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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 (검은 사제들 - 사바하 - 파묘) - 한정판 북케이스 + 초판한정 감독 사인 인쇄본
장재현 지음 / 유선사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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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각본집 #오컬트3부작 #장재현
#유선사
👓
나는 한국 오컬트를 사랑한다.
다른 나라의 오컬트도 물론 매력 넘치지만, 한국인 특유의 얼과 한이 서린 드라마에서 나오는 촘촘한 감정선과 훌륭한 완성도- 특히 미감과 음향은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번 돌려 보고 싶은 오컬트 작품이 흔한 것은 아니다. 장르 특성상 한 티끌 차이로도 개연성이 무너지고, 그러면 너무 유치하고 시시한 괴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검은 사제들-사바하-파묘로 이어지는 장재현 감독님의 오컬트 삼부작은, 오컬트 덕후로서도, 글과 영상물을 전공했고, 생업은 다르지만 언젠가는 그걸로 먹고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도 너무 귀한 작품이다.
늘 갖고 싶었으나 구매하자니 기회가 되지 않았던 각본집을 유선사에서 선물해주셔서, 제대로 공부하자는 마음을 먹고 아래의 순서로 감상했다.
1. 각본집을 책 읽듯 쭉 읽는다
2. 영화를 틀어두고 비교하며 읽는다
ㄴ 달라진 부분이나 자세히 보고 싶은 부분은 따로 표시하며 읽는다
3. 인상 깊은 장면, 좋아하는 장면을 틀어두고 청음처럼 필사한다
필사 후, 실제 각본집과 얼마나 유사한지 비교해본다
각본집과 영상은 당연히 차이가 있었는데,
씬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낮이 밤으로, 동물원이 성당으로- 공간과 시간적 배경이 완전히 바뀌기도 하고
더 디테일한 감정선을 위해 훨씬 말맛 있는 대사가 추가되기도,
말맛 좋은 대사였는데 의외로 그게 다 빠져버리기도 했다.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톡톡했는데
가장 달라진 부분이 많은 작품은 [검은 사제들]이었다.
각본집을 펴두고 집중하니, 영상만으로 볼 때에는 크게 인상에 남지 않아 있는지도 몰랐지만 참신한 씬들도 눈에 띄어 더 좋았다.
[검은 사제들]에서 최부제가 김신부의 심부름으로 명동성당에 갔을 때, 신부와 수녀들이 3D TV를 테스트하느라고 하얀 선글라스 같은 안경을 쓰고 동시에 쳐다보는 장면은 영화를 5번은 봤지만 지금까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었다.
각본집 맨 처음에 나오는 '감독의 말'도 좋았다.
영화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고, 이런 구성/장치를 쓴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짤막하게나마 설명해주시는데
너무 짧아서 감질맛남과 동시에
더 몰입이 잘 되게 하는 요소였다.
일상의 이런 지점에서 이런 영감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무언가 느끼면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바로바로 기록하고 행동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검은사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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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재
다시 올 거라 알고 계셧나 봐요.
김 신부
다 도망가도... 돌아올 놈은 정해져 있어.
최 부제
...저는 빚이 있습니다. 그때는... 못 돌아갔습니다. 동생을 물고 있는 개가 너무 무서웠어요. 너무 컸어요.
김 신부
... 그 개가 왜 니 동생을 물었는지 알아?
최 부제
(김 신부를 보며) ...
김 신부
니 동생이 더 작아서 그런 거야. 짐승은 아주 논리적이지. 절대 자기보다 큰 놈들에게 덤비지 않아.
그리고 언제나 악도 우리에게 말하지...
너희도 짐승과 다를 바 없다고...
최 부제
...
김 신부
(작게 웃으며) 근데... 신은 인간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어.
191~192p
💡
구마사제, 구마의 개념을 처음 알게 해준 영화였다.
이번에도 강동원 사제복 입은 얼굴 때문에 집중력이 약간 그리로 쏠릴 뻔 했지만 각본집과 함께 읽으니까 다행히 어느 정도 흐린눈 하고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된다고, 헛소리 하지 말라고 통념에 따라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내어줄 각오까지 하면서 선을 쫓는 일의 숭고함을 세세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냥 너무 재밌다...😋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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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스님
뱀이라... 모르겠어요. 그건 경전을 쓴 사람만 알 수 있는 상징...
박 목사
아니 그래도... 불교에 악이란 존재가 있을 거 아니야.
해안스님
선배... 불교에는 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 목사
그럴 리가 없어. 부처님을 유혹했던 마왕 파순도 있고, 다른 경전에도 나오는 수라나 마라...
해안스님
아니에요. 그건 기독교식 편견이에요. 파순도 수라도...
어원을 따라가면 전부 인간의 욕망과 집착의 표현일 뿐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게 악인 거죠. 아시겠어요? 집착하지 마세요. 좀...
125p
💡
사바하는 오컬트 삼부작 중 가장 "오컬트"적인 면모가 강한 작품이다.
통속 신앙, 한국식 사이비, 회의적인 기독교인, 사제의 반전, 지역과 생년, 선과 악으로 나뉜 쌍둥이 자매, 도시를 갈망하는 시골 소녀 등 찾자면 한도 끝도 없는 오컬트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몰빵되어 있는데, 유치하거나 뻔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공포스러운 부분은 제일 없는데도 어떻게 보면 가장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출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언제 돌려봐도 새롭게 좋을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사바하]를 꼽겠다.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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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림
발자국이 있었어요. 진짜 발자국... 그리고 그림자도...
김상덕
...
화림
무속에는요... 정설이 있어요.
혼은 불완저하고 귀는 육신이 없어서...
그래서 결국 사람의 온전한 정신과 육체를
절대 이길 수 없단 말이에요...
김상덕
...
화림
근데 그건... 완전히 다른 거예요... 원혼이 아니라... 정령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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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지관+장의사?
나같은 경우에는 이걸 오컬트계의 어벤저스라고 불러.
근데 무덤 주인이 친일파야?
그 무덤 아래 첩장이 되어 있었는데 그게 일본 무사야?
샤따내려. K-오컬트로 혼쭐 때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가 강렬함 80에 몽환 20을 섞어 만들었다면, 파묘는 몽환 그런 거 안 키운다. 모든 게 직관적이고 정확하고 전개도 빠르다.
한국 사람 정서에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작품이란 뜻...
한국 사람인 나도 당연히 환장하고 좋아한다.
작품을 본 관객 모두가 그렇겠지만, "삼년 전"에 만난 사연에 대해 떡밥도 은근슬쩍 뿌려두셨고, 오컬트계의 어벤저스이니 프리퀄이든 뭐든 2가 안 나온다면 이것은 한국 영화 한국 오컬트 한국 관객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yuseon_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