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1948 바람청소년문고 15
심진규 지음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관을 죽이는 군인의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어쩌면 죽어야만 끝이 났던 제주 4·3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방이 되어 왜놈들이 물러가고 인민위원회가 들어서면서 제주는 평화로운 섬이 되어갔다. 그러나 왜놈들이 물러간 자리에 미군이 들어오게 되고 왜놈의 앞잡이었던 사람들이 다시 미군의 앞잡이로 제주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건 너무 순식간의 일이었다.

 설마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다고 국민을 함부로 죽일까, 설마 같은 마을에 살았다고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죽일까, 설마 자신이 그냥 죽이고 싶다고 그냥 사람을 죽였을까? 설마 라고 생각하던 그 모든 일이 사방이 바다로 막힌 도망칠 곳 없는 제주라는 곳에 일어난 건 1948년 그 해였다.

 이 책은 제주를 향해 국가가 얼마나 잔인한 폭력을 일삼았는지 이야기해준다. 제주 사람들은 왜 나라를 지킨다는 군인과 경찰에 맞서 싸웠야 했는지, 국민을 지켜준다던 군인과 경찰은 왜 죄 없는 어린 아이들까지 무참히 죽여야 했는지 비극적인 제주 4·3에 대해 심진규 작가는 과장하거나 왜곡 없이 이야기 해준다.   

 아직도 제주 4·3을 단순한 사건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국가가 제주도민에게 한 무수한 탄압과 평화를 위해, 인권 유린에 맞서기 위해 제주 도민들은 어떠한 선택만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길가에서 죽은 아버지를 흔들며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박진경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들었다. 죽은 아버지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총을 겨눴다. - P1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