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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 - The Illusionist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세월이 흘러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일루셔니스트는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찾아 이곳 저곳을 떠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스코트랜드의 한 선술집에 머물며 공연을 하다 그곳에서 앨리스라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일루셔니스트의 무대에 반한 어린 소녀 앨리스는 다음 무대를 찾아 떠나는 일루셔니스트와 함께 여행을 나서고
뒤이은 그들의 모험은 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프랑스 코미디의 거장 자크 타티가 자신의 딸에게 쓰는 편지를 원작으로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거장 실뱅 쇼메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다.
그리고 이 두 거장의 조합은 기대이상의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화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2D애니로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하고 부드러운 색채감을 보여줌으로써
3D의 화려한 애니가 가지지 못한 아름다운 영상을 선보인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떠돌이 퇴물 마법사와 그를 따라 나서게된 소녀 앨리스의 이야기이다.
이 둘의 이야기를 쫓아가다보면
어렸을적 나의 모습, 현재의 나의 모습인 "아버지와 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초반 앨리스의 무지할만큼의 순수하게 마법을 믿는, 끝없는 요구와 바램이.....
그런 앨리스에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무 조건없이 베푸는 일루셔니스트의 모습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나도 아빠에게 저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엔 부끄러운 마음이 들다가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에 마음 한 켠이 아련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이런 감정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극 중 인물들의 대사가 없는 점이었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대사가 없지만, 영화를 관람하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실뱅 쇼메 감독님은 의도적으로 대사를 배제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사가 없는 자리에 서정적인 음악으로 영화 전체를 채워주어
영화를 한층 더 부드럽고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헐리웃 애니처럼 톡톡튀는 화려한 영상은 아니지만,
느리지만 따뜻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법같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