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 살려고 받는 치료가 맞나요
김은혜 지음 / 글ego prime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책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듣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집어들었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가 호홉이 가파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책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었다가 그렇게 읽어내려갔습니다.

한의사와 말기암환자라는 조합으로 이루어진 병동 휴머니즘이야기입니다.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그런 마음이 큰 책입니다. 우리에게 그냥 겉으로 전달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 슬픔, 아픔 그리고 희망,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는 전하고 싶었던 듯 합니다.








책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등장합니다. 죽음을 앞두고서 찾아온 그들의 사연과 삶 그리고 아픔과 희망 모든것이 다릅니다. 말기암환자들이 주로 찾아오는 곳이다보니 아무래도 삶을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마무리는 같은 얼굴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각기 다른얼굴로 찾아옵니다.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이기나 하나 삶의 질이 아무래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암치료. 그리고 남은자들에게 주어진 것들. 치료보다는 삶의 마무리를 위해 들어온 이들의 이야기. 슬픔도 있지만 희망도 있는 이곳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제가 와이프를 죽인 건가요?"

수십 번 들어왔지만 매번 가슴에 아프게 꽂히는 질문이다. 의학적인 설명도 해보고, 사실적인 말도 해보고, 감정적인 위로도 건네봤지만 보호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p28



남보다 조금 빠른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해보고 가고 싶어요." 그리고 "더 빨리 가더라도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거 다 해보고 가고 싶어요."

p35



"그럼 죽는 거지요. 살려고 삽니까? 하고 싶은 거 하려고 사는 거지."

p41


"엄마가 뭐래요? 또 자기도 따라 죽고 싶대요?"

"아니, 딸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라고 하시던데."

"아...... 그냥 예쁘게 죽게만 해주세요. 막 아픈 티 나는거 말고, 옆에 있을 엄마가 덜 속상해 했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저 예쁘게 있는거 좋아하거든요."

p89


언젠가는 닥칠 이별이었지만 지난 기간 동안 '혼자 남은 아버지로서의 책임감'과 '하나뿐인 아들로서의 책임감'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다가 끝내 전자에 좀 더 기울 수밖에 없었다는 죄책감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눈빛이었다.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남편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이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잔인했던 선택이었고, 그 선택의 결과가 아들의 앞에서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p158


'이럴 바에야 그냥 죽고 싶다'는 말은 암 환자와 같이 있다 보면 자주 듣는 표현이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의 표현일지, 현재 상황에 대한 탈진을 표현하는 말일지, 살려달라는 말을 역설적으로 외치는 것일지, 혹은 정말 진심을 담아 하는 말일지, 어떤 의미든 환자가 이 말로 나에게 전하려 하는 의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p17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