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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이름 ㅣ 사계절 웃는 코끼리 28
류호선 지음, 박정섭 그림 / 사계절 / 2024년 12월
평점 :
아마도... 1학년 때였지 싶다. (토리처럼)
내 이름이 싫어서 집에서 막 운적이 있다.
내 이름은 외자인데,
우리 반 출석부에 내 이름처럼 한 글자 이름은 없었다.
누가 봐도 한 칸 띄어 쓴 것 같은 이름,
누가 봐도 쓰다 만 것 같은 이름.
심지어 내 이름이랑 같은 오빠가 학교 방송에 나와서 상을 받던 날,
(그렇다. 내 이름은 주로 남자아이들 이름으로 쓴다.)
나는 명찰을 뒤집어 달고 다녔다.
그 때 '민지의 일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내 이름도 민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TV에 나오는 민지는
눈도 크고,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방울로 돌돌 말아 묶은 모습으로
단정하고 예쁜 옷을 입고 나와 (하얀 타이즈에 핑크 체크 원피스)
자신이 쓴 일기를 ('민지의 일기 끝~'으로 끝났던 것 같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었다.
나는 민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 인물이 송'민지'였으니.. 잊혔던 과거가 샤라락- 함께 펼쳐졌더랬다. ㅎㅎ)
토리는 1학년에 입학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도토리가 토마토가 되면서
유치원때까지 절친이었던 민지의 놀림에 이름 행시 짓기로 복수하기로 마음 먹었다.
토리는 이름을 바꾸고 싶어져서,
자기 이름을 지었다는 할머니에게 간다 .
그러다 토리는 깨닫게 된다.
'할머니 이름은 뭐지?'
우리 할머니는
박금녀
우리 외할머니는
박차남
이었다.
한자로 풀이해보면 대강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할머니 두 분께,
이름이 마음에 들었었는지 여쭙지 못했다.
1921년 생이셨으니까.
이름 없이 살았던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토리는 마음이 아렸다.
끝녀가 아닌 기쁨이 고르게 따르는 아이라는 뜻의 '희균'이 되고 싶었던 할머니.
토리는 여전히 이름을 고민한다.
토리는 이름을 바꾸게 될까?
나는 뱃속에 있을 때는 '고야'로 살았다.
폐로 숨을 쉬면서부터는 '민'으로 살았다.
귀한 것을 뜻하는 보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백성의 왕, 최고 중에 최고를 뜻하는 珉은 주로 아들에게 쓰고
학문의 왕, 뛰어난 실력을 뜻하는 玟은 주로 딸에게 썼다고 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이름. 아빠가 주신 이름이었다.
누가 봐도 먼저 보이는 이름
누구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이름
나만 가질 수 있는 이름.
내 존재를 생각하고, 잊었던 내 이름과 너의 이름을
생각나게 하는 책,
저마다의 이름에 대해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
<언제나 내 이름>이었다.
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