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날개에 나온 저자 소개 글을 읽으면서부터 책 내용이 기대됐다.
역시 저자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무엇보다 그림에 얽힌
일화를 설명하면서 화가 주변의 인물들 얘기까지 풀어내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 게 좋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루브르 박물이 소장한 작품 위주로 설명했다.
저자는 루브르 박물관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박물관
이라고 했는데,소장 작품이 세계에서 제일 많아서는 아니라고
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루브르 박물관 최고의 가치인 큐레이팅
능력으로 본다고 했다.루브르 박물관은 어떻게 전시를 하고
어떻게 복원을 해야 그들이 소장한 작품들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단다.조화로운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최고의 큐레이팅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의 미소에 대해서도 저자는 어떻게 하여
그 알듯모릇듯한 미소를 그렸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스푸마토 기법> <대기 원근법><해부학>등등 초상화를 그리는데
동원된 기법이 여러가지였다.과학자들은 모나리자의 미소는 철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한 결과물이라고 했단다.한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평생 자신이 쌓아올린 수많은 지식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품을 활용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단다.
중세에 유난히도 종교화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역사적 배경을 들어 설명했다.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천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유럽에서는 봉건제도가 시작되고 잦은 전쟁과
혼란이 이어졌단다. 게다가 소빙하기까지 겹쳐 농작물의 수확량은
줄어들고 갖은 전염병까지 돌았기에 삶이 고단해진 인류는
신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저자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뒷쪽에 나오는
사실주의가 시작될 때는 산업혁명이 발발하고, 자고 나면
세상이 눈이 뒤집힐 만큼 빠르게 변화하던 19세기에는 마네가
<풀밭위의 점심>과 <올랭피아>등의 작품을 그렸지 않나 말이다.
르네상스이후로 수백년간 성서와 신화를 그리며 경직된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마네의 시도는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더러 부유한 화가들 얘기도 나온다.그런데 화가들이
유명해지기 전에는 대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만종>의
작가로 유명한 밀레도 생전에는 가난했다. 그랬는데 밀레가
세상을 떠난후에 밀레의 <만종>이 경매로 엄청 비싼 가격에
필리게 된다. 밀레가 세상을 떠난지 15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있었다.그리하여 화가와 그유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추급권>이라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주로 그림과 화가에 대해 설명하던 저자는 .책의 뒤쪽에서는
조각가 로댕에 대해 페이지를 할애했다. 로댕과 그의 불행했던
연인 까미유 끌로델에 대한 얘기는 전에 책을 통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결국 불륜관계였던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은 헤어지고
까미유끌로델은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그곳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조각은 천재적으로 했는지 모르지만,
까미유 끌로델을 생각하면 나는 로댕에 대해 호감을 느끼기
어려운게 솔직한 심정이다.
화가와 그림 그리고 그림에 읽힌 일화를 소개하면서 배경인
역사 지식까지 곁들인 저자의 해박함이 놀랍다.알찬 내용의
책을 펴낸 저자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