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 - 사회 구조가 만드는 외로움의 고리를 끊어내는 개인의 연대
턱괴는여자들 외 지음 / TohPress(턱괴는여자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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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끊고끼어들기
#턱괴는여자들 #카로우 세지아크 #김규진 #김원영 #김인정 #박초롱 #이연 #이훤 #임동우 #하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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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처음 접하고부터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감이 오긴 했지만,
첫 파트인 '들어가며' 장을 다 읽자마자 완전히 반해버렸다.

마치 특별한 것인 듯 취급하지만
누구에게나 닥쳐올 노년의 외로움을 중심으로,
세심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지켜본다.

외로움의 땅을 잘 고르고 도톰한 이랑을 만든 '들어가며'로 시작한 책은
김원영 작가의 외로움을 지나
책 전반에 삽입된 양로시설 베타니아의 노인들을 단정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프레임으로 담아낸 카로우 셰지아크의 글,
그리고 그의 사진과 연결된 다섯 작가의 에세이를 실은 후
다시 임동우 작가의 공간과 외로움에 대한 글,
김인정 작가의 장소성과 외로움에 대한 글,
그리고 마침내 (외로움의) '땅을 헤집고 일어서며'라는 글로 마친다.
들어오며 다진 이랑이 보슬비와 따뜻한 햇볕, 다정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단단해졌다.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특별하고 유기성 있는 구조였다.

앞으로 어떤 온도의 시야를 가져야 할지 고민하며 읽었고,
책을 덮으면서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어떤 생각, 어떤 마음, 어떤 글을 대하고 돌려줄지로 충족한 밤이 되었다.

아직 습하고 덥지만, 가을을 향해 날짜는 달려간다.
여름내 타는 듯한 더위를 식혀주고 아무리 올려다봐도 높다란 하늘과 아무리 걸어도 질리지 않는 선선함을 가지고,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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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외로움이 자라는 땅을 촘촘히 파헤쳐 보지 않은 채,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피상적이다. 외로움은 실감하기 전부터 이미 존재하는 하나의 구조체다.
14p

각각의 방은 밝기부터 냄새까지 그 주인의 연장선과도 같았다.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들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거주지를 거쳤을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았다. '집'에 있는 방들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었으니까. 그 긴밀한 관계를 생각하면서 마치 각자에게 꼭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실제로 방에서 발견했을 때, 나는 인생에 대한 신뢰감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85~86p

수없이 많은 외로움 종을 수집해 보니, 장소와 주체라는 환경만 바뀔 뿐 번식의 원리가 대개 비슷했다. 결국 '나를 투영할 수 있는 이미지가 없을 때', '내가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물증이 없을 때' 외로움의 씨앗이 발아했다.
164p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tuck_on_hand
#외끊기 #외로움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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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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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전쟁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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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역사의 쓸모>를 읽고 향신료, 특히 후추에 얽힌 서양의 제국주의와 식민지배에 대해 처음 알게 됐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기회였다.
지금은 세계 각지의 향신료를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었던 16세기에는 후추 한 알 때문에 목숨을 담보로 대양을 건너고 원주민을 속이고 몰아내고 끝내는 식민지로 만들어 지배했다는 것이 언뜻 스쳐 언급된 내용으로는 믿기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세히 톺아본 책을 읽으며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후추를 비롯해 특이한 향신료들을 볼 때마다 그를 위해 목숨을 걸고, 혹은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이 그 향처럼 여운으로 기억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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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향신료를 얻으려는 야망 하나로 지구 반대편으로 모험을 떠났던 그들의 항해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바스쿠 다가미나 알부케르크 같은 사람들은 어떤 이념의 실현이라든가, 오로지 땅에 대한 욕심 때문에 배를 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생존의 위기에 몰려 막다른 선택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는 향신료를 얻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며 항해에 나선 것이다. 이는 포르투갈인들뿐이 아니다. 이후에 포르투갈인들이 개척한 항로를 따라 그들의 식민지를 차지하는 일을 반복했던 네덜란드와 영국도 그랬다. 그들은 동양의 향신료를 원했고 이들의 욕망은 세계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34~35p

노바야제믈랴 북쪽으로 짆애하던 바렌츠는 결국 얼음에 갇혔다. 선원 16명, 사환 소년 한 명으로 이뤄진 팀이었다. 견딜 수 없는 추위에 바렌츠 일행은 배에서 내렸다. 노바야제믈랴섬에 자리를 만들고 갑판에서 뜯어낸 널빤지로 오두막을 지어 8개월을 버텼다. 이듬해 6월 얼음이 어느 정도 녹자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했다. 몇 명은 이미 사망했고 바렌츠도 심하게 병든 상태였다. 탈출한 지 일주일 만에 바렌츠는 어느 얼음 섬에서 사망했다. 나머지 생존자들은 도중에 러시아 어부를 만나 식량을 얻고 1000킬로미터 거리를 노에 의지해 항해했다. 무르만스크의 콜라반도에 다다랐을 때 다행히 네덜란드 배에 의해 구조됐다. 앞서 이들이 얼음에 갇혔을 때 지내던 오두막은 170년이 지난 1871년에 노르웨이 사냥꾼에 의해 발견되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바렌츠의 항해 일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뱃길과 기상 상태 등이 너무나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탐험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되었다.
127~128p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세계 3대 향이 있다. 용연향, 사향, 그리고 침향이다. 용연향은 향유고래의 토사물 또는 ㄸ농이다. 특히 대왕문어를 먹은 뒤 소화를 못 시키고 토한 물질이다. 바다에 떠다니면서 햇빛에 단단히 굳어 마치 돌덩이 같다. 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생식샘 부근에 있는 향낭에서 만들어진다. 침향은 침향나무의 수지가 침착되어 만들어진다. 침향나무는 팥꽃나무과의 아킬라리아 속의 나무로 아가우드라고도 한다. 이 침향나무에 곤충이나 동물이 상처를 내면 향을 머금은 수지가 감염된 부분을 감싸는데 이것이 오랫동안 굳으면서 나무 일부가 된다. 수지 침전목은 물에 가라앉을 정도로 무거워 '가라앉는 향물', 즉 침향이라고 한다.
290p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hanibook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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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하양 걷는사람 시인선 101
안현미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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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하양
#안현미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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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민의 시는 반복한다. 돌아오는 것의 존재를 노래하고, 노래를 다시 돌아오게 한다.
1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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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도처에서 찔러오는 작은 바늘들.
첨예하지만 눅눅한 고통들.
날카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언어. 낮고 부드러운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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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왔냐고 묻는 거라면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늑대의 간에서 왔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앗 '시'가 누락되었군요 '늑대의 시간'으로 수리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많은 개들을 만났지만 당신이 가장 친절한 개입니다 ...
18p, <테라 인코그니타>

열여섯부터 예순아홉까지 여성 노동자 아니면 여성 해고 노동자로 살아온 그녀는 말했다 일생 함께 울어 준 것도 웃어 준 것도 고통인데 이제는 피붙이 같다고 했다 언젠가 그날이 오면 (여성)은 두고 가도 고통만은 함께 가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58p, <고척동 고모>

더 이상 인간 가지고는 안 된다고 인간을 벗어 놓고 사랑마저 벗어 놓고 섬이 되고 있었다

폭풍이 오고 있었다 죽은 새가 미래와 하양을 물고 돌아오고 있었다
68p, <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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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dneun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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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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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몽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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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과 사람들-특히 여학생들-의 시선, 폼 말고는 별다른 꿈도, 중요한 것도 없었던 기윤은 동경과 폭압의 대상인 상민과 가까워졌다가 그보다 더 좋은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관계가 틀어진 후 방황하던 찰나에 전학 온 민재를 만나고, 점차 겉모습과 사람들의 시선, 폼보다 중요한 그 무언가를 아주 느리게 차츰차츰 찾아간다.

한국의 데미안이라는 소개를 보고 반신반의했다. 책장을 3분의 1 정도 넘길 때까지만 해도 데미안보다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민재, 그가 등장하고 나서 기윤과 도서관에서 친해진 후 점차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확신했다. 이거, 데미안 맞다.

우리의 데미안, 민재는 본인의 뜻을 그대로 이뤘다.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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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죽는다는 것은 슬프고 또 두렵기도 하지. 하지만 죽음이란 건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간밤에 이곳 강당에 불이 나서 우리가 내일 아침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고 말이야. 그저 극단적인 예를 든 것뿐이니, 인상쓰지 말고 잘 들어봐.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의 삶에 불현듯 죽음이 찾아온단 사실은 곧 우리의 삶이 유한하단 증거라는 거지. 이러한 삶을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따라서, 자신의 본성대로 멋지게 산다면, 그런 사람에겐 언제 죽는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나는 그런 삶을 살 거야."
268p

오랜 시간 내 안에 품고 있던 장편소설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생각만큼 기쁘지 않았던 것이다. 감정의 혼란 속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출간이란 소설가가 작품과 무관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순간에 불과했다. 소설가는 작품을 집필할 때 그 세계의 창조자로서 전권을 쥐고 있지만, 작품이 세상에 나아가게 되는 순간 그 모든 권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제 작품은 그 나름대로의 고유한 생명력을 간직한 채 세상을 헤쳐 나간다. 소설가가 죽어도 작품은 그 생명력을 이어간다.
4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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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ang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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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디자인 스타일링의 기술 - 다이슨 수석 디자이너의 산업디자인 마스터클래스
피터 댑스 지음, 박준석 옮김 / 유엑스리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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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디자인스타일링의기술
#피터댑스 #유엑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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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구성 요소인 비주얼 테마, 실루엣, 비례, 형태, 자세, 선, 볼륨, 표면, 2D-3D, 색상, 소재와 질감을 하나하나 톺아준다.

모든 부분을 고려하고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 된 후에 만난 책이라 더 반가웠다. 사회학을 전공했고 인문학을 사랑하지만 디자인은 우리의 어떤 삶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에- 전문가의 입장이 아니라 인문학적 입장에서 접근해 공부해도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너무 재밌게 단숨에 다 읽었다.

특히 무드보드의 개념이 정말 좋았다. 어떤 목표와 타깃이 설정되었을 때, 나와 타깃이 원하는 바의 중심점을 찾고 그와 연관되는 것들을 수집해 나열했을 때 통일성이 발견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무드'인지, 그것을 발전시켜 실제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지- 키톤 역할을 하는 것이 어떤 시장에서 어떤 일을 하든 너무 필요항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주위 사물과 제품들의 디자인을 오래도록 관찰한 후에 한 번 더 정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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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스타일링은 깊은 생각을 거쳐 아이디어에 형태를 부여하는 행위이다. 이를 마이크 백스터는 그가 저술한 교과서 <제품 디자인>에서 '디자이너가 제품의 기술적 성능을 바꾸지 않으면서 제품에 가치를 더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타깃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을 성공적이고 효율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스타일링 감각을 개발해야 한다. 스타일링 감각을 본능적으로 타고난 축복받은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이러한 재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배워서 익힐 수 있는 것이다.
8p

마야 법칙
마야는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수용 가능한(most advanced yet acceptable)' 것을 뜻하는 약자로, 1940년대에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가 만들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법칙이다. 이 용어는 디자이너들이 콘셉트 단계에서는 제품의 유형이나 고객의 선호도와는 상관없이 최대한 혁신을 추구하고, 그중 가장 혁신적인 기능만 남겨 디자인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때 단순화의 정도는 고객의 선호도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디자인은 고객의 시각적 기대치에 근접할 수 잇도록 충분한 '공통 형태'(특정 제품 유형에 대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정형화된 형태)를 지녀야 한다. 이렇게 하면 확실히 제품의 기능에 적합한 디자인에 이르게 될 것이다.
12~13p

무드 보드 만들기
디자이너가 시각적 영감을 얻는 대상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그 대상에는 자연, 건축, 공상 과학, 자동차 및 기타 제품 등이 있다. 타깃 고객을 공략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각적 테마를 선정한 후 원하는 시각적, 정서적 관련성을 지닌 여러 이미지를 모을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를 실제 또는 디지털 콜라주로 그룹화하여 무드 보드를 구성할 수있다. 예를 들어, 그림 1.4에 나타나는 무드 보드는 친환경적 테마를 떠올리게 한다. 무드 보드는 스타일링 중 영감을 얻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제품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해 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타깃 고객의 페르소나 또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이 불러일으키길 원하는 감정을 보여 주는 무드 보드를 추가로 제작할 수도 있다. 타깃 고객과의 관련성이 높을수록 더욱 성공적인 시각적 디자인을 얻을 수 있다.
사용자에게 가치를 더해주는 자세를 선택하라. 제품의 자세에 속도라는 테마를 적용하여 제품의 시각적 효율성을 높인다면, 해당 제품을 통해 작업을 더 빨리 마칠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정적 자세를 부여하면 제품의 시각적 견고성을 높일 수 있다.
76p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uxreview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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