을 외면해온 당신에게
정우열 지음 / 김영사 / 2024년 11월
평점 :
반가운 정우열 선생님의 신간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
정우열 선생님을 안 지 벌써 4, 5년이 되었다. 강연과 책으로 달라지고 싶은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 무렵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팬이 되었다. 복잡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셔서 나를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생각과느낌 몸마음 클리닉' 원장이며, 7년 차 23만 심리 유튜버이기도 하다. 다양한 저서와 방송 출연으로 특히 아픔 속에 있는 이들이 외면해온 자신의 진짜 감정을 발견하고 상처로부터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내 마음과 친해지는 것"을 강조하는 선생님께 배우며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 내가 내 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싱긋책방'의 글에도 이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내가 내 편이 되는 것'은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수많은 선택 앞에서 내가 이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 책의 뒷날개에 실린 문구에 머리를 얹어맞았다. 몇 년 동안 내가 내 편이 되어야지 애쓰며 꽤 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나는 내 편이 아니었다. 실수나 잘못에 습관적으로 자책 먼저 하고, 타인을 볼 때와 달리 높은 기준으로 나를 평가했다. 셀프 칭찬에 인색하고 타인의 칭찬을 받아도 나의 장점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내 편이 되어주는 연습"은 계속 필요했던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당신의 부족함을 비난하며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검사인가, 높은 기준으로 당신의 잘잘못을 따지는 판사인가, 아니면 당신의 편이 되어주는 변호사인가?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는 내가 먼저 나의 편이 되어줄 수 있도록 따뜻하게 손을 잡아준다. 우선 각종 인간관계에서 뿌리내린 상처와 콤플렉스, 스트레스를 맞닥뜨려야 한다. 변호사에게만은 숨김없이 진실한 속내를 모두 내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 편이 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마주해야 내가 내 편이 될 수 있다. 예상하듯이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이기 때문이다.
심리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아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경험하는지 늘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들숨과 날숨으로 호흡하듯, 내 마음을 읽고 표현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내면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해내기가 어렵다.
그 이유를 정우열 선생님은 우리가 "사람"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어서라고 지적한다. 자신과 타인이 지나치게 대단한 위치에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막상 그 내면에서 형편없는 것들을 발견하면 깜짝 놀라 마음의 문을 닫고 억지로 바람직한 쪽으로 이끌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다. 나 자신은 별로다. 그 점을 인정하면 나를 수용하게 되고, 더불어 타인도 수용하게 된다.
의아했다. 평생을 자기 비하 회로 발달에 공들여온 나 같은 사람은 내가 별로임을 누구보다도 깊이 인지하고 있지만 나를 수용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를 읽으면서 알았다. 자책과 비하로 스스로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내가 별로임을 아는 데에 열심이었던 나는 안타깝게도 거기서 멈추고 말았다. 별로인 나를 혼내고 벌주어 어둠 속에 가둬놓은 채 내버려두었다. 이런 나라도 괜찮다고 진심으로 "수용" 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지금의 나를 벗어나 내가 원하는 이상향인 밝고 힘 있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수용하고 성장하는 길이 아니라 내 모든 것을 아예 내다 버리는 변신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래 외로웠다. 주변에 내 편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내 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의 장점 하나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을 갈망했다. 남의 편에 서서 타인의 눈으로 나를 보고, 낯설고 어지러운 세상의 목소리만을 내게 들려주었다.
"개인의 자연스러운 감정은 생각보다 별로이기 때문에 타인과 공유하지 않거나, 혹은 겉으로 보여지기에 괜찮은 것들만 공유합니다. ... 그럴수록 타인과는 어느 정도 친밀해지는 느낌을 받지만, 상대적으로 자기 자신과는 멀어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 세계에 집중하느라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서문 8면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다양한 사연들을 세세하게 다룬다. 4~5장 분량의 챕터마다 상담 사례로 시작해 내담자의 심리 이해와 해결책을 전한다. 분명 각 독자에게 해당하는 비슷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인생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마음의 모양이 나와 꼭 닮은 이야기가 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분의 마음이 어떤지 완벽히 알 것 같았다. 읽고 나서 한참을 울었다. 다음 날 퉁퉁 부은 얼굴로 아침을 맞아야했다. 하지만 그만큼 나를 더 알아내어 기뻤다. '그랬구나, 그때 나 그랬었구나.'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 문장 안에 고스란히 살아있는 오래된 마음을, 너무 오래 묻어두어 있는지조차 몰랐던 마음들을 지금에야 이해했다.
해당 챕터에서 선생님이 주신 솔루션은 "이제 스스로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주세요"였다. 그 말씀이 폭우로 쏟아졌다. 어느 배우의 영상에서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별 감흥 없이 오히려 비웃었던 적이 있다. 돌이켜보니 부모에 대한 쓴 감정이 올라온 것이었다. 하지만 상담으로 풀어주신 마음 설명서를 읽고 나서 해결책을 받으니 크게 와닿았다. 순식간에 나 자신이 내 딸로 여겨졌다. 기억 속 어린 내가 주인공이 되어 영화처럼 펼쳐졌다. 힘들어도 버티고 애써서 결국은 지금까지 살아낸 한 여성이 보였다. 그렇게 자신을 미워하며 살지 않아도 됐는데,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아이였는데, 그때의 비틀린 생각과 감정이 아니었다면 훨씬 쾌활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살만한 사람이었는데 그 시간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아팠다. '이제라도 내가 좋은 부모가 되어줄게. 아픈 마음이 회복될 때까지 많이 안아줄게.' 스스로 나비 포옹을 하며 토닥이며 잠들었다.
나의 존재조차 모르는 정우열 선생님의 말씀 또한 나를 다 알아주시는 것만 같아 큰 위로가 됐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닮은 마음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 부모와 형제, 자매를 중심으로, 가족을 미워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양가감정을 깨닫게 한다.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는 고통, 가족은 서로 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멀어져가는 자녀, 누구에게나 어려운 부모 되기 같은 주제를 다룬다. 가족 안에서 시작된 우리의 불안, 미움, 상처의 근원을 살핀다.
2부에서는 상처를 보게 한다. 나를 중심에 둔 생각으로 방향을 바꾸도록 도우며, 완벽주의나 강박적 성격, 성 정체성, 우울증, 피학적 성향 등을 이해할 수 있다.
3부는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 누군가를 미워해도 괜찮다, 내 잘못이라는 트라우마, 내 부모의 역할은 내가 할 수 있다, 내 편 하나 없는 가족, 부모 부양, 발표 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4부는 내가 내 편이 되어주는 연습이다. 스스로 원하는 삶으로 감정 회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홀로서는 연습, 열등감이 폭력으로 바뀔 때, 자식의 독립이 두려운 부모, 멀어져야 마땅한 가족도 있다, 가족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지 말 것, 나는 내 부모와 다르다 같은 주제를 담았다.
하지만 정우열 선생님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사연자와 독자의 상황이 다 달라도 '아, 사람의 마음이 이렇구나' 깨달음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를 읽는 분들이라면 아마 알게 되실 것이다. 사람이 마음, 내 마음이 이렇구나 외부 세계에서 대부분을 사느라 자신의 작고 싶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내비게이션이 되어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도록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다. 오래 묻어두어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한 생각과 감정을 찾게 도와주신다. 찾는다면 자신과의 정직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편안함과 행복감을 주는 회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부록으로 <감정일기>를 쓰는 방법과 예시를 꼼꼼하게 알려준다. 검열이나 판단하지 않고 자신을 이해하는 데 추천하는 방법이다. 놓쳤던 감정을 인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자기에 대한 인식 '자기감'을 알아차리는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자신의 마음과 내면을 알고 싶은 모든 분들이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를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할 수가 없다. 분명 책 속 이야기에 당신의 모습들이 조금씩 흩어져 있을 것이다. 그 생각과 감정의 조각들을 모아 돌보고 쓰다듬는다면 당신의 마음과 훨씬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깊은 이해 속에서 평안과 편안함이 깃들기를, 타인을 향한 수용과 이해로 넓혀 다툼과 분쟁의 갈등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를. 자신의 편이 되어줄 줄 아는 건강한 마음들이 모여 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 출판사 김영사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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