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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 - 평범한 아이도 영재처럼 사고하게 만드는 질문의 힘
이창준 지음 / 비타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
꽤 길지만 분명 눈길이 가는 제목이다. 서울대 공대 아빠라면 우리가 모르는 수학의 비밀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그의 수학 비망록인 셈이다.
저자 이창준은 서울대학교 졸업, 도쿄대 재료공학 박사 학위 취득 후 S전자에서 10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오랜 시간 동안 수학 잘하는 국내외 엘리트들을 누구보다도 많이 만났다. 게다가 저자는 중 3 때부터 과외 선생님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고 3 때부터 학원 강사로 일했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또 열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저자는 수학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과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30년 동안 고민했다. 깨달은 바를 전하고 싶어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 '생각루트'를 열었다. 그리고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 출간까지 이르렀다.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는 한마디로 "수학 교육의 본질"을 풀어헤친 책이다. 반드시 공부가 재미있는 상태로 만들어줘야 공부 머리가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수학에 재미를 느낄지, 그래서 수학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핵심을 꿰뚫어 전한다.
그렇다면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생각하는 방식이다.
"논리를 사용하려고 노력했고, 본인의 생각이 맞는지 검증하려고 했습니다.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걸 즐겼고 생활 속에서 만나는 현상들을 수학을 사용해서 해석하고 문제 해결하는 걸 즐겼습니다."
-10면
아, 역시 다르다. 일상을 사는 모든 순간들을 수학적 관점으로 생각하고 단련했던 것이다. 우리는 애초부터 글렀던 걸까? 저자는 수학 머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누가 들어도 이름을 아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능력 좋은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목표라면 99%의 평범한 사람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실하게 말한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
- 아인슈타인
다른 요령을 찾지 말자. 지금처럼 생각하면서 지금보다 더 똑똑하게 변하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학을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수학은 편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차근차근 모든 과정의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추론 능력, 논리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선행학습이나 심화학습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40면
"수학은 철학이자 언어"라는 말을 실감했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수학을 잘할 수 없다. 언어이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수학에 노출되는 시간들도 필요하다. 분모나 분자라는 용어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개념과 의미, 왜 통분을 하는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것들을 왜 배우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가 없다.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면서, 수학과 친해지도록 돕는 것이 수학을 가르치는 어른들의 역할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좋은 질문과 기다림을 꼽는다.
"재미있는 수학 질문을 던져주고,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해보는 과정을 통해
진짜 수학에 대해 알아가도록 돕는
내비게이션 역할."
-45면
수학 질문? 재미있는 수학 질문?
그렇다. 수학은 공식을 외우고 계산해서 문제를 푸는 시험이 아니다.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수학이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수학을 잘 하는 것의 비밀이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던져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하는 기회와 질문에 답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이 아이들을 바꾼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던져줄 수 있는 질문들과 그 의미와 답이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에 담겼다. 초등 저학년부터 중고등학교까지 3개의 레벨로 나뉘어 다양하고 깊은 사고를 유도하는 질문들과 수학 상식, 실생활에 수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사례들을 다룬다.
"78 * 9가 무슨 뜻이죠?
78을 9번 더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78을 10번 더한 것에서 78을 한 번 빼는 것. 여기까지는 쉽다. 더 복잡한 걸 생각해보자.
78*19는 무슨 뜻일까?
78을 19번 더한 것이다. 누군가는 78을 20번 더한 다음에 78을 뺄 수도 있고, 누군가는 19를 80번 더한 다음에 19를 두 번 뺄 수도 있다. 78을 10번 더한 다음 78을 9번 더한 것을 서로 더해주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단순한 문제도 풀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는 단 한 가지 방법으로만 풀 수밖에 없도록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수학에서 당연한 것은 없음을 분명히 알고, 다양하게 접근하고 수학 개념을 추상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좋은 질문을 던지기.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어디일까? 만약 네가 건축가라면, 이 넓은 운동장에 똑같은 크기의 건물을 여러 채 지으려고 해. 건물을 빈틈없이 배치하려면 어떤 모양으로 지어야 할까?) 틀린 답을 내놓더라도 비난하거나 바로 정답을 알려지기보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대화하며 올바른 개념을 스스로 깨닫도록 돕기. 부모들이 먼저 생각을 바꾸고 수학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도록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챕터 말미에 실은 공부법도 무척 유익하다. 그중에서도 집중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남았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로 뇌가 멍할 때 그간 쌓인 지식들이 정리되고 체계화된다. 뉴턴이 사과를 보다가 만유인력에 대한 힌트를 얻고,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생각하며 유레카를 외친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하는 일은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확보해야 합니다."
-119면
그러니 산책이나 명상, 단순 반복 작업(콩나물 다듬기), 목욕하기 같은 습관을 의도적으로 일과에 포함시키자. 스마트폰으로 강한 자극을 하루 종일 받는 환경은 집중력을 크게 해친다. 쉰다고 폰을 보는 것은 축구를 하다가 쉬는 시간에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뇌가 쉬어야 할 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는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공부하기를 원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비교와 경쟁 속에서도 올바른 길을 찾는 부모님들, 수학을 주제로 해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이런 책마저도 끝까지 읽고 노력하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며 쓰셨다고 한다. 이창준 선생님이 얼마나 온 힘을 다해 세심하고도 다정한 진심을 담아 쓰셨는지 느껴져 참 감사했다.
수학을 소재로 했지만 교육 철학서 같은 면모도 고루 갖춘 책이라 새로운 교육 관점을 얻고 본질에 맞는 교육법을 찾고 계신 분이라면 누구나 만족하실 책이다. 무엇보다도 수학의 본질에 맞는 사고방식의 전환으로 처음에는 더뎌 보여도 오히려 제대로 수학을 공부하고 점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부모님들께 큰 도움이 될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였다.
절대 어렵지 않으니 술술 읽히니
겁내지 말고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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