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의 망상 - 욕망과 광기의 역사에 숨겨진 인간 본능의 실체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노윤기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는 신경과 의사, 금융이론가, 역사가, 그리고 투자전문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윌리엄 번스타인이다. 이번 신간인 <군중의 망상>에서 그는 이런 여러 가지 경력과 풍부한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진화심리학과 신경과학 이론을 이용하여, 인간이 왜 합리적인 판단 대신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지를 통찰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투자서나 경제서가 아니다. 오히려 금융시장과 종교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광기를 다루고 있는 역사서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얼마나 틀린 생각인지를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은 매일매일 광기와 공포가 넘쳐나는 곳이며,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판단이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처음 세 단락은 투자 광풍을 다루고, 뒤의 세 단락은 종교적 광기를 다루고 있다. 언뜻 보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주제들이지만, 이 둘은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관점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같이 묶어서 책을 쓴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집단적 의사결정이 실패하는 이유와 그 과정을 들여다보며, 인류의 집단적 광기를 이해하고, 광기의 역사를 알리고자 한다. 거기다 인류가 왜 온갖 광기에 수시로 매몰돼왔는지에 대해 심리학적인 설명을 시도하며,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집단적 망상과 대중의 광기에 대해 경고한다.

예를 들어 첫번째 챕터인 <요아킴과 그의 후예들>에서 소개되는 기독교의 종말론을 살펴보면, 이런 서사가 단순히 종교적인 영역 뿐만 아니라 투자에서도 같은 형태로 매우 자주 발견되는 서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언제나 '이번은 어떠어떠한 이유로 진짜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식의 비관론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들의 상호작용이 지나치게 강렬할 때 그것은 광기로 발전하며, 많은 투자자들은 그 매혹적인 '종말론'에 빠져서 나쁜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은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는 그렇게 사고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몇백만년 전에 초기 인류를 떠올려 보면 주변 환경은 항상 위협적이었을 것이며, 따라서 어떤 위협 신호가 발생했을 때 (맹수의 울음소리, 뱀의 형체, 혹은 그런 것들에 놀라는 동료의 모습 등) 그것에 과응 대응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은 이성적이고 느린 과정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태생적으로 인지적 구두쇠라고 할 수 있으며, 그래서 엄격한 분석보다는 휴리스틱(우리가 자신에게 말하는 인지적 지름길)을 택하기 쉬운데, 설득력 있는 서사야말로 가장 강력한 휴리스틱이 된다. 따라서 훌륭한 서사는 정확한 사실보다 영향력이 크다. 또한 인간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종말론이라는 광기는 아주 매혹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광기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고 행위를 하는 개개인들이 많아져야 하며, 또한 어느 집단이나 개인이 다양한 관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집단적 망상과 대중의 광기를 읽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해도, 결코 내 마음에서 생겨나는 광기와 공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합리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나쁜 휴리스틱을 피하고자 노력하며, 시장의 비합리성을 이용한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나은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번역도 매우 깔끔하고, 내용 자체도 아주 도발적이고 흥미있는 내용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끝부분까지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평소에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꼭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