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파올라 퀸타발레 지음, 미겔 탕코 그림, 정원정 외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하다.
그림책을 펼치면
봄날의 나른한 햇살이 쏟아져 나온다.


이 눈부신 계절과 잘 어울리는 레몬빛 세상에는 아이들이 산다. 표지에는 한 아이가 버드나무 아래 카라꽃 향기 짙은 들판에 엎드려 있다. 아이는 무엇을 하는 걸까?


" 씨앗을 심어요. 그리고 자라는 걸 지켜봐요."

겨울에 심은 씨앗에서 싹이 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카라꽃은 5~8월에 핀다. 눈이 지나가고 꽃이 만발하기까지, 아이에게는 아주 오랜 기다림이었을 텐데도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다.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땅속에서 자라고 있는 씨앗이 아이에게는 보이는 걸까.


"가끔은 망칠 수도 있어요.

비밀을 소중히 여기고
두려움 앞에도 마주 서 봐요."

친구가 잘라준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고, 종이컵 전화기로 비밀을 나누는 아이들. 뱀이 무섭지만 도망가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나뭇가지로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이제는 여기 없는 이들을 기억해요."
늘 천진하게 놀기만 하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죽은 새를 발견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친구들과 함께 생명의 마지막을 애도한다.


"떠나야 할 때는 떠나요.
손을 잡아요. 그리고 때가 되면 놓아줘요.
다가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을 준비가 되었나요?
스쳐 가는 이들에게 손 흔들어 줄 준비는요?"


《어떤 날은》은 아이에게 들려주는 어른의 목소리로 들리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아이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이 똑같은 날처럼 보여도 삶의 다채로운 순간과 경험들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 속에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와 응원이 있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며, 삶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기를 권하는 따뜻한 격려가 담겼다.


원제목은 "making space"
《어떤 날은》이라는 제목으로 책의 초점이 공간에서 시간으로 이동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공간과 시간은 참 닮았다. 우리가 존재하는 터전이 지금 여기, 바로 시간과 공간이니 말이다.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은 곧 시간이기도 하고 마음이며 관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가고 존재한다. 씨앗을 심고 기다린다. 친구들과 탐색하며 몰두하다가도 멈춘다. 죽음과 실패를 마주하기도 하고 이별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자신을 탐구하며, 틈틈이 작은 행운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은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들을 시적인 문장과 부드럽고 간결한 그림으로 말하고 있다. 매일의 어떤 날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작고 특별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소중히 여기는 섬세한 시선들이 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힘을 빼고 느슨하게 흐르듯 표현된 그림의 선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완벽하게 설계되고 구조화된 그림이 아니라 어딘가 조금은 부족한 듯한 그림은 편안하고 정겨웠다. 오직 검은 선과 노란 채색으로만 표현된 세상은 여백과 어우러지며 자유롭게 상상하고 문장을 음미할 여유를 준다.


문장도 그림도 단순해 보이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단순하기에 메시지에 집중하게 한다. 두 번, 세 번 자꾸 들춰보게 만드는 매력이 가득하다. 일상의 날들을 덤덤하게 그저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작은 행복으로 채우며 적극적으로 여느 날들과 같지만 다른 어떤 날을 만드는 태도와 가치를 권하는 소리다. 그것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만드는 비밀을 속삭이는 그림책 《어떤 날은》의 노란빛 세상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도서지원 #어떠날은 #파올라퀸타발레 #미겔탕코 #문학동네 #영감목록 #이토록소박하고평범한행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 - 평범한 아이도 영재처럼 사고하게 만드는 질문의 힘
이창준 지음 / 비타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
꽤 길지만 분명 눈길이 가는 제목이다. 서울대 공대 아빠라면 우리가 모르는 수학의 비밀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그의 수학 비망록인 셈이다.


저자 이창준은 서울대학교 졸업, 도쿄대 재료공학 박사 학위 취득 후 S전자에서 10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오랜 시간 동안 수학 잘하는 국내외 엘리트들을 누구보다도 많이 만났다. 게다가 저자는 중 3 때부터 과외 선생님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고 3 때부터 학원 강사로 일했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또 열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저자는 수학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과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30년 동안 고민했다. 깨달은 바를 전하고 싶어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 '생각루트'를 열었다. 그리고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 출간까지 이르렀다.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는 한마디로 "수학 교육의 본질"을 풀어헤친 책이다. 반드시 공부가 재미있는 상태로 만들어줘야 공부 머리가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수학에 재미를 느낄지, 그래서 수학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핵심을 꿰뚫어 전한다.


그렇다면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생각하는 방식이다.
"논리를 사용하려고 노력했고, 본인의 생각이 맞는지 검증하려고 했습니다.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걸 즐겼고 생활 속에서 만나는 현상들을 수학을 사용해서 해석하고 문제 해결하는 걸 즐겼습니다."
-10면


아, 역시 다르다. 일상을 사는 모든 순간들을 수학적 관점으로 생각하고 단련했던 것이다. 우리는 애초부터 글렀던 걸까? 저자는 수학 머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누가 들어도 이름을 아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능력 좋은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목표라면 99%의 평범한 사람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실하게 말한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
- 아인슈타인


다른 요령을 찾지 말자. 지금처럼 생각하면서 지금보다 더 똑똑하게 변하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학을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수학은 편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차근차근 모든 과정의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추론 능력, 논리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선행학습이나 심화학습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40면


"수학은 철학이자 언어"라는 말을 실감했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수학을 잘할 수 없다. 언어이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수학에 노출되는 시간들도 필요하다. 분모나 분자라는 용어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개념과 의미, 왜 통분을 하는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것들을 왜 배우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가 없다.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면서, 수학과 친해지도록 돕는 것이 수학을 가르치는 어른들의 역할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좋은 질문과 기다림을 꼽는다.


"재미있는 수학 질문을 던져주고,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해보는 과정을 통해
진짜 수학에 대해 알아가도록 돕는
내비게이션 역할."
-45면


수학 질문? 재미있는 수학 질문?
그렇다. 수학은 공식을 외우고 계산해서 문제를 푸는 시험이 아니다.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수학이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수학을 잘 하는 것의 비밀이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던져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하는 기회와 질문에 답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이 아이들을 바꾼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던져줄 수 있는 질문들과 그 의미와 답이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에 담겼다. 초등 저학년부터 중고등학교까지 3개의 레벨로 나뉘어 다양하고 깊은 사고를 유도하는 질문들과 수학 상식, 실생활에 수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사례들을 다룬다.


"78 * 9가 무슨 뜻이죠?
78을 9번 더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78을 10번 더한 것에서 78을 한 번 빼는 것. 여기까지는 쉽다. 더 복잡한 걸 생각해보자.

78*19는 무슨 뜻일까?
78을 19번 더한 것이다. 누군가는 78을 20번 더한 다음에 78을 뺄 수도 있고, 누군가는 19를 80번 더한 다음에 19를 두 번 뺄 수도 있다. 78을 10번 더한 다음 78을 9번 더한 것을 서로 더해주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단순한 문제도 풀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는 단 한 가지 방법으로만 풀 수밖에 없도록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수학에서 당연한 것은 없음을 분명히 알고, 다양하게 접근하고 수학 개념을 추상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좋은 질문을 던지기.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어디일까? 만약 네가 건축가라면, 이 넓은 운동장에 똑같은 크기의 건물을 여러 채 지으려고 해. 건물을 빈틈없이 배치하려면 어떤 모양으로 지어야 할까?) 틀린 답을 내놓더라도 비난하거나 바로 정답을 알려지기보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대화하며 올바른 개념을 스스로 깨닫도록 돕기. 부모들이 먼저 생각을 바꾸고 수학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도록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챕터 말미에 실은 공부법도 무척 유익하다. 그중에서도 집중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남았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로 뇌가 멍할 때 그간 쌓인 지식들이 정리되고 체계화된다. 뉴턴이 사과를 보다가 만유인력에 대한 힌트를 얻고,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생각하며 유레카를 외친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하는 일은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확보해야 합니다."
-119면

그러니 산책이나 명상, 단순 반복 작업(콩나물 다듬기), 목욕하기 같은 습관을 의도적으로 일과에 포함시키자. 스마트폰으로 강한 자극을 하루 종일 받는 환경은 집중력을 크게 해친다. 쉰다고 폰을 보는 것은 축구를 하다가 쉬는 시간에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뇌가 쉬어야 할 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는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공부하기를 원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비교와 경쟁 속에서도 올바른 길을 찾는 부모님들, 수학을 주제로 해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이런 책마저도 끝까지 읽고 노력하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며 쓰셨다고 한다. 이창준 선생님이 얼마나 온 힘을 다해 세심하고도 다정한 진심을 담아 쓰셨는지 느껴져 참 감사했다.


수학을 소재로 했지만 교육 철학서 같은 면모도 고루 갖춘 책이라 새로운 교육 관점을 얻고 본질에 맞는 교육법을 찾고 계신 분이라면 누구나 만족하실 책이다. 무엇보다도 수학의 본질에 맞는 사고방식의 전환으로 처음에는 더뎌 보여도 오히려 제대로 수학을 공부하고 점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부모님들께 큰 도움이 될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였다.


절대 어렵지 않으니 술술 읽히니
겁내지 말고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도서지원 #서울대공대아빠의수학비밀노트 #수학 #자녀 #육아 #공부 #생각루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 지능 -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일곱 가지 수학 지능
주나이드 무빈 지음, 박선진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에 가장 약했던 과목이 수학이었다. 수학지능이 낮을 게 틀림없을 나는 《수학 지능》이라는 어마어마한 제목 앞에서 작아졌다. 하지만 "수학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라는 말까지 있듯,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우리는 인공지능의 핵심인 수학에 대해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다시 미적분을 공부하자는 말은 아니다. 《수학 지능》은 공식을 대입해 계산하는 수학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이자 능력으로서의 수학을 말한다. 왜 수학일까?
"이 시스템은 현재 우리를 위협하는 기술을 낳았지만, 이 디지털 괴물을 길들일 수 있는 기술도 역시 이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이 바로 "수학"이다."
-16면


순수 수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수학 교육에 힘써온 저자 주나이드 무빈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도구이자 AI 기술을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을 수학 지능이라 정의한다.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수학적 사고는 실생활에 더욱더 절실한 능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가 사용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과거를 모방해서 미래를 예측한다.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메커니즘에는 암묵적 편견이 켜켜이 내재되어 있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AI가 내리는 기계적인 인과적 추론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면 의식하지 못한 편견을 증폭시킬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수학이 편견을 극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면 말이다. 사실을 신중하게 정의하고 조사하며, 논증을 검토하기 위한 최적의 추론 형식을 채택하기 하기 위한 훈련으로서의 수학을 말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확장함으로 AI의 위협을 넘어 인간의 잠재력을 현명하게 활용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수학 지능》은 우리의 가장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에 녹아 있는 수학 지능의 7가지 원칙을 정리했다. 추정, 표상, 추론, 상상, 질문, 조율, 협동. AI와 함께 우리의 실존을 능동적으로 가꿔갈 수 있도록, 수학의 렌즈를 통해 인간 지능과 기계 지능의 본질을 조망한다.


7가지 수학 지능은 새로운 개념을 형성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끌어내는 인간 능력의 근간을 이룬다. 예를 들어, 숙련된 수학자는 복잡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직관적인 추론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다양한 표현 방식을 시도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인식하는 AI의 능력만으로는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지적 활동이다.


그중에서 "조율"에 관한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컴퓨터와 달리 우리는 메타 인지능력이 있다.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생각하고 스스로의 심적 행동을 조절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수많은 층위를 가지면서도 체계적인 동시에 직관과 충동에 따르기도 한다. 그물망처럼 무의식 깊숙한 곳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는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섬세하게 조정하는 능력이 조율이다.


인문학에 가까워 보이는 개념인 조율 역시 수학 지능인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와 획득해야 할 정보의 양을 조율하는 기량, 이처럼 수학 지능은 수학이라는 용어에 갇히지 않은 광범위한 사고력을 뜻한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수학을 만날 수 있었다. AI를 최고의 도구로서 활용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인간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했다. 방향성을 제시하고 깊이 있는 의미를 부여하는 선장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몫인 것이다.


인간 고유의 지적 능력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AI와 건설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창의적인 사고, 비판적인 질문, 협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집단 지성의 힘은 결코 대체될 수 없을 것이다.


《수학 지능》 은 우리에게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인간 지능의 불멸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인간 희망 설명서다.



"수학의 전 분야는 우리의 의식적인 선택에 따라
그 방향이 정해지며, 수학이 어디로 향할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수학의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지적 탐구에는 정해진 궤적이 없다는 것이다.
수학적 지능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큰 선물은
스스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다양한 발견의 단계를
탐색할 수 있는 자유, 즉 주체성이다."
- 326면



*** 출판사 까지의 서포터즈 "까치글방 3기"의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학지능 #주나이드무빈 #인공지능 #AI #수학 #수학적사고 #수학책 #수학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부라는 세계 -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베인 지음, 오수원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공부하고 있나요?
당신에게 공부란 무엇인가요?


학창 시절에 했던 공부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부는 그 개념이 꽤나 다르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쌓아두고 무조건적인 당위로 할 수밖에 없던 공부에서, 벌이 꿀을 따듯 인생이라는 꽃밭에서 이리저리 마음대로 꽃술에 몸을 들이미는 공부로 바뀌었다.


진작에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지만 시키는 대로 하는 공부밖에 몰랐던 아이는 '공부다운 공부라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인생을 가른다는 무자비한 시험들이 연이어 닥쳐오니, 누가 알려줘도 다른 공부를 시도하기란 어려웠을 것도 같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이전과는 다른 공부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 놀랍고 감사하다.


《공부라는 세계》는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인생을 위한 진짜 공부를 이야기한다.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이자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알려진 켄 베인 교수가 공부의 본질과 진정한 배움의 태도를 총망라했다. 성공이란 무엇인지, 어떤 배움을 선택할 것인지, 무엇을 생각하고 받아들여 질문할 것인지, 그리하여 어떻게 삶을 마주하고 세상과 연결될 것인지, 독자의 선택을 묻는다.


원제목 "What the Best College Students Do"에서 알 수 있듯, 《공부라는 세계》는 대학생의 공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입시 전략을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공부의 본질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공부의 올바른 목적과 방향을 알려주기에 공부에 대한 철학과 마인드셋 같은 어마어마한 무기를 얻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목적은 깊이 있고 열정적이며, 즐겁고 창의적인 배움을 촉진하는 것이다. 점수는 물론 중요하지만, 올 A를 받는 데만 골몰하는 사람은 깊은 배움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깊이 있는 배움에 집중하는 사람은 누구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29면


저자는 "깊이 있는 공부"를 권한다. 전략적으로 당장의 높은 성적을 추구하고, 피상적으로 질문을 풀기 위해 공부하는 방식은 결국 공부에 흥미를 잃게 한다. 그들에게 공부란 지루하고 불안한 것이다. 공식에 맞춰 정답을 찾아 A를 받을지언정, 정작 원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지식이 삶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섯 문단짜리 글 정도는 척척 써내지만, 그 글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깊이 배울 의도가 있어야만 깊이 배울 수 있다.

"누구나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 120면
세상 어떤 누구도 같은 인생을 살지 않는다. 저마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창조하는 능력이 있다. 고유한 존재로서 나만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면 자신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 힘은 내면에서 창조되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자신을 잘 이해할수록 자신감이 높아지고 배움을 향한 동기부여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된다. 깊이 있게 배우고 성장하며 창조적인 삶을 지속하는, 생산성 높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를 탐구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멋진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교수의 믿을 만한 30~40년 연구와 큰 성공을 거둔 100명(노벨상 수상자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까지) 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지각색으로 다른 인생의 이야기들을 만나니 무척 흥미롭고 뜻깊었다. 사례가 풍성하게 곁들여져 이야기책을 읽듯 술술 넘어가면서도 메시지가 쏙쏙 들어온다. 역시 교수법 전문가다운 책이다.


"그들이 부단히 노력한 것 또한 틀림없겠지만,
그럼에도 지식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그들 또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배움은 경험에서 오지 않는다.
배움은 경험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 241면


인생은 공부하듯 평생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왔기에 《공부라는 세계》가 알려주는 공부의 세계는 잘 사는 법을 새긴 금은보화가 가득한 보물단지 같았다.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으로 공부를 좁히지 않고, 하나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여정으로 공부를 넓게 펼쳐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삶의 본질과 맞닿은 공부의 의미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도서지원 #공부라는세계 #켄베인 #다산초당 #공부법 #어떻게살것인가 #어떻게공부할것인가 #공부태도 #공부의본질 #깊이있는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한 해 동안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국민 소설'이다. 2022년 전자책으로 출간된 다음 해,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14주 이상을 지켰다. 영국에서만 50만 부 판매. 2023년 닐슨 북데이터 베스트셀러상 금상 수상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25만 부로 은상)

혜성처럼 눈부시게 등장한 소설이 2025년 우리나라에도 찾아왔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샐리 페이지의 데뷔작이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다 꽃집을 운영하고, 만년필 애호가에서 시작해 만년필 브랜드 플룸스를 설립해 펜을 직접 만들었던 이력들이 흥미롭다. 1년 동안 일상에서 수집한 실화를 바탕으로 3개월만에 초고를 완성했다는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케임브리지에서 소문난 청소 도우미 재니스가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다. 이야기를 지킨다? 그녀는 이야기 수집가다. 수많은 집을 청소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머릿속 도서관에 모아두고 간직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웃들의 삶 속에는 놀라운 기쁨과 슬픔, 사랑과 후회가 숨겨져 있다. 재니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훌륭한 재능과 선함, 용기가 숨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소심한 자신에게도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남편이 이야기가 아닌 잔소리를 퍼부어 댈 때면 재니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차례로 음미한다."
-11면


바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재니스는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전직 스파이였던 까다롭고 영리한 92세 B 부인의 집을 청소하게 된다. 그녀는 재니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재니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재니스에게는 꺼낼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있다. 어린 시절,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였던 레이와 얽힌 기억들로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어요, B 부인"

"하지만 이건 자네 이야기야, 재니스.
자네는 이 이야기를 해야만 해."

"그런가요? 말하면 뭐가 달라질까요?
제가 결말을 바꿀 수도 없는데."

"바로 그 대목에서 자네가 틀렸다는 거야.
키케로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어.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때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희망뿐이야."
- 348면


결국 재니스는 사랑하는 책들이 꽂힌 서가를 둘러보면서 희망을 찾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이야기 수집가이자 이야기꾼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349면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의 이야기처럼 B 부인에게 털어놓는다. 이야기 속의 재니스를, 이야기 너머 재니스의 마음에 주목하는 B 부인의 태도에 뭉클했다. 재니스의 편이 되어 대변하고 항변하며 그녀의 아픔을 함께하는 어른의 존재는 감동이었다.


"B 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났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또한 모든 것이 변했다. 좋은 쪽으로."
-371면


재니스처럼 나도 나의 이야기를 잘 꺼내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그런 시간이 쌓이다보니 기억으로 남은 이야기가 점점 사라져버린 것이 두 번째 이유다. B 부인을 만나며 세 번째 이유를 알았다. 이렇게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 사람을 만난 경험이 적다는 것, 그런 사람이 다가와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애초부터 거리를 둔 것. 서로의 이야기가 진심을 통해 오가며 소통한다는 것은 축복 중의 축복이다.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살면서 좋았던 일을 공유할 뿐 아니라 화자의 나쁜 기억을 내보내는 기능, 바람에 먼지가 흩날리듯 나쁜 기억을 흩어지게 하는 기능도 있는 걸까?"
-391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을 때 삶이 정리되고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었다. 억눌린 감정을 표현함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어 자유로워진다. 표현된 이야기를 통해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더 깊은 자기이해를 이룬다.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타인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지지를 얻고 좁은 세계가 확장한다.


결국 삶은 이야기와 이야기들이 연결되고 얽혀 더 큰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뇌의 신경망처럼 관계와 경험의 발화가 새로운 뉴런을 만들고 수없이 연결되어 뇌가 끊임없이 변화하듯, 이야기는 반복되는 매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생명의 에너지로 작용해온 게 아닐까.


인생을 움직이는 동력의 하나가 이야기이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이라는 순환의 화살표가 그려졌다. 화살표의 방향을 파악하고 주체적으로 설정하는 과정이 성장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이야기를 매개로 삶을 향한 존중과 사랑을 주고받던 재니스와 사람들의 따뜻함 덕분에 힘이 난다. 공감과 경청을 통로로 진심이 오가던 장면들의 감동과 이야기의 가치를 강조하는 메시지까지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가 높은 인기를 얻은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누구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귀하다 말해주는 소설의 목소리가 고마웠다.


정보는 생선 같아서 그대로 두면 썩지만, 이야기는 씨앗이라 그리스 신화처럼 몇 천 년이 지나도 살아있다는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정보는 사라지지만 이야기는 살아간다. 매일의 삶이 이야기로 살아나는 당신의 오늘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할 건가요?"
제니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요. 멈추고 싶지도 않고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425면


"그리고 자넨 절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되고.
왜냐하면 '희망'은 모든 걸 바꾸니까."
-423면



#도서지원 #이야기를지키는여자 #샐리페이지 #책추천 #소설추천 #책 #소설 #영국국민소설 #영국소설 #소설신간 #영국 #인생소설 #힐링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