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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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여자를 납치했다. 그런데 이 납치극은 완벽한 결말을 선사한다. 남자에게.

 

퍼펙트 데이즈는 피해자 여자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 제목이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왜 퍼펙트 데이즈인지 알게 된다. 그래서 더 소름이 돋는다. 현실의 시나리오는 너무나 남자에게 완벽했다. 인과응보란 사자성어는 남자에겐 의미 없는 단어일 뿐이다.

 

태우는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장애인인 엄마를 돌보고 있다. 그는 의대생이며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등 자기관리가 철저한데 반해 주변에 친구가 없고 해부용 시체를 짝사랑하는 남다른 취향과 매스를 잡을 때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적인 면이 있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엄마와 동행한 모임에서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꽤 적극적이었다.

 

클라리시는 친절하고 활달하며 자유분방하다. 미술사를 전공하지만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술이 과했던 것일까. 그녀는 태우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 것까진 좋았으나 살짝 입을 맞추는 돌발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태우는 그런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어쩌면 그때부터 그녀를 소유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번호를 알아내고 그녀의 뒤를 밟고 마침내 그녀의 집에서 마주하게 되지만 이미 그 모든 작전을 알고 있던 클라리시는 그를 다그치며 몰아세운다. 한 남자가 적극적인 것 이상으로 스토킹을 한다고 느끼면 어떤 여자라도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클라리시는 똑 부러지게 자기 의사를 전달한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그 순간부터 꼬이게 된다. 태우의 광기가 이성을 눌러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은 더 심하게 비틀린다.

 

처음에는 태우를 단순히 스토커 정도로 여겼었다. 자신의 행동의 이유를 오로지 클라리시에게 전가하는 모습이 그러했다. 하지만 그가 의대생인 그의 장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클라리 시에게 약물 투여, 전 남친 토막살인, 클라리시에게 치명타를 가함) 하고 게다가 광기를 억누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임이 드러난다.

태우를 보며 사이코패스에게는 정말 놀라우리만큼 다양한 인격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여겼다. 그가 클라리시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러한 면모가 두드러진다. 차분하고 이성적인듯하면서도 자신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행동을 보인다. 심지어 꽤 설득력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그가 클라리시를 그냥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쯤으로 녹아내리기도 한다.

 

클라리시도 그런 그를 파악했던 것일까. 반항하던 모습을 버리고 순순히 그에게 맞춰주는 모습을 보여주다 드뎌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던 그녀의 단호함은 그의 거짓부렁에 또 무너지고 결국 자신을 내던지게 된다. 순간 나약함을 벗어던지고 걸크러쉬같았던 그녀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태우의 소유욕과 집착의 근원이 무엇일까. 성장 배경? 애정결핍? 여러 가지 이유를 찾으려 해 보았지만 그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보인다. 엄마의 애완견을 죽이고, 살인을 해부실습 정도로 여기며 사랑하는 여자를 어떻게든 곁에만 두려 하는 광기에 치를 떨었다. 눈앞의 하나를 위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서 그를 향한 조금의 연민도 생길 틈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그녀를 위해 이 모든 일을 자초했지만 결국 자신을 위해 그녀를 죽이려 했다. 그녀 없이 못 살 것 같았던 그가 그녀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 흠집이 나는 건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더 악질로 보인다.

 

그런 인간은 철저히 세상에서 격리되어야 마땅하지만 그는 완벽하게 세상을 속이는데 성공한다. 운명의 신이 결국 태우쪽으로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의 임기응변에 나날이 기름칠이 더 해진다. 완벽하게 태우를 믿어버리는 사람들, 어쩔 수 없이 믿어야만 하는 사람들 속에서 가증스러움이 더 단단해지는듯하다.

그만이 자신이 범죄자임을 알지만 자신의 행위를 계속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는 내내 두려움과 긴장감이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리고 해부용 시신에게 붙여주었던 이름이 딸의 이름이 되어버린 소름 돋는 순간처럼 언젠가는 그런 아찔함을 또 맛볼 것이다.

 

범죄소설을 즐겨보지 않지만 잘 쓰인 이야기 같다. 그래서 무서울 정도로 영특한 태우가 싫다.

그나저나 영화가 개봉되면 조금 망설여질 것 같다. 난 저 트렁크 사이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어느 여배우의 것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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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할아버지와 쫄보 초딩의 무덤 사수 대작전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10
최유정 지음, 임미란 그림 / 리틀씨앤톡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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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와 딸의 갈등을 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아시아 동북공정에 관해 함께 언급한 책을 읽으며 참으로 유익하다고 느꼈었는데 이 책도 그와 비슷하다. 할아버지와 손자 간의 세대차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과거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수난을 당했던 시절을 언급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았다.

 

역사는 학교 과목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인식하다 보면 자칫 역사는 외우기 힘든 과목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역사논술이라며 하기 싫은 글쓰기까지 억지로 써야 하다 보면 더욱 하기 싫어질 수밖에 없다.

 

이야기 속 역사탐방을 온 친구들처럼 부모 등쌀에 떠밀려온 친구들이나 부모가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좀 나은 경우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역사 과목을 버거워한다. 그러니 책을 읽히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방법도 추천할만한 방법이다.

 

이 책은 매번 심각한 내용의 책만 권해주던 내게 이번엔 재밌는 책을 좀 달라는 딸아이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선택한 책이다. 표지만 보면 웃긴 내용처럼 보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골랐는데 잘 선택한듯하다.

 

세대공감은커녕 늘 일방통행인 할아버지와 초등 4학년 손자가 큰 사건을 계기로 친해지게 되는 내용이지만 우리 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것임을 일깨워줘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정우네 부모님은 해외여행을 가면서 정우를 할아버지 댁에 맡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송산리 고분군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닥 다정다감하신 분이 아니다. 정우의 표현에 따르면 세상에서 제일 불친절한 영감탱이다. 어쨌든 꼼짝없이 할아버지와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 정우는 시작부터 할아버지와 삐걱거린다. 티비도 없는 데다 휴대폰까지 뺏기자 정우는 할아버지를 따라 무덤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말투가 어눌하고 행동이 수상쩍은 일본인을 보게 된다. 때마침 정우는 역사탐방을 온 초등학생 무리에서 찬수라는 친구와 엮이어 수업을 같이 듣게 되고 왕릉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과 자신이 본 일본인이 무언가 연관이 있는 인물임을 느끼게 된다.

 

선생님이 무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에서 일제에 의해 왜곡된 사실들이 많다는 점에 놀라게 되었다. 고려장 이야기가 도굴을 위해 지어낸 이야기였다니 그건 나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또한 아이들은 가루베라는 인물이 저지른 악행에 분노가 일었을 것이다. 그는 전형적인 악질 도굴꾼이며 유물 약탈자였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은 일본이 얼마나 많은 우리의 문화재를 약탈해 갔는지를 알아가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 빼앗긴 유산을 되찾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문화재를 소중히 하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정우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 분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고 함께 유산을 지켜가는 과정을 통해 문화재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할아버지도 정우가 마냥 어리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괴팍한 심성을 내려놓지 않을까.ㅎ

 

이번 여름방학에는 역사 책이나 역사 박물관을 다녀온 후 감상문 쓰기 숙제가 있는데 딸아이는 이 책도 역사 책이라며 독후감을 써 가겠다고 한다. 역사 책이 아니라고도 할 수가 없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가루베가 저지른 일들을 더 찾아보고 그런식으로 빼앗기거나 약탈당한 유산들을 더 알아보는것도 의미있는 시간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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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패밀리 2 - 구출 대작전 456 Book 클럽
줄리언 클레어리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손성화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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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하이에나는 인간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동물원에서 안락사 위기의 노인 하이에나를 구출하는데도 성공했다. 원숭이 친구도 같이 살게 되면서 식구도 늘었고 이웃인 회색 곰과도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아제 개그를 하는 아빠 덕에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현명하고 마음씨 여린 엄마 덕에 인간 사회에서 지내는데 무리가 없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이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헛소리인가 하겠지만 인간다워지기 위한 동물들의 몸부림을 보면서 이렇게라도 동물과 공존해서 잘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인간들의 이기심을 떠올려본다면 아마 내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얼마 전에 개봉한 라이온킹 때문에 하이에나 이미지가 별로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이에나 가족의 완벽한 정착기는 동물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게 되고 인간처럼 살고자 하는 동물들이 하나둘 하이에나 집으로 모여든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은 커진다. 집으로 모여든 동물 친구들이 제대로 인간교육을 받지 못하면 하이에나 가족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욕실 변기에서 악어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난다. 그녀는 지하에서 하이에나 가족의 사연을 모두 들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고 있다. 그녀의 바람이라면 더러운 지하가 아닌 하이에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었다. 그렇게 악어를 시작으로 가수가 꿈인 개 피피, 고양이 가족, 거북이, 갈매기, 양 로저, 그리고 도살장으로 끌려갈 위기에 처한 경주마 몰리와 민티까지 그야말로 하우스는 동물의 왕국이 되어간다. 당장 시급한 건 인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이다. 기본예절을 배우고 인간들과 어울려야 한다.

 

교육 시간표를 들여다보면 피식 웃음이 절로 날것이다. 오전 9시 뒷다리로 걷기, 오후 2시 30분 취업 상담도 재밌지만 오후 5시 30분 집단 치료시간을 보며 마음까지 다독이는 알찬 수업이란 생각을 했다. 다행히 수업 덕에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거실 스탠드로 변신한 두 마리 말을 보라. 그야말로 우아한 장식품이 되었다.

 

 

 

각자 사연도 제각각이다. 푸들 피피는 유명한 가수가 되고자 하고 누구는 인간 사회에 일원이 되고자 하며 악어는 그냥 악어답게 살길 원한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꿈꾸던 동물 친구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서로 돕고 노력한다. 몰리와 민티가 다시 업자에게 잡혔을 때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구출하는 장면만 보아도 너무나 훈훈하다.

 

동물의 본성은 잃지 않은 채 인간인 척 살아가지만 인간들보다 더 자유로워 보인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받아들이며 욕망을 억누르기도 한다. 개인의 욕심보다는 가족을 더 중시한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이 살짝 적응이 안 되긴 하지만 오히려 욕심을 내지 않기에 일이 잘 풀려가는듯하다. 그들이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인간이지만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혼자 떨어져 살아갈 수 없다. 공동체 생활은 필연적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성장한다. 엉뚱하지만 유쾌한 하이에나 패밀리 가족을 보며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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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알마 그래요 책이 좋아요 4
모니카 로드리게스 지음, 에스테르 가르시아 그림, 김정하 옮김 / 풀빛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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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지중해 바다 고무보트에서 한 남자가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같이 탔던 사람들은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남아 표류하다 발견된 남자였는데 뉴스를 보고 있으니 알마가 떠올랐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유를 찾아 바다에 몸을 맡겼으며,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을 바다가 삼켰을까. 그리고 그 남자는 곁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 사라져갈 때 얼마나 두려웠을까.

 

알마는 아프리카 난민 소녀다. 그녀는 가족과 뿔뿔이 흩어지고 (생사를 알 수 없다) 혼자 바다에서 구조되었다. 지중해 섬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바다가 밀어내는 사람들을 구조하거나 건져낸다. 처음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일상의 익숙함을 다시 찾을 동안 검은 사람들은 계속 밀려왔다.

 

알마는 오토의 아버지에게 구조되었다. 오토의 아버지는 그녀를 눈물로 건져내었다. 오토의 아버지와 가족들은 알마를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어쩐지 오토는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자신의 방을 내준 것도,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도 다 싫다. 그냥 불편했기에 나가서 놀았고 알마에게 곁을 주지 않은 것뿐인데 나쁜 아이로 찍혀버린다. 속마음은 알마가 궁금하고 신경 쓰인다. 노란 원피스를 입은 알마가 예쁘단 생각을 한 것만 보아도 오토는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알마가 오기 전 섬에 먼저 도착했던 슐레만은 오토에게 자신의 부적을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알마의 부적은 쓰레기 취급을 받고 버려지고 만다. 부적을 찾고 싶어 하는 알마, 부적을 가지고 있는 오토. 그래서 오토는 바지 주머니 안에서 부적을 만지작거리며 알마에게 건네줄 타이밍을 찾으려 한다. 그러다 알마가 두려움에 식탁 밑으로 숨어버렸을 때 부적을 목에 걸어주게 되는데 그때 신비한 기분을 경험한다. 부적은 아프리카와 알마를 상징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게 하는 물건이다. 게다가 부적은 믿음에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나중에 오토와 알마는 나누어 가지게 된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오토가 느끼는 감정들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난민들에게 친절을 강요당할 수 없고, 그들을 무조건 다 받아들일 수도 없다. 일상의 안정을 깨뜨리는 순간에 많은 이들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오토가 자기방을 빼앗겼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도 있고, 나와는 생김새가 전혀 다른 이방인들에게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오토가 그 모든 과정을 보여주었다. 함께 지내며 서로를 이해하려 들면 얼마든지 어우러져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말이다. 아프리카도 유럽도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달라서 오는 거리감이 아니라 다르기에 더 좁혀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비록 오해가 쌓여 함께할 수는 없게 돼버렸지만 알마는 원망하지 않는다. 알마는 오토의 진심을 느꼈고 담았다.

 

오토의 부모님이 알마를 거두려 하셨을 때의 고마움이 오토의 잘못으로 깨지는 순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오토가 알마의 손을 다시 잡고 오토의 방으로 데리고 왔을 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다시 혼자 남겨진 알마를 생각하니 너무나 가여웠지만 알마는 낯선 곳에서의 따뜻한 환대를, 오토와의 기억이 오래도록 의지가 될 것이다.

 

여전히 실상을 들여다보면 난민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편견이라는 장벽에 막혀 외면당하고 소외받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탈출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 부디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진 이들만이라도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난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알마의 아픔과 슬픔을 잘 공감하며 마음이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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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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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철학 입문서라는 타이틀을 내건 다양한 짜깁기 책은 즐겨 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그런 책을 읽으며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늘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요즘 세계고전문학을 읽으면서 철학적 사유가 왜 필요한지 많이 느끼고 있다. 덕분에 어려운 철학 책도 도전해보고 싶을 만큼 흥미가 생겼다. 그런데 자유론을 여태 못 읽고 있으니.ㅋ

 

이 책은 그런 흥미와 깊은의 중간단계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맨 앞쪽 연대표는 철학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의 장점이라면 챕터를 마무리할 때마다 다음에 나오는 철학자를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철학자들이 친분이 있었는지, 그리고 누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서로 적대적 관계는 누구였는지 알게 되고 부딪히던 사상들의 논점이 무엇이었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질문 많던 소크라테스부터 현대 철학자 피터 싱어까지 시대를 주름잡던 철학자들을 한 번에 살펴봄으로써 좀 더 철학의 문을 넓힐 수 있다.

 

수백만 명의 삶을 변화시킨 마르크스가 악필 때문에 아내가 글을 받아 적은 일화나,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외로운 천재였다는 사실, 건강 마니아였던 토마스 홉스(91세까지 살았다), 매우 엄격한 생활을 한 칸트 등의 일생 이야기는 지루한 철학 책에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무조건 사상과 철학자의 이름을 연결 지으려 하기보다는 이런 구성이 더 잘 들어와서 술술 잘 넘어갔다.

 

 

 

 

우리가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정신적으로 강해지기 위해서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에피쿠로스학파부터 철학을 일종의 치유법으로 여긴 점만 보아도 인간은 늘 의심하고 반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치 대 학살의 아이히만처럼 생각 없는 동물로 전락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혐오스러운 존재로 남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다. 우리는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의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선의 선택은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확신하지 말라. 그러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회의론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었다. - p.28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을 시간이 흘러도 동일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실재는 무엇인가. 등의 물음부터 인간의 본성과 양면성, 신의 존재 유무와 신에 대한 다양한 견해, 영혼과 육체, 죽음, 종교, 행동의 원인과 결과, 행복, 자유 등 철학자들의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또한 여러 사상들 중 일부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옷이 되기도 하고 여전히 현대 철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논쟁거리가 되어 오고 있다.

 

생은 불합리한 일들 투성이다. 그래서 인간은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웠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생명, 자유, 행복, 재산에 대한 천부적인 권리가 있다고 말한 로크의 주장이 여전히 당연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오래전 그리스철학을 들여다보며 그러한 불합리한 일들 속에서 결국 행복의 주체도 자기 자신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우리의 생각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스토아 철학뿐 아니라 키케로와 세네카가 주장한 견해는 요즘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은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며 결코 인생은 짧은 게 아니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이처럼 여러 철학자들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철학자도 있지만 비관론자들도 존재했다. 이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에 기인한다. 인간은 어렵거나 자신이 분리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모든 사람이 도덕적이지 않다. 홉스의 주장처럼 인간에게 무한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사회는 자연상태 즉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야만사회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쇼펜하우어는 삶을 극단적 비극으로 보기도 했지만 삶을 견딜 만하게 하는 몇 가지의 경험 중 예술을 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의지 그 자체의 모방이기에 최고의 예술형식이라고 했다. 난 그의 견해에 굉장히 공감했다. 음악 하나로 삶의 변화가 일고 그날 하루의 기분도 달라짐을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비긴 어게인 프로를 보다가 버스킹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그 느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듯하다.

 

재밌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육체는 동일할지언정 인격체는 다르다는 견해를 보며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일한 인격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고, 영혼과 육체가 하나일까라는 질문에 죽은 사람의 육체를 어떤 의술로 다시 살렸을 경우 그 사람의 영혼까지 돌아올까? 하는 질문은 나를 꽤 혼란스럽게 했다. 정말 한참 떠난 영혼이 제 육신을 찾아올까 아니면 다른 영혼이 들어올까. 무슨 공포영화같이 들리기도 한다.

 

오래전 질문을 많이 해서 사형당한 한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그가 있었기에 철학적 정신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늦더라도 인간들이 벌여온 논쟁과 이슈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미친 영향력이 얼마큼이었는지 한 번쯤은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짧게나마 여러 철학자들과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요지를 들여다보며 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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