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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강영숙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1년 5월
평점 :
때론 너무 괴로워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서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특히 나에게 직접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타인의 재난, 사건 사고는 일주일 정도 대화 소재로 쓰이다 그대로 기억에서 잊혀지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그 일들을 그렇게 쉽게 잊어버리는 게 맞을까?
<기억하는 소설>은 우리에게 그 수많은 사건들을 쉽게 잊으면 안 된다고 독려이자 경고하는 책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그 일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그건 돌고 돌아서 다시 나에게 예상할 수 없는 어떤 날에 되돌아 올 것이라고.
조해진 작가의 <하나의 숨>은 이러한 경고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남자친구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날 책 속 여주인공의 제자는 차가운 공장에서 죽고 만다. 그리고 그 사건을 어쩌면 막을 수 도 있었다는 생각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 사이, 이제 몇 달 뒤면 끝나고 마는 기간제 교사의 삶은 내 현실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무엇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도저히 짜 낼 수 없는 모습이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의 어머님과 공장을 찾아가는 일 그마저도 현장 관계자들에게 의해 쉽게 진행되지 않았고 그렇게 하나는 죽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하나 같은 피해자는 또 생길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죽은 사건을 본 뉴스의 내용이 내 머리 속을 스쳐갔다. 그래 이런 일이 있었지. 근데 뭐가 바뀌었나? 사회의 재난 특히 인재는 우리가 얼마나 기억하느냐에 따라 막을 수 있다. 행동하지 못 하더라도 최소한 방관자가 되지 않게 기억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조금씩 목소리를 모아보면 어떨까? 기억하는 소설, 기억해야만 하는 소설.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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