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고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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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의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배병우(류승범)는
어느날 갑자기 자살해버린 고객의 자살방조혐의로 조사를 받게된다.
보험왕이라는 타이틀에 위기를 맞게된 그는
2년 전 자살경력이 있었던 사람들을 무작정 보험에 가입시켰던 일을 떠오르게 되고
배병우는 이 네 고객들을 찾아 자살을 막기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니게 된다. 


 

영화는 류승범이라는 배우를 필두로
성동일, 박철민, 정선경이라는 굵직한 조연들이 포진되어있고
임주환, 윤하라는 젊은 신인배우들로 무장되어있다.
그리고 이들의 조합은 영화의 완성도를 크게 높여주었다.

코미디의 탈을 썼지만, 세 고객의 이야기와 배병우 본인의 이야기까지 더해져
가볍게 시작했지만, 어느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코끝이 아려오는 감동이 전해온다.


남편을 잃고 네 아이를 키우며 환경미화원으로 억척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정선경.
사채업자를 피해 도망다니며 남동생까지 책임져야하는 윤하.
뚜렛 증후군 때문에 정상적인 삶이 힘들어 노숙자의 삶을 택한 임주환.
그리고 이들을 배병우의 고객으로 끌어들인 기러기 아빠 박철민.
이들로 인해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류승범. 


 

이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신파적인 소재로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이야기의 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지루하지 않는것은 배우들의 명연기 때문이다.
능글맞으면서도 밉상이 아닌 진심을 전해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한 마디로 배병우의 캐릭터를 너무나 완벽하게 보여준 류승범의 연기는 이번에도 돋보였다.
아마 이런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배우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인거같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완벽하게 캐릭터변신에 성공한 박철민.
그 동안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웃음기는 다 버리고
기러기 아빠로 외롭고 처절한 삶을 절실하게 보여주었다.
박철민이라는 배우가 코믹 캐릭터가 아닌 정반대의 역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다는걸 증명해준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윤하 또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타와 노래를 끊임없이 보여주어 윤하의 팬들에겐 더없이 좋은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다.
바로 임주환이 연기한 뚜렛증후군이 너무 웃음의 대상으로만 비쳐진것이다.
반복되는 무의식적 행동에 의해 특성화된 신경장애가 나타는 유전병. 일명 틱장애.
임주환의 틱장애 연기는 정말 놀라웠다.
그래서일까...틱장애의 모습이 나올때마다 영화의 웃음코드와 맞물려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였다.
실제 심각한 틱장애를 가진 이들은 일상생활도 힘든데,
그들의 힘든 일상을 보여주기 보다는 다소 희화화의 대상이 된듯하여 마음이 조금은 불편하였다. 


 

급하게 마무리되는 결말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배우들의 명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던것만으로도 좋은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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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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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이끌어가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중간 중간 느슨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시마다 소지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이 범주에 속해 있지 않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작품이다. 읽는 내내 독자는 작가가 풀어가는 이야기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 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이 작품이 시마다 소지의 작품 중 단연코 으뜸이라 칭하고 싶어졌다. 그럼 어떠한 ‘기발한 발상’이 ‘하늘을 움직이는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1989년 도쿄, 노숙자로 추정되는 노인이 소비세 12엔(한화 160원) 때문에 가게 여주인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주인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고, 노인은 경찰에 즉각 체포되었다. 하지만 치매에 걸린 듯한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숙자 노인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웃기만 할뿐이다. 단순한 충동 살인으로 사건이 마무리될 찰나, 형사 요시키는 노인의 정신이 멀쩡하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이에 의문을 품은 요시키는 홀로 정체모를 노인에 대해서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노인이 억울하게 26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으며 평균이상의 지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더욱 요시키를 놀라게 한 것은 노인이 다른 사람을 해칠 인물이 아니라는 주변인들의 확신에 찬 증언들이었다. 노인을 아는 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절대 노인이 살인을 하지 않았으리라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노인은 왜 여인을 칼로 찌른 것일까? 높은 지성으로 사전에 계획한 살인인 것일까, 아니면 정말 노망난 노인의 실수로 벌어진 살인인 것일까!

형사 요시키가 노인의 정체를 파헤쳐가는 것처럼 독자 역시 그와 함께 열심히 노인의 정체를 따라잡는다. 이러한 점은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끝까지 힘 있게 독자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끊임없는 호기심을 생성시키는 시마다 소지의 문체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 구조 또한 그 원동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노인이 쓴 소설을 작품 시작과 이야기 중간 중간에 배치해 놓은 점은 독자로 하여금 무한한 물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책장이 넘어갈수록 아귀가 정확히 들어맞는 사건의 연관관계는 읽는 이를 매우 즐겁게 만든다.

시마다 소지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단순한 추리소설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22년 전에 쓰여진 이 작품은 사회적 발언이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12엔의 소비세부터 당시 경제성장 위주만을 고집하는 일본사회, 재일한국인의 억울한 대우까지 능수능란하게 아우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추리소설이 아닌 사회소설로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매력적인 추리는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으며 강한 사회적 메시지는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심도 깊은 작품으로 탈바꿈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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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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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투리의 향연, 하지만 부족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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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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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연인사이로 발전한 현준(송새벽)과 다홍(이시영).

이들에겐 부모님이 결단코 반대하는 지역사람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다.

다홍의 아버지(백윤식)이 다홍을 강제로 선을 보게 하고 시집을 보내려하자

현준은 결혼허락을 받기위해 다홍의 집으로 찾아가고

이들의 위험한 상견례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영화는 지역감정이 팽배했던 1989년을 배경으로 삼고있다.

당시 전라도와 경상도의 적대적인 대립구도를

현준과 다홍의 가족들을 통해 가감없이 보여준다.

현재 21세기를 살고있는 젊은 세대들에겐

"과연 저 시대는 그랬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지만,

영화는 지역감정이라는 유쾌하지 않는 이야기를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풀어나간다. 

 

두 주연배우 송새벽과 이시영의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재미는 그간 "씬스틸러"라 일컫는 조연배우들의 대거 등장이다.

전라도 벌교출신임을 숨기고 경상도로 시집 온 김수미는

그 동안 자신이 보여줬던 모든 웃음코드를 쏟아부었다.

영화 초반 교양미와 세련미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다홍의 사랑이 점점 힘들어지자 전라도 출심 본연의 모습으로 돌변하는 장면은

짜릿한 쾌감과 폭소를 전해준다.

그리고 남다른 언어구사력을 선보였던 박철민 또한 자신만의 특유의 입담으로 언어유희를 완성시켰고

뮤지컬 "영웅"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안중근을 연기했던 정성화는

조금은 떨어지는 변태적인 오타쿠 운봉을 가감없이 표현해냈다.
 

부족한 스토리라인으로 절대적인 공감을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주조연 가릴거없이 온몸을 내던지는 연기 덕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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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와 존 이야기 - 상처받은 영혼과 어리바리한 영혼이 만났을 때
로버트 윌리엄스 지음, 김현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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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루크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엄마와 이별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은 어린 루크에게도, 아내를 잃어버린 루크의 아빠 제럴드에게도 크나큰 상처를 가져다주었다. 루크와 아빠는 원래 살던 집을 처분하고 시골마을 듀어데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볼랜드 산꼭대기 집으로 이사한다. 매일 언덕에 앉아서 돌멩이와 바위만을 그리던 루크는 어느 날 우연히 편지를 발견한다. 그 다음날 편지를 쓴 주인공인 존이 생뚱맞게 루크의 집에 나타난다. 자신의 엄마도 돌아가셨다며, 자신이 그 편지를 썼다며 생면부지 루크를  위로하러 그의 집을 방문한 것이었다. 그리고 존은 매일 아침 정확한 시간에 루크의 집에 찾아온다. 정체모를 타인이 자신의 일상에 들어온 이후, 루크뿐만 아니라 루크의 아빠까지도 자그마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루크와 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두 소년의 불행에 대처하는 자세가 너무나 안타까웠으며 내내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어린 소년들이 받은 상처는 스스로 그것을 드러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반항을 생각조차 못하는 존,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문 루크, 술로 세월을 보내는 루크의 아빠는 여전히 상처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이 한 장소에 모였고 그들은 서로를 통해서 치유의 과정을 지나오게 된다. 존이 산꼭대기 루크의 집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루크가 그런 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참담한 결과는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하지만 존의 등장은 루크 부자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존 역시 루크 부자를 통해서 행복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매우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감정이 폭발할 법한 부분에서도 절대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문체는 오히려 주된 이야기 전달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펑펑 울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은 루크(화자)가 그저 남의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점은 역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기에 인상적이다.

어떤 인간이든 인간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죽음은 ‘충격’ 그 이상으로 인간에게 지독한 영향을 미치며 극도의 ‘슬픔’이라는 감정을 생성시킨다. 다행스럽게도 신은 이처럼 나약한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셨다. 인간은 신이 내린 선물 한 스푼을 복용하고 앞을 향해 한발 한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가끔씩 신의 선물을 받지 못한 이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식으로 고난을 이겨나가야 하는 것일까! 『루크와 존 이야기』안에는 기로에 놓인 소년이 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 속으로 자신을 들여놓을 지의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 밖의 독자들은  이 안타까운 소년이 과연 힘든 첫걸음을 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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