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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표 거절!
루시아 세라노 지음,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6월
평점 :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페인 동화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운 좋게 좋은 책을 만났다.
스페인 출신의 루시아 세라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아이들의 일상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정체성, 감정, 다양성과 같은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스페인어권 최고의 아동 문학 상 중 하나인 <아 라 오리야 델 비엔토 상> 등 다수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나는 나로 충분해', '왜 이렇게 느려 터졌니?',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등이 있다.
친구들끼리 흔히 쓰는 말이 있다. 잘난척쟁이, 거짓말쟁이, 잔소리쟁이가 그것이다. 책 속의 선생님은 아이들이 쓰는 말에 너무 많은 꼬리표가 붙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영문을 몰라 선생님의 꼬리표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시는 꼬리표란 세상이 처음 시작되고,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말'을 발명했다 한다.
눈에 보이고,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느끼는 것을 말로 표현한다. '따뜻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포근해짐을 느낄 수 있듯 우리가 하는 말은 생각을 떠올리게 해준다. 하나하나의 낱말이 모여 큰 생각의 집을 짓고, 사람과 사물의 겉모습과 속마음을 설명해 준다고 한다.
누군가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하고 내게 묻는다면 글쎄, 그건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이다.
누군가를 표현할 때 한 낱말만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건 마치 사람을 작은 상자 안에 가두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잔소리 쟁이라는 낱말로 자주 표현하게 되면 '꼬리표'를 붙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말만이 우리에게 인식되어 그 사람의 다른 좋은 점은 우리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온전하게 그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꼬리표를 붙이면 안 된다.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타인에 의해 꼬리표가 붙게 된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무한히 열어 두지 못하고 부정적인 꼬리표에 의해 마음이 닫히게 될 것이다. 옳지 않은 방법과 가벼운 생각으로 하는 말은 잠시 내면에 넣어두자. 정체성도 확립되지 않은 아이에게 꼬리표로 인생을 가두는 행동은 너무 잔인한 것 같다.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굴하면서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우리가 하는 말에는 보이지 않는 무게가 있다.
어른이라면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같이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에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지만, 침묵을 택하는 때도 많다. 오히려 침묵은 말이 많아서 생기는 실수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혹시나 말실수를 했을 때는 인정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자.
서양에서는 타인의 몸, 나이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건 아주 큰 실례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타인의 몸에 대한 이렇고 저렇다는 평가가 너무 많다.
유독 비쩍 마른 몸이 콤플렉스인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그저 날씬하다는 이유로 '날씬해서 좋겠다, 뼈밖에 없다.'이런 말을 너무 쉽게 한다. 내장지방이 얼마나 많은지 그 사람에게 어떤 고충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반면 비만인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뚱뚱하세요'라는 말은 또 쉽게 하지 않는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비만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임 때문일까? 대중은 생각보다 비만의 꼬리표를 붙이는 것에는 엄격하고, 마른 몸의 꼬리표를 붙이는데에는 관대하다. 비단 체형 뿐만이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피부색과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르기에 누가 맞고, 틀리다가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람의 외향을 보고 판단하는 말을 쉽게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오늘 한 말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람을 대할 때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기보다는 좋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들여다보고 예쁜 말을 해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꼬리표 거절!>을 통해서 나는 쉽게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는 어떤 무게로 다가갈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동화책을 통해서 아이도 나도 서로의 말 하는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