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와 시미코의 살아있는 목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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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보육원 선생님이 "쿠트르는 파리를 먹질 않나, 매미를 먹질 않나, 달팽이를 먹질 않나, 도마뱀붙이를 먹질 않나, 개미랑 경단벌레도 먹어버리고... 사육 상자에서 기르던 키리기리스를 먹질 않나... 다른 아이들이 흉내를 내면 곤란해요..."라고 해서 말야...

- 단 이치_段 一知(공포소설가)」

2인조 호러개그 걸그룹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의 제1권, 《살아있는 목》!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우리사는 동네와 별반 다를 것 없어보이는 '이노아타마' 마을에서 어느날 토막난 시체가 발견되고 온동네가 떠들썩한 가운데 우리의 주인공 '시오리'가 단짝친구 '시미코'한테 고민을 상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살아있는 목>을 비롯해, 자살하려는 사람들한테 은밀한 카운슬링을 해준다는 수상한 카레전문점에서의 목숨 건 모험담과 활짝 핀 벚꽃 아래에서 꽃구경이나 하며 잠시 즐거움을 만끽하려다 알게된 백년마다 꽃피는 벚나무의 비밀 등 기기묘묘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사람처럼 변신도 하고 말도 하는 것이 아닐까 상당히 의심스러운 고양이 '보리스', 그리고 다른 집 아이들보다 그저 약간(?) 활발할 뿐인 사랑스러운 베이비 '쿠트르'와 베일 속, 아니 벽장 속에 있는 '외국인(!) 엄마'를 비롯한 공포소설가 '단 이치' 선생 가족이 등장하며 평화로운 이노아타마 마을의 평화로운 주민들이 하나둘 소개되고 있다...

참, 앞으로 이 시리즈를 읽게 될 평범한 독자들을 위해 한가지 당부 사항을 일러줄 것이 있으니, 이노아타마 고교에 다니는 '시오리'와 '시미코'는 각각 신간서적 책방 딸과 중고서적 책방 딸이라는 것 외에는 일반 여고생들과 차이점이 없을 정도로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굳이 차이점을 꼽아보자면, 남들은 구르는 낙엽잎을 보며 꺄르르 웃을 때 그녀들은 구르는 사람 머리통을 보며 꺄르르 웃는다는 정도?...) 그녀들의 본 모습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오리는 잘린 머리를 발견하고는 무서워하기는커녕 '굉장한 걸 발견했다'며 집어들고 와서는 키워볼 생각을 한다든가, 실물은 없고 그림자만 있는 유령을 잠자리채로 잡아서 자신의 그림자와 친구를 만들고는 귀엽다며 기뻐할 정도로 왕성한 호기심과 둔감할 정도로 대담한 성격이고, 단짝 친구 시미코는 목이 잘린 직후에도 한동안 의식이 있어서 매우 고통스럽다는 얘기가 사실인지 궁금해서 참수형을 시험해 보고 싶어한다든가, 만개한 벚꽃을 구경할 수만 있다면 벚꽃나무 아래에 시체가 잔뜩 묻혀있든 벚나무 가지에 시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든 상관 안할 정도로 풍류있고 호기넘치는 성격의 소유자로서, 엽기발랄하기 그지없는 그녀들과 며칠(또는 몇 시간만이라도) 생활하다보면 새벽 한두시가 넘었는데도 놀이터에 예닐곱 명이 모여 담배피고 술마시는 우리동네 칠공주파 고딩 누님들 따위는 그저 쩝쩝대며 옹알이 하는 갓난아이정도로 귀여워 보일 지경이니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를 읽는 도중 이노아타마 마을에서 그 어떤 놀라운 사건이 생기더라도 결코 놀라지 말지어다~ 

 

 

 

덧, '우론당_宇論堂' 기서_奇書/ 진서_珍書 목록
: 아무 서점이나 있는 책은 없어도, 그 어떤 서점에도 절대 없을 것 같은 책은 무엇이든 있는 우론당의 소장도서 목록.
<사체병리법_死體病理法>
<완전범죄입문_完全犯罪入門>
<살아있는 목의 '바른' 사육법> _저자 불명(금붕어당 출판).
취미와 실용서라 못을 박고 있지만 실용서를 흉내내 웃기려고 쓴 책인 듯. 사람의 잘린 목을 수조에 넣고 기르는 노하우가 초심자 대상으로 해설돼 있음.
<자살 매뉴얼>
우론당에서는 이런 대중적인 도서를 취급하지 않음.
<자살 권유>
살인 철학을 전공한 작가가 목매달기 7회, 투신 5회, 분신자살 3회, 수면제 2회, 할복 1회, 목 자르기 1회 등 총 19회의 자살 미수를 경험한 뒤 쓴 체험담.
<고목 탐험> _미하루 멘타로 著.
말라죽은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만큼 오래 산 나무에서 꽃이 피는 시기를 예측하여 기록한 수필집.
<케이크 폭탄>
제목 그대로 케이크를 이용해서 폭탄 만드는 법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음. 생일빵으로 사용할 경우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음.
<야마타이 국은 화성에 있었다>
3세기 경 일본의 여왕 '히미코'가 지배했던 나라 '야마타이'에 대한 기록.
<케이오센 연선의 흡혈귀 전설>
<사이보그 베이비의 역습>
<무지개빛 도주> _토마스 모호로비 著.
에밀리와 그녀의 연인 자크가 험난한 역경을 이겨내며 사랑을 찾는 아름다운 로맨스 또는 사이코스릴러
<마술대전_魔術大全>
<이상한 곤충도감> 달밤에만 발견되고 잡을 수 있는 '월광영충'같은 희귀한 곤충 따위를 소개한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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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의 아이들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민 옮김 / 기적의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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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F 그 자체, 로버트 하인라인! 그 이름만으로도 구입할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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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 작가들이 사랑한 도시 체코 문학선 1
얀 네루다.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이정인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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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인식되는 도시, 《프라하_Praha》!
'작가들이 사랑한 도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집은 '프란츠 카프카'와 '카렐 차페크', '구스타프 마이링크' 등 체코를 대표하는 열네 명의 작가들이 쓴 열여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심연 위의 불길><드림 마스터>를 비롯한 SF총서나 SF작가선집을 꾸준히 출간하며 SF전문출판사로 자리매김한 '행복한책읽기'에서 <러시아 단편소설 걸작선>에 이어 발표하는 순문학 단편집으로, '체코 3부작'의 신호탄격으로 야심차게 선보이는 작품집이다.

'프라하'라면 [프라하의 연인]같은 드라마나 사진속 도시 풍경만 얼핏 봐서는 첨탑과 고성이 즐비한 유럽의 낭만적인 여행지 정도로 느껴지지만 1968년의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발표한 '밀란 쿤데라_Milan Kundera'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_Nesnesitelná lehkost bytí>과 이 작품을 영화화한 '다니엘 데니 루이스'주연의 [프라하의 봄_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으로도 어느정도 알려져 있듯 시대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체코의 수도로써, 그 역사를 살펴보면 유럽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독일, 러시아 등 동구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숱한 침략과 점령, 그리고 약탈로 이어지는 수난을 반복적으로 당하며 국가합병과 분립이라는 소용돌이를 한복판에서 겪어낸 도시인데, 변화와 혁명의 혼돈 속에서 프라하(또는 체코)를 온 몸으로 체험하고 느꼈을 작가들이 프라하의 역사에 대해 그 당시를 회상하듯 프라하 거리 곳곳에 깔린 흙더미, 돌덩이를 하나하나 들춰내며 프라하 거리가 기억하고 있는 세월의 흔적과 프라하 시민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온 세상의 독자들한테 보여주고 있다.
1834년에 태어난 작가부터 1962년에 태어난 작가까지 무려 100년이 넘는 시공간을 따로 또는 같이 공존했던 작가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되다시피한 혼돈과 파괴, 그리고 그에 대한 각성에서 발견되고 발전하는 치유와 변화를 통해 프라하가 입어야했던 상실과 상처가 어떻게해서 상징과 상생으로 살아 남았는지, 아니 살아 남아야만 했는지를 때론 잔잔하게, 때론 가슴아프게, 때론 몽롱하게, 때론 예리하게, 때론 농담처럼, 때론 역동적으로, 때론 당당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작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주인공들의 발자국 흔적을 따라 프라하 구석구석을 걷다가 힘들면 잠시 멈춰서서 웅장하지만 상처가 깃든 성당을 바라보고, 때로는 아픈 상처가 스며있는 구시가지 광장에서 그들의 과거를 떠올려보고, 카를 다리_Karlův Most를 건너 '프라하 성'이 있는 흐라드차니_Hradčany를 둘러보다가 이윽고 페트르진 언덕_Petřín에 올라 도시 전체를 관망하다보면 프라하를 사랑한 위대한 작가들의 숨결이 프라하 거리 곳곳에 토양과 굳건한 반석이 되어 깔려있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정도로 '프라하 여행서'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봄! 바야흐로, 그야말로 봄이다.
'프라하'에는 봄이 왔다. 상실과 상처의 도시 '프라하'가 혹독한 겨울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견뎌낸 끝에 단련된 모습으로 상징과 상생의 도시 '프라하'로 거듭났듯이 우리도 봄을 맞이하자. 봄을 보는 순간, 봄은 이미 온 것이다. 

 

 

덧, '프라하'에 못 가본 독자들을 위해(...) 출판사에서는 친절하게도 '프라하 그림지도'를 속지 첫장과 마지막장에 삽입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프라하 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입체적인 만족감을 느끼도록 했는데, 거닐다보면 프라하 둘레길을 일주한 착각(기분탓이겠지요?)이 들 정도다. 아, 프라하에 가고 싶다~ 

덧덧, 'Robot'의 창조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카펠 차페크'를 설명하면서 '로봇_Robot의 창조자 및 발명자'라고 설명한 내용인데, 체코어로 '노동, 부역'을 의미하는 'Robota'에서 파생된 'Robot'이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은 카렐 차페크가 아니라 그의 형인 '요제프 차페크_Josef Čapek'로, 화가이자 비평가인 요제프는 동생 카렐과 희곡 및 단편을 공동창작으로 작업하기도 했었다고 함.
(두 번째 아쉬운 점은 '혹성'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는 것으로, 다른 곳도 아닌 SF전문출판사 '행복한책읽기'에서 행성_行星이 아닌 혹성_惑星이라는 표현이 버젓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편집상의 크나큰 실수가 아닐까 싶다. 실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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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메모리즈 (단편)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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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을 통해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를 받으며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읽어보라는(읽어봐야한다는!) 권유를 받았던 '호시노 유키노부'의 SF단편집,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작가 이름을 들어보기도 전에 이미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고해서(왜 내가 관심 가질만하면 다 품절에 절판이란 말이더냣!...) 한때는 '그냥 만화가게에서 보고말까?'하는 생각도 했었지만'보고나면 틀림없이 소장하고 싶어질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에 오직 '구입'만을 목표로 이 행성, 저 행성 가리지 않고 열심히 찾아다니다보니 결국엔(언제나 그렇듯~) 구하게 되었고, 부랴부랴 읽어보니 과연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음이 증명되었기에 '만화책 한 권을 구하기 위한' 그동안의 고생이 아깝지 않았을 정도로 보람있었다. (그런데 힘들게 구입하고나니 이렇듯 '멀쩡한 새책'으로 출간!!...
하지만 언제 또 다시 품절에 절판까지 될 지 모르니 이 기회를 꼭 잡으시길 바라며...) 

각 작품마다 미지의 우주를 여행하는 인류의 모험이 실려있는데 말 그대로 '탄탄한 과학적 지식과 기발한 상상력'이 옹기종기 모여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SF소설 읽는 것 못지않은 재미를 주는데다 특히, 만화로 되어있다는 점에서 SF에 관심있는 이들한테 최고의 SF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내용을 살펴보자면,
<시인의 여행>_
다른 항성계로의 편도여행을 떠나는 뮤즈 계획 요원 '트리니티', 수천 수억의 별과 교감하기 위해 동료와 함께 동면을 반복하면서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우주여행에 나선다...

<메아리의 행성>_
우주탐사를 위해 계획된 클론프로젝트, 그러나 완전하지 못한 유전자 정보는 미지의 행성에 불완전한 생명체들을 탄생시키는데, 최초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했던 '로슈발트'는 모든 것을 되돌릴수 있을 것인가?...

<메리 스텔라 호의 수수께끼>_
행성 탐사선 '메리 스텔라'호의 승무원 전원이 실종된 까닭은? 그리고 밀폐된채 살아있는 생물위성의 정체는?...

<사수자리의 켄타우로스>_
'콘체론'그룹의 회장 '골드라이트'는 영생불사를 꿈꾸는데, 불사의 생물로 알려진 '케이론'을 잡아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것인가?

<고래자리의 바다>_
1년 주기로 건기와 우기가 오는 행성에서 '암몬'교도들과 마주친 케빈박사 가족의 운명을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신화에 접목...

<세스 아이보리의 21일>_
세포의 성장속도가 하루에 지구 기준으로 5년여에 이르는 행성 '린든'에 홀로 불시착한 '세스 에이버리',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는 적어도 3주, 무려 100여년의 세월을 살아남아야 하는데...

<우라시마 효과>_
서기 2020년, '토터스'프로젝트에 의해 5년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귀환하는 '가이 시마', 그동안 지구에서는 51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워 오브 더 월드>_
SF만화의 주인공들로 구성된 은하패트롤 부대가 술 독에 빠진 시골 영감을 얕잡아 봤다가 큰 코 다치는데...

<타깃>_
개나 소나 핵보유국이 된 작금, 오직 세계평화를 위해 머나먼 외계에서 '그것'이 지구를 향해 곧장 날아오고 있다...

<위대한 회귀>_
핼리 혜성의 연구가 평생의 꿈인 아버지와 지구의 운명을 위해 핼리 혜성을 파괴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아들, 과연 그들의 선택은?...

<불타는 사나이>_
표면 온도가 최고 430도에 달하는 수성에서 태양과 달리기 시합을 하게된 '심 트라이언'의 숨은 사연은? 그는 과연 불타는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우주에서 온 메시지>_
우주의 진실을 알려주는 한 컷 만평 모음~

<뫼비우스 생명체>_
접촉한 물체의 뒷면으로 차원이동을 하는 생명체를 멋모르고 포획한 관측선 '호킹'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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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위의 불길 1 - 휴고상 수상작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8
버너 빈지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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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_Hugo 상' 최우수 장편부문 수상작이자 <뉴옥타임즈>에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한 '버너 빈지_VernorVinge'의 현대 SF걸작 <심연 위의 불길_A Fire Upon the Deep>!!
2010년 막바지 가을에 '독자교정'을 본 뒤 책이 출간되기까지 무려 석 달이나 걸렸음에도 작품에 대한 감상을 떠올려보면 지금도 그 강렬함이 표지만큼이나 뜨겁다. 여기저기서 불꽃이 팍팍 튀어오를 정도인데 조금만 빨리 출간됐더라면 "그해 겨울은 불같이 따뜻했네"로 기억되었을지도 모를 노릇...
(책을 들고 '심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이 보인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런 작품을 도대체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독자교정자'의 시각을 가진 존재한테도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이버펑크 이후의 현대 SF를 규정한 하드 스페이스오페라의 금자탑?"
그렇다. 우주적이다. 그야말로 전_全 우주적인 하드SF다. 주인공들은 도통 어딘지 알 수 없는 우주에서 출발해 알면 알수록 위험한 우주 곳곳을 방문하고 방랑하며 방황한다. 첫 장부터 우주가 떠오르더니 읽는내내 우주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를 않는다. 우주를 그리며, 우주를 그리워하게 되는 작품! 이토록 우주냄새 풀풀나는 SF를 읽은 것이 언제였던가?
일찌기,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네트워킹하는 소재를 다룬 <진정한 이름들_True Names>을 발표해 훗날 '사이버펑크 SF'의 창시자로 알려진 '윌리엄 깁슨'과 '닐 스티븐슨'의 작품세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수학자이자 컴퓨터 사이언티스트 출신의 '버너 빈지'는 1993년에는 <다가오는 기술적 특이점_The Coming Technological Singularity>이라는 논문을 발표해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_Ray Kurzweil'과 더불어 '특이점_特異點'의 개념을 널리 회자시킨 학자로도 유명하다는데(참고로 '특이점'이란, 지나치게 발달한 기술이 인간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시점을 의미함), 1992년에 발표한 이 작품에는 그의 전공과도 같은 특이점 이론을 기반으로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는 초우주적 통신 네트워크와 거리의 개념을 무시하는 초광속 생활권의 외계문명, 그리고 집단정신을 공유하는 개인단체(...)의 등장까지를 포함해 SF가 아니라면 상상도 못할 화려한 아이디어들이 앞이 안 보일만큼 눈부시게 펼쳐진다!!

그런가하면, 감은 눈도 기어이 번쩍 뜨게 만들고야마는 재미가 있다. 가히 스페이스오페라적이다.
혈도가 막히고 사지를 절단당한채 내공마저 빼앗겼던 절대악당이 한갓 인류의 우주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부주의로 인해 봉인이 해제되자 득달같이 뛰쳐나와 10억 항성계의 우주를 상대로 광란에 가까운 파괴행위를 일삼으며 50억 년 전의 복수를 시작하는데 그 기세가 어찌나 살벌한지 감히 맞서기는커녕 근처에 있기조차 겁날 지경이다. 아니, 근처가 웬 말? 저 멀리에 숨어서 망원경으로 구경하는 것조차 시각적/정신적 충격을 받을까 두려울 지경인데 행여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이번에는 사납거나 귀여운 개떼(...)에 둘러싸인 소녀와 소년의 아슬아슬한 운명이 안타깝기 그지없게 펼쳐진다. 이를 어쩌나? 두 주먹 불끈 쥐고 발 동동 구르며 울먹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다. 우와~ 구조대가 오는 것이다!!
(젠장!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진짜 재미는 이제 시작인데 여기서 끝나다니!! 어헝헝...)






덧, 번역자는 순수한(...) 독자들을 위해 '용어사전'을 만들었다.
아무런 사전 지식없는 완전 백지 상태에서 '역외권_the Beyond'이니 '저속권_the slow zone'이니 '초월계_the trenscend'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용어들이 난무하는 이 작품의 '독자교정'을 보며 고생(?)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라브나 베르그슨도트, 그론드르 브리니미칼리르, 스크로드라이더 등등 생소한 이름들이 나올 때마다 처음부터 넘겨가며 철자 확인하는 수고는 그저 단순 노동이었을 뿐...) '이렇게까지 친절해도 되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는데 암튼,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깨알같은 도움이 되는 족집게 용어들이 가득 실려있으니 권말의 용어사전도 빠뜨리지 말고 일독하기를 권함~

덧덧, 마침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심연 위의 불길> 제1권의 출간을 기념하고 제2권의 조속한 출간을 촉구하는 서평이벤트'라는 특이한 제목으로 행사를 하고 있으니 참여하시랏!!
(SF번역계의 장인이 한자한자 정성들여 번역한 <심연 위의 불길 1>을 꼼꼼하게 읽은 스페이스헌빈이 한마디 한다. "1권 읽고 서평쓰면 2권이 바로 나옵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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