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이슬아는 책을 통해 자신이 쓰는 이야기가 모두 진실은 아니다, 라고 줄곧 이야기해왔다. 때문에 그의 수필을 읽을때도 어느정도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는데, 진짜 그의 소설이 나오자 어쩐지 (이 작가가 쓴 글이란 글은 다 읽어서인지) 자꾸 수필로 읽혀 조금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녀장'이라는 기획, 가족들에게 합리적인 가녀장이 되려는 '슬아'의 노력이 빛나는 책이었다. 가녀장의 시대는 가부장제에서 시작된 이미 만연해있는 불합리한 상황과 잘못된 태도를 꼬집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주는 책이었다. 나름 젊은(과연 이렇게 말해도 되는 나이일까 싶지만) 축에 속해서일까, 가녀장에 대해 큰 어색함도 이상함도 느끼지 않아 그저 재밌는 시트콤을 보듯 편하게 읽었다. 아직도 동생애와 노브라가 왜 논란거리가 되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고 재밌게 해서 그저 즐겁게 읽었을 뿐.
이슬아 작가를 '나는 울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로 처음 알게 됐는데 그때 반했던 복희씨에 대한 사랑이 아직도 진행중이어서 많은 에피소드 가운데 복희씨가 주인공인 이야기들은 더 신나는 마음으로 읽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복희씨 같은 엄마는 절대로 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래서 더 동경하는 마음으로, 한번도 본적없는 복희씨를, 하지만 일간 이슬아를 비롯해 이미 많은 이야기에서 만난 아는 복희씨를 생각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부모가 아니라 모부인 복희와 웅이, 서로를 존대하는 가족. 어느정도 서로에게 무심한 태도, 그 가운데서도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던 책이었다.
생각할 수록 이슬아작가는 마케팅능력이 뛰어난 작가다. 그가 자신의 글을 오백원에 팔았을때부터, 엄청난 상상력이 아니라 나와 주변의 이야기로 멋진 메시지를 전하는 장편소설을 만들어 낸 지금까지 천부적인 재능을 갖지 않아도, 엄청난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반전이 없어도 자신이 가진 것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만들어가는 작가라서 앞으로 그의 책들 역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