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펭귄이란 파란 이야기 9
류재향 지음, 김성라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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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향 작가의 동화집

  • 우리에게 펭귄이란

  • 고양이를 안아 보자

  • 아람이의 편지

  • 달팽이가 간다

  • 네모에게

아무렇지 않게 보였지만, 아빠의 빈 자리를 '펭귄'으로 채우고 싶었던 용민이 (우리에게 펭귄이란)

귀국 후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변해버린 것만 같은 헤일리 누나의 모습에 힘들어 하는 다문화 가정 호준이 (고양이를 안아 보자)

이제 더 이상 언니와 사는 집이 우리 집이 아니라, 언니네 집으로 편지를 보내며 설레 하는 아람이(아람이의 편지)

엄마는 일찍 출근해 버리고, 혼자 남은 아침 등굣길에 달팽이를 만나 위안을 얻는 우주(달팽이가 간다)

있지만 없는 엄마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거북이 네모와 함께 '알아서 잘 자라기 싫다'고 말하는 봄이(네모에게)까지

다섯 편 모두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세상적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온전치 못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나, 부재하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내게 없다고 해서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닐테다.

누구나 가지고 있어서 내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상황 속에서, 가족 안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다만 가끔 그 빈 자리가 생각나고,

어른들이 내가 모를 줄 알고 둘러대는 것에 화가 나고,

알아서 잘 커야 한다며 돌보아 주지 않을 때 속상한 것이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해야 하고,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다고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건

어른들이지 않은가,

<우리에게 펭귄이란>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아무도 없던 집,

누군가 우산을 들고 마중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날,

전학 간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며 답장을 기다리던 때도.

정확히 알 수 없었기도 했지만,

알고 있어도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어린이의 시간.

<우리에게 펭귄이란>이 속삭인다.

별일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지만

가끔은 살펴보아 주길,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물어봐 주길,

한 번 더 안아주고, 알아주길.

잔잔한데

조금은 서글펐달까?

어른이 된 내가 어린이였던 나를 잊은 것 같아서.

내 곁의 어린이들에게 더 친절해져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그 마음을 잊지 않도록.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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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온 - 서바이벌 가상현실 몬스터 게임
김재헌 지음, 양규완 그림 / 사파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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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는 카이넥스로 살고 있는 배로한.

동경하던 게임의 베타테스터를 발표하기 전날,

이상한 라이브 방송을 듣게 된다.

기대하고 고대한 대로, 판타지온의 베타테스터가 된 로한이는

다섯명의 다른 테스터들을 만나

판타지온에서 세 가지의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각자만의 방식과 기술, 전략을 내세운 게임 고수들(탑워리어, 트릭스터, 슈크림, 네메시스)의 활약 속에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를 잡은 로한은 투명괴물 캭투를 아이템으로 삼는 기지를 발휘하며

로그아웃의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상상치도 못한 음모에 당황하는데...

게임 접속을 통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환상 속에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모험과 전투를 경험하며 대리만족하는 이야기는

<싱커>, <마지막 레벨 업>등 가상현실 게임을 다루는 동화에서 많이 봐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이 게임 밖 현실에서의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게임을 선택했던 것과 달리

로한이와 친구들은 게임을 생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돋보였다.

게임에 사용되는 아이템과 게임의 분야도 게임을 즐기는 요즘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뭐랄까, 이전의 작품들이 문제의식을 짙게 보여주었다면

<판타지온>은 게임과 현실 모두에서 위기에 맞닥뜨린 아이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슈크림과 로한(카이넥스)은 스카이랜덤의 음모에 맞서

게임 스테이지를 깨고 아큐렌과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2권이 기대되는 건,

1권이라고 표기 되지 않은 1권의 독보적인 캐릭터와 확고한 스토리 라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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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릴리 범범 사계절 그림책
박정섭 지음, 이육남 그림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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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독서체험프로그램에 모시고 싶던 작가였다. 박정섭

우연히 동네 작은 책방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면서

그리고 함께 맞이한 코로나로 인해 박정섭 작가도 함께 놓쳐버렸는지 모르겠다.

<감기걸린 물고기>처럼 글과 그림을 하는 그림책 작가인 줄 알았는데

<똥시집>에서 작사는 물론 전방위적(?) 예술활동을 구사하는 예능인이었거늘.. 쩝

이제 다시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체험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게 된다면

꼭 박정섭 작가를 1순위에 올리고 섭외하리라!!하고 다시 마음 먹게 한 책이 바로

<삘릴리 범범> 이다.

꼬리 끝에 가면을 쓰고 피리부는 이가 하나 있고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는 피리 부는 소금장수(계약서 상 박정섭 ㅋㅋ))

호랑이 발 밑에

누가 봐도 기획부동산 토선생과 서생원이 보인다.

범과, 피리부는 사나이와... 기획 부동산?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소금장수

그의 소박한 꿈은

ㅡ 산이 좋고 바다가 좋아

새소리에 눈을 뜨고

낚싯대로 고기 잡고

시원한 파도 소리 들리는

그런 집에서

마음 편히

사는 것.

그렇게 토선생네 부동산을 찾아 계약을 하지만,

계약한 집에는 이미 96년이나 먼저 살고 있는 집주인 호랑이가 있었다.

(그것도 한 두마리가 아니다.....)

피리 장수는 슬픔에 잠겨 피리를 부르고

호랑이들은 그 신비한 피리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은 호랑이의 춤에 반하고,

돈이 점점 모이게 되는 것이었다.

돈이 모이면 욕심도 생기는 법

호랑이들은 피리장수를 잡아 먹고 돈을 다 가로채기로 하는데.....

정말 호랑이들은 피리장수를 잡아 먹고 모든 돈을 다 차지할 수 있을까?

소금장수는 이 음모를 알아차릴까?

그 때 등장한 토선생과 서생원!

이야기는 뜻밖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여기까지만 알려드릴게요 ㅎㅎ 끝은 책에서 직접 확인 하는 걸로..)

이육남 작가의 먹선과 수묵기법이 이 책에 찰떡인 건 안 비밀!

호랑이들의 군무는 흡사 스우파를 연상 시키고

토선생이 수레를 밀고 출렁다리로 향하는 모습은 흥보가 박타는 장면에서만큼이나 스릴 넘친다!

디테일한 그림은 곳곳에서 빵빵 터지게 설계 되어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기획부동산 토선생의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테마주...' 메모에

쓰러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육남 작가님.. 요즘 주식하시나봐요 ㅋㅋㅋㅋㅋㅋ

왠지 글을 읽을 때도 판소리처럼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니리와 발림을 해가며 아들 딸과 알콩달콩 읽었더니

신랑이 빼꼼~ 방문을 열어 보고 나간다 ㅋㅋ

학급 아이들과도 판소리처럼 읽어보고 노래 부르는 것도 재미있겠다.

그림책에 부동산이라니 ㅋㅋㅋ

소재도 소재이지만

돈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쉽게 돈을 벌고 싶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요즘 생각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낸 책

<삘릴리 범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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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게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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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 오른손을 오른손이 왼손을 그린다.

<왼손에게>

무언가 부족하고 서툰 왼손을 위한 위로의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첫장을 열자마자 기대는 깨져버렸다.

ㅡ "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왼손한테 화가 났다는 말인가?

싸이 노래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참을 만큼 참았어, 갈때까지 갔어' ㅎㅎ

대체 누가 왼손에게 이렇게 화가 난 걸까?

뜻밖의 화자는 오른손.

ㅡ 오른손은 억울했다.

아.... 갈 수록 이 그림책은 태산이다.

오른손이 왼손에게 화가 난 것도 모자라

오른손은 억울했다,고 말한다.

심지어 과거형이다.

오른손은 지금까지 일이란 일은 다 자기가 했는데

좋은 것은 모두 왼손 차지였다고 말한다.

들어보니 일리 있는 말이다.

왼손에 반지며 장신구를 걸치고, 서투른 왼손 대신

오른손은 무엇이든 능수능란하게 해내곤 했다.

억울하고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어느 날,

매니큐어 사건이 터지고야 만다.

왼손도 할 말은 있었다.

왼손이 하려고 하기도 전에 오른손이 다 해버렸다는 것..

둘의 말이 다 맞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독자들이 고민하는 사이 더 큰 사건이 터지고야 마는데..

왼손과 오른손은 화해할 수 있을까?

서툴지만 묵묵히 드러내지 않고 일하는 왼손과

능수능란하게 많은 일을 빠르게 잘 처리해온 오른손,

한 몸의 이야기

<왼손에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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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그래픽 노블) 동물 농장 (만화)
백대승 지음, 조지 오웰 원작, 김욱동 해설 / 아름드리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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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친구들과 도서관 도장깨기를 한 적이 있다.

심심해서 혹은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때여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책과 함께 보내는 그 시간에 진심이었다.

<동물 농장>을 보면,

그 날 우리가 앉아 있던 도서관의 널따란 책상이 생각난다.

책상에 비해 좁았던 도서관과 쾌쾌한 책 묵은내,

교복 치마 아래 찐분홍 체육복 바지를 겹쳐 입고 서가에 서서 진지하게

책에 관해 이야기를 했었다.

학교에 다시 가보고 싶다.

이름 만으로도 충분한 <동물 농장>이 그래픽 노블로 나왔다.

고전은 읽어야 하겠고,

(필독서 목록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수능을 보려면 그것이 몇 년 남았는지와는 상관 없이 의무가 되었으니)

몇 번 시도했지만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그러니까 지금 이 이야기에서 돼지가 왜 이러는 걸까? 김비서도 아닌데)

책꽂이에는 있으나,

기억에는 없는 <동물 농장>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읽을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나, 동영상이나, 카드 뉴스는 아니지만.

인간 존스의 비인간적인 대우(라기보다는 억압)에 반기를 든 동물들은

돼지 메이저의 말에 따라

인간을 내쫓고 혁명을 이룬다.

하지만 혁명의 선두에 섰던 돼지 나폴레옹은 동지였던 스노볼을 배신자로 몰아세워 농장에서 내쫓고

인간 존스보다 더한 만행으로 동물들의 노동력과 삶을 착취한다.

처음 내세웠던 명분과 일곱 가지 약속(계명)은 점차 타락해가는 권력의 입맛대로 바뀌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던 마지막 규칙이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대적하거나 반기를 들 수 없는 동물들은

진짜 그들이 꿈꾸었던 사회가 무엇이었는지 알지만 모른채

어디에서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가늠하지 못한 채

변질된 평등과 자유의 이상을 살아가게 된다.

전체를 위한, 권력을 위한 누군가의 희생은 왜 꼭 힘없는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혹은 정치를 포기하고)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며, (혹은 유아 낫 언론)

평등이라는 허울로 특정 계층을 정당화하는 것에

한숨 쉬게 되는 요즘,

꼭 1940년, 소비에트의 동물 농장이 아닐지도 모르는

<동물 농장>을 읽으며,

조지 오웰과 그가 꿈꾸었을 진정한 '동물 농장'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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