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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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나의 비극적인 위치에서 비롯된 공포에도 불구하고, 내가 길목에서 매복하고 있는 형체를 보았을 때 느낀 경악은 다른 모든 감정들을 압도했다. 그것은 풍채가 좋은 고릴라였다. 내가 미친 게 아닌지 아무리 되뇌어봐도 소용없었다. 그것은 분명 고릴라였다.
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은 소로르에서 고릴라와 마주쳤기 때문이 아니었다. 고릴라가 지구인처럼 옷을 입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옷을 입은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내게는 바로 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팀 버튼_Tim Burton'이 2001년에 리메이크하기도 했으며 '찰튼 헤스톤_Charlton Heston'이 주연을 맡아 놀라운 반전으로 관객들을 충격과 혼란속에 빠뜨렸던 1968년작 [혹성 탈출_Planet of the Apes]의 원작소설 <유인원 행성>!

영화는 두 작품 모두 여러 차례 봤음에도 원작소설이 있는 줄은 몰랐기에(사실 예전에는 알았었지만 원작소설이 국내에서 출간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그후로는 잊어버렸을만큼 까마득히 오래된...) 영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_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개봉에 맞춰 이 책이 출간됐을 때는 놀라움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인데, '혹성'이라는 단어에 왠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체질인지라 (혹성! 혹성! 혹성! 혹성! 혹성! 혹성! 혹성! 혹성!... 으으으, 이제 그마안...) 분명 SF출간이라는 반가운 소식임에도 일부러 외면하다시피 했던 것 역시 사실...

그러다가 작년 말에 조카녀석한테 생일선물로 받고는 할 수 없이(?) 읽어보게 되었는데...
이런! 이런이런이런!!! 놓쳤으면 두고두고두고 후회하고후회하고한번더후회한뒤에 평생을 후회했을 명작/걸작이었으니 뒤늦게라도 삼촌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 준 조카녀석한테 다시한번 "고맙다"는 말을 해 주고 싶을 정도다. "조카야, 삼촌의 편견을 깨줘서 고맙구나!~"

우주선을 타고 유유자적하며 멋진 우주여행을 즐기는 '진'과 '필리스' 커플이 바닷가에 떠내려온 유리병 속 편지를 발견하듯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유리병을 발견하고는 그 속에 들어있던 편지를 읽는 것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제외하면 이 작품은, 영화 [혹성 탈출]을 통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뿐 아니라 3D에 4D까지 등장하며 최첨단 영상미에 길들여진 요즘 시대에 활자로 굳이 그 영상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는데,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성급한 마음에 재촉(?)만 하지 않는다면 즉, 원작소설 자체를 이해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특별한 편지'를 끝까지 읽을 마음만 있다면,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켜낸다면 [혹성 탈출]이라는 위대한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만들어낸, 영화보다 한단계 더 위대한(반전, 모험, 풍자, 해학, 서스펜스...를 뛰어넘는 통찰을 통해 인류문명에 대한 조롱의 극치를 맛 볼 수 있는!) 소설을 읽고 있다는 경이로움을 맛 볼 수 있다.

이 땅 어딘가의 동물원에 갇혀있는 원숭이 한 마리(뭐 그것이 고릴라가 되었든, 침팬지가 되었든, 오랑우탄이 되었든 암튼 유인원_類人猿 중 하나)가 지구인들, 그것도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지구인들을 바라보며 '새삼' 충격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 이후 동물원에 가게되면 반드시 유인원한테 말을 시켜보고야 말 것임을 언젠가 먼 훗날이 되면 저 우주를 떠돌게 될 윌리스 가족을 떠올리며 굳게 다짐해 본다...





덧, Planet은 '혹성_惑星'이 아닌 '행성_行星!'
이 작품의 원작은 < La Plane'te des Singes>로 우리식으로 번역하면 <유인원 행성>이건만 워낙 유명했던 영화 [혹성 탈출] 탓으로 '유인원 행성' 또는 '행성 탈출'도 아닌 [혹성 탈출]로 잘못 알려져 왔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책 본문에는 혹성이 아닌 행성이라는 올바른 단어가 사용되고 있고(여기도 행성, 저기도 행성. 온통 행성 천지닷!) 심지어(!) 판권에는 '원제 : 유인원 행성'이라 표기되어 있을 정도다.
음, 이 정도면 책 제목을 <행성 탈출>이 아닌 <혹성 탈출>로 해야만 했을 이유가 나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덧-1, SF는 '공상과학소설'이 아닌 '과학소설!'
그러함에도 한가지 잘못 번역(?)된 것이 있는데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 표기한 것으로, 좋은 작품을 잘 번역해 놓고는 마지막 화룡점정_畵龍點睛을 찍다가 그만 룡의 눈을 멀게 한 꼴이 되어버렸으니 그야말로 옥에 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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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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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머리는 대나무 삼각대에 매달려 효수되었다. 머리가 잘린 사체들은 모래밭에 흩어졌다. 아침에 거지 아이들이 형장으로 몰려왔다. 거지 아이들이 토막 난 사체에 줄을 매서 마을로 끌고 나갔다. 목이 잘린 사체는 살았을 때 누구였던지 알 수 없었다. 거지 아이들은 민가의 대문에 사체를 들이밀며 밥을 구걸했다. 집 주인들이 질겁해서 밥을 내다주었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소설이다."
라고 저자 '김훈'은 책머리의 일러두기에서 가장 먼저 알리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인 소설인 것이다. 비록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의 조선시대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정약전을 비롯한 정약용, 정약현, 정약종 등 정씨 형제들과 중국인 주문모_周文謨 신부, 천주교도 황사영, <자산어보_玆山魚譜>의 공동저자 격인 장창대, 구베아_Alexandre de Gouvea 주교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다. 작가가 미리 일러두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에는 많은 허구의 이야기들이 얽혀 있어서 소설 속의 인물들은 누구도 온전한 실존 인물이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상황조차 실제 역사 속 시대에서 앞뒤로 조금씩 '차용'해 왔다. 이쯤되면 대체역사, 아니 대출역사 소설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이 책은 역사로 읽힌다. 허구적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역사소설로 읽힌다. 물론 소설을 쓰기위해 흑산도를 비롯한 사학죄인_邪學罪人(천주교인)들의 성지와 유배지를 답사하고 여러 연구자들이 이루어낸 학문적 서물_書物과 같은 각종 기록들을 찾아 읽으며 참고했다고는 하지만(작가는 이에 대해 '빚을 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한들 '이 시대'의 사람들이 '그 시대'를 온전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책의 상당 부분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졌을, 아니 꾸며졌을 것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역사로 읽힌다. 독자와 작가 중 그 누구도 결코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지만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처럼 그 시대의 모습이 생생하게 읽히고 보인다. 한줄 한줄 글을 써 내려가기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녔을 발품과 이것저것 살펴보았을 손품이 고스란히 글품에 나타난다. 한마디로 실감난다. 글쟁이의 거짓말일지라도 그야말로 그럴 듯하다. 믿지 않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숯쟁이는 숯가마에 일이 없을 때는 따스한 가마 속에 메주를 띄웠다. 메주에 흙냄새와 불 냄새가 스며서 장맛이 깊었다. 숯가마 아궁이에서 사위면서 헐떡거리던 잉걸불과 마른 장작의 향기, 발정해서 싸질러 다니다가 며칠 만에 돌아와서 우물가에서 물을 먹던 수캐의 비린내, 청포묵을 쑤는 냄새, 햇볕 쪼이는 여름날의 마을 흙담 냄새가 형틀에 묶인 젊은 숯쟁이의 기억에 어른거렸다. 살점이 흩어진 자리에서, 흘러내린 피의 냄새 속에서 기억 속의 마을의 냄새가 살아났다. 냄새가 어째서 물건처럼 기억되는 것인지, 지나간 냄새가 피 냄새를 밀어내며 콧구멍 속을 흘러들어왔다."......(본문 중에서 인용.)
최첨단 시설을 갖춘 4D 극장에서 영화관람하는 것도 아니요, 그저 낡고 좁은 방안에서 책을 읽고 있을 뿐인데도 냄새가 난다. 메주 냄새... 흙냄새... 불 냄새... 피 냄새...(문득, 작가가 하드보일드_hard-boiled 소설을 쓰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물론 방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상상력 넘치는 역사소설을 쓴다고해서 그 소설이 소설이기보다 역사로 읽힌다는 보장은 없다. 시대소설이 그냥 소설로 읽히느냐, 아니면 역사로 읽히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다. 책임이요, 능력이다. 그점에서 김훈은 본인의 몫을 다 했고 맡은 바 책임을 다 했으며 능력을 맘껏 발휘했다. 작가한테 '동인문학상'과 유명세를 안겨준 <칼의 노래>조차 아직 읽어보지 않은 독자의 입장에서 왜 "김훈", "김훈" 하는지를 <칼의 노래>를 읽지 않고도 이제는 알 수 있겠다. 더불어, 역사소설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까지도...

끝으로, 작품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이 책은 정씨 형제가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우리가 쉽게 알만한 '정약용_丁若鏞'이 아닌 그의 형 '정약전_丁若銓'이다. <자산어보_玆山魚譜>의 저자 정약전. 그런데 가만 읽다보면 정약전의 비중이 그리 큰 것도 아니다. 얼핏 보면 사학거흉으로 지목된 '황사영_黃嗣永'의 비중이 더 큰 듯도 하고 그런가하면 그들을 둘러싼 다른 인물들도 무시할 수 없다. 인물 하나하나가 주연급 조연으로, 그들이 떠받춰주는 것은 다름 아닌 천주교의 유입이 불러온 격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또는 당황하는 조선시대이다. 주인공은 기울어가는/ 무너져가는/ 저 끝을 향해 달리는 후기 조선시대인 것이다. 흑산도로 유배간 정약전의 시선으로 바라본 검고 푸르다못해 붉고 하얗기까지한 머나먼 바다를 통해 앞날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조선을 내다보며 이후에 도래하게될, 그 너머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작품 속 그림의 색상은 검은 빛이다. 온통 검은 빛 투성이. 이 책은 어둠을 그리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한 점 불빛도 없는 캄캄한 밤길을 걷는 기분이다. 검다. 까맣다. 막막할 정도로 어둡다. 답답할만큼 캄캄하다. 그야말로 검을 黑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검을 玆' 자산(또는 '검을 玄' 현산)이 아닌 '검을 黑' 흑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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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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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에 첫 출간되었다가 무려 반세기만인 지난 2009년에 복간되면서 입소문만으로 20만부를 판매하며 일본 추리소설계에 크나큰 소동을 불러 일으켰다는 '고이즈미 기미코'의 <변호 측 증인>!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변호 측 증인의 등장과 독자를 기만한 대반전의 충격으로 인해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단 줄거리를 짧게 요약해 보자면, 캬바레 '클럽 레노'의 전속 스트립 댄서 '미미 로이'는 야시마 산업의 후계자 '야시마 스키히코'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고 본명인 '야시마 나미코'로 거듭난 미미 로이는 이제 '스키히코 부인'이라 불리며 행복한 신혼생활의 단 꿈에 젖어드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시아버지와 크게 말다툼을 벌인 뒤 시아버지는 처참하게 살해되고, 남편이 유력한 용의자로 몰릴 거라는 생각에 스키히코 부인은 위증을 하게 되는데...

자고로 '좋은 추리소설'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이 땅 속 깊이 뿌리박힌채 그 위로는 수많은 가지처럼 천지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의혹 및 다양한 용의자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가지를 이어주는 짜임새있는 논리정연함이 나이테처럼 꽉 들어찬 아름드리 나무같아야 할텐데, 그 점에서 일단 이 작품은 낙제점이다. 요즘같으면 오디션에 출전했다가 일찌감치 예선에서 탈락할 것이 확실!(실제로 이 작품은 '올 요미모노' 미스터리 신인상에 응모했다가 낙선된 작품이다...)
예배당을 배경으로, 단 한 명의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사의 주례가 이어지고 "ㅇㅇㅇ를 남편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하는 혼인서약이 귓가에 울리자 마냥 행복해하는 신부의 얼굴이 한껏 클로즈업되었다가 느닷없이 법정이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수많은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ㅇㅇㅇ를 사형에 처한다."는 판사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끝없는 절망에 빠져드는 주인공. 그리고 다소 '냉정'해진 가운데 철창을 사이에 두고 남편과 아내의 대화로 시작되는 영화(?)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제법 흥미롭게 시작된 초반부를 제외하면 중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여기 따로, 인물은 저기 따로 제각각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라 도대체가 그 뿌리와 실체를 찾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기에 '반전', 그것도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들이 극찬'했을 정도의 반전이 아니었다면 읽는 도중 책을 덮었을지도 모를만큼 이야기 자체는 지루했다. 일단 구성 자체가 2(異)인칭으로 쓰여졌는데, 3인칭으로 쓰여진 홀수 장_章과 여주인공 '미미 로이'의 시점인 1인칭으로 쓰여진 짝수 장_章이라는 흥미로운 구성마저 자칫 혼란을 줄 수도 있는지라 밤무대 클럽의 스트립댄서와 명망있는 재벌가 후계자와의 결합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화로 여겨졌을 정도.

그러나, 작가는 오직 '반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 중간중간 하품이 나올 지경인 지루함이 절정에 다다른 후반부에 이르러 느닷없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 아니 물벼락을 뒤집어 쓰게 되는데 그동안 쏟아져내리던 잠에서 벌떡 깨는 순간이기도 하다.('올 요미모노' 미스터리 신인상에 응모했다가 낙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다카기 아키미쓰'의 극찬으로 그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는 것도 이색적인데 아마도 다른 심사위원들은 결말부분까지 읽기 전에 집어던진 것이 아닐까 살짝 의심을...)
작가가 준비한 회심의 '반전'을 맛보기 위해 독자들은 쓰고 맵고 짜기까지 한 오만 가지 맛을 모두 견뎌내야 한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는 말도 있듯 그 모든 맛을 입안에서 오물오물 냠냠거리며 꼭꼭 씹어 삼켜내야만 비로소 그 효능을 느낄 수 있는 것인데, 행여라도 "내 입맛에 맞지 않다"고 도중에 뱉어버리면 그야말로 찝찝한 뒷맛만 두고두고 혀 끝에 각인되어 이후로는 작가의 이름만 들어도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될 노릇이다.('반전'을 내세운 작품이기에 추리소설의 범인을 미리 밝힐 수 없듯 '반전이 무엇?'인지 '변호 측 증인은 누구?'인지 등 결정적인 재미에 대해서는 절대절대 얘기 할 수 없다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 궁금하면 읽어보시랏!)

그런데, 하도 "반전! 반전!" 하길래 '아무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_The Murder of Roger Ackroyd>만큼이야 하겠어?'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반전에 대비해서 '범인은 누구'이고, '변호 측 증인은 또 누구'이며 과연 '어떠한 반전'이 벌어질지를 염두에 두며 읽어나갔음에도 후반부의 반전이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 충격적이었던 것은 분명코/결단코 사실이나 그토록 대단한 반전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최고 점수를 주지는 못하겠다. 그 한 순간의 반전을 위한 전 과정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어눌하고 어리숙했기 때문...

하지만, 분명 다시한번 읽고싶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덧, 본서의 내지에 나와있는 <변호 측 증인> 성분 함량표.(별 다섯 만점)
1. 고전의 반열(★★★★★) : 역사적 의의와 수상 경력
2. 대반전(★★★★★) : 독자 기만 점수
3. 속도감(★★★) : 스피디한 전개
4. 캐릭터(★★★) : 매력적인 캐릭터
5. 논리정연(★★★★) : 논리적인 해결
6. 선정성(★) : 사건의 잔인함

덧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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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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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을 저지르는 놈만큼 멍청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자식을 사랑한다면 인생,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일시적인 욕망에 휩쓸려 한눈을 팔다가 일껏 이룩해 놓은 가정을 파괴하다니, 그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거야.'


- 조금은 모자라지만 착한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는 와타나베.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가로, '한석규' 주연의 [뿌리깊은 나무], 아니아니 [백야행_白夜行]의 원작자이며 현재 일본추리작가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릴러 <새벽 거리에서>!

일단 줄거리를 짧게 요약해 보자면, 주인공 '와타나베'는 건설 회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지극히 평범하고 모범적이고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 남자다. 어느날 '아키하'라는 여사원이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첫인상은 그저 단정한 옷차림에 안경 쓴 여자정도로만 인식했기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가 며칠후 회사 밖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고 그날 묘한 감정이 싹 트더니만 이후 그녀와 얽힌 사소한 일들이 거듭되면서 희미하게 피어올랐던 연애의 감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으니 마침내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의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한 남자가 와타나베를 찾아오는데 그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로 아키하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다...

자, '불륜'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마당에 '살인'사건이라니!! 알콩달콩 달콤(...)했던 불륜 이야기가 바야흐로 살벌해지는 순간인데,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멜로스릴러에 더 가까운 이 작품에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으로 불린다는 작가는 살인사건과 용의자, 그리고 형사까지 등장시킨 미스터리 요소를 주입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불륜과 살인이라는 두 가지 '사건'의 결말을 궁금하게 하면서 저마다의 만족스러운 또는 납득할만한 결말을 상상해 보게 만드는데, 그 와중에 부인과 애인 사이에서, 천륜과 불륜 사이에서 위태위태/ 아슬아슬/ 불안불안한 줄타기를 하며 재주를 넘는 와타나베의 심경 변화와 그에 따른 애정 행각을 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도 "불륜을 저지르는 놈만큼 멍청이는 없다. 아내와 자식을 사랑한다면 인생,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졌음을 자부함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서 '아, 나도 한번쯤은 불륜을 저지르고 싶다...'는 부도덕한 생각이 드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으니 주인공뿐 아니라 독자의 마음까지도 자신의 의지대로 가지고 노는 작가의 글솜씨가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불륜을 저지르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결혼을 해야한단 말이더냐!...
(가만, 반드시 내가 기혼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놀라운 속도감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동안 "히가시노~", "히가시노~"하던 세간의 명성이 과연 '헛된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의 명성을 이룩해준 <비밀>과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대표되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등에 대한 관심마저 "어쩔 수 없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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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 김경욱 소설집
김경욱 지음 / 창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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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작가로, '현재 한국 문단에서 최고의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김경욱의 신작소설집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국내 작가의 작품, 그것도 내가 사랑하고 자랑하는 SF는커녕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등의 장르문학이 아닌 글을 읽은 것이 얼마만인지(라고하기에는 SF조차 맘껏/충분히 읽어주지 못하는 게으르고 무기력한 현실을 부끄러워하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고 더 날아가고 한참을 날아가서도 확인하기가 힘들만큼 아득할 정도로 국내 작가의 일반문학 작품 대하기를 내외하듯 멀리해 왔던 터라,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선정된 이후 첫 번째 리뷰도서로 이 작품집을 선택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았다. 마치,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이 쓴 책인데 한번 읽고 냉정하게 평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느낄법한 정도의 부담감이랄까?
일단 '출판사 제공 책소개' 글을 읽으며 지난 이십 여 년간 발표한 십여 편의 작품을 통해 필요/충분하게 검증된 작가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일반문학을 하는 국내 작가라고 해서 일부러 "재미없다"고 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해서 굳이 "재미있다"라고 할 것도 없이 느낀 바 감정, 아니 감상 그대로 평가해보자고 마음 편하게 먹고 첫 장을 넘겨보니...

"이 도시에서만 수백개의 수도계량기가 동파된 월요일 아침"이 거듭해서 리플레이되는 첫 작품이자 표제작인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를 읽으며 어느정도 파악하게된 작가의 스타일은 <러닝 맨>과 <99%> 등등으로 이어지는 몇몇 작품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로 떠오르는 감상은 "과연, 순발력은 좋다"였으니 우리가 뉴스나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서 또는 일상생활에서 접하지만 별 관심없이 무심코 지나칠법한 일들을 소재로 하면서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하는, 그리고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구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아 왔다는 평가가 정확해 보일만큼 글쓰기에 대한 기교면에서는 단연 재능이 돋보였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예외없이 도입부분부터 결말부분 이전까지는 흥미진진하게 펼쳐졌기에 작품 속 본문 글을 인용하자면, "일단 손에 쥐면 끝장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구력은 부족했으니 이야기의 결말에 있어서는 한껏 들떠있는 독자(들)의 기대치에 부응할만한 명쾌한 끝장(?)을 내리지 못한채 도망치듯 마무리되는 통에 더욱 궁금해지는 뒷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으로, 작가를 데려다 놓고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된거냐!"고 따져 묻고 싶을 정도이다.
바로 '그런 점'이 김경욱 작가만의 스타일이고 매력일지 모르겠으나 처음 만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쉽고 허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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