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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일본소설은 뒷맛이 담백하다는 얘기에 끌려 일본소설을 읽게 되었다.
우연히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읽게 되었는데 참 유쾌한 내용에 많이 웃었다.
'공중그네'를 읽은 후론, 나오키상 수상작을 즐겨 읽게 되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나오키상 수상작을 중고로 사서 읽기도 했으니 나오키상 수상작에 어지간히
빠져 지낸 셈이다. 사실 이 책<퍼스트 러브>도 나오키상 수상작이라 읽은 셈이다.
물론 그동안 나오키상 수상작이 아닌 일본소설도 읽었다.그렇게 일본소설에 심취하여
읽다보니 어느날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일본 작가는 대개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쓴다는 것이다.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국 독자들이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다.
또 한가지는 일본에서 인기있는 작가들은 소설에서지만 살인을 너무 쉽게 저지른다.
하루키를 따돌릴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가 그렇고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작가라는 ,미야베 미유키 가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다작을 하는 하루키나 히가시노 게이고를 제치고 노벨 문학상은
가즈오 이시구로 에게 돌아갔다.여기서 나는 깨달았다. 다작을 하는 것도 물론
작가로서의 기량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 정말 뛰어난 작품은 반드시
독자를 강하게 자극하지 않고도 충분히 감동을 선사한다고 말이다. 요시다 슈이치나
모리에토 같은 작가는 작품에서 살인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작품성있는 소설을 선보인다.
이 책은 표지에서도, 소설의 도입부에서도 , <아버지를 살해한 미모의 아나운서 지망생>
이라는 자극적인 문장으로 독자를 끌어 들이고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자극적인 문장이
바로 나오키상 수상작이 가지는 특징 내지는 한계(?) 라고 생각했다. 나오키상 수상작은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일본의 독자는 이제 소설에서
웬만한 살인 사건으로는 놀라지 않게 단련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그런데 문제는
일본소설을 많이 읽는 우리나라 독자들이다.나는 한국의 평범한 엄마로서 살인이 자주
나오는 일본소설을 많이 읽는 우리나라 독자들이 걱정스러운게 사실이다.
<퍼스트 러브>는 화가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엄마를 둔 , 겉보기에는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미모의 여대생이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으로 검거 되면서
시작된다.사건을 조사해 나가면서 여대생의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닌 것, 여대생이
화가인 아버지의 데생 교실에서 초딩 때 부터 모델을 했다는 것 등이 밝혀진다.그런데
한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여대생 칸나의 엄마가 왜 그렇게 칸나의 편이 아니고, 오히려
검사측 증인으로 나와 칸나를 범인을 만들려고 하는지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별일 아닌듯 넘어 가지만 엄마의 팔에도 칸나의 팔처럼 많은 흉터가 있는데
보통 흉터가 아닌 만큼 이에 대해서도 좀 더 풀어냈어야 했다.
작가는 하나의 소설에서 두개의 스토리를 다루면서, 독자들을 긴장시키고 흥미를 유발했다.
한편으론 정말 중요한 힌트를 슬쩍 넘어간 것이 의도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칸나 엄마에
대한 설명 말이다.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있다. 하지만 소설속 인물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역활일 수록 . 작가가 어느 정도 언급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내가 <퍼스트 러브>를
읽으면서 가장 아쉽게 생각한 부분이다.
이 책의 작가 시마모토 리오는 일찍부터 비상한 글재주로 일본 문단을 놀라게 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대충 따져본 그의 나이는 올해 38세다. 아직 삼십대 후반인데, 벌써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여 작가로서의 가량을 인정받고 있단다. 이 책의 작가도
<퍼스트 러브>와 같은 작품을 쓸정도의 가량이면, 굳이 작품에서 살인을 하지 않더라도
작품성있는, 문학성 있는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다음 번에는 그런 작품의
작가와 독자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