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과 모네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백석 지음, 클로드 모네 그림 / 저녁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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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달 출판사에서 백석과 모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게 책을 펴냈다.

백석 1912~ 1996년 사이에 활동한 시인이자 소설가, 번역문학 작가, 문학평론가로 활동했으며 평안북도 정주 출생이다.

백석은 오산학교(오산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으며 6년 선배인 김소월을 동경하면서 시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백석은 소월과 만해, 지용이 다져놓은 현대시의 기틀 위에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세웠으며 한국 시의 영역을 넓히는데 기여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백석의 시 전반에는 평안 방언과 고어, 토착어를 사용해서 시어의 영역을 넓히고 모국어를 확장시켰다. 백석의 시대를 함께 공유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의 작품을 읽으면 시에서 풍겨오는 모든 그림 및 감각이 손에 잡힐 듯이 머리에 그려진다. 이처럼 백석의 작품에는 시각, 청각, 촉각 등 거의 모든 감각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읽는 독자로 하여금 드라마를 감상하는 느낌을 받게한다.

백석은 유독 고향에 대한 회상을 많이 하는데 그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신적인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추구하길 원해서인 듯 하다. 자신이 애정 하며 그리워했던 공간이 이미 훼손된 공간으로 반복적으로 인식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글로써 다시 소생시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그는 고향의 음식과 풍물, 생활 도구 등을 평안 방언과 토착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고향의 회복과 동시에 자신도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백석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시 '고향' 한편을 소개한다.

고향

나는 북관에 혼자 앓어 누워서

어늬 아츰 의원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 같은 상을 하고 관공의

수염을 드리워서

....중략...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도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이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 글 백석, <백석과 모네>, 저녁달, 2024, 86쪽.

클로드 모네는 1840~ 1926년 사이에 활동한 프랑스의 화가이다. 만년에 모네는 연못에 떠 있는 연꽃을 그리는 데 몰두했는데 그의 작품은 외광을 받은 자연의 표정을 따라 밝은색을 효과적으로 구사하여, '색조의 분할', '원색의 병치'를 이행하면서 인상파 기법의 한 전형을 개척했다고 한다. 시간이 주는 빛에 따라서 '수련'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몽환적인 시간으로 안내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백석의 작품과 함께 모네의 작품이 하나의 책 속에 병치되어 미술관과 전시회에 가지 않아도 풍요로운 가을볕에서 한가로이 작품을 여유 있게 살펴볼 수 있는 낭만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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