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이지환 지음 / 부키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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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해당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분야: 인물사, 역사·문화 교양서

역사적 인물에 대해 현직 의사가 풀어내는 합리적인 '썰'들의 향연.

특정한 병으로 시작하는 썰들 속에서 단순히 위인으로만 알고 있던 이들의 인생사가 조금 더 다이내믹하고 입체적으로,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어느 떄는 신체에 굴복하고, 어느 때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 펼쳐지는 인생 드라마에 누구라도 매혹될 수밖에 없다.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나는 어쩌다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독자들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책이 그 답을 명확히 줄 순 없지만 적어도 힌트 정도는 줄 수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돌고 돌아 내가 내린 해답은 단순하다.

"적당히 유명해야지. 너무 유명해지면 죽어사까지 사생활이 털리는구나."

추천의 말, 오후,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저자

추천의 말에서 소개한대로 이 책은 역사적 인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찰하며 각 인물에게 영향을 미친 질병을 추리한다. 총 10개의 챕터로, 10명의 위인들이 등장한다. 이 10명 중 특히, 세종, 가우디, 도스토옙스키, 로트레크, 니체, 프리다는 어려서부터 몸이 아팠던 케이스라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룬 위업들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의학은 한 편의 추리다. 의사는 통증이라는 사건을 안긴 가해자 질병을 탐정처럼 수색해 나간다. 이 작업은 상당히 흥미진진해서, 끔찍한 학업에 지쳐 앓는 소리를 하던 의대생도 희귀 환자 증례 시간에는 눈을 반짝인다.

환자로는 익숙한 위인을 모신다.

모두 병약한 신체를 품고 놀라운 업적을 남긴 천재들이다. 이들은 생전에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질병은 악질 범죄자처럼 이들을 괴롭혔다. 지금이나마 범인을 잡아 억울함을 풀어드리고자 한다.

이들 삶을 단서 삼아 탐정의 시각으로 질병을 잡아 보자.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위인의 감춰진 삶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새로운 모습에 새삼 또 반할 것이다.

들어가는 말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에 의학적인 주제가 등장한다고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저자의 글솜씨가 워낙 뛰어나서 조금만 읽다보면 키득거리면 페이지를 술술 넘기게 된다.

몇 위인들은 이 책을 통해 다시보게 되었는데-세종, 모차르트 그리고 니체- 특히 모차르트는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고 좀 엽기적인 사람이었나보다 생각하게 되었는데(영화가 이래서 위험하다) 이 책을 읽고 그렇게 생각했던 게 너무 미안했다.

애초에 모차르트가 매독에 걸렸을 가능성도 낮다. 모차르트는 방탕하게 껄떡대며 성병이나 옮기는 남자를 혐오했다. 그는 오페라 <돈 조반니>의 주인공이 바람둥이인 게 싫다며 대본을 거부했다. 끝내 수락했지만 방탕한 남자 주인공을 지옥으로 보내 버리는 결말로 곡을 각색한다.

모차르트는 아내 콘스탄체와 각별했고 외도를 꿈꾸지 않았다. 부부 금슬은 죽기까지 이어졌다.

98p

모차르트의 성실한 삶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꾸준히 작곡하며 실력을 키웠고 6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복잡한 삶에서도 중심을 지키려던 심성은 곡에서도 드러난다.

모차르트는 루바토 템포의 오른손 음계처럼 화려한 삶을 살았고 죽음마저 자극적인 이야기로 팔렸다. 성실함으로 역경을 버텨낸 그가 다시 살아난다면 몹시 개탄스러워할 일이다.

죽음만이라도 정직한 왼손 템포로 풀이하고 싶다.

112p


내가 가장 감명 받은 이야기는 <프리다의 다리: 자화상의 대가는 왜 자기 자신을 붉은 과일로 그렸을까?>였다.

폴리오 바이러스 때문에 평생을 고생한 오른쪽 다리는 발끝부터 검게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오른쪽 다리를 무릎 밑부터 절단한다. 프리다는 다리가 없는 소회를 일기에 짧게 적는다. "내게 날아다닐 날개가 있는데 발이 왜 필요하겠어?"

1941년 프리다의 유일한 인생 친구인 아버지가 임종을 맞는다. 이날부터 그녀는 자화상보다 과일을 그리기 시작했다. 프리다가 그린 과일은 다른 의미의 자화상이다.

멕시코의 햇살을 머금고 자란 과일은 프리다 자신이고 강렬한 통증을 주는 칼로 잘라 내야 비로소 보이는 과육은 쉽게 표출하기 어렵던 프리다의 영혼인 셈이다.

프리다가 가장 힘들던 1954년, 그녀의 그림에 과일이 다시 등장한다. 탐스러운 수박은 역시나 벼린 칼로 잘려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수박의 속살이자 프리다의 영혼을 상징하는 빨간 과육에는 고통으로 새긴 글씨가 문신처럼 적혀 있다. 과연 프리다라면 영혼을 뜻하는 과육에 어떤 글자를 새길까/ '나는 고통받았다'거나 '삶은 괴롭다'라는 문구는 절대 아닐 것이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이렇게 적었다. "인생이여, 만세!"

222p

프리다를 다룬 챕터는 읽으면서 '정말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모든 고통 속에서도 인생을 즐기고 찬미한 프리다 칼로가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생각해 보면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에 등장하는 위인들은 모두 고통 속에서도 한결같이 성실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힘든 때일수록 오히려 더 성실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다.


읽으면서 글이 굉장히 귀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금의 핑크색 표지도 예쁘지만 글의 인상에 맞춰 귀여운 일러스트 느낌의 표지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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