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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이, 학력, 직업, 거주지, 건강 상태는 변하는 것이고, 이런 조건에 따라 약자로서의 정체성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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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고백
미주, 주나, 진희는 고등학교 1학때 같은 반에서 만났습니다. 세 명의 아이들은 각기 다른 성향을 가졌지만 분명 서로를 잘 이해하고 좋은 친구라고 믿으며 함께합니다.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진희와 함께할 때면 미주의 마음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 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p117
그러나 어느 날 진희가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지만 혼자 끙끙 앓고 있었던 사실을 고백합니다.
그런 진희의 용기 있는 고백에 주나는 말로, 미주는 눈빛으로 상처를 건넵니다. 그렇게 진희는 그들의 삶에서 떠나가게 됩니다.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얼굴 앞에서 거스를 수 없는 슬픔을 느끼니까, 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 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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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인을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상대가 있어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그럼에도 우리는 상대가 실망할 것을 알면서도, 상처 입을 것을 알면서도, 지나고 후회할 걸 알면서도 결국 감행하기도 합니다.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 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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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우리는 언제든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속에서의 사람들의 이중성 또한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치 내가 사회적 약자가 될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을 여실히 외면하는 그런 이중성까지도 말입니다.
서영동 학교들은 입시 성적이 좋지 않다. 서영동 아이들은 그런 서영동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백은빌딩 학원은 떠나지 못했고, 서영동 인근의 아이들은 백은빌딩으로 학원을 다니면서도 굳이 서영동을 우습게 생각하고 싶어 했다. 들어오고 싶은 욕망과 나가고 싶은 욕망이 섞여 부글부글 끓는 곳.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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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건물 중간에 들어오는 요양원 건물, 그 사실을 알게 된 상가 사람들과 근처 아파트 입주민들은 거칠게 반대합니다.
고령화 시대, 노인시설의 필요성 모두 인정하지만 그게 내 동네, 내 건물 옆일 수는 없다는 이기심과 욕망이 엉켜 붙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또다시 변해갑니다. 그리고 언제든 자신이 그 상황이 될 수 있음을 느낀 자리에 부끄러움이 남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저는 아무 생각이 없고 이런 제가 한심하고 답답하고 부끄러워요. 부끄럽다고요. 이제 와 부끄럽다고 말하는 것도 부끄러워요. 경화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그리고 그 마음이 염치없어 부끄러웠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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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윤, [밤은 내가 가질게]
서유미, [에르트]
서고운, [빙하는 우유 맛]
최은영, [고백]
김 숨,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김지연, [공원에서]
조남주,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김미월, [중국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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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