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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부엌 -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김미수 지음 / 콤마 / 2017년 5월
평점 :
10년 넘게 쓰던 냉장고가 고장나고 새로 구입해야 했던 몇 년전, 많은 고민을 했다. 냉장고 사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작은 것을 살지, 아이들도 있으니 간식거리 등 준비해 두려면 큰 용량을 사야할지. 결국 양문형 큰 냉장고를 사고 말았다.
지금 냉장고가 고장나고 다시 구입해야 한다면, 큰 고민없이 작은 냉장고를 살텐데. 아파트 환경에서 냉장고 없이 살기는 아직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생태부엌'은 냉장고대신 켈러(지하저장공간)를 이용하고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들을 먹으며 최소한의 소비와 에너지 사용으로 자신과 지구와 세상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다. 비건(완전한 채식주의)의 삶을 사는 그들의 부엌을 이 책에서 충분하게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맛있어 보이면서도 먹고 나면 건강해질 것 같은 다양한 샐러드와 병조림, 통곡물빵과 채소스프. 친절하게 노하우를 알려주는 레시피들이 있어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하나 하나 따라 하며 나만의 레시피도 마련해보고 싶게 만드는. 당장 냉장고 속에 쌓여있는 야채들을 이용해 병조림을 해 두어야겠다.
고기를 많이 먹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우리가족. 채식을 바로 할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 비건까지는 아니라도 좀 더 고기를 먹는 양을 줄이고, 건강하게 길러진 고기를 선택하는 생각있는 소비를 해야겠다고.
좋은 책을 읽고 또 많은 생각거리들을 마음에 새긴다. 저자 부부를 만나러 독일여행도 가고 싶고. 우선 책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실천부터 하나씩 해 나가고, 다양한 생태요리에도 도전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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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소재나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 개선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도, 우리 가족도, 이웃들도, 이 지구도, 모두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5쪽)
: 작은 행동들이 결국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어 더 좋은 환경을 이루어내는 것을 본다. 나부터. 늘~~
'당장에 전체를 바꿀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까? 어차피 별 소용이 없을 테니 모든 것을 침묵하며 살아야 할까?'(6쪽)
'생태적인 삶, 생태 부엌은 비싼 유기농 전문점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작지만 소소한 일상의 변화와 노력, 땀 흘려 직접 길러 먹는 수고를 통해 생태 부엌을 실현하고, 생태적인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6쪽)
'지금은 사용도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한참 떨어지는 냉장고가 뭐 그리 필요한가 싶다. 안 써 버릇하니 이젠 냉장고가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었나 싶기도 하다.'(29쪽)
'자연의 모습 그래도 자연스럽게 살자는 우리 부부 삶의 모토에 따라 텃밭도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일구기를 지향한다.'(36쪽)
'우리 집 텃밭에는 야생초와 작물, 꽃과 곤충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36쪽)
'우리 부부가 생태 농사법을 정립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철학은 퍼머컬처(Perma Culture), 숲 텃밭, 완전한 자연 멀칭, 자연농, 테라 프레타(Terra Preta)등이다. 이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땅을 갈지 않고 자연을 스승 삼아 평화와 무위의 농사를 짓는 것'이다. 이들 철학에 감동받은 우리는 그 지속 가능한 실용적인 방법들에 확신을 갖고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37쪽)
'특히 대도시에서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사는 이라면 이를 통해 자연과의 연결점을 다시 찾고, 땅에 뿌리 내리는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37쪽)
'퍼머컬처는 '땅과 인간을 생각하고, 성장과 소비에 한계를 두고 공정하게 나눠 공유한다'는 윤리적 원칙과 '자연 생태계의 발달 및 유지를 관찰한다'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39쪽)
'풀을 벨 때는 한꺼번에 베지 않고 한 줄씩 건너뛰어 가며 벤다. 한꺼번에 베어 버리면 벌레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 기르는 작물로 터를 옮겨 가 작물도 벌레도 곤란해질 수 있다.'(43쪽)
'생태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실제로 우리 부부가 실천하는 것들로는 생태적으로 텃밭 농사를 짓고, 모자란 식재료는 가능한 지역산과 국내산 유기농 작물로 사 먹고, 필요한 물건, 특히 전자제품은 되도록 중고로 구입하기 등이 있다. 또 생활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플라스틱과 유리 용기 등 재활용 용기들을 여러 번 재사용한 뒤에 분리수거하여 에너지를 절약한다.'(61쪽)
'일반 마트에서는 공정무역 제품 인증에만 초점을 맞추고 가공에서 운송 및 판매까지의 과정에 대한 가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 공정무역이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79쪽)
'지금도 콸콸 흐르느 물에 채소를 씻는 대신 그릇에 물을 받아서 씻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중략) 이렇게 채소를 씻는 방법만 조금 바꿔도 물은 상당량 절약할 수 있다.'(87쪽)
'사람은 역시 밥으로 대변되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랴야 한다. 고향을 떠나 내가 늘 허기졌던 이유를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밖에서 먹는 밥은 엄마의 사랑은 물론이거니와 포만감을 주기에도 영양적으로 무리가 있었다.'(145쪽)
'사실 내가 채식을 시작한 건 '생명 존중'이라는 윤리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환경을 생각하고 생태적인 삶을 살기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것이다.'(175쪽)
'니어링은 '고기를 먹는 사람은 동물을 직접 죽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살생을 의뢰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177쪽)
'고기의 유통이나 소비에 관련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다소 불편하고, 고기를 먹는 데에 윤리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는 건 지나친 일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고 생태 밥상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고기에 대한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지금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자라, 어떤 방식으로 도축되고 유통되어 밥상에 올랐는지를.'(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