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 하루 10분 필사, 당신의 미래가 바뀐다
케이크 팀 지음 / 케이크 / 202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은 "강렬한 울림을 주는 명언 + 명언을 '나'라는 주어로 재해석한 확언 + 명언과 확언을 손글씨로 재구성하고 각인하는 필사"의 쓰리콤보세트 필사책이다. 《 I am what I write 》 영문 제목도 마음에 쏙 들어온다.


"따라 쓰기만 해도 인생이 바뀐다"라는 유혹의 문구에 흔들려 선택한 책이지만 사실 깊은 속마음에는 '필사한다고 인생이 바뀌기야 하겠어' 하는 의구심도 짙게 깔려있었다.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필사해 봤자'가 아니라, 그렇기에! 뭐든 작게라도 꾸준히 해내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이제는 정말 알고 싶다.


올해 들어 나의 고마운 뇌가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오르게 해 인내와 끈기 같은 개념에 집중하는 1월을 보내고 있다. 그런 시기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다가온 책,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그동안 나는 부정적인 가능성이나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상정하고 선택하며 살아왔다. 불혹이라는 40대를 넘고서야 이러한 삶의 패턴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변화를 시도하다니 얼마나 감사한지 일인가. 한 살이라도 젊고 유연할 때 도전하는 것이 남은 긴 생을 위한 현명함일 테다.


이렇게나 기특한 나를 위해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에서 소개하는 명언을 1월 1일부터 오늘 12일까지 빠짐없이 필사해왔다. 짧아서 부담이 없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적었다. 하루의 시작을 힘차게 동기부여하는 명언을 읽고, "나는 할 수 있다" 같은 확언을 읊조리며, 잠시 단상을 떠올리는 시간은 뿌듯함 그 자체였다.


작은 성취감이 주는 자신감으로 시작하는 하루와 작은 폰 화면이 주는 도파민 범벅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몹시 달랐다. 어수선하고 분주했던 집안이 집 정리 컨설턴트를 고용해 정돈되어 깔끔해진 것처럼 무척이나 근사한 기분이었다. 내가 꽤 그럴듯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속 모든 명언들이 마음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들춰보면 처음과는 또 다르게 다가오는 문장들도 있어 쉽게 지나치지는 않고 다시 눈여겨보게 되는 문장들이었다.


명상, 감사 일기, 독서, 스트레칭, 외국어 단어 암기, 하루 계획 점검 등 "하루 10분"이면 삶이 바뀐다는 행동 목록들이 숱하게 많다. 그중에서도 "하루 10분 쓰리콤보세트"라면 정말 해볼 만하지 않을까.


위대한 사상가들의 지혜와 통찰을 단 하루뿐인 귀한 오늘의 마인드셋으로 삼아, 편안한 정서와 긍정적인 자신감, 목표를 향해 달려갈 힘을 얻는 시간! 2025년의 소중한 나를 위해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과 함께 경쾌하게 오늘을 시작하시길 추천합니다.


*** 출판사 케이크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가주어인문장의힘 #케이크 #명언 #확언 #필사 #필사하기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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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라는 세계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월
평점 :
품절


《기록이라는 세계》는 매일 인스타에서 만나는 나의 찐 인플루언서 "리니"님의 첫 책이다. 얼마 전, 리니 님이 진행하신 이벤트에 당첨돼 고급스러운 다이어리를 선물받기도 했다. (rini FOREVER!)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기발한 기록법을 꼼꼼하게 알려주셔서 재미나게 구독하고 있던 중, 리니 님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서평단으로 함께 하길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른다. 성덕이 된 것 마냥 선물처럼 《기록이라는 세계》를 만나게 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더퀘스트 FOREVER!)


《기록이라는 세계》는 "삶의 길이, 넓이, 깊이"를 키워드로 구성돼있다.
1. 길이
내면의 길이 늘리기.
연력, 건강 기록, 일기, 루틴 트래커 등 하루를 들여다보는 꾸준한 기록.

2. 넓이
셀프 탐구 일지, 디깅 기록, 관찰 일지, 문장 수집 등 나에서 타인으로 시선을 넓게 가져가는 기록.

3. 깊이
필사, 성찰 기록, 미래 일기 등 삶의 순간에 나다운 의미를 부여하는 연습.


《기록이라는 세계》에는 정말이지 다채로운 기록법이 가득하다. 총 25가지나 된다. 다른 자기계발서라면 이렇게 하라는 게 많으면 시작 전부터 한숨이 나온다. '하나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다 하지...' 그런데 웬걸! 《기록이라는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1챕터부터 기록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주기 때문이다.


"사실 기록은 귀찮은 게 맞아요. '굳이' 하는 일이거든요. 굳이 하는 수고스러운 일은 평소에 하지 않던 노력을 해야만 해요. 문제는 이 '노력'이라는 단어가 부담을 준다는 거예요. 많은 분이 기록을 시작할 때 '비장한 각오'를 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기록하겠다, 용도와 상황에 맞는 체계적인 기록을 하겠다 등 굳은 마음을 먹어요."


"어휴, 벌써 숨이 막히지 않나요? 처음에는 아무리 목적한 바가 있어도 기록의 효용이나 방법, 매일 써야겠다는 각오, 남겨둔 기록이 의미로 거듭나길 기대하는 마음은 잠시 내려놓길 바랍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노트나 자주 사용하는 앱에 '뭐라도 그냥' 써보세요. 단어 하나, 간판 이름, 누군가와 나눈 한마디, 인상 깊게 봤던 콘텐츠 제목, 지루했던 일상 등 어떤 것이든 좋아요."
-- 19, 20면


"가벼운 마음으로, 뭐라도 그냥" 끄적여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 역시 완벽주의 성향 탓에 시작이 어려워 진작에 기록하지 못한 과거가 후회될 때가 많다. 그 흔한 육아일기 하나 쓰지 않은 엄마다.


"완벽주의 때문에 시작의 허들을 넘지 못할 때, 사실 방법은 딱 하나예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작해보는 거죠."
- 23면


정말 그렇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도 "그냥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ㅎㅎ 그러나 핑계는 이제 그만. 리니 님 말대로 그냥 해보는 것을 《기록이라는 세계》 책에서 얻을 '원씽'으로 삼고, 주위에 굴러다니는 작은 수첩에 일단 썼다. "가벼운 마음으로, 뭐라도 그냥"


그리고 《기록이라는 세계》가 처음으로 해보라는 것을 써봤다.
"노트에 1번부터 30번까지 숫자를 쓰고 그 옆에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들을 쭉 써보세요. 물건, 취미나 취향, 호기심이 가는 대상, 즐겨 보는 드라마 등 무엇이든 좋아요. 쓰다 보면 요즘 내가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어요. 특히 1번부터 10번까지는 현재의 내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일 확률이 높아요."
- 21면


30번은 너무 많아서 반만 썼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나는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괜찮다. 기록은 곧 나를 알아가는 시간. 올해는 그 어떤 때보다 기록 안에서 나를 자주 만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기록이라는 세계》 덕분이다.


별것 아닌 손글씨이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다음 기록들도 따라 하고 싶어져 그렇게 몇 가지를 쓰고 나니 예상보다 훨씬 큰 성취감이 올라왔다. 그저 잠시 따라 했을 뿐인데, 하라는 걸 했을 뿐인데, 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고?!


이 글을 읽는 이웃님도 당장 냅킨이든, 메모지든, 손바닥에든 글씨를 꼭 써보셨으면 좋겠다. 지금 떠오르는 그 마음 그 한 줄을.


《기록이라는 세계》는 숨 막히는 "TO DO LIST"가 아니라 산들바람 같은 상쾌한 설렘이 부는 "WISH LIST"였다. 해야만 하는 일을 빼곡히 줄 세워 강요하는 책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반짝이는 작은 선물이나 행운을 모은 보물 상자 같은 책이다. 안 해도 괜찮은 기록이지만, 하면 분명히 좋을 거라는 희망의 기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기록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삶을 아끼는 태도"의 진심이었다. 모든 구절구절 사이에서 리니 님의 기록 사랑이 향기로 피어났다. 그 향기는 곧 삶에 대한 사랑이었다. 삶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절절히 아는 사람만이 발휘할 수 있는 뚝심이었다. 그 한결같은 끈기는 자신의 삶이 무엇보다 귀중하다는 깨달음의 샘에서 절로 퐁퐁퐁 솟아오르는 것 같다.


흘러가는 일상에서 낚아챈 순간을 문자나 사진으로 남겨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두고, 그 기록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돌아보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삶과 타인과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낯설게 바라보는 여정. 그 여행을 누구보다도 즐겁게 문자들 속에서 항해하는 사람의 기쁨이 《기록이라는 세계》에 들어차있다. 그렇게 배웠다. 멋들어진 변화를 바라고 기록하기보다 기록하는 순간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꽉 붙들자고, 즐기다 보면 분명히 꾸준할 수 있고, 그 보상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주어질 것이라고 믿게 됐다.


저자는 힘들 때 기록이 다시 자신을 일어서게 했다고 고백한다. 리니 님처럼 기록이 나를 일으키는 경험은 없지만, 기록이 비추는 나를 관찰한다면 고난 속에서 동아줄이 될 인생템을 보물 찾듯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든다. 기록으로 삶이 변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보다, 기록하는 작은 순간들 자체가 이미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기록이라는 세계》를 통해 기록과 삶이 별개가 아니라, 기록이 곧 삶이며 삶이 곧 기록이어서 재미있고 고요한 일상을 즐기는 기록 선배의 기록을 훔쳐볼 수 있기를.

기록에 대해 아주 작은 흥미를 가지신 분이라면 분명히 《기록이라는 세계》로 모험과 재미가 넘치는 기록의 세계와 마음에 들지만 숨겨진 자기 자신의 세계를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출판사 더퀘스트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록이라는세계 #리니 #더퀘스트 #기록 #일기 #기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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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영성, 기쁨, 경이로움을 발명하는가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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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인간이 느끼는
벅찬 경이의 순간을 외면하지 않는다!"


부디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않길!
개인적으로 표지가 매우 매우 아쉬웠다. 영성을 뇌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과학책인데 신비스러움을 강조하느라 빛나는 눈을 전면에 배치한 이미지가 너무나도 사이비스러웠다. 서점에서 봤다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책이다.


하지만 저자 앨런 라이트먼의 소개글만 읽어도 금방 오해를 벗을 수 있다. 어떻게 그에게 "천재"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지 이해된다.


저자는 과학자이자 인문학자이며 작가이다. 물리학박사인 동시에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아인슈타인의 꿈>과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 <진단>을 비롯한 7권의 소설을 집필했다.


과학자이자 작가인 저자의 책인 만큼 아름답고 서정적인 묘사가 등장할 때마다 마음이 녹았다. 하지만 전작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에 비해 《초월하는 뇌》는 뇌과학에 비중을 둔 책이라 저자가 소설가로서의 재능은 많이 아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드대학교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였으며, 지금은 MIT에서 인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동시에 교수직을 맡은 MIT 최초의 인물이다.


《초월하는 뇌》는 "물질적인 뇌가 어떻게 자아, 영혼 같은 비물질적이고 초월적인 경험을 가능케 하는가"에 응답한 책이다. 뇌과학, 물리학, 천문학, 철학, 심리학, 인문학, 예술 등 방대한 지식을 넘나들며 한 주제에 천착했다. 이 모든 것을 연구하고 융합해 자신만의 견해로 정리한 글을 읽으며, 범접할 수 없는 지성의 사유를 엿볼 수 있어 감사했다. (책이 아니었다면 이런 내용을 어떻게 접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인간이 가진 '초월'에 대한 갈망을 밝히고자 한다. 자연의 장엄함 앞에서 보이는 세계 너머에 있는 더 큰 존재와 연결되고, 이 세상의 일부임을 느끼는 동시에 자아가 사라진 듯한 놀라운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과학자나 소설가들이 무의식이나 무아지경 상태에서 위대한 발견을 하고, 창의적인 작업을 이뤄내는 일화도 초월적인 경험에 속한다. 《초월하는 뇌》는 그중 일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하는 긴장을 느끼며 《초월하는 뇌》를 읽었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과 영성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하는 관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을 통해 영적인 경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시킴으로써 간극을 좁히고, 인간의 존재와 의식에 대한 인식을 크게 확장시켜준다.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그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과학이 증명하지 못하는 영적인 초월적 경험을 "창발"을 논거로 설명하면서도 "아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마법의 영역"을 믿으며, 온전히 포착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을 포용한다. 그러한 자세가 오히려 더 과학자다운 면모로 보였다. 그래서 저자는 "믿는다", "주장한다"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견해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여지를 두고 있다.


세상은 과학적 법칙이 관통하지만 관측과 측정이 불가능한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과학 이론은 언제나 후속 연구의 새로운 발견으로 무참히 깨질 준비가 되어 있다. 현재의 지식과 데이터는 항상 불완전하고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던 과학자들의 겸손과 열린 탐구심 덕분에 인류는 거듭하여 새로운 지평을 맞았다.


그래서 과학적 논증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려는 '신무신론자'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 리처드 도킨스를 언급하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그가 신앙인들을 "생각 없는 사람들"로 치부하고, 종교를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 규정한 것을 "서로 다른 집단 간의 분열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유물론자인 리처드 도킨스 자신의 신념을 밝힌 것이라 보면 그만이지만,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과학과 한계를 지닌 인간의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는 과학자로서 다른 영역과의 공존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함이 아쉬웠다.


《초월하는 뇌》의 저자는 자신을 "영적 유물론자"라 정의하며 "우리가 경험하는 영적 경험이 원자와 분자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한다. 저자 역시 리처드 도킨스처럼 모든 것이 물질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유물론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불가능하다고 본다. "0과 1로 환원할 수 없는 인간만의 경험"이 있다며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인정한다. 그래서 "영적" 유물론자다. 《초월하는 뇌》는 과학적 세계관을 포기하지 않고도 영적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과학과 영성을 모두 긍정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저자가 정말 좋아하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있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은 신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과 진정한 과학의 요람을 나타내는 근본적인 감정이다." 그 신비는 과학자와 예술가, 신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모두 두려움도 불안도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우주에 대한 경외심과 경이로움을 가져도 된다고 안심시킨다. 이것과 저것 중 하나만 옳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성이 과학과 양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의 핵심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초월하는 뇌》는 인간이 유한한 뇌를 가지고 무한을 탐구하는 역설적인 존재임을 밝힌다. 저자가 이끄는 초월적 세계의 여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와 세상에 대한 이해가 확장된다. 과학이 밝히는 우주와 세상의 신비와 위대함에 나라는 존재가 작고 보잘것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특별하고 경이로워졌다. 다른 물질들과 다를 것 없이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진 인간이 생명과 의식을 갖기 위해 얼마나 특별한 방식으로 배열되었는지, 그래서 살아있음 그 자체가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감탄하게 된다.


또,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뉴에이지적인 이상한 사상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실이라는 것도 알았다. 이러한 믿음은 개인의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해소하고, 세상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높인다. 세상과 생명에 감탄하는 초월적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평범한 일상에 숨어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인간관계의 소중함, 삶의 순간순간의 의미 등을 무심하게 지나 보내지 않고 새롭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겸손과 경외심을 겸비해 삶의 큰 그림 속에서 목적과 의미를 다시 그리는 과정 속에서 관점과 가치관이 재형성된다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인 가치에 무게를 둘 수 있다. 그 방향이 우리 삶을 충만하고 자족하게 하는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 문학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초월하는 뇌》와 함께 '나'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공유할 수 있어 참 즐거웠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령은 평생에 걸쳐도 다 이룰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 존재의 의미와 영적 경험에 대한 우주적이고 뇌과학적인 사유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앞으로 돌려 나의 죽음과 그 너머로 가보자. 내 몸을 구성하고 있던 원자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저기 흩어질 뿐이다. 그 원자들은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겠지만, 나의 원자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중 어떤 원자는 한때 내 어머니가 보사노바 춤을 추는 것을 보았던 기억의 일부였을 것이고, 어떤 원자는 한때 내 손의 일부였을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순간 내 몸을 이루는 원자 하나하나에 꼬리표를 붙이고, 주민등록번호를 새겨 넣을 수 있다면 누군가는 그 원자가 다음 1000년 동안 공중을 떠다니다 흙과 합쳐져 특정 식물과 나무의 일부가 되고, 바다로 녹아들었다가 다시 공기 속으로 떠다니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원자는 분명 다른 사람, 어떤 특정 인물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별과 연결되어 있고, 미래 세대의 사람들과도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물질적인 우주에서도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226면


*** 출판사 다산초당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초월하는뇌 #앨런라이트먼 #다산초당 #뇌과학 #영성 #경이로움 #모든것은연결된다 #나는누구인가











"과학은 인간이 느끼는
벅찬 경이의 순간을 외면하지 않는다!"


부디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않길!
개인적으로 표지가 매우 매우 아쉬웠다. 영성을 뇌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과학책인데 신비스러움을 강조하느라 빛나는 눈을 전면에 배치한 이미지가 너무나도 사이비스러웠다. 서점에서 봤다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책이다.


하지만 저자 앨런 라이트먼의 소개글만 읽어도 금방 오해를 벗을 수 있다. 어떻게 그에게 "천재"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지 이해된다.


저자는 과학자이자 인문학자이며 작가이다. 물리학박사인 동시에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아인슈타인의 꿈>과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 <진단>을 비롯한 7권의 소설을 집필했다.


과학자이자 작가인 저자의 책인 만큼 아름답고 서정적인 묘사가 등장할 때마다 마음이 녹았다. 하지만 전작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에 비해 《초월하는 뇌》는 뇌과학에 비중을 둔 책이라 저자가 소설가로서의 재능은 많이 아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드대학교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였으며, 지금은 MIT에서 인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동시에 교수직을 맡은 MIT 최초의 인물이다.


《초월하는 뇌》는 "물질적인 뇌가 어떻게 자아, 영혼 같은 비물질적이고 초월적인 경험을 가능케 하는가"에 응답한 책이다. 뇌과학, 물리학, 천문학, 철학, 심리학, 인문학, 예술 등 방대한 지식을 넘나들며 한 주제에 천착했다. 이 모든 것을 연구하고 융합해 자신만의 견해로 정리한 글을 읽으며, 범접할 수 없는 지성의 사유를 엿볼 수 있어 감사했다. (책이 아니었다면 이런 내용을 어떻게 접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인간이 가진 '초월'에 대한 갈망을 밝히고자 한다. 자연의 장엄함 앞에서 보이는 세계 너머에 있는 더 큰 존재와 연결되고, 이 세상의 일부임을 느끼는 동시에 자아가 사라진 듯한 놀라운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과학자나 소설가들이 무의식이나 무아지경 상태에서 위대한 발견을 하고, 창의적인 작업을 이뤄내는 일화도 초월적인 경험에 속한다. 《초월하는 뇌》는 그중 일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하는 긴장을 느끼며 《초월하는 뇌》를 읽었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과 영성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하는 관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을 통해 영적인 경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시킴으로써 간극을 좁히고, 인간의 존재와 의식에 대한 인식을 크게 확장시켜준다.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그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과학이 증명하지 못하는 영적인 초월적 경험을 "창발"을 논거로 설명하면서도 "아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마법의 영역"을 믿으며, 온전히 포착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을 포용한다. 그러한 자세가 오히려 더 과학자다운 면모로 보였다. 그래서 저자는 "믿는다", "주장한다"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견해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여지를 두고 있다.


세상은 과학적 법칙이 관통하지만 관측과 측정이 불가능한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과학 이론은 언제나 후속 연구의 새로운 발견으로 무참히 깨질 준비가 되어 있다. 현재의 지식과 데이터는 항상 불완전하고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던 과학자들의 겸손과 열린 탐구심 덕분에 인류는 거듭하여 새로운 지평을 맞았다.


그래서 과학적 논증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려는 '신무신론자'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 리처드 도킨스를 언급하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그가 신앙인들을 "생각 없는 사람들"로 치부하고, 종교를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 규정한 것을 "서로 다른 집단 간의 분열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유물론자인 리처드 도킨스 자신의 신념을 밝힌 것이라 보면 그만이지만,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과학과 한계를 지닌 인간의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는 과학자로서 다른 영역과의 공존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함이 아쉬웠다.


《초월하는 뇌》의 저자는 자신을 "영적 유물론자"라 정의하며 "우리가 경험하는 영적 경험이 원자와 분자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한다. 저자 역시 리처드 도킨스처럼 모든 것이 물질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유물론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불가능하다고 본다. "0과 1로 환원할 수 없는 인간만의 경험"이 있다며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인정한다. 그래서 "영적" 유물론자다. 《초월하는 뇌》는 과학적 세계관을 포기하지 않고도 영적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과학과 영성을 모두 긍정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저자가 정말 좋아하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있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은 신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과 진정한 과학의 요람을 나타내는 근본적인 감정이다." 그 신비는 과학자와 예술가, 신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모두 두려움도 불안도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우주에 대한 경외심과 경이로움을 가져도 된다고 안심시킨다. 이것과 저것 중 하나만 옳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성이 과학과 양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의 핵심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초월하는 뇌》는 인간이 유한한 뇌를 가지고 무한을 탐구하는 역설적인 존재임을 밝힌다. 저자가 이끄는 초월적 세계의 여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와 세상에 대한 이해가 확장된다. 과학이 밝히는 우주와 세상의 신비와 위대함에 나라는 존재가 작고 보잘것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특별하고 경이로워졌다. 다른 물질들과 다를 것 없이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진 인간이 생명과 의식을 갖기 위해 얼마나 특별한 방식으로 배열되었는지, 그래서 살아있음 그 자체가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감탄하게 된다.


또,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뉴에이지적인 이상한 사상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실이라는 것도 알았다. 이러한 믿음은 개인의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해소하고, 세상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높인다. 세상과 생명에 감탄하는 초월적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평범한 일상에 숨어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인간관계의 소중함, 삶의 순간순간의 의미 등을 무심하게 지나 보내지 않고 새롭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겸손과 경외심을 겸비해 삶의 큰 그림 속에서 목적과 의미를 다시 그리는 과정 속에서 관점과 가치관이 재형성된다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인 가치에 무게를 둘 수 있다. 그 방향이 우리 삶을 충만하고 자족하게 하는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 문학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초월하는 뇌》와 함께 '나'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공유할 수 있어 참 즐거웠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령은 평생에 걸쳐도 다 이룰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 존재의 의미와 영적 경험에 대한 우주적이고 뇌과학적인 사유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앞으로 돌려 나의 죽음과 그 너머로 가보자. 내 몸을 구성하고 있던 원자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저기 흩어질 뿐이다. 그 원자들은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겠지만, 나의 원자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중 어떤 원자는 한때 내 어머니가 보사노바 춤을 추는 것을 보았던 기억의 일부였을 것이고, 어떤 원자는 한때 내 손의 일부였을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순간 내 몸을 이루는 원자 하나하나에 꼬리표를 붙이고, 주민등록번호를 새겨 넣을 수 있다면 누군가는 그 원자가 다음 1000년 동안 공중을 떠다니다 흙과 합쳐져 특정 식물과 나무의 일부가 되고, 바다로 녹아들었다가 다시 공기 속으로 떠다니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원자는 분명 다른 사람, 어떤 특정 인물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별과 연결되어 있고, 미래 세대의 사람들과도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물질적인 우주에서도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226면


*** 출판사 다산초당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초월하는뇌 #앨런라이트먼 #다산초당 #뇌과학 #영성 #경이로움 #모든것은연결된다 #나는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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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서론이 긴 당신을 위한 최적의 설명법
로스 앳킨스 지음, 이민희 옮김 / 윌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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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정보를 선별하여
대상 청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보를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가 중요합니다.
- 13면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말하는 내용을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담은 책이다. 30년 동안 '통하는 말하기'를 탐구해 온 저자 로스 앳킨스는 BBC 뉴스 기자이자 진행자로 20년 넘게 일해왔다. 베테랑 언론인이 복잡하고 긴급하게 벌어지는 세상의 일들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온 수십 년 노하우를 7단계 말하기 공식에 고스란히 담았다.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앵커의 말하기"이기 때문에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설명이란 곧 상대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청중을 중심에 두고 상대의 이해를 극대화하는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 "어떻게 설명해야 상대가 잘 이해할까?" 질문에 대한 언론인의 270쪽짜리 해설서인 것이다.


명확하고 자신감 있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지를 파악하여 설명을 구성해야 한다. 즉, 설명은 듣는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누가 듣는가?'를 일관되게 중요한 질문으로 던진다. 이를 위해 먼저 듣는 사람의 배경지식, 이해 주순, 관심사 등을 고려해 눈높이를 맞추어 신뢰감을 쌓으라고 말한다. '날 위한 이야기'라 느끼게 하려면 청중을 특정해서 언급하라는 깨알팁이 재미있었다.


설명을 "구조화" 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정보가 명확한 구조 안에서 모든 정보가 제 역할을 하고 있어야 상대가 이해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주요 "갈래"를 분류해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기법을 제시한다. 특히 '이야기'의 형태를 가질 때, 몰입도가 높아지고 내용이 쉽게 기억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다양한 스토리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시간순, 결과/시작/결과(결과를 간략히 설명한 뒤 그 과정을 시작으로 돌아가 전개), 줌 아웃(중심 사건에서 시작해 외연으로 넓히기), 인용구(누군가의 발언 중심으로 설명), 문제 해결(해결이 필요한 문제 먼저 밝히기) 등 이야기를 갖고 놀 듯 스토리를 변주하는 방법들이 흥미로웠다.


수많은 질문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전개 방식이 눈에 띄었다. 7가지 공식에서 각 단계별로 점검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질문으로 제시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목적을 항상 상기하며, 듣는 이의 입장에서 이해가 명확히 될지 의문점을 계속 추가하는 조언이 깊게 남는다. 듣는 사람이 왜 그것이 중요한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도록 왜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전달해야 한다. 다음 질문을 메모해두고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아질 것 같다.


누구를 위한 설명인가?
그들 사이에 일관된 지식이 있는가?
청중이 얻고자 하는 내용을 어떻게 요약하겠는가?
이 설명을 통해 특히 어떤 질문에 답해야 하는가?
청중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받기 원할까?
어떤 스토리를 어떻게 들려주고 싶은가?
갈래가 적절히 나뉘었는가?
더 잘 이해해야 할 내용이 있는가?
더하고 싶은 시각적 요소가 있는가?
다뤄야 할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는가?
타인의 조언이 필요한가?
더 단순한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
각 요소의 역할을 명확히 알고 있는가?
사람들이 궁금해할 예상 질문 목록이 있는가?
정해진 시간이 있는가?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의 부제는 "서론이 긴 당신을 위한 최적의 설명법"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이 문장이었다. 서평을 쓸 때도 서론이 길고, 내용이 자꾸만 추가되어 전체 분량이 늘어나는 것이 늘 걱정이었다.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오히려 글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빠져드는 중이다. 막상 책을 펼쳐 보니 이 문제에 집중한 챕터가 없어 아쉬웠지만 질문 하나를 품고 읽으니 원인들을 조금씩 파악할 수 있었다.


서론이 길어지는 이유는 뭘까? 나의 경우 "완벽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말하기나 글쓰기가 부담이 되는 큰 원인 중 하나가 완벽주의다.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 같아 열심히 한다며 붙잡고 있다 보면 불필요한 내용을 계속 더하게 된다. 게다가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해, 시작 부분인 서론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도 있다. 완벽한 시작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다 보니, 서론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준비가 되려 자연스러움을 해쳐 읽는 이를 피로하고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해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놓칠까 봐 염려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가 강조하는 '간결성'의 원칙을 실천하기를! 충분히 좋음을 목표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독이며 마음의 부담을 줄이고 진심을 더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겠다.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가 도움이 될 독자들은 업무 환경에서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사람, 교육이나 강연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 설득력과 영향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다. 구조적인 설명을 다루고 있어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해 연결하는 크리에이터나 블로거에게도 좋은 도구가 될 책이다.


서평을 주로 쓰는 나에게도 책의 메시지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떤 깨달음을 주는지, 왜 서론이 길어지는지 질문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어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었다.


말하기와 글쓰기도 요리처럼 필요한 재료를 차근차근 준비해 가공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수많은 정보를 가공해 의미있게 연결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덧붙여 아름다운 창작물을 생산하는 활동에 자신감을 한 스푼 더해줄 책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이었다.


***출판사 윌북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람들이내말에집중하기시작했다 #로스앳킨스 #윌북 #말하기책 #통하는말하기 #앵커의말하기공식 #완벽주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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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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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전영애 교수님이 지으셨지만 최경은 님이 정리해 탄생한 책이다. 왜 정리가 필요했을까?


최경은 님은 인천에서 여주까지 매주 대중교통으로 여백서원을 찾아와 흩어져 사라지는 교수님의 말을 간수해두겠다고 유튜브를 혼자 배워가며 '괴테 할머니 TV'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골라 글로 정리한 책이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이다.


"시간이 생겨 전영애 선생님과 바닥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샌가 ...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
그러다가 서울대 학생들은 이런 수업을 들었겠다는 생각에 다수의 서울대 학생을 향한 근본 없는 시기심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런 못난 마음으로 '이런 거 같이 좀 두루 들어볼 수 있도록 뭔가를 해야겠다'는 소박한 결심을 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 222, 223면 (최경은 님 후기)


영상을 글로 바꾼 책이라 입말이 포근하게 들리지만 강의로 단련된 교수님의 능숙한 화술 덕분에 잘 다듬어진 글을 읽는 것에 더 가까웠다. 교수님의 다정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동시에 음성지원되는 것 같아 즐거웠다.


몇 달 전, 영상으로 우연히 전영애 교수님을 알게 된 뒤, 선하고 해맑은 미소에 반해 한동안 강의를 찾아 들었다. 알면 알수록 깊고 따뜻한 통찰에 놀랐다. 누구나 꿈꾸는 온화한 할머니의 전형이 전영애 교수님이 아닐까. 아름답기 그지없는 귀여운 할머니, 전영애 교수님을 존경한다. 전작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를 사두고 미처 읽어보기도 전에,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까지 만나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평생 괴테를 연구하고 번역해 온 전영애 교수님이 괴테의 삶과 작품을 통해 체화한 지혜와 통찰을 전한다. 하나처럼 닮아있는 괴테와 교수님의 메시지가 균형 잡힌 삶의 자세와 철학을 제시한다. 진정한 어른의 관록과 진솔함이 삶과 사람을 향한 뭉근한 사랑 안에서 독자를 내내 비추는 책이다.


2024년의 마지막 날과 2025년 새해의 첫날을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과 함께 한 것이 무척 감사하다. 책을 펼칠 때마다 인생책이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말씀들이 소중해 천천히 아껴 읽으며 교수님을 만났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내 옆의 좋은 이웃만 만나는 게 아니라 몇백 년 전의 어느 누구까지 만나는 일입니다. 엄청난 일이지요." ( -21면) 270년 전의 괴테와 동시대를 사는 교수님을 동시에 만나 뵐 수 있는 엄청난 경험이었다.


교수님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에는 괴테의 말과 삶이 진하게 스며있다. <파우스트>를 완성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60년을 써서 완성했지만, 괴테는 <파우스트>가 이해받지 못할 거라고 염려했다.


그러면서도 '아, 나는 이제 수양도 좀 하고 공부도 좀 해야 될 사람인데'라고 생각하며 죽기 닷새 전까지도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알았기에 끊임없이 배우고 탐구했던 것이다. 늘 호기심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꾸준함을 갖춘 사람, 그래서 나이 들수록 새로워지는 사람.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겸손과 끝없는 배움, 성장의 추구는 교수님에게서도 눈에 띄게 발견되는 태도였다. 간절히 바라는 것을 닮아간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두 인생이다.


괴테는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 등 문학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으로 오랫동안 봉직하며 도로 건설, 광산 개발, 교육 개혁 등 다양한 행정 업무를 수행한 정치가였다. 색채론과 식물학, 해부학, 광물학, 지질학 등 자연 과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으며, 인간의 턱뼈(악간골)를 발견한 과학자이다. 풍경화와 초상화를 중심으로 상당한 양의 작품을 남긴 화가이기도 하다.


'사람이 어찌하면 그렇게 클 수 있는가?' 교수님은 괴테가 문제를 감당한 방법에서 그 답을 찾았다. 괴테는 정면 대결로 답이 없는 인생의 문제를 감내나 극복 정도가 아니라 훌쩍 뛰어넘는다. 꼬마일 때 연극 대본을 썼는데 극단에서 무대로 올려주지 않자 프랑스의 대극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는다. 시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대학에 들어가지만 당대의 문학 조류에 맞지 않아 글이 어마어마하게 비판받자, 비판의 기준을 알기 위해 독일문학을 있는 대로 다 읽고는 아예 독일문학사를 써버린다. 이렇게 대단한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에 2025년 올해 꼭 도전해야겠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속 교수님의 시간관도 인상 깊었다. 시간을 흘러가는 개념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경작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시간은 농부가 밭을 갈듯, 삶의 의미를 일구어 가는 소중한 자원인 것이다. 지금 여기의 현재를 살기에 죽음을 굳이 떠올리지 않으신다. "감히 말하자면 늘 힘껏 살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았고, 거기에 어떤 후회나 회한 같은 게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어서 언제 회수당해도 불만 없다는 생각입니다." (-158면) 최선을 다했기에 삶에 여한이 없다는 말씀이 어찌나 멋진지 놀라울 뿐이다.


"길은 시작되었다. 여행을 마저 하라. 근심 걱정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당신을 영원히 내동댕이쳐 균형을 잃게 할 뿐." 괴테의 말처럼 초조와 후회는 털고 나이 들수록 시간이 부족해져 나쁜 것들을 제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매 순간이 좋은 일로 가득하게 되었다는 말씀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여백서원"의 이름처럼 쉼과 여백을 중히 여겨 바쁜 일상에서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모습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학회 일정을 마치면 하루는 온전히 비워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삶의 균형을 잡고 내면을 돌보는 자세를 본받고 싶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괴테와 콜라보한 교수님만의 시각으로 삶에 대한 깊은 지혜와 위로를 전한다. 읽는 이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부드럽고 다정하게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교수님 평생의 삶으로 어려울 수 있는 괴테의 철학과 정수를 소화해 진하게 우러난 통찰과 성찰을 먹기 쉬운 훌륭한 요리로 내어주셨다. 프란츠 카프카, 그림 형제, 헤르만 헤세, 쉴러 등 다양한 독일 문학 이야기까지 더해 다채로운 인문학 별미식도 맛볼 수 있다. 한 해의 시작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으로 장인이 평생을 우려낸 뜨끈한 보양식 한 권 꼭 드셔보시길 강추합니다.



***출판사 문학동네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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