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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세대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얼마 전 <도둑맞은 집중력>에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았는데
맞은 데 또 맞은 기분이랄까?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거대 자본과 테크 기업의 내로라 하는 똑똑한 인간들에게
주의력과 집중력을 빼앗긴채 바보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우리들이 보였다면,
<불안 세대>에서는 보다 더 근원적이지만 시급함이 느껴졌다.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이들은 원격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수업을 들었다.
(불과 얼마전인데, 다시 이야기하려니 생소한 면도 없지 않다.)
체화와 경험 대신, 보고 듣는 것으로 지식을 습득했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학교 현장에서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거나,
친구 관계나 사회성 발달면에서 전반적으로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면하지 않고, 겪어보지 않고, 조정하지 않은 결과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이다. 아이들은 혼자가, 스마트폰과 함께 있는 자신이, 편하다.
어른들도 대면이 문제가 아니라 비대면 전화 통화에도 공포감을 느낀다고 하니,
훈련과 연습이 없었을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싶기도.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십대의 정신 건강 쇠퇴와 민주주의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고 한다.
막연히 알고 있지만 딱히 손에 잡지 못했던 것들,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실험과 관찰, 연구를 통해
놀이 기반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으로 재편되면서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병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이 가능하기까지 잘못 흘러온
부모와 어른들의 '안전'에 대한 생각을 꼬집는다.
아이들은 위험을 감수한 모험과 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아동기를 보내왔다.
하지만 어른들은 '안전'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모험과 놀이를 차단했다.
(위험해서 안돼. 다치니까 안돼.)
현실 세계에서 흥미를 끌만큼 놀거리를 찾지 못한 아동들은
가상 세계로 몰려갔고,
(아이폰이 보급되는 시기와 맞물리는 사회적 문제들에 관한 그래프를 보면서
소름돋을 지 모른다. 나는 두 아이에게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창이 아니라
서로를 찌를 수 있는 창을 선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그 안에서의 새로운 체제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현실 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위협적인 가상 세계에서 노는 아이들을
어른들은 오히려 보호하지 않았고,
지금 전 세계는 통제 불능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실에서는 과잉보호, 가상에서는 과소보호.
어른들의 잘못된 믿음과 선택은
아이들을 우울증, 자살 등과 같은 위기에 놓이게 만들었다.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문제 분석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충분히 공감시키고
지금 당장 움직일 것을 이야기 한다.
정부가, 기업이, 학교가, 부모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한다.
현실적인 대안도 있지만,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 세대>를 읽고
아이들의 현재를 꿰뚫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히 아이들의 문제라고, 중독의 문제-너의 조절력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각 장에 마련된 '요점 정리'를 먼저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의도와 주장을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라도 전달하고 싶었는지 간절함이 느껴진달까?)
아이들을 더 밖에서 놀게 해주어야겠다.
서툴고 때로는 아슬아슬해 보이더라도
스스로 경험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겠다.
화면 밖으로 꺼내와 현실에서 달리고, 놀고,
'렛그로let grow' 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 혼자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함께 행동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애만 휴대폰이 없는 게 아니라
다 함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단 <불안 세대>를 함께 읽어야 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