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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 폐 끼치는 게 두려운 사람을 위한 자기 허용 심리학
이지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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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너무너무 나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외적으로 성격 좋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정해서는 나도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하다. 그냥 흘려 버리면 되는 일, 그럴 수 있는 일도 쉽사리 손에 쥐고 놓지 못하고 곱씹고 되새긴다. 그래서 구구절절 공감되고 구구절절 위로가 되었다. 나에게,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어떤 상태인지 명확하게 깨닫게 해주는 것. 그리고 내가 지금 현재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 이외의 다른 걱정을 차단하는 것. 스스로 위로해주고 스스로에게 기댈 수 있는 것. 타인에게 너무 치열하게 치여 내상을 치유해가고 있는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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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에 머무는 동안은 당위가 끼어들 틈이 없다. 일을 하다가 힘들다거나 지친다는 마음이 들 때 '직장 다니면서 이 정도는 다 하는 거지'라거나 '힘들어도 끝까지 해야 해'와 같은 당위로 미끄러지지 않고 지금의 내 몸이 알려주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다. 낡은 관념이 아닌 지금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들려주는 메시지다. 후회나 걱정 때문에 생각이 과거나 미래로 달려갈 때, 지금의 생생한 몸의 신호에 초점을 맞추면 현재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된다.
...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마음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몸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감정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그런 감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틀어막지 않으면 좋겠다. 내 감각에 충분히 튜닝한 뒤에 감정을 조절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관념이나 당위에 깔린 마음을 감각 위에 끌어다 놓는 순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삶은 그만큼 내게 머물다 갈 것이다.
26~27p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완벽주의도 강해진다. 대상에 따라 완벽주의를 자기지향 완벽주의, 타인지향 완벽주의, 사회부과 완벽주의로 나누기도 하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청년들 사이에서 사회나 타인이 부여하는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회부과 완벽주의가 가파른 속도로 심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자기만의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자기지향 완벽주의나 비현실적 기준을 타인에게 들이대는 타인지향 완벽주의에 비해 사회부과 완벽주의는 불안·우울감·자살 위험성이 더 많고, 스트레스 강도도 더 세다.
사회부과 완벽주의가 높으면 외부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스스로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자기 삶이 타인의 평가 기준에 잘 맞는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자주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무엇보다 타인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다 보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놓칠 수 있다. 우리의 주의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47~48p
경계가 무너져 있는 사람들의 핵심 문제는 타인을 과도하게 책임지려 한다는 점이다. 타인의 실망한 감정이나 곤란한 상황을 자신이 모두 떠안아야 할 것처럼 느낀다.
133p
사람에게는 태어남과 동시에 고통과 번민을 안고 인생을 사는 과제가 주어지지만, 또 그 반대편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타고난다. 이를 자기자비라고 한다. 자비는 불교에서 유래된 단어이지만 심리학적인 개념으로 확장되어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자비중심 치료를 통해 불안·우울·외로움·자살 충동이 줄고 삶의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많이 쌓여가고 있다. 자비의 비는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슬퍼함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카루나'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슬퍼하고 있는 누군가의 곁에서 같이 슬퍼한다는 의미이다. 그 누군가가 자기 자신이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가장 불쌍하다'라고 타인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불행에만 집중하는 자기 연민은 아니다. 고통에 기꺼이 민감해지되,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통 앞에서는 한없이 취약한 존재이며 누구나 겪는 삶의 한 챕터를 나도 통과하고 있을 뿐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감정을 과장하거나 소용돌이 속에 빠지지 않고 고통스러운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려는 태도다. 기꺼이 돕고자 하는 마음도 포갠 채로.
286~287p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hani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