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이마를 타고 보안경 속으로 흘러내려, 보안경 안에 김이 서렸다. 나는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 그때 흙 속에서 노란색자그마한 뭔가가 눈에 띄었다. 나는 암석 망치로 그 가장자리를 파내고, 장갑 낀 손으로 흙을 털어 냈다. 이윽고 짙붉은 줄무늬가 가느다랗게 나 있는 황금빛 노란색 벽옥 조각 하나를 꺼냈다. 내가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자 아빠가 웃었다. 나는 그 조각을 다른 것들과 함께 양동이에 넣었다. 그 벽은 화톳불처럼눈에 띄었지만, 또한 다른 것들과 어쩐지 어울렸다.
아빠는 아무 말 없이 땅을 파던 바위에 털썩 앉았다. 그러더니 아빠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내가 자리 잡자, 아빠는 내게 팔을 둘렀다. 함께 일몰을 바라보는 동안 아빠는 자주한숨을 쉬었다. 지저분하고 지친 몸이었지만, 분명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날이 될 것 같았다.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젖은 흙냄새가 주위에가득 찼다. -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