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 고양이 창비아동문고 294
김중미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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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찾아오는 길냥이가 있다. 며칠 전 사무실 뒷문으로 가끔 찾아오던 녀석이 모습을 감춘지 반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이미 구내염이 심해 보이는 상태로 힘들게 사료를 넘기던 애였기에 다시 나를 찾아와준 것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내가 더 고마울 정도였다. 예전보다 경계심은 더 커졌고 몸은 더 야위였지만 나를 쳐다보는 눈빛만큼은 예전보다 애잔했다.

나도 저자만큼 동물과의 추억이 많다. 이미 하늘로 보낸  친구들도 있고 지금은 두 마리 냥이의 집사로 행복한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동물과의 교감은 인간과는 다른 종류의 애정을 만들어낸다.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 하는 이들이라면 눈빛 하나 몸짓 하나에서도 무엇을 원하는지 읽어낼 수 있다.
반면 지구상에서 인간 위를 군림하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이들에게 동물은 마냥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길냥이들의 모습을 담은 [꽃섬 고양이] 속 한 줄에 아픔을 느낀다.
길은 사람들의 것이었다. - p.14

버려지고 인간을 피해 숨어 다니다 로드킬을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소외되고 외면받는 이들의 삶과 닮아있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고양이에게 고기를 나눠준다며 폭력을 일삼는 행동에서 느꼈던 삭막함은 외면하고 차별하는 우리들의 시선과 흡사하다.
책 속에서 소개된 네 편의 단편에도 동물이 등장한다.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나약한 동물일 뿐이지만 그들은 그들보다 더 소외된 인간들에게 위안이 되거나 위로를 주는 매개체로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꽃섬 고양이] 속 노랑이는 길 위에서 태어나 험한 인생길에 오른 길냥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랑이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노숙자를 발견한다. 겨우 붙어 있던 숨을 깨워준 노랑이의 행동에 노숙자는 감동을 받는다. 인생을 포기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노랑이의 삶을 보며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는다. 하찮은 동물이 아니라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인간에게 배울 점을 준 것이다. 인간을 피해 더 이상 달아나지 않아도 되는 노랑이 가족의 나들이에 봄 햇살만큼이나 따스함이 전해졌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속 소녀는 보육원에 버려져 입양과 파양을 거치며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울음을 너무 삼켜 울지 못하던 소녀였지만 소녀를 떠안아 준 아줌마와 개들과의 공존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뭉클했다.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고, 버림받은 강아지를 거두어 가족이 되고,  반려견의 죽음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이해하는 동안 소녀의 내면은 성장한다.

[안녕 백곰] 속 백곰은 재개발을 앞둔 산동네의 어느 집 마당에 묶여 있는 신세다.
나는 친구라는 말이 참 좋다. - p.117라는 백곰의 말속에서 모든 동물들의 바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백곰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혼혈아인 미나를 아꼈고 자신에게 따뜻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을 정겹게 바라보았다. 버려진 개 또리를 챙기는 마음 씀씀이가 헛된 일이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배고픈 건 참을 수 있는데, 난 아직도 주인이 왜 나를 두고 갔는지 모르겠어." - p.121

[장군이가 간다] 속 장군이는 외로운 할머니의 유일한 말동무이자 자식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후 길 위에 놓이게 된다. 잡종이라서, 사이즈가 커서, 똥오줌을 못 가려서, 그리고 개 주제에 차에다 토를 해서. 갖가지 이유를 끌어다 붙인 인간들의 이기심에 또 한 번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이번 여름철에도 또 들려온다. 매년 휴가철이면 버려지는 유기 동물 급증 현상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는 소식 말이다. 장군이도 그렇게 섬에 버려지고 그곳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간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길 위에서 만난 아픈 친구를 챙기며 더 나은 곳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저 너머에 정말 우리를 돌봐 줄 곳이 있을까?"
"찾아봐야지. 내가 널 위해 꼭 찾아낼게." -p.172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은 도무지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가슴이 아프지만 반성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인간이 얼마나 많이도 망쳐놓았는지를 깨닫는다면 주위 동물뿐 아니라 생명체의 소중함도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정작 이 책을 읽어야 할 이들은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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