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제로 환상문학전집 32
윌리엄 깁슨 지음, 고호관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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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도래했던 미래가 드디어 널리널리 퍼지는구나! 기왕 달리는 김에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까지 완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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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루
윌리엄 깁슨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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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일본 년과 결혼할 거라는 거요!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소. 그러면서 우리한테 상상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다고 말하고 있소!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중략……


"누군가가 우리 애한테 접근한 거요, 알겠소? 그한테 접근했단 말이오. 누가, 어떻게 접근했는지는 모르오. 개인적으로는 망할 놈의 콤비나이트라는 쪽에 심증이 가지만. 더러운 러시아 놈들 말이오.
하지만 당신, 레이니 바로 당신이, 우리를 위해 레즈를 상대로 접속 분기점 어쩌고 하는 것을 해주시오. 망할 놈의 개자식이 누구인지 알아내 달라 이거요."

_본문중 에서






장편 데뷔작 <뉴로맨서>로 휴고상, 네뷸러상, 필립 K.딕상을 수상하면서 그야말로 사이버펑크 문학의 '아이돌'로 떠오른 '사이버스페이스'의 창시자, '윌리엄 깁슨'의 <아이도루>!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최고의 인기 록그룹 '로/레즈'의 리드싱어가 사이버가수 아담, 아니 '레이'와 결혼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자 인간 대 비인간(未인간? 反인간?)의 결혼설 이면에 뭔가 거대한 음모가 있지않을까?싶은 생각에 진상을 파악하고자 네트워크 패턴분석 전문가인 '콜린 레이니'와 로/레즈 팬클럽 회원이자 초보 네티즌수사대원인 '치아'가 각각 다른 목적으로 일본에 도착/파견되었다가 밀수업자 및 러시아 마피아들과 엮이면서 그 누구도 원치않았던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을 그린 작품.
이미 <뉴로맨서>를 통해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시공간을 창조해낸 작가답게 인터넷이라는 뼈대에 피와 살을 붙여 시각, 청각, 촉각을 만족시키며 가상공간과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진 미래(아직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어느새 우리곁으로 다가오고 있고, 어디선가는 이미 다가와 있기에 더이상 미래가 아닌 미래)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어찌보면 단순한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덩어리에 불과한 홀로그램 '레이 토에이'가 스스로 진화하며 성장한다는 정도야 '요즘 시대'에 놀라울 것 하나 없다고해도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저 단순히 웹상에 떠오른 사진/동영상에 불과하지만 그 누구도 추론내지는 연산 과정을 알 수 없는 능력(심지어 작가도 모른다!...)을 발휘해서 이미지 속에 숨겨진 '접속 분기점'을 통해 인물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행동 패턴까지 내다보는 그야말로 신기묘묘 기문둔갑할 능력을 지닌 레이니의 '초지능공감각'은 요즘 시대에도 놀라울 따름으로(관상, 수상, 족상에 이어 '面상'이라는 새로운 점괘술 창안자로 기록될지도?) <뉴로맨서>에 비해 액션이 부족하다 싶은 감은 있지만('치아'는 '몰리'가 되기엔 너무 어리고 연약한 소녀...) 사생팬보다 건전한 열성 팬클럽의 위력을 볼 수도 있는 미래의 대중문화, 또는 대중문화의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수작!
(당연히 절판됐으려니 했는데 '놀랍게도' 아직 판매중이다!)





덧, '아이도루_idoru'는 '우상, 스타'를 뜻하는 idol의 일본 귀화어 アイドル의 영어 표기.

덧-1, 그동안 이 작품을 미루고외면한 이유는 '그다지 평이 좋지않다'는 이유와 더불어 어딘가 왜색적인 분위기가 책표지의 '접속 분기점'을 통해 느껴졌기 때문이었는데, 늦게나마 읽고나니 그 당시 이 책을 대했을 때 내가 지녔던 초지능공감각 지각능력이 아마도 아마추어틱했던 것으로 판명!(한마디로 훈련부족이었던 셈...)
공간적 배경이 일본이다보니 그들의 대중문화가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지만, 작가가 한국 독자한테 기모노를 입으라는 것도 아니요,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다 번역자가 우려(?)했듯이 '일본기행문'이라는 삐딱한 마음도 그다지 들지 않으니 아무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열린 마음으로 읽기를 권장!
(자세히 보면, 한국산 컴퓨터도 등장하기는 한다...)

덧덧, 1986년작 <카운트 제로_Count Zero>와 1988년작 <모나 리자 오버드라이브_MonaLisa Overdrive>로 이어지는 1984년작 <뉴로맨서> '스프롤 3부작'처럼 1996년 발표된 이 작품 역시 3부작으로, 1994년에 발표된 < Virtual Light>와 1999년에 발표된 < All Tomorrow's Parties>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요즘 분위기(?)를 보아하니 연작들의 출간도 살짝 기대해 볼만하다.
(벌써 <카운트 제로>의 출간소식이 들리고 있지 않은가!)

덧덧-1, '윌리엄 깁슨'의 단편으로는 '한뜻'에서 출간된 사이버 SF단편집 <선글라스를 쓴 모차르트>
<메모리 배달부 조니_Johney Memonic>, <크롬 태우기_Burning Chrome>, 그리고 '마이클 스완윅_MichaelSwanwick'과의 공저 <공중전_Dogfight>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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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도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4
다나카 요시키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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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토머스 앨바 에디슨이라는 사람이 있었지……."
라고 크루건이 지인한테 말했던 적이 있다.
"형무소에 전기의자를 팔고 다녔을 뿐인 남자지만, 그 녀석이 말했어. 천재는 99퍼센트의 땀과 1퍼센트의 영감이라고. 저능한 교육자들은 그러니까 인간은 노력해야 하는 법이라고 학생한테 설교하지만, 그건 저능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야. 에디슨의 진심은 이거지. '아무리 노력해도 영감이 없는 놈은 안 된다.'"
강렬한 표현력을 가진 그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허용범위를 넘어섰고, 그 탓에 자칭 천재는 고립되지 않을 수 없었다.

- 본문 중에서.





옛날옛적, 중국은 위_魏, 한_韓, 진_秦, 제_齊, 조_趙, 초_楚, 연_燕이라는 일곱 제후국을 중심으로 뛰어난 장수와 지략가들이 난립하며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무려 200년 동안 치열한 세력 다툼을 하던 시기가 있었으니 이때가 바로 '전국시대_戰國時代'라.
'진시황_秦始皇'이 천하를 통일하면서 대륙의 피바람은 잠시 잔잔해진 듯 하였으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기에는 충분하였으니 그로부터 자그만치 수 천 년이 흐른 어느날,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지는 '대전도_大轉倒(Big Falldown)' 현상이 벌어짐에 따라 호우, 홍수, 지진, 폭풍, 화산폭발, 산사태 등등등 자연이 선사할 수 있는 온갖 재앙이 지구 표면을 뒤덮으면서 지상의 인류는 재정비(?)되었는데, 대혼란을 피해 월면도시_月面都市로 피신한 사람들에 의해 인류문명 재건을 목적으로 지상에는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었으니 아퀼로니아, 뉴 카멜롯, 부에노스 존데, 프린스 해럴드, 타데메카, 산다라, 그리고 쿤론까지 모두 '일곱 도시'라.
한편, 혹시모를 반란에 대비하여 월면도시인들이 일종의 안전장치로 구축한 '올림포스 시스템'에 의해 항공권을 제압당한채 지상생활에 만족해야했던 지구인들한테 월면도시의 지배가 해제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하늘의 봉인이 풀리는 '그 날'을 기다리며 저마다의 '꿈'을 꾸는 군웅들이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며 미래의 패권을 잡기위한 움직임을 시작했으니 때는 바야흐로 2190년, 제2의 '전국시대_戰國時代'가 열리는 순간이며 <일곱 도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다...



책 한 권도 거뜬할 분량을 불과 서너장에 압축시켜 놓은 도입부의 흥미로운 설정과 <북극해 전선>, <폴타 니그레 섬멸전>, <페루 해협 공방전>, <재스모드 전투>, <부에노스 존데 재공략전> 등 다섯 편의 이야기가 연작처럼 이루어진 본문은 마치 한편의 단편을 읽는 것처럼 느껴질정도로 놀라운 속도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쉴틈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급류에 떨어진 나뭇잎처럼 거침없이 막힘없이 흘러가면서도 순간순간 지나치는 풍경이 언뜻 무협지를 보는 듯하다가도 어느순간은 처세술을 보는 듯 하고 가만 생각해보면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도 섞여 있는 것이 새삼 그 깊이감에 놀라게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었지만 정작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꼬이고 엮이는 일곱 도시의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케네스 길포드, 알마릭 아스발, 유리 크루건, 귄터 노르트 등등 딱히 누가 좋고 누가 나쁘다를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면서 잠시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몰아가고 있다.
족히 열 권은 될만한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겨우 300쪽' 남짓되는 분량에 꾸역꾸역 눌러 담아 놓은 까닭에 뭔가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은 22세기 군웅할거시대의 뒷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이 기대감과 동시에 아쉬움으로 다가온다.(작품이 출간된지 15년이 흐른뒤 후배작가들에 의해 속편이 나왔단다....)

이 작품을 통해 '다나카 요시키'라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로인해 애시당초 별 관심 없었던 <은하영웅전설>에 대한 흥미마저 새로이 생겨났으니 이거 참 큰일(?)이 아닐 수 없도다...





덧, 참고삼아 실린 '대전도후의 지도'는 본문 내용에 비해 너무 성의없고 허술해서 사실상 도움(?)이 안되었기에 차라리 '원작에 실렸다는 삽화라도 첨부했더라면...'하는 것이 국내 번역판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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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고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달리의 고치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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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도 고치가 있다. 나의 고치는 아마, 아니, 분명 소설을 쓰는 행위이리라.
나한테 소설을 쓴다는 건, 즉, 추리소설을 쓴다는 것이다. 그것도 추리소설의 일부 세련된 - 자칭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빤히 보이는 - 독자들한테 시대착오적이다, 유아성의 산물이라고 평가되며 백안시되는 본격 추리소설. 자신이 쓴 소설을 헛소리, 반푼어치도 안 되는 글이라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역시 추리소설이란 오락을 위해 만들어 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한테 그런 추리소설을 쓴다는 건 '겨우 추리소설을 쓰는 것'이라 치부할 수만은 없는 행위다.

- 본문 중에서.




'본격미스터리작가클럽' 초대 회장으로, <말레이시아 철도의 수수께끼_マレー鉄道の謎>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데 이어, <여왕국의 성_女王国の城>으로 '본격미스터리대상'을 수상한 '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달리의 고치>!

이 작품은 <46 번째 밀실_46番目の密室>에 이은 '작가 아리스_作家 アリス'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이 시리즈는 작가 아리가와스 아리스가 '엘러리 퀸'의 영향을 받았음을 드러내기라도 하려는듯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이 작가와 같은 것이라든가, 사건을 해결하는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와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옆에서 보조역할을 하며 찰떡궁합을 보여주는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콤비로 등장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홈즈와 왓슨을 떠올리게 되는 재미가 있다.

잘 나가는 주얼리 브랜드 '주얼리 도죠'의 사장이자 평소 '살바르도 달리_Salvador Felipe Jacinto Dali'를 숭배하다시피 했던 유명 보석상 '도죠 슈이치'의 죽음에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피해자가 명상기계 안에서 알몸인 상태로 발견된데다가 트레이드 마크격인 일명 '달리 수염'이 잘려 나간 상태였다는 점에서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고 그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 용의자로 의심되는 가운데 그들 개개인이 숨겨왔던 비밀스러운 삶이 한꺼풀씩 벗겨나가면서 드러나는 인간 심리의 이면을 그리고 있는데, 피해자가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도피처이자 안식처로 삼았던 명상기계 프로트 캡슐_Float capsule이 얼핏 고급 '오타쿠_オタク 문화'로 보일수 있으나 남여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이라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각종 스트레스를 풀고싶은 '장소'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각자 나름의 이유로 구축해 놓고 휴식을 취하던 일종의 '고치'를 통해 그들의 취미생활이 그저 단순히 오타쿠 문화로 치부 되어서는 안 되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리로써 평가하자면, 연애물이라는 점에서 불륜과 살인의 댓가를 그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벽 거리에서_夜明けの街で>가 떠오르다가도 뜻밖의 범인이라는 점에서 반전에 목숨 건 '고이즈미 기미코'의 스릴러 <변호 측 증인_弁護側の證人>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사건 당일 현장에서 범인(?)이 했던 행동중에서 몇 가지 의문이 드는 점(스포일러가 되는 관계로 밝힐 수는 없으나)이 있는데다가 문장의 흐름이 다소 부자연스럽다거나 '3LDK'같은 일본식 조어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는 것 등등 일본사와 정치, 그리고 일본 대중문화를 전공했다는 약력치고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느낌때문인지 기대만큼 엄청난 재미를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소위 '전문가'란 어려운 용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고, 어려운 용어를 알기 쉬운 말로 풀어내는 사람이 아릴런지?...
참고로, LDK는 living room+dining kitchen의 약자로, 3LDK는 세 개의 방과 거실, 식당을 겸한 부엌이 있는 주택을 의미한다고 함.)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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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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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양이 뭐냐고?
아포양은 아포양이지, 뭐.
아포양은 세상을 가르쳐주지 않아. 아포양은 하늘을 날지 않아. 아포양한테서는 돈 냄새가 나지 않아.
아포양은 화를 내. 아포양은 웃어. 아포양은 달려.
아포양은 공항에 있어."

- 본문 중에서.




데뷔작 <8월의 마르크스>로 1999년에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다는 '신노 다케시_新野剛志'의 2008년 작품으로, '나오키 상' 후보에도 올랐다는 《공항의 품격_あぽやん》!

원작의 제목이기도 한 '아포양_あぽやん'은 공항에서 근무하는 여행사 직원을 의미하는데(아포양은 공항_airport을 일본 특유의 말줄임식으로 표기한 'APO_あぽ'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やん'의 합성어) 원래는 공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여행객을 무사히 출발시키는 공항내 일처리의 전문가를 높여 부르는 말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일선에서 물러나 한직으로 내몰린 직원, 즉 달리 오갈데 없는 사람들을 경시하듯 부르는 별칭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종의 업계 전문용어라 함.

주인공 '엔도 게이타'는 해외여행 투어 전문 여행사인 '다이코 투어리스트'에 입사한지 8년이나 되는 경력자로 본사의 수배과와 기획과 등 알짜배기 부서를 거치며 착실하게 근무해왔으나 어느날 갑자기(?) 나리타 공항 근무로 보직이 변경/발령나면서 본의 아니게 아포양이 되어버렸고 이후 공항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사고 때문에 선배와 동료, 부하직원들과 함께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진정한 아포양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공항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함께 펼쳐진다.

일반적으로 공항에서 벌어질만한 일상을 떠올려보면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코 스튜어디스가 아닐까 싶은데, 대부분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고품격 유니폼을 입은 그녀들이 집단으로 우글거리는 장소라는 점에서 '공항에서 근무하는 남자 직원'이라면 일단은 '꽃밭에서 근무하는 복도 많은 놈'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며 마치 '홀딱 벗은 여자들이 바글거리는 목욕탕에 들어간 남자'로까지 무한상상이 될 정도지만(...) 정작 주인공의 입장은 6년이나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데다, 여자 사람 특유의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고 날카로운 직감 때문에 마음에 드는 이성한테 쉽게 호감을 표현 할 수도 없는 처지일 뿐 아니라, 애당초 시도때도 없이 발생하는 여행객들과의 이런저런요런조런 각종 문젯거리들 때문에 도대체가 한 눈을 팔 시간조차 충분치 못하다는 것!
실제로도 스튜어디스와의 염문은커녕 사랑했던 여자를 떠나 보내고, 사랑하는 여자도 떠나 보내야만 하는 것도 모자라 비행기를 타지 않기위해 비행기 타러오는 노부인, 홀로 남겨진 어린 아들이야 어찌되든말든 해외여행만큼은 떠나야겠다는 부모, 몹쓸 어른들과 은밀한 여행을 떠나려는 소녀, 게다가 무시무시한 조폭까지! 다양한 부류의 여행객들과 티격태격거리는 모습을 보면 공항에서 풍기는 품격 때문에 왠지 그럴싸해 보이는 겉모습이지만 그들 역시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일반 직장인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 여행사에서 6년간 근무했었다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서인지 경험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공항업무의 세밀하고 세심한 면들이 현실감있게 다가와 마치 하루 일과를 끝낸뒤 퇴근후 동료들과 한잔하면서 "오늘은 말이야, 낮에 이런 일이 있었어..."하며 얘기나누는 느낌이었다.

굉장한 재미나 눈물나는 감동, 우아한 품격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특수한 상황에서 근무하는 아포양의 일상을 통해 세상 어느 직장이나 그들만의 비애와 보람이 있음을 '새삼' 깨닫고 싶은 분들, 특히 그들의 비애마저도 그저 부러울 따름인 세상 모든 백수들한테 기분전환 할겸 왕복 항공권과 더불어 슬그머니 권하고 싶은 작품!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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