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와 반대의 세계 웅진 세계그림책 270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훤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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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커다란 세계

넓지만 좁은 세계

어쩌면 상투적으로 쓰고 있었을지 모르는 말들에 대한

사유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그림책이라기 보다 철학책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하얀 색의 반대는 무엇일까?

-안 하얀 색

-검정이지

하얀 색의 반대가 정말 검정색일까?

하얗지 않으면 다 검은 것일까?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한 시간에도 몇 번씩

순간 순간 달라지는 나의 감정과 주변 상황은

빨갛기도, 노랗기도, 파랗기도 하니까 말이다.

무거울 것만 같았던 인생이 사실은 가볍고,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던 일들이 사실은 어렵게 다가오기도 한다.

반대의 것이

서로의 끝일 것만 같지만

반대의 것은

돌고 돌아 맞닿아 있을 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은 반대어로 꾸민 그림책인 줄 알다가

반대가 아닌

다름을 생각하고

변화를 생각하고

닮음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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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끼리 스콜라 어린이문고 42
김태호 지음, 허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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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생명을 삶에 들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보미는 다움이와 함께 공원에서 달코를 만난다.

죽을 것 같았던 얼음덩어리는

수의사의 손이 아닌 보미의 보살핌으로 기운을 차린다.

보미는 달코와 함께 재미있는 추억들을 쌓아간다.

동물은 시멘트 바닥에서 키우면 안 돼. 흙과 함께 자라게 해야지.”

할아버지의 진심 어린 말을 실현할 수 없었던 보미는

달코를 다시 집으로 데려오지만

부시장의 계략에 빠져 달코를 빼앗기고 만다.

 

도시의 상징이 되었지만,

동물원 유리 벽에 갇히게 된 달코.

달코는 행복할 수 있을까?

보미와 다움이는 다시 달코와 살 수 있을까?

 

공원에서 고양이나 강아지가 아니라 코끼리를 만난다는 설정이라니!

(쌍문동에 살던 철수와 영희가 빙하 타고 내려온 둘리를 만난 느낌이랄까?)

하지만 시장인 엄마가 부시장에게 이용당하고,

감금당한 동물이 실험대상이 되는 모습은 어디서 본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보미와 다움이를 따라가면 생태, 경제논리, 동물권과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달코끼리여서 가능한 모험, 같이 떠나보지 않으시련지?

 

p.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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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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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민 작가의 새 이야기

<왜왜왜 동아리>가 나왔다.

가제본 이벤트를 통해 책을 받게 되었는데

오, 이거 요즘 교실에서 딱 필요한 책이다.

올해 지역청에서 공모한 '독서 융합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꼬꼬마들과 함께 SDGs 수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책을 통해 알아보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던 터라

<왜왜왜 동아리>의 물음이 크게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학기초부터 책 친구(다육이)를 만들어 가꾸고,

학교 주변과 공원 일대를 돌며 플로깅을 하고,

우리끼리 아나바다 장터를 하기도 했다.

꼭 필요한 책이 아니라면 도서관을 활용해 도서 공유를 실천하는 것도

지구를 위한 일의 하나임을 스스로 찾아내기도 했고,

<고래는 왜 돌아왔을까>의 윤미경 작가님을 교실에 모시고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쿠킹호일이 썩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지구를 위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씩을 정해 실천하고 있는데

우리는 개인적인 실천에 초점을 맞춘 SDGs 활동을 했다면

'왜왜왜 동아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왜 지구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가.

왜왜왜 동아리의 시작은 기존 동아리 활동의 식상함을 거부한

아싸들(록희, 수찬, 진모, 기주)이

각자의 가족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치다가

점차 사회적인 문제로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시장님의 딸 록희,

록희 절친 박박머리 수찬,

산불이 나서 이모집에 살게 된 기주

조 다르크의 동생이자 바닷가 노란 펜션 집 아들 진모

넷은 먼저 기주의 고민을 해결하기로 한다.

산불 때문에 잃어버린 개 '다정'이를 찾으려다

산불 나는 것과

진모의 누나가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이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궁금증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오늘만 살면 되는 어른들? 내일도 살아야 하는 우리들!

-우리는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행동하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우리의 미래를 걸고 도박하지 마세요! (p.72-73)

"물론, 가족이 한 팀이면 좋겠지. 근데 인생이 그렇게 딱딱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사정이 있으면 한 팀을 못 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팀이 돼서 싸울 수도 있고,

다 그러면서 사는 거지. " (p. 109)

박박머리 수찬이의 조언을 듣고

진모의 누나 조 다르크와 함께

용해시를 어린이가 살기 좋은 시로 만들겠다던

시장님을 찾아 가기로 한 록희,

록희는 아빠와 맞설 수 있을까?

산에서는 자꾸만 불이 나고,

평생 물고기 잡으며 살았던 어부는 더 이상 고기잡이를 하지 못한다.

자식보다 더 귀하게 키운 작물과 열매를 땅에 파묻어야 하고,

마음에도 없는 고향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기주의 인터뷰는 (비록 방송되지는 못했지만)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어린이들의 통찰력이 어른들을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저는요, 어른들이 좀 이상한 거 같아요. 산불 때문에 복실이가 다치고 집도 불탔다고 하면

다들 불쌍하다, 안됐따, 도와주고 싶다, 그러거든요. 근데 왜 자꾸 산불이 나는지,

산불이 안 나게 하려면 어른들이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는지, 그런 애기를 하잖아요?

그럼 벌써 관심이 없어요. 지구 온도 얘기까지 꺼내면 아주 귀찮아 하는 얼굴이 돼요.

내일 날씨는 그렇게 궁금해하면서 10년 뒤 날씨에 대해서는 아무도 걱정하지 않아요.

10년 금방인데, 자기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봐요. 진짜 웃기지 않아요?" (p. 152)

경제 논리로 환경을 저버린 어른들 입장에서는

지구 위기 시대의 어린이들이 날린 '유쾌'한 펀치가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유쾌'함만이 남았다면

다시 읽어야 할 지도 모를 일.

어린이들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왜왜왜 동아리를 응원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해시에 왜왜왜 동아리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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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구르는 속도 - 제4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2025년 고양시 올해의 책 사계절 아동문고 113
김성운 지음, 김성라 그림 / 사계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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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는 휠체어를 탄다.

가끔 근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하고,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을 구슬 꿰기에 온힘을 써야 하는 왼손을 가졌지만

지금까지 동화에서 만났던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는 다르다.

특별하지 않은(!) 하늘이가

자신을 '하널'이라고 부르는 이라크 언니, 자칭 램프의 '요정'이라는 마람 언니를 만나면서

일상이 특별해지는 이야기이다.

이라크에서 온 '마람'언니는 자신이 램프의 요정이라며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고 한다.

요정도 능력 시험을 보는데,

자기는 성적이 좋지 않아 한국까지 온 거란다.

소원을 들어줄 사람을 정하면

그 사람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줘야 고향으로 갈 수 있단다.

하늘이는 신중하게 소원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휠체어를 타지만 아이들과 수다 떨며 비밀을 나누고,

다 함께 버스를 타고 현장체험학습을 가고 싶은 마음은 같다.

하지만 가끔은

휠체어 때문에 엄마랑 같이 다니는 것이 친구들에게 눈치보이고,

내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 식판을 들어주는 게 아닌가,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는 건가,

하고 자꾸만 마음이 작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이는 당당하고 씩씩하다.

휠체어 때문이 아니라

휠체어 덕분에

손님으로 온 아이가 냉장고 속 높은 선반의 음료수를 꺼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뽀요요... ㅋㅋ 우리 애들도 뽀로로가 뽀요요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ㅋㅋ)

우여곡절 끝에 우유상자 나르기 - 누가 누굴 도운 건지 확실치 않은 -도 할 수 있다.

친구들은 여전히 하늘이 친구들이고,

너에 대한 오해는 나에 대한 이해가 되어 돌아온다.

마람언니도 못지 않다.

불법이민자라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손가락질하는 아저씨에게

기죽지 않고 말하는 장면에서

내 속이 다 시원했다.

-아조씨 대한민국 사람 아니잖아. 동방예의지국 한국에 아조씨 같은 사람 없어.

나 불법 아니고 아조씨 내 명예 훼손했어. 각오해.

무례한 사람한테는 참지 않는다..

하늘이처럼 나도 마람 언니의 말을 간직하기로 했다.

마람 언니는 떠나고,

하늘은 소원이 이루어진다.

하늘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램프의 요정 마람 언니는 왜 하늘이를 택했을까?

서로에게 다정한 사회가 된다면.

우정, 애정, 인정으로 둘러싸인 삶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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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세대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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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둑맞은 집중력>에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았는데

맞은 데 또 맞은 기분이랄까?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거대 자본과 테크 기업의 내로라 하는 똑똑한 인간들에게

주의력과 집중력을 빼앗긴채 바보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우리들이 보였다면,

<불안 세대>에서는 보다 더 근원적이지만 시급함이 느껴졌다.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이들은 원격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수업을 들었다.

(불과 얼마전인데, 다시 이야기하려니 생소한 면도 없지 않다.)

체화와 경험 대신, 보고 듣는 것으로 지식을 습득했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학교 현장에서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거나,

친구 관계나 사회성 발달면에서 전반적으로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면하지 않고, 겪어보지 않고, 조정하지 않은 결과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이다. 아이들은 혼자가, 스마트폰과 함께 있는 자신이, 편하다.

어른들도 대면이 문제가 아니라 비대면 전화 통화에도 공포감을 느낀다고 하니,

훈련과 연습이 없었을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싶기도.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십대의 정신 건강 쇠퇴와 민주주의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고 한다.

막연히 알고 있지만 딱히 손에 잡지 못했던 것들,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실험과 관찰, 연구를 통해

놀이 기반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으로 재편되면서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병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이 가능하기까지 잘못 흘러온

부모와 어른들의 '안전'에 대한 생각을 꼬집는다.

아이들은 위험을 감수한 모험과 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아동기를 보내왔다.

하지만 어른들은 '안전'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모험과 놀이를 차단했다.

(위험해서 안돼. 다치니까 안돼.)

현실 세계에서 흥미를 끌만큼 놀거리를 찾지 못한 아동들은

가상 세계로 몰려갔고,

(아이폰이 보급되는 시기와 맞물리는 사회적 문제들에 관한 그래프를 보면서

소름돋을 지 모른다. 나는 두 아이에게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창이 아니라

서로를 찌를 수 있는 창을 선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그 안에서의 새로운 체제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현실 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위협적인 가상 세계에서 노는 아이들을

어른들은 오히려 보호하지 않았고,

지금 전 세계는 통제 불능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실에서는 과잉보호, 가상에서는 과소보호.

어른들의 잘못된 믿음과 선택은

아이들을 우울증, 자살 등과 같은 위기에 놓이게 만들었다.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문제 분석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충분히 공감시키고

지금 당장 움직일 것을 이야기 한다.

정부가, 기업이, 학교가, 부모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한다.

현실적인 대안도 있지만,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 세대>를 읽고

아이들의 현재를 꿰뚫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히 아이들의 문제라고, 중독의 문제-너의 조절력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각 장에 마련된 '요점 정리'를 먼저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의도와 주장을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라도 전달하고 싶었는지 간절함이 느껴진달까?)

아이들을 더 밖에서 놀게 해주어야겠다.

서툴고 때로는 아슬아슬해 보이더라도

스스로 경험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겠다.

화면 밖으로 꺼내와 현실에서 달리고, 놀고,

'렛그로let grow' 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 혼자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함께 행동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애만 휴대폰이 없는 게 아니라

다 함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단 <불안 세대>를 함께 읽어야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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