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포칼립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로보포칼립스
대니얼 H. 윌슨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네 말은...... 그 일이 마침내 일어난다는 건가?"
커튼 너머에서는 계산된 호흡 소리만 들려온다. 마침내 목소리가 대꾸한다.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당신이 아는 대로의 인류 문명은 존재하지 않게 되지. 세계의 주요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대량 살상이 벌어질거야. 교통, 통신, 수도, 전기, 가스는 작동을 멈추지. 가정용 로봇과 군사용 로봇, 차량, 개인용 컴퓨터도 완전히 뚫렸어. 인류 전체를 떠받치는 기술이 봉기할 거야.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는 거지."

- 본문 중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마이클 베이의 격찬!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야만 했다."

2010〈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2011년 전 세계 영화 개봉!


"한번 잡으면 눈에서 뗄 수 없다." -더 타임스.

"긴장된다. 흥미진진하다. 에너지 넘친다." -옵저버.



라는 홍보문구에 제대로 속아서 낚아챘던 <아이 엠 넘버 포>의 기억, 아니 악몽이 아직도 뇌 속에 생생한 트라우마로 잡혀있는 마당에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홍보문구를 다시한번 접하고야 말았으니,


스티븐 스필버그가 블록버스터로 영화화하는 소설!

2011〈뉴욕타임스>, < LA타임스> 베스트셀러!


"인간과 로봇 사이의 전쟁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뉴욕 타임스.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책 속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최고의 스릴러." -월스트리트저널.

" 놀라운 속도로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들여, 생명력 있는 캐릭터를 만나게 한다.
격렬하고 영리하며, 매 순간 빠져들게 만든다." -커커스 리뷰.

"첨단 과학기술을 매력적인 액션과 조합시키는 데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 소설이다." -북리스트.



오옷! 이번엔 좀 더 세다! 외계인보다는 로봇이 더 강한걸까? 그나저나 기대가 더 커진만큼 실망도 더 커지면 어쩌나?...
라는 의구심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 채 두근두근조마조마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어든 '대니얼 H. 윌슨'의 <로보포칼립스: 로봇 반란에서 인류가 살아남는 방법_Robopocalypse: How Humanity Survived the Robot Uprising>!
SF를 좋아하는 삼촌을 생각하며 생일선물로 이 책을 고른 조카의 마음씀씀이에 덧붙여 알라딘 독자들한테 이 달의 리뷰도서로 당당히 추천했던 책임감 때문에라도 "제발, 기본만 해다오. 기본만이라도!'하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첫 장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오우, 이런! 끝내주잖아! 내가 원한게 바로 이런거야!! 정말이지 최고닷!!!

<로보포칼립스>를 통해 처음 만나는 '대니얼 H.윌슨'은 <로봇 반란에서 살아남는 법_How to Survive a Robot Uprising>, <내 제트팩이 어디 있지?_Where's My Jetpack?>, <로봇 군대 세우는 법_How to Build a Robot Army> 등의 논픽션을 쓴 작가인 동시에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정도의 전문성을 지닌 로봇공학 박사로, 이 작품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진정한 자아'를 가지게 된 선각자 바이러스 '아코스'가 로봇으로 대표되는 '기계들'을 통제한뒤 세상을 구원한다는 명목하에 인간을 파괴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근미래의 '신전쟁'을 그리고 있는데, 사소하게 보였던 로봇 오작동 사건이 기계의 반란으로 이어져 인류 대학살로 확대되는 과정을 다양한 직종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으며 '인간 vs. 로봇'의 전쟁이라고 해서 인간은 인간끼리, 로봇은 로봇끼리 뭉쳐서 무턱대고 상대를 공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활용'해서 인간을 공격하는 로봇이 있는가하면 로봇을 사용해서 로봇에 맞서는 인간이 있고, 로봇 못지않게 인간들을 위협하는 존재인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립, 그리고 로봇을 지배하는 로봇에 맞서 어느날 각성과 동시에 새로운 존재로 깨어나게된 '자유민' 로봇들의 대결 등이 펼쳐지는 등 작가의 인문학적인 재능과 자연과학적인 기술이 한치의 어긋남이나 작동 오류없이 성공적으로 조립된 완성품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로봇이 진화해서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인간과 전쟁에 들어간다고? 야, 언제적 아이디어냐? 식상하고 고리타분하다!"라는 분들한테 완전 적극적으로 추천함!
(스티븐 스필버그의 추천은 가끔 못 믿어도 본인의 추천만큼은 믿을만하다는 것을, 본인이 강력하게 보증할 수 있음!!)





덧, 이쯤에서 잠시 '알라딘 신간평가단원들'의 서평 타이틀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진부함과 신선함."

"그동안 만나본 “로봇 반란” 소재의 소설과 영화들 중에서 단연 발군인 멋진 SF소설."

"아니! SF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영화화가 더욱 기대되는 원작."

"극강의 리얼리티로 상상의 세계를 떠받치다."

"태양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만 그래도 간다!"

"이미 기계와의 전쟁이 시작된 게 아닐까? 불안해진다.. 별 다섯 개 만점에 여섯 개를 주고 싶은 작품."


자, SF를 접한 일반 독자들의 반응이 이정도다. 대부분이 기대이상이라는 반응이기에 작품을 추천한 사람으로서 기쁜 일이 아닐수 없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서평은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서평을 인용하려던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는기에 서평일 마감일인 2월 29일까지 서평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고 그후로도 아직 서평을 안 올린 나머지 평가단이 글 올리기만을 마냥/묵묵히/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어느새 2월의 리뷰 도서가 도착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올리게 되었는데, 암튼무튼 이 작품을 통해 신간평가단을 비롯한 모든 일반 독자들이 그동안 SF를 허무맹랑한 소설 정도로만 취급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게 만들었던 색안경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SF라식수술을 통해 SF는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라 '과학소설'임을 인식하고 SF문학의 가치와 상상력, 경이로움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이후로 주변에서 SF를 발견하거들랑 오가다 또 읽어보시기를...

 

덧덧,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 엠 넘버 포 1 - 로리언에서 온 그와의 운명적 만남 로리언레거시 시리즈 1
피타커스 로어 지음, 이수영 옮김 / 세계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지구인과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그런 경우가 꽤 있었어. 대부분 남다르게 뛰어난 사람이 되지. 지구의 역사적 위인들 가운데 몇 명이 그렇게 태어났어. 아리스토텔레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알렉산더 대왕, 칭기즈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이작 뉴턴, 토머스 제퍼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사람들이 신화로만 여기는 고대 그리스의 신들도 실은 로리언 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어. 그때는 우리가 지구 문명의 시작을 돕고 있었으니 그런 일도 더욱 흔했지. 아프로디테, 아폴로, 헤르메스, 제우스 모두 실존 인물이었고, 부모 중 한쪽이 로리언 인이었지."

- 본문 중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마이클 베이의 격찬!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야만 했다."

2010〈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2011년 전 세계 영화 개봉!


"한번 잡으면 눈에서 뗄 수 없다." -더 타임스.

"긴장된다. 흥미진진하다. 에너지 넘친다." -옵저버.



극찬 일색의 홍보문구와 유명 감독의 영화화 소식까지 더해져 일찌감치 크나큰 기대감을 안게 만든 '피타커스 로어'의 처녀작 <아이 엠 넘버 포>!
세계적인 '흥행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가 격찬했을 뿐 아니라 직접 영화제작에까지 뛰어들었으니 이건 누가 봐도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된 작품이라고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반드시 영화화'되었어야 했을만큼 화려하고 신선한 재미로 가득한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기대하며 설레임으로 부푼 마음을 안고 '로리언에서 온 그와의 운명적 만남'을 시작했다. 그런데...
내 분명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를 믿고믿고믿고믿었건만... 진정코 믿었건만...

책의 제목만 <아이 엠 넘버 포>가 아니라 책의 수준 역시 no.4다. 그야말로 4류소설!
'<트와일라잇_Twilight>의 SF버전'이라고도 하는데 이 책이 SF라면 조금의 망설임없이 4류 SF소설이라 분류해 주고 싶으며(이건 SF가 아니야!) 설사 SF가 아닌 요즘 유행하는 '하이틴 로맨스 판타지'라 분류해도 마찬가지로 4류급 판타지를 벗어날 수는 없다. 심지어 SF도, 판타지도 아닌 새로운 장르의 소설이라해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재미없는 것은 재미없는 것이고, 형편없는 것은 형편없는 것이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소재를 바탕으로, 십대소년다운 순진순수함이 무색할 정도로 어눌하고 어설프며 유아틱, 아동틱하기까지한 치졸함을 보여주는 주인공의 행동 및 지지부진하고 지루하며 때론 뜬금없기까지 한 이야기 전개는 단순히 주인공이 아이여서가 아니라 작가 본인이 아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인데 작가의 정체를 알고나면 그 유치함이 '더 이상 장난이 아닌' 지경에 이르고 있으니, 작가의 정체는 다름아닌 외계인인 것이다!
작가 소개글을 보니 작가 '피타커스 로어'는 작품 속 주인공이 살던 '로리언 행성'의 지도자로, "지구에서 10여 년을 지내면서 자신의 행성과 지구의 운명이 걸린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라니 이쯤되면 더이상 하고싶은 말이 없을 지경이다...
(누군가 <아이 엠 넘버 포>에 대해 "별 하나도 아깝다"고 평했는데, 그 평점에 별 다섯을 주겠다!)





덧, '도대체 작가의 정체는 뭘까?'가 궁금해서 몸소 '로리언_Lorien' 행성까지 찾아가 조사해본 결과,
'제임스 크리스토퍼 프레이_James Christopher Frey'와 '조비 휴즈_Jobie Hughes'라는 미국 작가의 '집단 필명_the collective pseudonym'으로 밝혀졌음!(설마하니 '엘러리 퀸'을 염두에 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는동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웃는 동안
윤성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감벤은 이렇게 말한다.
"동일한 재산을 나누는 것을 통해 형성되는 동물의 공동체와 달리 인간 공동체는, 그저 순수한 실존적 공분(共分)을 통한 함께-삶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이것은 그 어떤 대상에도 속박되지 않는 우정, 즉 존재한다는 순수한 사실에 대한 동반적 지각으로서의 우정이다." (조르조 아감벤 <친구에 대하여_L'amico>)

- 해설 '영원히 우연적인 것이 기적을 구원한다'에서.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이후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는 작가 '윤성희'의 네 번째 단편집 《웃는 동안》!
쟁쟁한 수상경력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기에, 앞서 발표한 세 권의 단편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를 통해 갈고 닦았을 내공이 이번 단편집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컸다.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 기대감으로 인해 미소가 지어졌던 것은 사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첫 작품을 읽고 있자니, 너무 재미없다. 첫 작품을 다 읽은 감상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고, 적어도 다음 작품부터는 뭔가 있겠지 하는 (이번에는 조금 자그마한 크기의) 기대를 품으며 두 번째 작품을 읽어나갔건만 '역시나 실망'...
설마하니 이보다 나쁠 수는 없겠지 하는 생각에 오히려 안도(?)하며 별 기대없이 그 다음 작품을 읽어나갔는데 어허, '여전히 실망'...(왜 이 작품이 '표제작'이 되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저 단지 '독자들'한테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글쎄, '주인공들'은 그랬는지 몰라도 독자들은...)
기대이하의 작품수준에 어리둥절해진 가운데 이 단편집을 통틀어 "가장 형편없다"고 꼽을만한 네 번째 작품을 읽으며 깊고도깊은 심연에 빠져들게 되었고, 이쯤에서 그냥 책을 덮으려다가 신간평가단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기로 결심한 다음에야 그 반대급부(!)격으로 모처럼 글다운 글을 만나게 되는데 알고보니 무려 '2011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이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으니 이어지는 작품들을 통해 다시금 두서없이 어수선한 전개에(등장인물이 '이름'이 아닌 Y, J, K, P 등으로 불리는 것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정신없이 떠들어대는 수다에 가까운 횡설수설을 읽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잠이' 올 지경에 이르렀고 비록 책을 읽다말고 잠을 자는 일은 없었지만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하품을 막을 도리는 없었기에 작가가 세 권의 단편집을 통해 보여준 '선물의 윤리학'이라느니, '공감의 공동체'라느니 '감정의 절약'이니 하는 식의 전매특허와 같다던 기술(!)을 제대로 맛 볼 수 없었음이 그저 아쉬울 따름. 쩝...
전체적인 감상은, 사후체험(...)에 대한 소재가 자그만치 세 편이나 되는데 소재 및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재료'가 너무 한정적이라 열 편의 단편집이 아닌 한 권의 장편('재미없는'이 전제되는 장편)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정도였다. 

자신의 글에 대해 욕심이 앞섰다느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느니, 뭔가 아쉽다느니, 역부족이라느니, 투박한 문장이라느니, 자신감이 없다느니 하면서도 '여기 들어가 있는 모든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자주 웃었다.' 심지어 '즐거웠다.'는 글을 보고는 그 웃음과 즐거움의 코드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할 뻔 했는데, 작가는 자신의 문장이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지 못해 미안해 하기에 앞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한 것을 먼저 미안해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암튼, '작가가 웃는' 동안 독자는 울고 싶어졌다...

 

 

 

 

 

덧,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왜 하필 대화 코스를 골랐어요?"
고구레는 대답이 궁해 머뭇거렸다.
"하고 싶으면 그냥 하고 싶다고 하지." 여대생이 말했다.
"그래도 되나?"
"뭐 어때요."
"하고 싶어."
고구레는 속 안에 감춰뒀던 말을 꺼냈다.
"난 섹스가 하고 싶어. 거절당하고 싶지 않아. 누군가가 날 원했으면 좋겠어."
"다들 그렇게 생각해요."
여대생이 말했다. 고구레가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자 여대생은 허겁지겁......

- 본문 중에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_まほろ駅前多田便利軒>으로 2006년에 '나오키상_直木賞'을 수상한 '미우라 시온'의 멜로(혹은 에로?) 해프닝 모음집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복잡할 것만 같은 도쿄 중심가의 세타가야다이타_世田谷代田 역 근처에는 오래된 목조 아파트가 있는 조용한 주택가가 있는데 그 한 켠에 있는 2층짜리 낡고 허름한 목조건물 '고구레 빌라(목모장_木暮莊)'가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로, 아내와 오붓하게 살고 있던 '고구레'의 집에 어느날 어린 손자와 함께 딸 부부가 전근을 이유로 들어와 살게되자 집이 좁다는 것을 핑계삼아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에 지은 고구레빌라로 고구레 혼자 입주하면서 세입자와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한바탕 소동극이 벌어지는데...

최후의 섹스를 갈구하며 숨져간 친구의 영향을 받아 느닷없이 끓어오르는 성욕을 참지못하고 만만한 섹스 상대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만남을 찾아나서는 집주인 고구레를 비롯해, 갑자기 등장한 옛 남자 친구로 인해 두 명의 남자와 한 방에서 동거를 하게되는 남자복(?)이 터진 꽃집 아가씨 마유, 우연히 발견한 구멍을 통해 호기심으로 시작한 훔쳐보기가 어느덧 일상이 되어 회사일도 자격증시험 공부도 내팽개쳐가며 관음증에 몰두하게 된 직장인 간자키, 임신을 할 수 없는 체질을 활용(?)해서 남성편력에 빠져 무분별한 성생활을 즐기다가 날벼락같은 상황을 맞이하게된 여대생 미쓰코 등 세 명의 세입자들과(아, 또 다른 '식구'도 있다!) 고구레빌라 입주민은 아니지만 같은 지역주민으로써, 지하철 플랫폼에서 우연히 만난 야쿠자 두목한테서 묘한 동질감을 느껴 급기야는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된 애견미용사 미네, 차분하고 과묵한 성격의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점포 손님들을 의심하다 급기야 남편의 뒤를 미행하기에 이른 꽃집 여주인 사에키, 그리고 옛 사랑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연인의 주위를 맴도는 사진작가 나미키 등등 천차만별/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어찌보면 발칙하고/ 흉측하고/ 망측하기까지한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로 빛나는 무지갯빛 사랑 이야기가 결코 폄범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소소하고 담담한 재미를 주며, 그리고 슬그머니 지나가는 자그마한 감동을 곁들여가며 잔잔하게 펼쳐지고 있다.

결코 일상이라 할 수 만은 없는 비일상적인 연애소동이 벌어지지만 그 밑바닥에서는 삶에 대한, 그리고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살며시 피어나고 있기에 고구레 빌라는 오늘도 평화롭기만 하다~





덧, 일본사람은 '전철를' 탄다?
책을 읽다보면 오자_誤字가 나오는 경우가 꽤 많고 대부분은 표시만 한 채 그냥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서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으니 <기둥에 난 돌기>편에는 '전철를'이란 틀린 표기가 무려 일곱 차례나 나온다.('전찰가'란 표기도 두 차례...)
오자가 한두개면 교정보다가 '실수로' 놓쳤다고 볼 수 있지만 똑같은 실수가 일곱 차례나 반복되고 보면 교정을 한번도 안 봤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책이 잘 팔려 2쇄를 찍게 된다면 꼭 수정해주길 바란다.


덧덧,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활자잔혹극]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유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가 말을 꺼냈다.
"다 이해했을 거예요. 실독증_失讀症인 사람들은 많아요. 사실 수천 명이나 되는걸요. 작년에 학교에서 이에 대한 공부를 좀 했어요. 미스 파치먼, 내가 글을 가르쳐 줄게요. 할 수 있어요. 재미있을 거예요. 부활절 주간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유니스는 머그컵 두 개를 가져가 식기건조대 위에 놓았다. 유니스는 여전히 그녀한테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남은 차는 싱크대에 부어 버렸다. 그러고 나서 유니스는 천천히 몸을 돌려, 겉보기에는 가슴이 빠르고 무겁게 뛰고 있다는 내색을 하지 않은 채, 한눈에 봐도 감정이 없고 집념이 서린 눈초리로 그녀를 응시했다.

- 본문 중에서.




"그는 다른 서평단의 리뷰를 확인(?)하지 않고 서평을 썼기 때문에 자신의 서평을 죽였, 아니 지웠다..."
개인적으로는 듣보잡에 가까운 작가지만 영국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뒤를 이어 미스터리의 거장 대접을 받고 있다는 여류작가 '루스 렌들_Ruth Rendell'의 미스터리 스릴러 <활자 잔혹극>!

'활자 잔혹극'이라는 독특한 제목과 '나이프, 포크, 면도칼, 식칼, 주사기, 못, 펜촉, 다트, 가위, 깨진 병' 따위가 난무하는 표지 타이포그래피가 일단 관심을 끈데다가(표지에 있는 타이틀 '활자 잔혹극'이란 활자는 사실상 활자가 아닌 것이다!) 서평을 쓰자면 어떤 식으로든 인용하지 않을 수 없는 강렬한 첫 문장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역시 읽는 이의 호기심을 증폭시켰기에 쉽사리 활자들의 난투장 속으로 빠져들었고, '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가문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 시점부터 9개월간에 걸쳐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치운(?) 끝에 결국 살인범이 되어 재판을 받게되기까지 그녀의 살인행각 전문_全文을 읽고난뒤 서평단으로서의 의무감으로 한활자/한단어/한문장씩 정성스럽게 입력하고는 '등록'하려는 순간, 이미 작성된 서평들의 첫머리를 슬쩍 살펴봤는데 헉!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서평이 이미 작성된 것이 아닌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든 서평 글들을 다 읽어봤더니, 어느 글은 서두가 (거의)같고... 어느 글은 본문 내용이 비슷한 맥락으로 흐르고... 하며 서평 글마다 어딘가 비슷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 바람에 괜한 오해를 방지하고자 부득이하게 기껏 작성해 놓은 서평을 포기하기에 이르렀으니, 서평도 활자와 활자로 구성되고 연출된 한 편의 공연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또한 활자 잔혹극이 아닐런지 하는 말장난같은 생각마저 들었을 정도...(심지어 책을 읽는 도중 '서평 쓸 때에 인용해야지'했던 부분마저 발문_跋文을 쓴 '장정일'이 이미 인용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렇다고해서 서평을 완전 포기할 수도 없고 ,한번 쓴 서평을 다시 새롭게 쓰려니 추리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도 전에 '희생자는 누구이고, 동기는 무엇이며, 심지어 범인이 누구인지'까지 미리 알아버린 것처럼 김 빠진 노릇이 아닐 수 없는데, 어찌 생각하면 이 작품을 막 펼쳐들었을 때의 느낌과 맞아 떨어지는 구석이 없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금 서평단으로서의 의무감과 책임감을 떠올리며 한활자/한단어/한문장씩 정성스럽게 입력해 보자면,

뭐 이야기는 시작과 동시에 이미 결론이 나버렸다. 5쪽~248쪽에 이르는 본문 내용은, 첫 문장에 나와있는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를 길게, 그것도 아주 기이일게 늘어놓은 것에 불과할 뿐이었으니,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사람이 읽을 줄도 쓸 줄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는 사실을 숨긴채 생활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일 수 있는가를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게된 여러가지 사소하고 잡다한 사연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이에대해 장정일은 발문에서 "문맹은 인간에게 필요한 자신감과 자긍심을 빼앗고,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소통을 기피하게 만든다"고 한 바와 같이 유니스 역시 어쩌면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자존감을 잃고 타인한테 의존(!)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설정해 놓았고 결과적으로 읽을 줄도 쓸 줄도 아는 커버데일 집안에 취직이 되어/ 읽을 줄도 쓸 줄도 아는 커버데일 일가에 반감을 느끼고는/ 읽을 줄도 쓸 줄도 아는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했으며/ 그로인해 범인으로 체포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문맹_文盲'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력마저 떨어뜨리는지, 더불어 원활한 인간 관계에 '반드시' 지장을 주는지는 명확히 증명된 바가 없기에(사실,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보는 편이다. 소위 '배웠다'는 지식인층, 이른바 '문해_文解'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중에서도 자신보다 배움이 부족한 이들을 무시/조롱하는 행위를 거리낌없이 저지르는 인간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작품이 단지 문맹인의 뒤틀리고 비정상적인 인간관계가 부른 참극을 그렸다면 그저 흥밋거리 3류소설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사람만 문맹이 아니라는 사실을, 읽을 줄도 쓸 줄도 알고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모르는 사람 역시 '문화적 맹인'이라 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작품 속에는 '또 한 명의 유니스'가 등장한다. 원조 유니스와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대조적인 인물이지만 적당한 동기와 기회만 제공되면 언제든지/얼마든지 '유니스 화_化' 될 수 있었던 인물로, 이야기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있는듯 없는듯 때때로 등장하면서도 묘한 불안감과 긴장감을 주고 있는데 비록 작품속의 비중은 작지만 그 '의의'만큼은 거대했으니 그 인물이 있었기에 이 작품은 비로소 완성되었으며 한 편의 잔혹한 공연을 성공리에(...) 끝낼 수 있었던 것이다.(그 인물이 누구인지 일찌감치 알아챈 독자라면 이 작품을 나름 온전히 읽어냈다고 볼 수 있으리라...)

끝으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작품속에는 이 글(과 지금은 삭제되어 없어진 서평)을 비롯한 기타 여느 서평들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보다 '더 깊은 사연'이 존재한다. '사실'을 알고 싶은 모든 독자들을, 스탠트위치 외곽에 위치한 으리으리한 저택 '로필드 홀'로 기꺼이 초대하는 바이니, 읽을 줄도 쓸 줄도 아는 독자들이라면 기꺼이 초대에 응하리라 믿는다.
(아, 드레스 코드는 당신 옷장에서 가장 비싼 옷을 최대한 난도질해서 입고 오기를 권장함!)





덧, 이기심 :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한테 자신의 방식대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

 

덧덧,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