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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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배우, 라디오 DJ, 소설가, 동시 시인, 화가...
대한민국의 멀티 엔터테이너 김창완.


1995년 김창완의 첫 산문집 <집에 가는 길>이 2005년 <이제야 보이네>로 개정해 선보인 후, 30년 만인 2025년 《이제야 보이네》 가 개정증보판으로 새 글 8편과 작품 20점을 더해 찾아왔다.


기타에 매달리듯 안겨 눈을 꼭 감고 있는 표지에 눈길이 머문다.
"삶은 여전히 이제야 보이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눈을 뜨고도 못 봤을 수 있고,
눈을 감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삶이 들려주는 대답은 그 의미가
단 한 번으로 완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사로잡히기보다
흘려보낼 때, 그때 인생이 알려주는 것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개정판 프롤로그


《이제야 보이네》는 김창완이 놓쳐버린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이며 삶의 흔적에서 흘러나온 긴긴 노래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들, 비로소 의미를 드러내는 순간들, 이제야 보이는 삶의 의미를 활자로 돌아왔다. 삶은 답을 구하는 기회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며, 먼 미래에도 모를 것만 같은 수많은 질문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이제야 보이네》를 다시 세상에 내보이셨다고 한다. 흘려보냈다가 다시 돌아온 인생이 그에게 무엇을 들려주었을까.


《이제야 보이네》를 읽는 동안 시원하고 편히 숨을 쉬는 것 같다. 살다 보면 불현듯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지금 놓쳐버리면 영영 끝일 것 같다. 갖지 못한 것들이 아쉽고, 실패한 것들이 후회스럽다. 또, 또 그럴까 봐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들볶았다. 하지만 김창완은 말한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흘려보낼 때, 비로소 배우는 것들이 있으니 놓아주어도 괜찮다고. 잃어버리고 나서야 보이는 소중함이 있고,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고.


"하루만큼 가면 하루만큼 멀어집니다.
이제는 그 시간의 흐름을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삶도 음악도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요.
무대 위에서 저는 항상 이런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려고 합니다.
옛날에 유명했던 곡을 부르는 게 아니라고요.
지금 이 모습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고요."
-117면


《이제야 보이네》 책이 내 손에 쥐어진 지금은 나와 함께 있지만, 이 글 또한 흘려보내야 할 것을 이제는 안다. 가수의 글은 노래를 불러오나 보다. 곧장 답가가 멜로디로 흐른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인생은 모순과 아이러니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남풍만 불 수는 없다. 북풍, 서풍, 동풍 모두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상실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었다. 고통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었다.


"한쪽 방향만 가리키는 풍향계는 고장 난 녹슨 풍향계다.
나는 오늘 어디서 바람이 불어올지 모른다. 그러므로 오늘도 어디를 바라다볼지 나는 모른다.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흘러온 내 인생길. 후회가 낳은 기쁨도 있고, 절망이 낳은 보람도 있으며, 환희의 자식으로 고통이 태어나기도 했다."
- 13면



"억지로 지우려 드는 대신 통증을 껴안을 수 있는 내성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에요. 마음이란 게 쉽게 부서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몇 번 부서져서 붙이고 꿰맨 가슴은 점점 더 안 깨져요. 지금 산산이 부서졌다고 해도 서서히 붙더군요. 그것도 아주 말끔하게요."
-24면


이 책을 읽으며 자주 멈췄다. 프롤로그를 넘어가는 데 하루가 걸렸다. 문장마다 질문이 걸려있었다. 쉬운 문제가 아니어서 허공을 헤맸다. 행간마다 내 속의 다른 내가 말을 걸었고, 그 말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폭신한 산책길이라기보다 자갈 섞인 흙길을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걷는 기분이었다. 느릿느릿 걸을 수밖에 없었다. 길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조금 내렸다. 하늘이 맑았는데 어떻게 비가 떨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또 질문해야 했다. '나 왜 우는 거야?'


서문만 읽어도 어떤 마음으로 쓴 책인지 알 것 같을 때가 있다. 담담하고 잔잔하게 흐르지만 까마득하게 수심이 깊다. 가끔 김창완 아저씨의 인터뷰 영상을 우연히 본다. 그때마다 울컥한다. 웃고 있어도 뒤돌아서서 울 것만 같은 표정이다. 긴 울음을 지나야 지을 수 있는 말간 웃음이었다. 얼마나 아팠기에 저런 얼굴을 할 수 있을까, 알면 다칠 것도 같지만 무심한 듯 꺼내놓은 이야기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워 더 가까이 다가가 듣고만 싶다.


데뷔 48년 차 일흔 살의 다재다능한 예술가, 닮고 싶은 어른으로 꼽히는 김창완이 "꾸밈없이 툭," 건네는 진솔한 성찰과 위로가 《이제야 보이네》 안에 가득하다. 일상 속 사소한 것에서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시선과 잃어버리고 잊은 줄 알았던 의미를 건지는 삶을 향한 간절함이 빛난다. 자신의 결점이나 모순을 폐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손에 쥔 것만 인생이 아니라는 말씀이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항상 어제보다 나은 나를 원했다. 늦더라도 이제야 볼 수 있는 멋진 변화를 원했다. 예전보다 더 나약하고 비겁해졌지만 그게 더 편하고 좋다는 아저씨의 말씀에 따라웃으며 생각했다. 이전보다 더 나은 내가 아니라도 언제나 지금의 내가 편하고 좋았으면 좋겠다고, 찌그러져도 예뻐할 수 있는 동그라미면 좋겠다고.


《이제야 보이네》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세상, 살고 싶은 인생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아저씨의 말씀을 들으니 더 오래, 더 잘 살고 싶어졌다. 어떤 하루를 보냈든 오늘의 나와 사람들에게, 세상에 감사하며 잘 살았다 어깨를 툭 쳐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chill한 마음이 커졌다.


물과 바람을 닮은 글. 흘려보내도 괜찮다지만 투명한 유리병에 모아두고 싶은 글. 계속 읽으며 나를 씻기고 말간 얼굴로 빛나고 싶게 만드는 글. 이제야 보이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기에 오늘 더 낮아지고 작아질 수밖에 없게 하는 글. 같은 메시지라도 다른 온도와 무게로 삶을 전하는 글. 연약한 듯 오롯이 자신만의 색깔과 소리를 드리운 글. 가수가 쓴 글이 아니라 작가 김창완이 쓴 글.



《이제야 보이네》를 통해 삶의 모퉁이마다 반짝 빛나던 당신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서지원 #이제야보이네 #김창완 #다산북스 #에세이추천 #어른의지혜 #삶의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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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성, 나로서 살아가는 힘 - 남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당당하게 나 자신으로 살자, 2025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김은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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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을 수 있는
확실한 행복의 길을 안내하다 ♬


격동의 시대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은 발전하고, 지금 이 순간도 AI는 자가학습으로 똑똑해지는 반면, 편리와 정보의 풍요 속에서 현대인들은 길을 잃고 무기력해지고 있는 것 같다. 구직을 포기한 2030 세대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30대 '쉬었음' 인구도 6개월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쉬었음' 인구는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쉰다"라고 답한 이들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부재와 불안의 증폭이 큰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자기결정성, 나로서 살아가는 힘》은 길을 잃은 당신에게 '나'로 살아가는 힘을 제시한다. 넘실대는 변화의 파도 속에서 틀에 갇힌 세상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까지 더해져 우리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오직 입시 하나를 위해 어린 시절을 전력질주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스펙을 쌓으며 모든 걸 갈아 넣지만, 애초부터 방향이 틀렸다면?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 가짜 모습으로 살다가 삶을 마감하게 되면 그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공허할까?


이 책에서는 훌륭하게 역경을 딛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심리 메커니즘을 자기결정성 이론의 기반 위에서 체계적으로 살펴봅니다. 행복 전략들을 스스로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 프롤로그 23면


핵심 키워드는 바로 '자기결정성'이다. 바깥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나'로서 살아가는 근본적인 힘, 자기결정성의 중요성을 저자는 역설한다. 자기결정성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넘어,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능력이다. 외부의 평가나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욕구와 동기에 따라 행동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자기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능력이 자기결정성의 핵심이다. 자기결정성이 부족할 때, 개인은 무력감과 불만족을 느끼며 외부 환경에 휘둘리는 삶을 살기 쉽다. 반대로 자기결정성을 확립한 사람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진정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자기결정성, 나로서 살아가는 힘》은 자기결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동력으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을 말한다.

자율성
자신의 욕구와 가치를 중심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 "구조화"된 자율성을 강조한다. 합리적인 규칙과 한계를 인식한 뒤 체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자율성 지지적 환경을 만드는 법을 간단히 정리했다.
1. 충분한 시간을 들여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듣는 경청하기
2. 시간을 주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리기
3. 정보를 담은 긍정적 피드백과 적절한 힌트를 제시하기
4. 관점을 수용하고 소통하며 질문에 즉각 반응하기


유능성
환경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지각으로, 잘할 수 있다는 내재적 동기를 높인다. 긍정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행복도가 증가하고, 이는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진다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인 것 같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명상과 운동을 추천한다. 명상은 전전두엽이 활성화되어 뇌가소성을 증가시킨다. 변연계의 활성화를 억제시켜 불안과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특히 달리기는 해마의 성장을 촉진시켜, 더 잘 기억하고 학습력이 뛰어난 뇌가 되게 돕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걷기와 뛰기를 한다면 긍정적 정서를 점점 더 향상되고, 더 큰 유능감을 갖게 될 것이다.


관계성
행복한 삶을 위한 가장 강력한 조건이 관계성이다. 우리가 맺는 관계의 총합이 곧 우리 삶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5성 장군으로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 밤에 불쑥 막사를 찾아가 사병들을 한 명씩 만나 격려하고 사진을 찍기로 유명했단다. 그리고 그는 사진과 함께 친필 편지를 적어 가족들에게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해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주신 것에 경의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 세상도 그에게 사랑과 존경으로 답하며 후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모든 소통의 시작은 자신과의 소통이다. "내가 더욱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화하고, 더욱 내 삶에 만족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즉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은 관계를 위한 최우선"이다.(202면)

"하나하나의 만남을 축복으로 바꾸는 지혜, 자신을 돌아보는 겸손한 마음, 타인에게 부정적으로 대하기 쉬운 마음을 다스리는 절제,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경청의 태도로 관계성을 쌓아가야 합니다."
- 212면



삶의 선택을 스스로 해나가면서 자율성을 챙기고, 일을 열심히 하면서 과업을 잘 해낸다는 자신감을 확보하고, 주요 타인들과의 관계를 친밀하고 단단하게 잘 맺어가는 것. 각각의 능력을 별개로 인식해 균형을 맞추기보다,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보고 통합한다는 관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밥상머리교육이 효과적인 이유는 부모의 일과 세상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가정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사랑으로 더 단단하게 결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작은 시도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이어가는 것, 그 중심에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알아가는 것, 올바른 방향을 잡아가며 매일을 점을 찍듯 감사하게 살아간다면 내가 나의 주인으로서 선택한 걸음들이 아름다운 삶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명확하고 쉬운 체계로 정보를 전달한 점이 가장 큰 강점이었다. 복잡할 수도 있는 내용들을 깔끔하게 정리한 덕분에, 한 번만 읽어도 명료하게 기억으로 남았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달리, 자기결정성 이론이라는 탄탄한 학문적 기반 위에서 적절한 연구 사례를 엮인 힘이 특히 돋보였다. 특히 저자 자신과 아버지의 일화에 담긴 따뜻한 진심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었다. 자기결정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외부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동력을 통합함으로써, 막연한 자기계발이 아닌,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구체적인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도서지원 #자기결정성나로서살아가는힘 #자기결정성 #김은주 #쌤앤파커스 #자기결정성이론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자기계발 #행복 #인간관계 #성공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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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지음, 양소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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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생의 이 단계에 와 있다는 사실에
나보다 더 놀랄 사람은 없을 거다.
수백만 명이 그러하듯 나 역시 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 고개를 돌리되,
이 해안가에 있는 우리에게 어서 나오라고 말하려 들지는 말기를.
당신도 머지않아 이곳에 도달할 것이다."
- 서문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에 가장 놀랄 사람은 자신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맞다. 시간이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내 나이가 객관적으로 인지되는 순간이 있다. 분명히 맞긴 맞는데, 그 숫자가 얼마나 낯설고 어리둥절한지 모른다. 20대일 때 나는 지금 내 나이를 지닌 사람들을 그야말로 어른으로 봤다. 뭐든지 척척 해결하고 알 것만 같은 어른. 정작 그 위치에 서게 된 나는 정신적으로 젊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두렵고 엉성하고 서툴다. 신체의 많은 부분은 노화를 보이지만 정신의 노화라 할 수 있는 성숙함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우리는 분명히 매일매일 늙어가고 있지만, 노화는 언제나 낯설고 멀리하고만 싶다.


"젊은이들은 늙고
늙은이들은 죽는다."
-이어령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를 읽는 내내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젊은이들은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늙어버리지만, 여전히 죽음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 같다. 지금 젊음을 열심히 살아야 늙을 줄도 알고, 열심히 늙음을 살아야 죽음의 의미도 안다고 하신다. 눈앞의 것들만 보느라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지 못한 걸까.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100% 확실한 진리, 늙어 죽어가는 인간의 삶을 이 책을 통해 한층 가깝게 내 일상에 들이는 시간이었다.


늙기를 기다려왔다는 충격적인 제목이 호기심을 끌어낸다. 늙어서 좋은 점들이 분명 있겠지만 그렇다고 젊음의 넘치는 기운을 능가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는 "나이가 들면 우리의 내면은 지극히 풍요로워진다. 우리의 삶이 가장 깊어지는 순간이므로."라고 말한다. 쇠퇴와 상실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노화의 특별하고 흥미로운 다른 측면을 밝혀주는 책이다.


연륜이 쌓이면서 타인에 대한 공감, 호기심, 이해심, 그리고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수용력이 넓어진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우울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안정감과 회복력이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해 온 경험은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길러주며, 작은 일에 연연하기보다는 삶의 의미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70세 이상 노인의 우울증 발병률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오히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노년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외롭고 힘든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욱 안정되고 행복한 시기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메시지는, 나이가 든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의 경험을 통해 더욱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는 사실이다. 자아의 축소나 소멸이 아닌 오히려 더 깊고 넓은 자기 이해의 과정인 것이다. 젊은 시절의 사회적 기대나 역할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 노년이 어찌 쇠퇴의 시기라 할 수 있을까.


내면의 성장, 정서적 안정, 지혜의 축적, 그리고 지속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노년의 긍정적인 진실을 듣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만 초점을 둔 노화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노화라는 경험으로 삶의 다층적인 본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들이 흥미로웠다. 노년은 삶의 마지막 장이 아니라,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빛나는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생의 각 단계마다 고유한 아름다움과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지금 내가 서있는 이 시기도 더욱 소중해진다.


"그 아이를 위로하며 말해주고 싶다.
머지않아 대초원을 떠나
다른 곳으로 떠나겠지만,
거기서도 결국 행복의 정점이 눈에 보이듯
네 상실도 풍경의 일부가 될 거라고.
상실은 초원에 자라난 풀처럼
다양한 나이에 온갖 형태로 찾아오겠지만,
우린 나이 들수록 그 모든 걸 마주할 힘을
한층 더 내면에 품게 된다고."
- 217면


상실도, 노화도 우리 삶의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였다.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풀처럼 상실은 끊임없이 찾아오겠지만, 그 모든 걸 마주하고, 어쩌면 더 좋은 것으로 빚어낼 줄 아는 힘을 갖게 될 거라고, 그러니 결국은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는 위로가 참으로 따뜻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이 들었다. 요즘은 가끔 예전과 다르다. 하루하루가 가져다주는 모든 걸 헤아릴 필요는 없다. 그저 다가오는 대로 살면 된다. 나이 든 여자가 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 255면


삶의 시기마다 나름의 희로애락은 예외 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우린 늘 견디고, 헤쳐나간다. 동시에 웃고 떠들고 감사한다. 그 모든 것들과 공존하는 동안 삶의 모든 것들을 헤아릴 필요도 없었다. 삶의 밝음과 어둠, 무엇을 보느냐도 때마다 다를 것이다. 그저 내 그릇만큼, 내가 담을 수 있는 만큼 살면 된다. 그 그릇이 단단하고 넓어지는 최대의 때가 삶의 마지막, 노년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가르쳐 준 책이다. 그 끝에서 그 안에 무엇을 소복하게 찰방이며 담겨 있을지 꿈꾸게 하는 책이다.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노화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수용하고, 동시에 사회적으로 만연한 차별적인 편견에 맞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하는 이야기를 통해 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


#도서지원 #나는언제나늙기를기다려왔다 #안드레아칼라일 #웅진지식하우스 #노년기 #잘늙는것 #노년의풍경 #노년의풍요 #노년의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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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이기는 습관 - 도파민형 인간·세로토닌형 인간 맞춤형 루틴 설계법
코널 코완.데이비드 키퍼 지음, 김두완 옮김 / 김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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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편한 행동이 아닌
더 현명한 행동으로


우리는 왜 득이 되는 게 아닌 줄 알면서도 그걸 계속할까? 왜 운동 계획을 잡아놓고 집에 있을까? 왜 자꾸 주저하고 망설일까? 왜 그다지 필요 없는 물건을 사들일까? 공부하기로 다짐해놓고 왜 sns를 보고 있을까?


더 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지향한다. 《뇌를 이기는 습관》은 "각성"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꿰뚫을 수 있다. 각성은 신경계의 자극이나 흥분 정도를 가리키고, 동기의 추진체이며,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의 원인이 된다. (44면) 적정 정도를 유지하려는 골디락스의 원리에 따라 뇌 역시 적정한 각성 정도를 유지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뇌 유형에 따라 타고난 각성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처방식이 달라진다. 도파민(자극 체계의 대장)이 부족해 각성도가 낮은 사람은 각성하기 위해 도넛을 먹고, 세로토닌(억제 체계의 대장)이 부족해 신경계를 진정시키기 어려운 사람은 각성을 낮추고 진정하기 위해 도넛을 먹는다. 각성을 높이려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각성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유형일까?


《뇌를 이기는 습관》은 인간의 뇌를 방어형과 공격형으로 나눈다. 인간은 스트레스에 대처할 때 이 두 가지 패턴에 기댄다. 타고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대표적으로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행동 패턴과 스트레스 대처 반응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방어형과 공격형의 성향이 된다. 사색적이고 내향적인 방어형, 표현적이고 외향적인 공격형.


질문지 체크 결과, 나는 극단적인 방어형이었다. 자신의 뇌가 방어형인지 공격형인지만 파악하면 책이 술술 읽힌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탄수화물에 왜 손이 갔는지 깨닫는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사례로 떠오르며 그들이 더 잘 이해된다.


방어형은 세로토닌(진정 작용) 부족형이다. 일상의 자극만으로도 각성이 잘 된다. 편안함을 추구하고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걱정을 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면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불편을 줄이려 한다. 위험에 민감하기 때문에 회피가 동기부여의 핵심이다.


공격형은 도파민(보상 활성화) 부족형이라 도파민 분비를 원한다. 긍정의 가능성에 끌려 즐거움을 지향한다. 각성을 더 원하기에 자극으로부터 편안함을 얻는다.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모험한다. 비난하고 분노함으로써 감정을 발산하려 한다. 쾌락과 보상이 동기부여의 핵심이다.


단번에 눈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흥미롭고 유익했다! 그동안 나를 더 알고 싶어 많은 심리학과 뇌과학 관련 책을 읽어왔지만, 《뇌를 이기는 습관》만큼 명쾌하고 속 시원하게 나를 밝히 보여준 책은 없었다. 그 힘은 딱 두 가지로 뇌 유형을 나눈 단순함에서 온다. 이분법적으로 사람의 뇌를 분류하다니 신뢰가 가지 않은가?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그 과정과 이유를 《뇌를 이기는 습관》은 반박의 여지없이 분명하게 펼쳐 보여준다.


가장 도움이 됐던 점은, 여러 매체가 알려주던 수많은 전략들, 삶을 성장시켜준다는 방법들이 유독 나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던 이유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따라하기만 하면 분명히 효과가 있어야 할 방법들을 왜 나는 이내 잊거나 소득 없이 스쳐갔을까?


방어형인 나는 보상보다 위험을 피하는 일이 훨씬 중요했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 대한 위험 수준을 애초부터 높게 잡아, 묘하게 보호받는 느낌과 불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스스로 각성을 유도해서 문제를 크게 키워서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려 했던 것이다. 자기계발서에서 권하는 방법들은 내가 보기에 공격형 뇌에 적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와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나처럼 방어형인 분들과 함께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이다.
위험 감각을 통제력을 만드는 기회로 보며 각성을 재구조화하기.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은 뇌 화학물질의 산물이 만든 이야기이자 각성의 부산물일 뿐, 주관적 경험이라는 것을 자꾸 인식하기. 그렇게 내가 뭘 피하는지 내면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각성에 익숙해지기. 불안이란 괜히 부추기지만 않는다면 저절로 사그라드는 화학적 폭풍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배우기. 이 상태가 결코 위험하지 않다는 걸 이해하기. "만약~할 때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다면 그것을 하고 싶다."라고 가정한 리스트를 작성해서, 회피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깨보기.


이렇게 뇌 유형에 따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지 《뇌를 이기는 습관》은 무의식적인 패턴들을 보여준다. 직장생활과 인간관계,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분류해, 문제와 구체적인 해법까지 사례를 통해 안내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 책의 내용을 그저 빠르게 읽었다가는 그다지 얻을 게 없을 것이다. 당신이 중요한 관계들을 하나씩 신중하게 따져봐야 자신에게 가장 실용적이고 가치 있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 .....
자신과의 관계를 더 제대로 관리하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이득일 것이다."
-247면


정말 그렇다. 《뇌를 이기는 습관》은 어렵지 않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만 빨리 읽을 수 없었다. 일주일을 붙잡고 읽으며 하나씩 하나씩 내게 대입해 뜯어보고 분석하는 동안 나에 대해, 특히 나의 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변화를 원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뇌는 그렇지 않다. 원시시대에 맞춰 탄생한 뇌는 현대사회에 급변하는 속도에 맞춰 변화하기를 거부한다. 무의식적인 뇌의 습관을 올바른 방향으로 맞추려면, 우리는 되도록 많은 장치를 총동원해야 한다. 《뇌를 이기는 습관》은 우리가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뇌 유형의 패배적 측면을 버리는 방법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뇌를 이기는 습관》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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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 비밀과외
아크미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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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길이 있는데..."
극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부를 잘한다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 5면



책을 펼치고 곧 감이 왔다.
'아크미, 이 분 도통한 사람이네!'


역대급 불수능으로 불리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전 과목 백분위 만점을 맞아 연세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아크미. 이후 개인 과외부터 일타 강사진 조교, 강사 연구원, 모의고사 출제, 학습 코팅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수능 공략법을 계속 쌓아왔다.


《수능 만점 비밀과외》의 금박을 두르고 번쩍이는 표지에서 범접하지 못할 위엄이 느껴졌다. 2022학년도 수능생이니 파릇파릇한 대학생이 쓴 책이지만 불수능에서 4개를 틀린 저력은 역시 아무나 갖는 게 아니었다.


수능은 마라톤 경기 같은 장기전이다. 게다가 단순히 문제를 많이 맞추는 시험도, 암기한 것을 확인하는 시험도 아니다. 처음 본 문제를 추론하는 높은 사고력을 요한다. 인생의 첫 관문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메타인지력, 실패를 극복하고 약점을 깨달아 해결 방안을 찾는 문제해결력, 계획을 짜고 수행하는 실천력,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인내력, 외부 자극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통제력, 한 목표를 향해 매일 달려가는 자기 조절력까지. 기나긴 과정 안에서 복합적인 문제들이 압축되고 압축되어서 고등학생이 수행할 수 있는 과정이 수능인 것이다.


저자 아크미는 그 과정을 자기주도적으로 헤쳐온 사람이었다. 공부, 특히 수능의 본질을 찾아 올바른 방향으로 매일 묵묵히 걸어간 사람이었다. "수능 공부를 하며 얻은 경험과 능력치는 학벌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라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진정한 본질이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음을, 몰입과 성장 같은 내재적 목표를 원동력으로 삼아야 오래 달리면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었다. 단지 시험을 잘 치르는 방법이 아니라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뿐 아니라 나와 같은 학부모가 읽어도 충분히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책이다.


저자 아크미는 정시 파이터로 고2부터 수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양한 시도와 실수를 반복하며 자신만의 전략과 노하우를 쌓았고, 수능에 성공한 이후에도 관련 일을 지속하며 얻은 경험 사례를 《수능 만점 비밀과외》에 녹여냈다.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수능 공부에 정답은 없지 않나?" 그렇다. 개인마다 맞는 방식은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실력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수능은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실력을 키우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해야 하는 시험이기에 남들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능 만점 비밀과외》에서는 수능이라는 시험의 본질은 물론 과목별 수능 공부의 방향과 구체적인 공부 순서, 이것만큼은 꼭 습득했으면 하는 공부법을 전한다. 공부 계획과 체력, 멘탈 관리에 관한 내용과 등급별 수능 전략과 세부적인 조언까지 핵심만 간추려 담아 버릴 내용이 없었다. 당장 고3인 수능생이라면 이런 책을 읽을 여유가 없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술술 읽히도록 쉽게 쓰여서 중학생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단 하나의 메시지라도 깊게 가져가기만 한다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그런데 정작 이 책이 필요한 학생들은 읽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이해는 한다. 《수능 만점 비밀과외》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태도와 방법으로 학창시절에 공부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하는 서글픈 상상이었다. 분명히 판이하게 다른 삶일 것이다. 지금의 삶이 불행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지만, 내가 가진 재능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시간들이 아쉬움으로 크게 다가왔다. 나도 그때에는 몰랐다. 이런 조언을 들었더라도 한 귀로 흘렸을 것 같다. 들을 자는 들을 것이다. 듣는 자에게는 복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이 진심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수능 만점 비밀과외》에는 수험생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필요한 지혜가 가득하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점은 저자가 공부에 몰입하는 장면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정말 공부에 미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정작 당시에는 하루를 단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충만감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시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없었다. 내 관심사는 오직 '오늘 어떤 교훈을 얻었고, 내일은 어떤 공부를 할지' 뿐이었다.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힘이 넘쳤다. 집중을 하려고 애쓰지 않았고 그 시간을 버티거나 욕망을 억누르고 있다는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괴롭지도 않았다. 그저 몰입의 흐름에 몸을 맡긴 것이다."
- 80면


누구라도 원하는 상태가 아닐까! 크게 애쓰지 않아도 몰입으로 충만한 매일! 그렇게 하루하루 쌓은 실력이 인생을 자연스럽게 바꾸는 순리! 읽으면서 정말 감탄했다. 고 3 학생이 불안도 걱정도 없이, 1초로 헛되이 쓰지 않고 괴로움 없이 공부할 수가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를 희망을 주었다. 편안한 정서와 감정으로 공부할 때, 뇌는 제 능력을 펼쳐낸다. 그 과정이 억지가 아니라 충만함 속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저자에게 감사했다. 나도, 당신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어본다.


기록의 중요성을 언급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실력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을 기록이라고 말한다.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훌륭한 피드백을 얻었다 해도 인간은 망각한다. 내일 똑같은 문제를 또 틀리는 것이다. 해당 피드백을 여러 번 접해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실수에서 얻은 교훈을 보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기록인 것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피드백을 쉽게 까먹는다. 남은 기록이 없으니 복기할 방법이 없다.


저자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과목별로 노트를 만들어 자신이 그날 했던 피드백과 얻었던 교훈을 기록하는 것이다. 자투리 시간에 이 노트를 읽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공부 태도에 스며들게 될 것이다. '수학 발상 노트', '수학 실수 노트', '국어 태도 노트', '탐구 노트', '모의고사 노트' 등을 만들었고, 수능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수학 노트만 200개가 넘었다고 한다. 나 역시 필사나 기록하기를 좋아해서 흥미로웠다. 그날 배운 교훈이나 인사이트를 남기고 자투리 시간에 읽기만 해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 수 있겠구나 배웠다.


《수능 만점 비밀과외》를 통해 어린 학생인 저자에게 이토록 깊고 굵직한 삶의 지혜를 배우다니 참으로 즐거웠다. "삼인동행 三人同行, 세 사람이 함께 걸으면 그중 한 명은 스승이다."라는 공자님 말씀이 떠오른다. 저자가 이룬 결과보다 수험생으로 걸었을 모든 한 걸음, 발자국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했을 최선의 날들이 눈부셨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후회 없이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356면) 그저 남보다 조금 더 묵묵히, 꾸준히 하나씩 쌓았을 뿐이라는 묵직한 한 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만족이나 행복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치열하게 빛나던 청춘의 여정을 나누어 주어 감사합니다, 아크미님.


*** 출판사 다산에듀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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