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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성폭행의 가해자는 섬뜩하게도 친부이고 그는 이미 고인이 되어있으며 피해자는 끝내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피해자의 증언이 아닌 가해자인 아버지를 상상하여 그의 목소리를 담아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한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대변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더 호소력있게 피해자의 고통과 괴로움이 전해지는 것 같다. 그 편지글을 써내려가면서 그 당시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모습과 감정들을 떠올리는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 가혹하고 잔인한 일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외모도 준수하고 아이스크림 회사를 운영하여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은 겉보기에는 여느 평범한 가정에 지나지 않았다. 물질적,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이곳에는 잔인하게도 학대, 억압, 성폭행이 자행되고 있었다.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던 당시 시대적 상황도 아버지의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아기들이란 처음부터 복종하는 법을 배워야하고 울지않도록 훈련해야 한다.’ -P39
지금은 틀리지만 그때는 맞는 문장이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 그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가학적인 경험들, 어머니와의 인연, 사랑스러운 딸의 탄생까지 이 일련의 과정이 그의 심리변화와 함께 담담하게 기재되어 있다.
남성들의 경직된 직위와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억압된 위계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은 가족들에게도 적용하여 서열을 만들어 가장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에게 반항하는 가족일원은 곧 그의 자존감에 대한 도전이다. 권위있는 사람에게 복종하도록 하는 교육은 우리나라도 ‘사랑의 매’라는 명칭으로 폭력을 허용하였다.
가부장제도 역시 우리나라에 있다.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에 더욱 공감을 하는가보다. 여성과 아이들은 아버지 앞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으며 눈치를 봤다. 성폭력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 정신적인 폭력에 노출되었던 건 아닌가싶다. 책을 통해 끊이지않는 여성편협과 폭력의 재생산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진다.
도서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