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백 년의 지혜 - 105세 철학자가 전하는 세기의 인생론
김형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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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면, 이 시대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간만에 머리 핑핑 굴리며, 여백에 메모를 잔뜩 써가며 읽은 에세이를 만났습니다. ‘시대의 고민에 답하는 다정한 실존주의 철학자 김형석의 인생 수업’이라는 띠지의 문구를 보고 ┈ 잔잔한 공감 + 힐링 에세이를 상상했거든요~

큰 고민 없이, 잔뜩 고개를 끄덕이며 명문장 줍줍하다가 책을 덮겠거니 예상했는데 ┈ 그렇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어떤 문장으로 리뷰를 채울까 드릉드릉 했잖아요♡



김형석의 <백년의 지혜>는 ‘우리 사회와 시대에 어떤 철학이 요구되는가’ 고심하게 이끄는 에세이집입니다. 총 280쪽, 3부 구성으로 105세 철학자의 생애를 관통한 사유의 족적을 따라가게 하는 책인데요.

(이하 인용문은 !악마의 편집 주의!)

• 20세가 되면서 대학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갔다. 몇 해 머무는 동안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기에 게으른 우리 민족을 지배하고 살았구나 하는 죄책감이었다. 당시 우리 민족은 너무 나태했다. 54P

• 박정희 정권이 들어섰다. 우리 국민 전체가 ‘잘살아보자’ 구호 밑에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는 미숙했으나 대중을 일터로 끌어들인 ‘새마을 운동’이 불처럼 일어났다. 국민 전체가 일을 사랑하는 자세와 열정을 갖추게 되었다. 55P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관점에서 저자의 견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질문하는 것부터 독자를 ‘철학’하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창조적 지성인의 역할, 인간성 회복과 선한 사회질서의 확립, 진실과 자유와 인간애를 근간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정신이 뿌리내린 공동체의 방향성 등. 책의 전체 맥락을 살펴 공론과 담론을 끌어낼 요소가 다양했습니다.

• 무엇이 해결책인가. 인간성의 회복이다. 인간과 삶의 가치를 복구시켜야 한다. 양심의 자유와 인간애의 질서를 정착시켜야 한다. 자유와 정신문화를 말살하는 정치력을 배격하고 인문학과 인간주의를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선결과제다. 128P

• 인문학적 사유와 과제를 근원적이면서 전체적으로 다시 해석해야 하는 것이 철학 본래의 과제이다. 인간적 삶의 가치관과 역사적 이해의 세계관은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97P



[철학적 사상을 현실과 생활 개념에 연결 짓는 글]을 써왔다는 저자의 이력에 공감했고, 대표작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저자의 종교(기독교)적 관점과 유신론적 실존주의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공감할 문장이 많을 것입니다.

가장 비중 있게 남은 주제어는 ‘일’의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의미였는데요.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위로, 공감, 고개 끄덕이기로 점철된 서정적 에세이만이 아니라 ┈ 철학적 담론을 끌어낼 수 있는 선명한 교훈적 에세이가 아닌가 생각하게 하는 독서시간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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