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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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작가의 이 산문집은 어느 철학서나 유명 저자의 두꺼운 책보다도… 삶의 진실에 가까이 닿아 있는 책이다. 그리고 담담히 애틋하면서도 따뜻하다.

작가가 고른 보편의 단어들이 봄바람에 살랑살랑 날리며, 그 틈 사이로 작가의 삶의 모습이 언뜻 내비친다.

작가는 오늘도 노트북을 켜고 새로 발견한 카페의 창가에 앉아 타닥타닥 리듬으로 돛단배처럼 사유의 망망대해로 미끄러져 나아간다.
그는 작가가 된 계기를 묻는 독자에게, 탈출하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욕망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며 살아가기 위해 그는 그만의 길, 아무도 없는 샛길로 접어들어야 했다.
힘겨운 하루를 보낸 날, 그는 누군가가 건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버팀목 삼아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간다. 그의 어머니가 젊은 날에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나 어느 날은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위로를 받지 못하고, 책 속의 위로의 문장을 베게 삼아 잠을 청한다.
염려가 사랑의 동의어임을 너무 일찍 깨달아 안 아이, 그는 어머니 손의 주름을 보며 그 주름을 계단처럼 밟고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어머니의 병원비를 결제하는 카드의 딩동 소리에 안도한다. 그리고 어머니 화장대에 가끔 꽃을 올려 놓는다.
그는 작가로서의 길을 리듬을 잃지 않고 걸어가고자 한다. 속도가 좀 느려지고 잠시 방향을 잃더라도 꿋꿋이.
그는 상상을 멈추지 않는다.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는, 보이는 세계보다 훨씬 깊고 다채롭다고 말한다. 삶의 해변에 밀려드는 행운과 불운의 파도를 넘어, 자신이 일으킨 파도에 올라타야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믿는다.

현학적이지 않은 문장, 보편의 단어들을 통해 삶의 울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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