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만들고 싶은 조선 소년 - 조선 초기 어린이 역사 외교관 6
허순영 지음, 신민재 그림, 신병주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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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어 왜구를 크게 무찌른 이야기는 모르는 어린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북선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당시 조선사회는 잘 모르는 친구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사회상과 인물들에 가까이 접근하여 역사를 더 친근하게 보여 준다.

딸아이는 역사하면 먼저 지루하다는 생각이 먼저이기에 늘 책 선택에 고민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고민 없이 선택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출간된 책도 관심이 간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조선 초기이다. 정원이라는 친구는 양반집 아이로 학문 공부에 힘써야 하지만 배에 관심이 많다. 지금의 배 만드는 곳을 조선소라고 하는데 조선시대는 선소라고 불렀다. 정원이는 글공부보다 선소를 드나들며 배 만드는 과정을 보는 일이 더 즐겁다. 하지만 정원의 아버지는 자식이 글공부로 출세하길 바라서 정원이의 행동을 못마땅해 한다.

 

정원은 아버지의 눈을 피해 선소를 다니는데 그러다 길목에서 파지라는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를 곤경에서 구해준다. 파지는 유구 출신으로 조선에 배 만드는 기술을 전하러 온 아버지를 따라 조선으로 온 친구다. 나도 유구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남녀 차별이 없었다고 하니 정말 정말 훌륭한 나라가 아닌가.ㅎ

 

 

 

 

정원과 파지. 이 두 친구는 서로 나라는 달라도 배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친해지게 되지만 배로 인해 경쟁도 하게 된다. 물론 의욕이 넘치던 정원의 일방적 시기와 질투였지만 말이다. 두 친구 사이에서 눈치백단으로 두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준 멋진 소녀 은복이의 역할도 돋보였다. 선소에서 못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파지의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정원과 은복이 지혜를 모으는 장면도 가슴 찡했다. 어린 친구들이 타인의 아픔을 헤아려 내 일처럼 뛰어다니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런 기특한 마음은 얼음장같았던 정원의 아버지의 마음을 녹이는 계기도 된다.

 

 

조선은 지리적 특징으로 위아래로부터 간섭과 침략이 잦은 나라였다. 특히 배를 타고 침략해오는 왜구는 정말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무엇보다 배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책에는 정원이가 선소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배를 만드는 과정이 나온다. 그걸 보면서도 그렇게 만든 큰 배가 물에 뜬다는 것도 신기했고, 정원이처럼 발명은 사소한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처럼 거북선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알게 되니 책에 등장했던 이천이란 인물도 관심이 갔다. 그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니 그가 많은 공을 세운건 훌륭하나 마지막에 부정으로 구설수가 있었나 보다.

 

이천은 무신으로서 요직을 역임하면서 세종 대의 과학기술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뇌물과 관련되어 세종의 질책을 받았고 부정이 많이 드러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중

 

훌륭한 지도자 아래에서는 훌륭한 발명품이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세종 집권 시기 쏟아져 나온 무수한 발명품이 그 증거이기도 하다. 과학의 발전은 서민생활을 돕고 나라를 부유하게 한다. 당연히 배 만드는 기술의 발전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다. 정원이처럼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노력하는 자세뿐 아니라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도 참으로 본받을 점이었다. 역사 속 이야기를 통해 뜻깊은 교훈을 배울 수 있어 아이들에게 참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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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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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아름답고 완전하게 만드는 것은 건너편에 있는 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는 늘 순간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답고 완전하게 만드는 건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상상하는 일이다. - p.309

 

아조레스 제도 : 북대서양 중부에 있는 포르투갈령의 화산 제도. 상미겔, 산타마리아, 파이알, 코르보, 피쿠, 상조르, 플로레스, 그라시오사, 테르세이라의 9개 섬으로 되어 있다. 카조레스 해대(海臺)상의 여러 화산이 해면 위로 돌출하여 생긴 섬들로 화구(火口)나 온천이 도처에 있다. 과일 · 포도주를 수출. 휴양지로서 유명함. 주민은 포르투갈계를 주로 한 혼혈이 많음.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누구나 자신만의 섬이 있다. 자신의 내면을 섬처럼 두는 이도 있고 자아를 찾아 섬을 찾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합류하길 권한다. 일상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경험은 분명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소비의 가치를 매기자면 여행만 한 것이 없으니까.

 

저자는 플리처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진 기자다. 이력만 보고서는 뭔가 대단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섬 여행기를 들춰보니 그녀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물론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상 몸이 조금 자유로워 보인다는 것 외엔 캘리포니아의 가뭄처럼 그녀의 일상도 어딘가 결핍되어 있는듯했다.

 

그녀에게 아조레스 제도는 들어본 적조차 없는 곳이었다. 동료 사진 기자가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이야기를 찾기 위해 그곳을 찾기 전까지 말이다. 단순히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곳, 그곳에서 소를 모는 한 남자는 "저는 이렇게 삽니다"라며 삶에 대해 강한 애착을 드러낸다. 도시에서 살다 아조레스 땅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그 땅이 전하는 기운을 사랑하고 있었다.

 

뭔가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저자는 아조레스에 대해 찾아보게 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섬에 이름을 올린 것만 보아도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섬의 역사와 전통, 전설을 찾다 보니 그리움을 표현한 한 단어 '사우다지'가 궁금해진다.

얼마 전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에서 포르투갈의 파두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되었고 노래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네 '한'이나 '정'에 담긴 무수한 의미처럼 '사우다지'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저자는 이 섬 체험을 통해 사우다지를 경험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이 섬 여행기+ 에세이라고 생각했던 의도는 조금 빗나갔다. 작가의 섬사람 체험기 + 사랑 찾고 자아 찾은 이야기가 더 맞겠다. 나처럼 여행에 목말라있거나 섬과 소와 새와 수국을 좋아하는 자연인에 가깝다면 아조레스에 대한 환상이 충분히 깃들만한 곳이다.

 

 

 

그러나 가보지 않은 모든 길,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모든 삶 역시 우리 인생의 일부가 아닐까? 사람이나 장소, 기회, 변화를 비롯한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열망하는,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리움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 마음의 깊숙한 구멍을 만든다. 사우다지가 번역할 수 없는 온전한 포르투갈 단어일지는 몰라도 가슴 아픈 열망은 보편적인 마음일 것이다. -p.297

 

인생은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럴 때 갑자기 방향을 트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녀가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대신 살고 싶어 아조레스로 떠난 것처럼 말이다.

 

아조레스가 그녀의 열 번째 섬이 되기까지 그녀는 섬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혼자 산책해도 안전한 곳,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곳, 신선한 치즈 맛을 잊을 수 없는 곳, 지천으로 피어 있는 수국에 섬 전체가 정원 같은 곳, 교통체증 없는 곳, 하늘, 바다, 와인, 빵...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사랑까지.

그렇다고 그녀가 섬의 좋은 면만 본 것은 아니다. 섬이라 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생활, 떠나고 떠나오는 이들의 헛헛한 마음, 구세대와 신세대의 충돌 등 섬사람들의 아픈 마음도 이해하게 된다.

 

그녀가 그녀의 천방지축 개 머피와 함께 한 일상도 사랑스럽다. 온 동네 빵을 다 먹어치울 만큼의 먹성이 놀랍기도 하고 아무도 못 말리는 사고뭉치라 때론 감당하기가 버거워도 그녀 곁에서 함께 머물며 섬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아조레스는 저자에게 잊고 살았던 진정한 그리움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섬만이 발산하는 매력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저자처럼 삶과 사람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만 같다. 저자도 그랬기에 한 번, 또 한번, 다시 그곳을 찾았을 테지만.

나를 안고, 내가 기댈 섬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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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 45
김동인 외 지음, 오대교.조정회 외 엮음 / 생각뿔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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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내게 국어는 자신 없는 과목 중 하나였다. 객관식 앞에서 갈팡질팡하다 늘 오답을 체크하기 일쑤였고 하나의 작품을 뜯어보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굳이 작품을 이리 해부해서 시험이라는 걸 봐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뭐 지금 생각하면 그때 좀 열심히 해둘 걸이라는 후회도 있지만 아마 지금 우리 아이들도 그때의 내 맘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학창시절은 교과서와 문제집에 파묻힌 채 끝이 났고 그 좋은 문학 작품 제대로 감상할 겨를이 없이 지났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 책에 실린 단편들도 내겐 많이 낯선 작품들이다. 1900년 초기 작품들은 시대적 배경마저도 낯설어 잘 읽히지 않는 작품들도 더러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했다. 하지만 단편들을 보니 38선 이전의 시대와 일제시대, 보릿고개 등 우리 민족의 아픈 과거도 느껴볼 수 있어 뜻깊었다.

 

난 국문학은 잘 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찌든 현실을 책 속에서 또 마주하기가 싫었고 그래서 정서가 다른 외국 소설을 더 찾아 읽었다. 하지만 좋은 책은 어떻게든 내게 오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요즘 한창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 요즘 일본과의 사이가 안 좋아진 점도 한몫해서 유명한 일본 작가의 책들도 접어두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문학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읽다 보니 정말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았다.

 

이 책도 한국단편이라는 제목 때문에 끌린 책이다. 내가 단편을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요즘 게임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중1 큰아이 때문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이 책에 실린 단편 45개만은 읽혀야겠다는 각오를 다졌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요즘 국어가 어렵다는 말을 심심찮게 하던 차였는데 누구보다 내가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 찬찬히 일주일에 한편씩 읽으며 문학책을 읽는 요령을 터득하면 좋을 것 같았다.

 

 

 

 

 

언급했듯이 한국단편은 나도 많이 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22명의 작가들의 이름은 다행히 낯선 이들이 많지는 않다. 6~7페이지에 한국 현대 작가 프로필이 있는데 작가들의 특징을 해시태그로 달아놓은 점도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봄봄]의 김유정 작가에게는 #블랙유머의대가 #요절한다작왕 이라든가 내가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에게는 #여성작가들의버팀목 이라는 태그를 달아놓으니 더욱 기억에 남았다.

 

책을 후루룩 넘겨보니 기대 이상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무언가 답답함이 있었는데 요건 나의 답답함이 풀리는 듯했다. 수능 만점 선생님이 짚어주는 문장 해석과 작품에 대한 해설이 글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단편을 정리하는 페이지에서는 작가와 작품 배경 및 작품의 구조를 간단하게 짚어주고 있다. 이 정도만 읽어두어도 아이들이 책을 읽고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는 덜 할 것 같았다.

작품의 마지막은 내신을 키우기 위한 샘플 문제가 수록이 되어 있는데 늘 자신 없어하던 문제 앞에서 조금씩 달라짐을 느꼈다. 예전에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답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책을 받자마자 큰아이에게 맨 앞 단편 두 개를 읽어보라고 했다. 먼저 읽고 난 후 내가 읽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조금 난감하기도 했다. 문학작품으로서는 별문제가 없지만 중학교 1학년의 시선으로는 김동인 작가의 [감자]나 [배따라기]는 정서의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몸을 파는 아내와 동생과 아내 사이를 의심하는 형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내가 자신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목차를 무시하고 제목을 보며 읽고 싶은 단편을 먼저 보기로 하였다. 이효석 작품을 먼저 선택했는데 이유는 작가의 이름과 동생의 이름(ㄱ만 빼면 똑같다)이 비슷하기 때문이란다.ㅋ 하지만 생각만큼 단편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은 책과 그리 친하지도 않지만 문장 습득력이 느린 편이라 하나의 문장을 오래 읽어야 했다. 단어 능력도 또래에 비해 약한데 더구나 단편들 속에는 더더욱 낯선 단어 천국이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퉁퉁거리기도 했는데 확실히 어렵게 느껴진다. 문장 문장을 다시 설명을 해 주어야 했는데 낯선 낱말은 해설을 달아놓았음에도 사투리는 영 어려워했다. 예를 들면 [돈]에서 초반 문장을 읽고서는 돼지의 교배 장면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시대의 낯섦이 문장에서 덜컥 걸려버렸다. 읽는 동안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이 문장마다 토를 달며 상황을 설명해 주시던 기억이 살며시 떠오르기도 했다.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철학과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학창시절에는 피부로 와닿지 않았지만 연륜이 쌓일수록 지식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을 그냥 느끼는 것도 좋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문학에서 인생이 보이고 때론 해답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시대는 달라졌어도 그때 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고나 할까. 감정들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배때라기]처럼 의심이 불러온 참극이나 [모래톱 이야기]에서처럼 역사 속 사회 부조리, [돈]에서의 인생의 허무함, [유예]나 [종탑 아래에서]에서 느낀 전쟁의 비극, [B 사감과 러브레터]에서의 인간의 이중성, [날개]에서 돋보이는 주인공의 심리묘사 등은 단편이기에 더 진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국어를 못한 이유가 책을 많이 안 본 탓도 있지만 깊이 생각을 한적이 별로 없는것 같다. 책이라는 건 갑자기 좋아지는 게 아니다. 한 권씩 한 권씩 꼬리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책과 친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신문만 보아도 세상 물정이 밝아질 수 있듯 인간사에 밝아지려면 책을 늘 가까이 해야 한다. 여전히 작품을 읽고 작가의 의도와 작품 속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서툴지만 작가가 공들인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어 보며 그 시절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아이와 일주일에 한편씩 단편을 읽으며 국어 실력 향상에 열의를 쏟아보아야겠다.

 

단편을 읽다가 [모래톱 이야기]에서 건우 할아버지가 건우 담임 선생님에게 섬 이야기를 써달라며 부탁하는 장면이 있다. 난 그의 말에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문장 아래 해설을 굳이 읽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감이 오는데 나도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현실을 담고 있는 문학을 자주 읽어야겠다.

 

"남은 보릿고개를 못 냉기서 솔가지에 모가지들을 매다는 판인데, 낙동강 물이 파아랗니 푸르니 어쩌니... 하는 것들 말임더."

해설: 현실과 동떨어진 글쓰기를 말해. 힘겹게 실제 삶의 모습은 외면한 채 쓰는 글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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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봇의 탈출 와일드 로봇 2
피터 브라운 지음, 엄혜숙 옮김 / 거북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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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이야기. 인간과 로봇이 공존할 세상, 그래서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그리 허무맹랑하게만은 들리지 않는다. 예전에 [내 정원의 로봇]을 읽으며 가슴 징 하던 느낌을 와일드 로봇에서 다시 한번 받았다.

 

전작 [와일드 로봇]을 건너뛴 채 후속 이야기를 먼저 보게 되었다. 로봇 로즈는 내가 생각한 로봇 그 이상이다. 동물의 언어를 깨우치고, 자연을 음미할 수 있으며, 인간을 속일 줄도 안다. 아 참! 아들도 있다. 기러기 아들. 놀랍지 않은가.

로즈가 인간과 다른 점이라면 아름다운 결함이 있는 것뿐이다. 로봇에게 결함이라고 하면 어떤 기능의 문제를 떠올리겠지만 로즈에게 있어 결함이라고 하면 감정을 가졌다는 것이다. 인간처럼 동정심과 연민 더 나아가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로즈에게는 다행히도 미움과 시기, 질투, 증오, 싸움 등의 악한 감정들이 없다.

 

전작에서 로즈는 어떤 섬에 떨어지고 그곳에서 동물의 언어를 습득한다.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새끼 기러기의 엄마가 되어 살던 로즈는 어느 날 레코 로봇의 습격을 받아 망가지고 만다. 그리고는 동물들이 어떤 비행선에 태워 보낸다. 여기까지가 전작의 얘기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고쳐진 로즈가 어느 농장의 일꾼으로 오게 되면서 향수병이 걸려 농장을 탈출한 이야기이다.

 

농장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농장 주인도 친절했으며 남매는 착하고 사랑스럽다.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기에 소들도 로즈를 잘 따랐고 농장 주변의 풍경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로즈는 자신의 이런 결함이 발각될까 두렵고 무엇보다도 기러기 아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섬에서의 시간이 로즈에게는 행복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로즈는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농장을 떠나는 것이 마음은 아프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로즈는 자신이 세운 탈출 계획에 남매들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로봇의 이야기인 양 아이들에게 들려주게 된다. 로봇과 기러기, 이 둘의 신기한 관계에 관해서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러기 무리들을 통해 퍼진 소문을 듣고 정말 아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마침내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하게 된 로즈는 머나먼 길을 떠난다. 오로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말이다. 아들이 안내하고 물어 물어 떠나는 여행길이지만 이미 그들에 관한 소문은 그들이 지나는 길목을 지켜주는 희망이 된다. 그리고 로즈는 강한 모성애로 사나운 늑대와 레코 로봇을 비껴나간다. 그러나 결국 전편처럼 망가져버린 순간이 또 찾아오게 되는데.... 과연 로즈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작가는 정말 따스한 동화를 쓰고 싶었나 보다. 로즈의 마음도, 로즈를 도와주던 동물들도, 그리고 마지막 로즈를 만든 박사까지도.

그리고 로즈는 말한다. 자신은 그저 남을 돕고 싶었다고.

 

“언젠가 야생 동물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제 목적은 그저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일지도 모른다고요.” -p.253

 

개그 프로에서 로봇으로 분장한 개그맨이 '나는 심장이 없어'를 부르던 장면이 떠오른다. 심장이 없을 거라고 여긴 로봇의 심장은 그 어떤 인간의 것보다 인간미가 넘친다. 하지만 SF 영화의 부작용일까. 로봇의 실용성은 분명 인간생활의 편리함을가져다 주겠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파워를 지닐까 두렵다. 그래서 나는 로즈가 감정을 지녔다고 했을 때 인간들처럼 이기적으로 변하지는 않아야 할 텐데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는 곧 우리의 미래가 된다. 우리에게도 늘 올바른 가치관과 인간존중이 필요하듯 훗날 로봇에게도 필요한 것이 될는지도 모른다. 와일드 로봇을 읽으며 공존, 공생, 그리고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마음 등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이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잘 자라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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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의 마지막 한 줄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2
이붕 지음, 송혜선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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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쓴다는 건 자기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서 최대한 진실되게 쓴다. 그렇다면 우리가 써온 일기의 마지막 한 줄은 어떠했을까.

정말 마지막 한 줄에 반성과 다짐이 많았었나? 정말 그런가 싶어 아이들의 저학년 일기를 다시 들춰보았다. '어머, 진짜 그러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 마냥, 아님 무슨 일기 쓰기의 공식인 것 마냥, 일기의 마지막 한 줄이 대체적으로 그렇게 끝난다. 그런데 웃긴 건 나의 지난 다이어리를 보아도 비슷한 뉘앙스다. 그렇게 매일 반성을 하고 다짐을 했던 우리의 하루. 그런 하루가 모여 지금 우리의 모습을 이루고 있을 텐데....

 

나쁜 어른들(여기서 나쁜 어른이란 범죄를 저지르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일삼은 이들을 말함)을 볼 때면,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저 사람들이 어린아이였을 땐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성악설을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 환경에 의해 나쁘게 변한다고 믿는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조금씩 사라지고 세상의 때가 묻기 시작하면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된다. 특히 나 자신을 속이고 그럴싸한 이유로 덮어버리기 시작하면 거짓된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람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쁜 마음은 서서히 물들어간다.

 

 

 

 

이 책은 작은 거짓말이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처음 거짓말을 했을 때의 두려웠던 감정이 떠올라서인지 하루가 느꼈을 두려움과 초조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다고 배운다. 하지만 잔꾀가 늘기 시작하면 슬슬 속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인간은 늘 그렇게 양심의 시험대 위에서 놓인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에 따른 책임도 결국 내 몫이 됨을 알아야 한다. 하루처럼 혼나는 일이 무서워 순간을 피했다가는 눈덩이처럼 일이 커질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매일 일기를 써야 하는 하루는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 일기를 쓰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식사시간 일기를 썼냐는 엄마의 물음에 거짓말을 하고 만다. 앞전에 솔직하게 얘기했다가 부모님의 말다툼을 보고선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뭐 따지고 보면 아침에 학교 가서 쓰기 때문에 안 쓴 것도 아니니 그 정도의 거짓말은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윗집 형의 말대로 융통성을 발휘한 것뿐이다. 하루처럼 자신의 행위에 적당히 변명을 하게 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누구나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살짝 거짓말에 익숙해져간다.

 

 

 

 

 

그런데 정말 진실을 숨기고픈 일이 벌어지고 만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져 주차된 차에 흠집을 낸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면 더 완벽했을 테지만 하필 그때 현장에서 찬수와 마주치게 된다. 걱정과는 달리 별일 없이 며칠이 흐르자 마음은 놓였으나 찬수를 볼 때마다 불안감이 커져만 간다.

 

엄마가 선불결제를 해 놓았던 분식집에서 간식을 해결하던 하루는 찬수의 입막음을 위해 찬수 것까지 챙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식집의 간식 수첩 금액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엄마에게 요리조리 핑계를 대볼까 하지만 이미 진실을 말할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아 더 불안해진다. 결국 하루는 해서는 안 되는 짓까지 하게 되고 만다. 하루는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을까.

 

 

 

 

시작은 별것 아닌 것이었다. 일기 쓰는데 하루가 밀리긴 했지만 매일 썼기 때문에 별일 아닌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엄마를 속였다. 하루는 남을 속이는 것만 생각했지 정작 양심을 속이는 것이 더 나쁜 일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양심에 대한 좋은 예로 환경미화원 이야기가 등장한다. 남의 돈을 주워 주인을 찾아준 환경미화원의 훈훈한 미담은 듣는 이의 기분마저 따스하게 만든다. 하지만 하루의 반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니 기분 상하는 얘기가 오간다. 보상금을 받으려고 주인을 찾아주었다는 둥, 가난해서 정직한 거라는 둥, 수표였으니 돌려주었다는 등의 뒷말이 난무한다. 왜 사람들은 착한 행동마저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걸까. 어른들이야말로 아이들 앞에서 입조심해야 한단 생각이 든다.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자신이다. 하루는 정직하지 못했던 자신 때문에 자꾸만 감추려다 일이 커져버렸다. 스스로 핑계를 만들다 너무나 힘든 시간을 겪었다. 오죽했으면 눈사람을 만들며 재밌게 놀았다는 일기의 마지막 한 줄에 엉뚱한 내용을 적었을까.

`앞으로는 거짓말을 절대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라고.

 

누구나 거짓에 쉽게 현혹된다. 하지만 솔직한 하루가 필요하다. 하루가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면, 아니면 하루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다면 차 주인은 나쁜 마음을 먹고 하루에게 배상을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친구 찬수를 내내 경계하는 일 따위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루의 사소한 거짓말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면서 아이들은 깨닫는 바가 많을 것이다.

 

책을 읽은 다음날 아침 아파트 일층 현관에서 3000원을 주웠다. 병원 주차 영수증과 함께 떨어져 있었는데 책 내용이 생각나서 경비실에 전달하고 출근했다. 예전 같았으면 내 주머니로 찔러 넣었을 텐데 오늘은 양심에 찔렸다.ㅎ 역시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게 함을 차 주인과 나의 행동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일기의 마지막 한 줄에 담긴 정직한 고백을 실천한다면 매일이 솔직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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